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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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절 영화평론
2012년 06월 17일 20시 47분  조회:1144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3절 영화평론
 
1. 영화평론의 함의
영화평론이란 관중이 한편의 영화.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느낀 감수를 쓰는 글로서 영화에 대한 평론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므로 어느 한 각도, 어떤 측면에서 평론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영화 평론은 산문, 잡문, 수필, 대화 형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자의 심미 관점, 예술 수양을 체현할 수 있다. 영화평론은 일정한 신문성이 있으므로 생신해야 하고 적시적이어야  한다.
영화평론의 최종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 부의 영화작품에 대해 더욱 깊이 료해하고 흔상하게 하는 데 있다. 평론자는 나름대로의 흔 상점을 찾아내고 자기가 이해한 만큼의 범위내에서 평론하면 된다. 그 러나 평론을 누구에게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상적인 독자가 부동함에 따라 평론을 전업 평론과 비전업 평론론으로 나눈다.
소위 전업 평론이란 것은 영화(드라마)제작자에 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평론으로서 장면 조절에 대한 비평, 촬영수법에 대 한 비평, 영화의 몽타쥬수법에 대한 비평, 서사결구에 대하 비평, 표현 여하에 대한 비평, 주제의 상징의의에 대한 비평 등 제 방면에 대한 비평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고차원적인 전업 비평에는 미학, 결구주 의, 부호학, 정신분석이론 등등을 포괄한다.

2. 영화평론의 실제
1) 영화평론의 심리기초: 본 장절에서는 특별히 비전업성 평론을 념두에 두고 논술한다. 영화 평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일반적으로 말 해서 한부의 영화, 드라마를 본 후 자기의 감상 혹은 터득한 바를 쓰 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자기의 심정과 유관된 일기형식의 글을 쓸 수도 있고 영화의 어느 장면, 세절에서 인기된 감성적인 수필을 쓸 수도 있으며 혹은 영화에서 묘술 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론하려는 영화를 몇 번 자세히 흔상하여야 한다. 이는 해 당 영화에 대한 존중일 뿐만 아니라 자기의 평론에 책임지는 태도이다. 그리고 본 영화에 관련된 자료와 이미 어떤 평론들 있는가를 많이 찾 아 봄으로써 중복을 피면해야 한다. 평론에 임할 때 대담하게 회의를 선행시켜야 한다. 질의를 앞세우지 않으면 스스로의 해답도 없다.
영화를 본 후의 직관적 감수는 그 영화에 대한 초보적 평가이지만 자기의 감수를 믿어야 한다. 사실상 영화에 대한 가장 최초의 분석은 영화를 관람할 때 이미 완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관중 은 자기도 모르게 여러 가지 질의와 곤혹을 시종 앞세운다. “스토리 는 왜 그렇게 되지 않고 꼭 이렇게 엮어져야 하는가? 배우들의 대사는 영화 속에 인물들의 신분과 어울리는가? ”등,
사실,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매 시각마다 관중은 영화의 “진실성” 에 대해 의심하는 게 보편적인 심리이다. 즉 관중은 영화 자체에서 해 석하고 있는 생활 문제, 인성문제, 심리바탕 등에서 “합리”한 논리성을 찾게 되며 시각마다 자기의 인 경험에 근거하여, 혹은  인생관, 가치 관념, 가치기준을 잣대로 가능성 여부를 찾는다.
영화를 보면서 “아, 이렇구나, 혹은 아, 원래는 인생이란 저렇게도 될 수 있구나”하고 자문 자답하게 된다. 왜냐하면 허구해도 너무 비생 활적이고 비실제적인 영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미도 있어 야 하지만 진실한 생활냄새가 있어야 미적 향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평론의 기본구성: 영화평론은 보통 다음과 같은 몇 개 부분을 포함하게 된다. 말하자면 영화내용에 대한 간략한 소개, 평론, 본문, 평론의 대상인 영화의 출처 등이다. 영화내용 소개는 영화의 기본 내용과 평론의 본문을 위해 복무하는 확장된 간략 소개로 나눈다.
  정규적인 영화평론이라면 영화의 원제목 혹은 (번역후의 제목), 도연,주요 배우들의 이름, 편장, 상영시간, 국가 등등을 밝혀야 한다. 가능하면 본 영화에 대한 해보 따위를 먼저 보면 좋다. 평론의 수요에 따라 극정에 대한 간결한 소개도 필요하다.
극정 소개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재 서술로서 평론자가 해당 영 화에 대한 리해가 국한성이 있으므로 다시 서술할 때 지나친 주 관경 향에 기울어진 해독은 피면해야 한다. 극정 소개는 중문으로 200자를 넘지 않는 것이 좋으므로 한국로는 300자 이상이 가능할 것이다.
