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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지혜
2015년 04월 26일 16시 20분  조회:2807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본다.
창문을 열면 오히려 뜨거운 열기가 확확 불어 들어온다. 다들 퇴근한 오후라 사무실은 조용하고 마음은 평화롭다.
창밖을 보니 태양이 붉게 타오르며 도시를 벌건 그 빛속에 감싸 안았다. 
높은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퇴근길이 바쁜 차량들이 길을 메우며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평화로 가득찬 내 마음의 경지가 주위를 아름답게 보는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가뭄 때문에 여기저기서 난리들이다. 비가 잘 내리지 않아서 농사에 큰 영향을 주는가 본다. 도시에서도 물이 부족하다고 비상이 걸렸다. 이틀째 물을 시간제로 주고 있단다.
동업을 하는 친구는 요즘따라 돈타령이 많다. 사업하는 사람치고 돈때문에 고민하지 않는 사람 얼마나 있으련만 그 친구의 그런 마음을 읽는 나로서는 안타깝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불붙듯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것은 때가 있고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의 법칙을 거슬로 올라가려는 인간들의 미련함 때문에 우리는 다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기다림의 법칙을 잊고 사는듯 하다. 씨앗을 심고 바로 수확을 거둔다는것은 불가능한줄 잘 알지만 뭔가를 시작해놓고는 바로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 한편이 떠오른다. 어느 산속에 은거하여 살고 있는 스님 수하에 동자중 한명이 있었다. 어느날 동자중은 사찰주위의 농장을 돌다가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을 발견했다. 암탁은 부화를 마침 마치고 우리를 떠나 먹을걸 찾으러 가고 없었다.그 짚더미속에는 곧 부화될 병아리들이 알속에서 톡톡 밖으로 알을 깨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썼지만 계란껍질은 잘 깨여지지 않았다. 이를 숨죽여 가만히 지켜보던 동자중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목탁채로 병아리가 빨리 나올수 있도록 계란 껍질을 깨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 껍데기에서 나온 병아리는 날개를 늘어뜨리고 한참을 떨더니 뛰놀기는 커녕 얼마 안 돼 죽고 말았다.
깜짝 놀란 동자중은 스님에게 뛰여가 말했다. <스님, 이 알속의 병아리는 원래부터 약했나봐요.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었습니다.>
스님은 동자중의 한 행동을 차분히 듣고는 이야기 했다.
<얘야, 세상에는 적당한 때라는 것이 있어. 같은 일이라도 너무 일찍 해버리거나 너무 늦게 해 시기를 잘못 맞추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 그 병아리는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덜 되었던거야. 자기가 혼자 그 안에서 계란 껍질을 벗고 나올 정도의 힘을 조금씩 키우고 몸도 단련하고 있었는데 네가 너무 빨리 그 병아리를 세상에 내보내서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지 않은 병아리는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이란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대로 때를 조정할수 없어. 항상 적당한 시기가 있고 사람은 때를 기다릴줄 알아야 하는 것이란다. 앞으로는 그렇게 병아리를 죽이는 일은 하지 말고. 병아리가 적당한 때에 알아서 나올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자중은 병아리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죽은 병아리를 고이 묻어 주었다.
열매는 익어야 떨어지는 법이다. 익지 않은 열매을 억지로 따서 먹어보았자. 쓴맛만 날 뿐이다. 기다림과 인내를 거쳐서 알맞게 익은 열매라야 그 맛을 제대로 낼수 있다.
 천여년전 맹자(孟子)도 <비록 쟁기가 있다 하더라도 때를 기다림만 같지 못하다>  (雖有磁基,不如待時) 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쟁기란 밭을 가는 농기구를 가르킨다. 어떠한 좋은 농기구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때가 되지 않아서는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보다는 때를 기다려 일을 시작하는 편이 좋은 농기구를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수확을 올릴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농사뿐만 아니라 모든 일, 더구나 인생의 사는 방식과도 통하고 있다.
쟁기란 말하자면 그 사람의 실력에 해당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때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때를 잘 만나면 어느 정도 실력이 없어도 그것을 몇배 몇십배 살릴수 있는것이다.
실력도 있고 때도 잘 만나면  더 이상 바랄것은 없으나 인생이란 그렇게 순조롭게 풀리는것이 아니다. 실력을 쌓으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좋은 때를 잡는자가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는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것은 너무나도 많다. 이제 우리는 그 기다림의 지혜로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할것이다. 때로는 좌절하고 참고 연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성장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있으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도시에는 여기저기서 불들이 밝아온다. 밝게 창을 비추는 반달옆에 어느새 장명성이 반짝인다.
  우리 말 시조 한편이 떠올라 혼자 읖조려 본다. 언젠가 한국에서 강의차 연변에 왔던 크리스토퍼리더십코스의 강사님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을때도 외웠던 시조다.
 
장검을 빼여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일엽(一葉)제잠이 호월(胡越)에 잠겼어라
언제나 남북 풍진을 헤쳐볼가 하노라.
 
  큰뜻을 품고 인생을 헤쳐가려는 우리가 작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면 어찌 그 큰 꿈을 다 이룰수 있을것인가?!
인생의 끝은 저 멀리 산너머에 있다. 한걸음에 그 목표에 도달할수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매 한걸음 내디딜때마다 우리는 그 성공과 목표와 한걸음 더 가까와지고 있다.
이제 해야할 일은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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