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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2017년도 -> 2017년 제6기
인생은 홀로서기가 아니라도 좋다
강혜라
인생은 굳이
홀로서기가 아니라도 된다
세상사람 모두
홀로만 선다면
너무 가슴 시려
어떻게 살아가랴
내가 홀로 서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남을 속이는 시시한 변명 따윈 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나와 그 사람이 다같이 설 수 있다면
서서 저 멀리 험한 인생길 헤쳐갈 수 있다면
보다 따슨 기운이 감돌 터이다
인생은 굳이
홀로서기만 고집하지 않아도
좋다
별자리
별이
차거운 허공에서
투욱 터진다
터진 별이 밀어낸 자리가
거뭇하게
남는다
별이
뜨거운 가슴에서
투욱 터진다
터진 별이 머물던 자리가
따스하게
남는다
새벽이였다
세월
나중엔 알겠지
되돌아가려고 아우성치는 물을
본 적 있던가
지팽이 바꿔쥐고 지친 땀 훔치노라면
유채꽃 흐드러진 들판 나타나겠지
밤하늘이 푸르게 빛나는 건
별 마음 닮아서겠지
드러눕지는 않으리
물 실려
흐르리
봄꽃
누가 흘리고 간 봄입김이
여기 후둑후둑 떨어져
민들레로 피였을가
하늘이 넌지시 푸르러지면
픽픽 향기 터지는 정향꽃
자꾸 그리워
민들레 하나로 봄을 그려보라지
정향꽃 개나리 버들개지까지
저리 봄봄거리는데
영 봄이기를
바란다고 있어줄가마는
달래 한알 파내도 봄인 게지
서두르지 말자
익어서 감주처럼
여름 목메이는 향이 되도록
인생 배워서 사냐
아무리 옳은 말이고
아무리 좋은 말이고
아무리 진리 같아도
인생 배워서 사냐
웃기지 말아
그렇게 말하는 너도
너덜너덜한 삶을 살고 있더라
책 한줄 읽고
세상 사는 도리 다 깨친 것처럼
이렇게 살아야 한다느니
저렇게 살면 안된다느니
웃기지 말아
책 보고 배워서 사는 인생이더냐
누가 그러는데
그건 안된다고 하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하오
웃기지 말아
다 살아본 사람도 죽기 전에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거늘
정말 웃기지 말아
인생 배워서 사냐
배워서 사는 게 인생이냐고
청동거울
청동거울의 깊이 다 지나고 나면
어느덧 만져지는 푸른 무늬
그 무게와
그 너비와
그 아픔과
청동거울의 무늬 다 만지고 나면
마침내 느껴지는 이 초라함
이 부끄러움과
이 쑥스러움과
이 안스러움과
다 지나지 말자
다 만지지 말자
바람에 풀잎 흔들리듯이
결 고운 물결 되여
물주름 만들며
흐느끼듯 가자
그리하여 마침내 청동거울 다 지나면
그렇게
잊으리
하늘 걸린 외길
가다가 타는 목
랭수 한모금으로 적시며
멀리 지평선 바라보다
거울 속
박제된
햇꿈을
만지며
어느새 세월 언저리
부서진 서러움 주어모으다
아픔이야 남겠지
세상은 말해주지 않아도
락타의 외줄기 길은
하늘에 걸려있다
출처:<장백산>2017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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