본문에서는 직관적 감각을 느슨하게 한 후 냉정한 심정으로 평론에 임해야 한다. 영화에 대한 감수는 흔히 자기의 이해한 범위 혹은 인상 이 가장 심각한 부분에서 산생된다. 그러므로 감각에 대한 분석이 곧 영화평론에서 입수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에게 영화의 어느 부분에 가장 흡인되었는가? 하고 자문한 다음 자진의 지난 경험 혹은 분석도 구로 해석하면 평론은 곧 시작되는 것이다.
  감수는 영화에 대한 최초로 평가이기에 주관색채가 짙게 된다. 햄리 트를 보는 천명의 관중 속에 천명이 햄리트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동 일한 영화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지각의 차 이성이 평론으로 하여금 개방성을 가지게 하며 교류할 토양이 있게 되는 것이다. 전업성 평론자도 마찬가지이다.
모 관중의 모종 감수야말로 바로 그 영화가 선물한 다양한 결과로서 관중이 그 영화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무엇을 얻었는가를 의미한다. 남 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그리고 그 영화가 시청율이 얼마나 높든 간에 자기의 감수를 확신하고 글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므로 “작가론”으로 영화평론을 대체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의 애증으로 평론에 임하면 편 견에 포로되여 자칫 비이성적인 평론을 할 수 있다. 자기가 가장 익숙 한 평론방법으로 착수해야 파악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과도한 평가는 객관적인 흔상심리를 비틀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필조도, 분석방향도, 어투도 공정성을 잃게 된다.
 3) 평론의 각도:
 가) 주제를 평론할 수 있다. 그러자면 독특한 시각으로 새로운 발견 을 해야 한다. 영화 속에 깊이 잠겨들어야 비평적 발견이 가능하다.
나) 사회적 혹은 현실적 의의를 평론할 수 있다. 물론 주제와 유관된 것이여 하지만 착중하여 현실적인 영향 혹은 작용을 평론할 수 있다.
 나) 영화감상을 쓸 수도 있다. 현실과 연계지어 자아를 융합시키거 나 혹은 먼저 영화 속에 푹 잠겨들고 비평은 뒤에 두어야 한다. 이류 의 평론은 흔히 자아관조가 위주인 데 자기와 반성적으로 대비하면서 차이점을 찾고 자신을 편달한다. 이런 영화감상문은 전통적인 것으로 서 중소학생들의 필법으로 되어왔다.
 다) 인물평론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평론양식이다. 인물을 평론함에 서 단일한 인물을 평할 수도 있꼬 동류의 인물형상을 평론할 수도 있 으며 부동한 인물을 인간적으로 대비해 평론할 수도 있다.
라) 미학적 평론은(양식, 풍격,심미특성) 등을 평론할 수 있다.
마)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평론할 수도 있다. 이런 평론은 전 업성이 강하게 된다. 이를테면 영화의 대사, 결구, 수사, 현념, 음향, 색채, 음악, 촬영, 특기, 표연, 연출 등 방면에 착안하여 평론한다.
  상술한 평론의 각도는 절대적이 아닌 바 상호 침투할 수 있고 겸용 할 수도 있다. 평론의 시각은 복합적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인물을 평론할 때, 한 인물을 평론할 수도 있고 군체적으로 평론할 수도 있으 며 대조적으로 평론할 수도 있다.
영화평론의 문체는 다양할 수 있는 데 일반적으로 논설문이 위주로 된다. 그러면서도 서신체, 대화형식, 문답형식, 수감록 등 다종다양하 게 운용할 수 있다. 수필체 혹은 산문체가 있기도 한 데 이런 문체는 주정토로가 위주로 되여 문필이 아름다울 수 있으나 논리성이 약할 수 있고 이론색채가 희박하다.

3. 영화평론 쓰기 기교

1) 서두쓰기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한다. 제목의 의미, 작품이 쓰여진 배경과 시대 상황, 또는 영화에 나타난 배경과 시대 상황, 등장 인물 과 배역, 감독, 장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면 좋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한다. -초반부 독자의 이해를 위해 제목의 의미, 작품이 쓰여진 배경, 
가장 감명깊은 대사거나 첫 장면을 서술할 수 있다. 그 영화가  명감독의 작품일 경우 그의 전작과 간단히 비교하며 서술하거나 명배 우가 출연한다면 그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 쓰는 것도 좋다. 제목을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하면 “장화, 홍련”이라는 영화를 보면 원작을 개편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 소설은 익히 알듯이 계모로 인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두 자매에 관한 얘기라는 것도 알려 준다.
2 ) 본문 쓰기:
본문에서는 어떤 의도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서술한다. 작가나 감독이 표현하려는 것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가를 해설 하면서 작품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생활을 얼마나 충분하게, 어떻게 다양한 기법과 효과로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 작품성이다.  이때 작가나 감독의 성향이나 일화 등을 삽입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 될 수 있다.
