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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외1수)
곽미란
첫사랑이라고 제목을 써놓고
맥주 한모금 마신다
1664 프랑스 맥주
첨 마셔보는 맥주다
보리가 아닌 밀로 만들어진 맥주
거품이 풍성하고 부드러운 맥주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첫사랑처럼 불투명한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이 첫사랑이든
처음 마셔보는 맥주이든
처음이라는 건
그토록 설레이고
그토록 미묘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것
나는 오늘 처음으로
쎄즈 스와쌍 꺄트르를 마시며
다시 한번 첫사랑에 빠진다
거품의 바다에
마라탕이 먹고 싶은 날
울고 싶은 날이거나
사람이 그리운 날이면
어김없이 마라탕이 생각난다
상하이 허촨루 길모퉁이의 마라탕집
뼈속까지 으슬으슬 떨리는 겨울에도
더워서 정신을 못 차리는 여름에도
마라탕집은 늘 앉을 자리가 없다
감자 연근 두부 당면
오징어 소시지 게맛살
표고버섯 쌀국수 누룽지
펄펄 끓는 육수 속에 푹 익어간다
남과 북
륙지와 바다
이곳과 저곳
이 세상 구석구석의 맛이 하나로 된다
다진 파와 마늘, 생강과
고추기름을 듬뿍 넣으면
뽀얀 김에 스트레스 날려가고
가슴엔 행복 한덩이 가라앉는다
멋쟁이 상하이 아줌마도
호들갑스런 한국 아줌마도
오구작작 떠드는 출근족들도
지하철역 구두수리공 아저씨도
자그마한 원형 의자에 간신히 엉덩이 붙이고
15원짜리 행복에 취한다
출처:<장백산>2018년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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