화면이나 연기, 대사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화면 전반에 대한 언급, 연기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 화면구도와 호흡, 흐름 상의 특징 이 있다면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영화 기법상의 특징을 제시한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특수효과나 음향, 음악, 분장, 소품 등 주목할 만한 기법상의 특징이 있다면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3 ) 결말 쓰기
본문에서 몇개 장면에 대해 썼다면 마지막에는 영화 전체에 대해 평론한다. 우리에게 주는 것, 주목할 만한 점,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쓴다.
문학작품의 목적이 “가치 있는 삶의 체험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영화의 대본인 시나리오 역시 우리네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담긴 “이것이야말로 인생이다.”라고 한다.
앞뒤 내용이 잘 맞는지, 인물의 성격 발전이 생활 논리에 맞는지, 예술의 진실성, 미학가치, 교육가치, 인식가치 등을 얼마나 구비하고 있는지, 자신이 보건대 좋은 영화인지 졸작인지 논평한다.
앞에 설명은 하나의 방법으로서. 순서는 바뀔 수 있다. 문단으로도 층차를 분명하게 할 수 있으나 중간 중간 소제목을 달면 조리가 더 분명해지게 된다. 소제목은 부분별로 나뉘어 지는 곳에 넣되 함축 성이 있게 달고 2-4이면 좋다.
영화평론이 다 되었다면 해당 영화의 전반에 대한 이해가 옳은가? 영화 속의 주요 이미지, 장면, 여러 요소들이 완전하게 묘사되었는가?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관점들이 구체적인 예로 안받침 되었는가? 각주 와 인용문은 정확한가? 등등을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영화평론을 씀에서 유의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가) “영화”와 “평론”이 긴밀히 맞물려 엮어져야 한다. 즉 평론의 내용은 반드시 영화 자체에서 제공받아야지 설명서나 신문이야기 같은 데서 찾아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의 예술적 특질을 틀어쥐고 평론 대상에 질감과 운동감이 있게 묘술해야 한다. 그리하여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료해가 있게 하여 작자와 인 식을 같이 하게 하고 공명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논술 하려는 의제를 명확하게 잡고 도리와 논증이 엄밀하게 짜여져야 한다. 이야기+감상 혹은 관점은 내놓았는 데 논증 과정이 없으면 그 평론은 가치성을 잃는다.
나) 한부의 영화이든 드라마이든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세부에서 돌 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선 한부의 영화에 대해 정확하게 총체적 평가 를 내린 기초상에서 비교적 작은 시각으로 깊이 들어가 발굴해야 한다. 영화에서 어느 것이나 다 언급하려고 욕심부리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한 방면으로는 하나의 나무잎에 눈이 가리워 수림을 보지 못 하는 편면성을 극복해야 한다. 종합 평가식으로 “이야기정절 + 주제사 상+예술특색+배우소개+촬영기교”식의 공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다) 사상성과 예술성의 통일을 기해야 한다. 사회적의의를 발굴하는 평론에서는 영화의 예술성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영상막에  나타난 형상을 두고 논증해야 한다. 영화평론 자체의 문학성과 예술성 을 강구해야 한다.
  라) 사변(思辩)성과 문채에 유의해야 한다. 자기의 발견과 독특한 견해를 피력하되 공정성을 선행시켜야 한다.  “심각한 편면성, 위대한 편견, 창조성적인 오해”라는 말을 좌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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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1:               동갑내기 과외하기
                 
                      동세대와 호흡하는 발랄한 청춘물 -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새로운 영화 언어를 개척한 혁신적인 작품  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의 유행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다. 복고 풍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부쩍 많은 요즘, 김경형 감독은 동세대와 호흡하는 상큼한 청춘 드라마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닭집 딸 수완(김하늘)은 등록금을 직접 벌기 위해 과외 전선에 뛰어 든 대학 2년생이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하는 수 없이 과외를 하고 있지만, 사춘기 남학생들의 심술을 견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새로 맡게 된 부잣집 아들 지훈(권상우)도 장난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2년 꿇어 수완과 동갑인 그는 잘나가는 양아치 문제아다. 골초에 싸움꾼인 지훈은 수완에게 촌스럽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공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오기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수완은 지훈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학교 강당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지훈과, 가르치고 있는 중학생들의 거울 장난에 비명을 지르는 수완. 두 주인공�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오프닝이 지나고 나면 마치 <치킨 런>의 한 장면처럼 귀여 운 애니메이션 닭들이 튀어나오는 장난스런 타이틀이 떠오른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의 핵심적인 아이콘인 닭을 정면에 내세우는 영리한 도입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닭과 관련한 각종 은어를 인물의 캐릭터와 오버랩하면서 출발한다. 과외 선생 수완이 보기에 공부는 뒷전인 학교 주먹 대장 지훈은 ‘닭 대가리’ 이자 ‘쌈닭’이다. 제자 지훈의 눈에 수완은 ‘촌닭’에 불과하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것 같지만, 나름의 개성을 잘 살린 치밀한 포석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일상을 다루되 상식을 뒤집어 보임으로써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의 주된 갈등은 과외라는 친근한 상황을 낯설게 만드는 두 가지 설정에서 비롯된다. 선생과 제자가 전혀 다른 환경 에서 살고 있는데 나이는 동갑이라는 절묘한 아이러니가 바로 그것 이다. 당연히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지훈은 영어 교재로 ‘플레이 보이’를 내밀고, 담배를 팍팍 피워대며, 돈은 줄 테니 시간이나 때우다 가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수완은 당장 과외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만 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수완은 닭집을 운영하는 엄마의 아우성을, 지훈은 신용 카드 대금을 척척 내주는 아버지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훈과 수완의 주변 인물들은 드라마의 또다른 축을 이룬다. 지훈 주위에는 그를 쫓아다니는 날라리 여고생 호경과 학교 ‘짱’ 자리를 되찾으려는 라이벌 종수가 있다. 수완은 친구와 동생에게 지훈을 다루는 법을 상의하는 한편, 동아리 선배 시경을 좋아한다.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비교적 이들을 경제적으로 배치한다.
조연이 그다지 튀지 않기 때문에 아옹다옹하는 지훈과 수완의 줄다 리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수완이 세게 밀고 나가자 지훈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지훈이 가출하자 수완이 당황하는 에피소드들은 적당 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종수와 호경, 시경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후반부로 가면 드라마는 탄력을 잃는다. 강력한 서브와 드라이브로 경기를 주도하다 스텝이 뒤엉키는 탁구 선수 같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매순간 톡톡 튀는 빛나는 대사에 있다. 영어 숙어 ‘bear stand’나 사자성어 ‘호사다마’를 두고 벌이는 말장난에 웃음을 참기란 어려울 것이다. ‘동사’를 공부하자는 말에 ‘과외 선생 동사체로 발견’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을 떠올리는 식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고 발전하다 주춤거리고 다시 진화하는 모든 과정은 급소를 찌르는 대사를 통해 전개된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대사와 말장난에 의존한다. 한동안 우리 영화계에서 뜸했던 스크루볼 코미디 가 근사하게 부활한 케이스라 할 만하다.
  대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몫.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김하늘이다. 그간 청순가련형의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둬왔던 김하늘은 이제 스크린에서도 자신을 버리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과장된 연기라는 것이 빤히 눈에 보이지만, 전성기의 멕 라이언이 그랬던 것처럼 지나친 오버 액션마저도 사랑스럽다.
권상우는 <일단 뛰어>에서 한 차례 선보였던 능글맞고 반항적인 캐릭터를 자기만의 호흡으로 다시 한번 소화해내고 있다. 수완의 엄마로 분한 김자옥과 지훈의 아버지를 맡은 백일섭, 두 중견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도 영화를 든든히 뒷받침한다.
  여의도와 충무로에서 고루 경력을 쌓은 김경형 감독은 비주얼에서도 종종 매끄러운 연출력을 보여준다. 거친 액션 장면의 경우 스틸 화면을 몽타주함으로써 비약과 생략의 미덕을 십분 활용한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이후 젊은 감독들이 즐겨 사용해왔던, 텍스트와 이미지를 한 쇼트에 동시에 노출시키는 발랄한 테크닉은 이번에도 잔재미를 더한다.
김경형 감독의 장난기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자의식으로 비쳐 지기도 한다. “양아치는 왜 영화에 나왔다 하면 늘 당구장이냐?” 같은 대사가 바로 그런 경우다. 물론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새로운 영화 언어를 개척한 혁신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의 유행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다. 복고풍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부쩍 많은 요즘, 김경형 감독은 동세대와 호흡하는 상큼한 청춘 드라마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예문 2:                <버스, 정류장> 중에서..
.,

비가 내립니다.
우산 없이 걷고 있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소녀의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소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밤새 내리는 비처럼 오랫동안 소녀 의 마음 어느 한부분에.. 멍처럼 푸르게 퍼져갔을 상처가 느껴집니다.
  문득 소녀에게 말없이 우산을 씌워주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소녀의 지친 마음을 소리 없이 달래주고 싶었습니다. 소녀도 나처럼 아파하고 있음을..나 이 순간 알아보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소녀는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
  비가 옵니다. 우산 없이 걷고 있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눈물같이 내리는 이 비처럼 그의 마음 어느 한부분에.. 쓸쓸하게 맺혀있을 상처가 느껴 집니다. 문득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지친 마음을 아무 말 없이 달래주고 싶었습니다.
  그도 나처럼 아파하고 있음을..나 이 순간 알아보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는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예문 3: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두 남자와 한 여자, 7년만에 다시 만나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현준은 귀국한 후 친한
후배인 문호를 찾는다. 함께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현준의 애인이 었던 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현준이 유학을 떠난 후 선화는 문호와도 친밀한 사이였다. 문호에게 선화 소식을 들은 현준은 함께 선화를 만날 것을 제안하고 두 남자는 7년만에 선화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홍상수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일상 생활을 꼼꼼 하게 스크린 속에 재현해 놓는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영화 답지 않은 모습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더 영화적인 홍상수 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한 작품이다.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재구성했던 <오!수정>이나 춘천과 경주라는 공간과 두 명의 여자를 대비시켰던 <생활의 발견> 에 비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한, 단선 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김형구 촬영감독과 이강산 조명감독 콤비가 영상을 책임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형식적으로 이전 홍상수 영화들에 비해 훨씬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준과 문호가 중국집에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이 번갈아 중국집 여직원에게 수작을 건네 는 7분간의 롱테이크 장면은 반복된 음악 사용과 팬의 조화를 통해 세련된 형식미를 보여주고 있다. 마침내 재회한 세 사람과 선화의 친구를 포함한 4명이 하룻밤을 보내는 아파트 장면 역시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다.
  7년만에 재회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틀에 걸친 이야기를 놀랍 도록 생생하게 담아내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그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지식인의 허위 의식과 남성의 속물취향, 그리고 홍상수 특유의 리얼한 섹스신 등이 영화 속에 가감없이 담겨져 있을 뿐이다.
  배우들의 실제 모습에서 영화의 내용을 이끌어내는 홍상수 영화는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김태우, 성현아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특히나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준 유지태의 변신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예문 4:                   사랑밖에 넌 몰라
                          
                                       ㅡ 빙우 ㅡ

한국 최초의 산악영화, <빙우>. '최초'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지 않을 이 영화는 오래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그 회자 중엔 '그러나' 라는 역접이 꼭 달릴 것이다.
  <빙우>가 초반 부감으로 펼쳐 보이는 알래스카의 설산은 국내영화 의 성장 이유를 증거해 보인다. 거기엔 최초라는 이름의 산악영화가 있고, 도전과 노력을 읽게 하며, 풍경의 아름다움과 슬픔이 함께 한다. 이어지는 장면도 세상으로부터 초연한 산중턱에 텐트를 쳐놓고 담소를 나누는 인간이 있다. 그 장면은 어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무슨 연유로 여기까지 왔으며, 왜 험준한 산에 오르려 하는지. 어쩌면 [K2](프랭크 로담, 1991)에서 보던 인간과 자연을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수직 빙벽에서 자일 하나에 매달린 인간을 담은 포스터를 가진 [K2]와는 다른 지점을 등반한다. 영화는 자신의 성격 을 드러내는 포스터대로 세 인물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 또 사랑 얘기면 어떠리. 진부하지만 않으면 될 것이니. '그러나' 그 사랑은 잦은 플래시백으로 독한 사랑을 얘기하지만 독하지 못하고, 운명적인 관계를 얘기하지만 커다란 고통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
또 회상이 잦다보니, 산은 후경으로 밀려나고 산과 사랑을 연결하던 로프는 끊어져 멜로 쪽으로 기운다. 이쯤에서 산악 영화라 온전히 이름 붙이기 애매해진다. 어쩔 수 없이 요상한 장르를 양산해 내는 한국영화의 유행에 따라 '산악멜로'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한국영화는 왜 높은 산에까지 올라 또 사랑 얘기일까. 난점의 돌파 구를 왜 사랑으로만 풀려할까. 큰 이유는 제작비 문제 때문에 만만한 사랑을 건드리는 것일 테지만 잠시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사랑말고도 많다. [K2]처럼 자연에 도전할 수도 있고 <송어>(박종원, 1999)처럼 추잡한 인간들의 욕망의 격전장을 그려볼 수도 있다. 어차피 <클리프 행어>나 <버티칼 리미트>를 만들 제작비가 없다면 남들이 건드리지 않은 드라마로 승부를 했어야 했다.
  산과 인간을 많이 보여주지 않고 사랑에 집착한 <빙우>는 그저 슬픔의 한 순간을 관객에게 체험케 할 뿐이다. 여성적 섬세함이 깃든 데뷔작 <…ing>으로 가능성을 읽게 하는 데만 그친 이언희 감독처럼, 같은 영상원 출신인 김은숙 감독도 남다른 도전정신으로 가능성을 읽게 하는 데만 머물렀다.
  ※덧붙이기
  세 주인공의 운명을 삼키는 '아시아크'는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의 '무진'이 실재하지 않듯이 말이다. 영화 속 아시아크의 외경은 캐나다 유타주의 화이트 패스와 르웰린 빙하지대를 담았다고.

예문 5:                효자동 이발사
 
결기가 부족하지만 희극과 비극이 잘 혼합된 블랙코미디 우리가 챨리 채플린 영화를 코미디 중 최고로 치는 이유. 그 중 하나는 상반 되어 보이는 성珦?희극과 비극의 공기가 자연스레 공존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채플린 영화는 막 웃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이 울게 하고, 막 뭉클케 하다가도 또 웃게 만든다. 또 하나. 코미디 장르가 사회비판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그릇이 된다는 사례를 보여 준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코미디 영화를 만든 많은 감독 들은 웃기는 데에만 재주를 보이는 것에 그쳐야 했다.
  그러나 로베르토 베니니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채플린의 장점 들을 모두 선보였다. 비극의 세계를 희극적으로 풀어내어 재미와 감동을 주고, 그러면서 사회를 비판했다. 이런 코미디의 진검승부를 신예 임찬상 감독도 펼쳐 보인다. 그는 60∼70년대 한국현대사의 풍랑 속을 살아가는 한 소시민인 이발사를 통해 재미와 감동, 사회비판 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다.
  한국의 후진 정치사는 코미디에 더없이 좋은 소재가 되었다. 특히 초반에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원칙을 들어 민자(문소리)를 아내로 낚아채는 한모(송강호)의 에피소드는 한국 정치사의 치부를 코미디로 길어다 쓴 훌륭한 장면이랄 수 있겠다. 흰 가운 때문에 의사로 오인 받는 4.19혁명 장면도 베스트 씬이다. 기타 3.15 부정선거, 5.16 구테타, 10.26 박정희 대통령 살해사건 등 현대사 격동의 순간들이 희극화되어 효과적으로 녹아 흘러간다.
  송강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그는 늘 연기를 잘해왔  지만 이번에도 소시민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자연스런 연기를 통해 웃음을 촉발시키고 권력에 희생당하는 가장의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문소리는 정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자연기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디테일한 감정이나 동작까지 세세하게 표현해 보임으로서 정감 있게 만든다. 문소리는 타고난 소질보다는 끊임없는 주변 관찰과 노력을 기울이는 배우임을 이번 영화에서 보기 좋게 들키고 만다.
  이들의 아들을 연기한 이재응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설사 때문에 간첩으로 오인받아 고문을 당해 불구가 되는 낙안의 연기를 그는 <살인의 추억> 오프닝만큼이나 인상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가 고문을 당할 때의 모습은 연기로 보기엔 너무 섬뜩하게 느껴지는 어떤 경지를 보여준다. (이런 느낌은 <장화, 홍련>의 문근영에게서도 보였었다.)
  기타 연기 잘하는 연희단 거리패 단원답게 대통령역을 정말 완벽 하게 소화해낸 조영진, <올드보이> <마지막 늑대>와 연극 <남자 충동> <해일>(유지태와의 2인극) 등 요즘들어 부쩍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두루 활약하고 있는 오달수, 연극열전 시리즈 중 <관객 모독>의 스타들인 주진모, 정재진 등 연극계 명연기자들의 총출 동은 <효자동 이발사>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질감 넘치게 그려준다.
  그러나 연출 좋고 연기 좋지만 아쉬운 점이 있으니 그것은 영화의 추진력 부족이다. 좀 더 공격적으로 정치 격변 속의 부자지정을 그려  낼 수도 있었으나 영화는 조심스럽다.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뒤로 갈수록 강도가 세어지는 희비극적 코미디에 대한 공력이 <효자동 이발사>에선 부족하다. 이는 예고편 등을 통해 뭔가 더 센 것을 원하 게 된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데뷔작 으로서의 결기가 약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예문 6:                  아홉살 인생
 
아홉살은 분명 있지만 인생은 별로 없다 아홉 살에 '인생'이라니. <아홉 살 인생>은 아홉 살에도 인생이 있었다고 말한다. 돌이켜 보면 나이 아홉〉?인생은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보며, 공감한다.
저개발의 추억, 첫사랑의 추억, 도시락의 추억, 전학의 추억, 싸움의 추억…. 추억들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얼굴 하얀 전학생, 고물 장수, 전쟁 놀이 등 개인적 추억과 겹쳐진다. 영화는 제법 유년에 보던 풍경을 그대로 담아와 스크린 가득 채색해 넣는다.
  <아홉 살 인생>에는 그 중 사랑에 대한 향기가 가장 짙다. 1970년 대 유년의 다양한 향이 함께 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의 향기가 다른 향을 흡수해버린다.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관객 이 사랑과 추억을 좋아하는 것을. 그러니 <말죽거리 잔혹사> 의 언니, 오빠들도 사랑타령으로 청춘을 회고했듯이 우리 꼬마들도 유년의 추억은 역시 사랑이었노라고 말해야 한다. 과연 아홉 살엔 인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사랑뿐이었을까?
  잠시 개인적인 기억들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유년에는, 또 70년대에는 더 많은 아홉 살 인생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영화는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른다. (보편적 사랑이 영화의 중심에서 벗어난 좀 더 색다르고 다양한 한국영화들을 만나고 싶다)
  어찌되었든 감독 및 제작자 맘이니 <아홉 살 인생>이 주목하는 것은 그 나이에도 인생을 걸어 지키고 싶은 여자가 있다는 것이다. 여민(김석)과 우림(이세영)은 그 사랑에 대해 부족할 것이 없이 보여 준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질투하는 감정들을 놀랍도록 보여준다. 때때로 그것은 어른들의 모습과 닮았다.
우리들의 유년과 비슷하지 않은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다소 2000년대적이다. 그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사랑에 '고놈들'하며 관객은 즐거워한다. 그러나 여민과 우림의 사랑은 재미나지만 영화적이다. 그들의 영화적인 사랑은 나머지 5할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적인 공기의 성질을 변형시킨다.
  또 한가지, 영화에서 자행되는 무자비한(꽤 긴 시간 보여주는, 발로 차기까지 하는) 선생의 폭력은 제 아무리 그것이 현실성을 획득했다 해도 상업성을 무시하지 못한 연출의 욕심으로 보인다. 이 또한 불순 물이다. <아홉 살 인생>은 왜 회초리 이상의 사실적인 폭력을 보여 주어야만 했는가.
  <아홉 살 인생>에는 그러나 다행히 영화적이지 않은 금복(나아현. 최고의 연기!)이가 있고 기종(김명재)이가 있다. 또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동네의 아이들이 있다. 또 검은제비(박백리)의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이 있다. 그들은 <아홉 살 인생>을 단순한 추억담에 그치게 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저개발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웠지만 그 시기를 살아온 이들에게 미소지으며 추억할 수 있게 한다.
  <아홉 살 인생>이 비록 인생을 보여주는 데는 소홀했지만 아홉 살은 보여주었다. <고독이 몸부림 칠 때>의 반대 지점의 세계를 간만 에 잘 그렸다는 데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또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장기간 흥행도 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이 점이 <아홉 살 인생> 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달래준다.
   
 
예문 7.                한국드라마 한계점

   드라마는 행동하는 인간을 내세워 생활, 정감 활동을 영상으로 보여 주는 예술형식으로서 사회, 인간의 인생 화랑이다. 그래서 시대 적 상황에 근사한 인물과 내용으로 오락성만 아니라 반성할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 드라마제작의 목적이 이윤의 추구이 지만도 동시에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익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 한국드라마들은 극정을 이루기 위하여 조작된 어거지 삼각관계 (약 99%), 불치병, 교통사고, 거의 모식으로 된 인위적인 기억상실계기, 신데렐라스토리…등이 기본모식이 되어있다. 한국드라마 의 고질병인 뻔연한 설정 즉 입양 등을 계기로 한 출생비밀, 주요 인물의 돌발사, 자극을 시도한 비논리적, 비현실적인 극단적인 선악 대결의 구도, 시대착오적인 전통적 가치 관념, 결혼관, 재벌집안의 반대, 고부간의 갈등, 구시대적인 캐릭터의 반복, 지루한 일상 대화를 비롯한 진부한 에피소드의 전개등은 한국드라마가 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한다.
  말하자면 가정적연극의 울타리를 좀 벗어나 사회 문제까지 소급되여 예술 창작의 외연을 넓혀가야 복잡다단한 현실 생활에 밀착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드라마들이 그냥 스토리가 비슷비슷하게 순환적이 되고 있다. 모두어 말하면 시청자에게 말초 신경적이고 무의미한 메시지가 아닌 보다 의미로운 것을 전달하여야 한다는말이다.
  며칠전 상영이 끝난《메이퀸》은 여느 드라마보다 생활적이고 스토 리가 잘 짜였지만 악행의 전개가 더 어찌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올라 가서 결국 악이 저절로 포기한 듯 선에 사과하고 선은 악을 용서하고 포용하는것으로 총총히 막을 내리였다. 다른 드라처럼 일상대화의 련속으로 한집의 용량을 채우려하지 않고 스토리 위주로 시종 긴장 성을 유지하다가 보니 흡인력이 강하게 되였지만 그만큼 모순갈등의 절정에 치달아오를수록 그 해결이 막연했을것이다.
  물론 캐릭터,에피소드 위주이면 갈등 요소가 빈약하다고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소토리 위주의 한계의 극복에서 드라마의 성패가 결판나지 않을가 생각한다. 스토 리의 긴밀한 전개로 하여 초반에는 재미있지만 갈등이 해결되면 앞에서 극에 이르 도록 진행된 악행의 의미가 흐지부지해지고 결국 허무감만 안겨준다.《동해야 웃어라》는 결말을 보며 시청자들이 공연히 신경질적이 될 소지가 많아 시간을 랑비하고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한 실락감을 안게 된다.
  끝에서 동해와 도진이가 얼싸안고 화해할게면 왜 그렇게 갈등을 격화시켜 권선 징악의 정당함을 유인해놓고 결국 한바탕의 인위적 조성이었다는 사실로서 시청자 들의 정서를 희롱했는가? 왜 갑자기 새와가 지고지순한 녀자가 되는지 이렇게 갑작스러운 캐릭터의 변화는 감정발전의 논리에 맞는지? 생명의 은인인 동해에게 인간으 로서 차마 해선 안 될 악행을 자행했음에도 인과보응은 두루뭉슬하다
  입만 열면 “이 자식이”란 말이 튕겨나오는 도진이나 그럴 때마다 꼬박꼬박 존대 하는 멍청한 동해나 서로가 용서하지 않을 것같아 보이는데 나중엔 어이없게도 시청 자들을 화해무드에 마주앉힌다. 왜 선량한 사람만이 관용해야 하는가? 악인이 갑자기 모든 죄과를 참회 하고 선인이 되는모식, 이것은 관용의 미학도 아니다. 동해는 머슴 같은 처지를 천성적으로 달게 접수하고 즐기는것는 바보로 되여있다.
  물론 인생이 론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므로 정답이 있을 수 없고 정감이 고정 불변이 아니기에 고정적 모식이 있을 수는 없지만 무릇 어떠한 드라마이든 인물의 성격 발전의 논리, 심리변화의 논리, 인식 발전의 규율, 더 나아가서 생활의 논리가 지켜져야 인물의 정서 생활 과 그로써 전개되는 장면, 장면들에 진실감이 확보된다.
현실적으로 보편적이 아닌데도 마냥 상류층의 가정을 전형환경으로 삼고 재벌가에 들어가려는 녀자들의 추구가 공동한 주제이고 한국 사회에 삶의 모식인듯이 비싸게 구는 녀자들에게 필이 꽂히는듯한 비현실적인 갈등 들…한국인들의 혼인관, 특히는 재벌가의 혼인생리가 드라마처럼 돼먹었다면 한국 사회가 미시적으로 야단난다는 싱거운 우려심까지 안겨준다. 이는 거의 관례로 되었다.
   요즘 상영되는 “사랑했나봐”는 제목에서 보여주다싶이 사랑을 위해서 악행을 저지  르는 한 악녀의 형상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해석할수 있는가? 모순갈등의 초점은 선정이가 윤진에게 딸을 보여주느냐 마느냐로 잡아놓고 극정을 끌어나가는데 마치 선량은 나약성이고 선량함은 악을 전승하지 못하며 선량한 자는 무능하고 악한 자는 언제나 한수 앞선다는 격이 되었다. 선정이의 끝없는 모략과 악행의 성공, 그리고 그냥 기만당하는 여러 인물들, 끝에 가서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제목처럼 누가 누구를 “사랑했나봐”인가?
  사건의 발전속에 관중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건으로 극정을 부단히 고조에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저지르는 악행이 인간의 도를 넘어서 “저럴수 있나?”하는 의문이 앞서면 벌써 생활의 론리. 인간감정의 발전론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긋나게 되고 드라마를 연장하기 위한 억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 물러설자리가 없게 함으로써 아무 여지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질질 끌어가다가 역시 “제가 잘못했어요. 그럴수밖 에 없었어요. 용서해 주세요…”등 틀에 박힌 수법으로 끝낸 다면 역시 관중의 감정은 우롱당한 것이고 유치한 오락성이 목적이었다는 결론에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각색과 각색지간의 충돌은 갈라놓을수 없는 관계로 얽혀서 돌아가고 심지어 악연으로 맺어지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심각해진다. 이는 악과 선의 투쟁으로 될수도 있고 “악”으로 락인 찍힌 선과 인습과의 투쟁이 될수도 있다. 흔히 선이 악을 전승하는것이 관례이다. 어떻게 긴장한 국면을 조성할것가? 흔히 드라에서 보다싶이 관중은 알고있는데 이야기 속의 인물은 그런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텔레비죤드라마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은 본질적으로 한 가지인 바 곧 관점이고 태도이며 동작이다. 인물의 실질인즉 동작 으로서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가이다. 인물의 행동이 인물의 성격을 극화한다. 인물은 또한 일종 계시이기도 하다. 작가의 직책은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부동한 인물들의 부동한 품성과 성격 특징들을 관중앞에 현연시켜 인생현장을 체험시키는 일이다.
인물은 관중과 함께 극적동작을 이끌어가는 정절점을 찾게 한다. 동일성도 역시 인물의 한개 방면인것이다. 동작인즉 인물이다. 한 사람이 하고있는 일은 말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표명한다. 이처럼 인물은 씨나리오의 근본적인 기초이고 이야기의 심장이며 령혼과 신경계통이다. 인물의 진실성 결여는 령혼의 문란과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특수하고 보기드문 사람이 아니라 극히 흔하고 평범한 인물을  택해야 한다. 선정이같은 악녀가 전형성인가? 많은 영화들에 악녀들의 악행으로 드라마가 도배질는데 인간악이 극도에 이르렀고 사회악으로 번져가고있지만 사회, 시대의 주류로 될수는 없다. 악녀가 횡행하는 드라마를 보느라면 한국은 악녀들의 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토리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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