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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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집하 탁류소감 (수정보충본)
2012년 09월 20일 11시 11분  조회:11146  추천:6  작성자: 최균선
                                 연집하탁류소감
 
 
                                                   최 균 선
 
     공자왈:지자요수(知者乐水),인자요산(仁者乐山)라 하였으되 나는 천생내 지자는 아니나 물을 좋아한다. 산기슭 바위틈에서 용용솟는 정갈한 샘물은 물론, 산곡간을 울며 가는 벽계수이든, 졸졸 흐르는 시내물이든, 굽이치는 강물이든, 고요한 호수이든, 바다 이든 황하처럼 탁류라도 오수만 아니라면 물은 어디서든 무작정 좋다.
     주야장철 줄기차게 흘러내리고자 하는것이 물, 산바위 가로막으면 뚫거나 에둘러가며 홈타기, 웅덩이를 다채워주고 조금의 틈서리라도 있으면 새여나가며 흘러흘러서 바다로 줄달음치는 물의 속성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로자의 말처럼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것이 없다. 그러나 그 크기는 이를데 없고 깊이는 측량할수 없으며 길이는 무궁에 이르고 먼것은 무애(無碍)에 들어가며 혹은 붇고 혹은 줄며 변화다단하다.
    하늘로 올라가면 눈비되여 땅에 환원의 섭리를 하사하며 만물의 근원이 되기에 다할줄 모른다. 물을 대지의 온갖것을 포용하되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고 미물에까지 혜택은 미치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흘러가는 끝을 알수 없고 작아져도 움켜 쥘수 없다. 후려쳐도 다치지 않고 찔러도 상줄을 모른다. 청탁이 뒤섞여 흐르며 여울치고 소용돌이치면서도 흩어지지 않는다. 연약하지만 바위을 꿰뚫고 넉넉하면 큰배를 띄워 천하를 건넨다. 형태가 없는듯 천태만상인 물이란 그래서 좋은것이 아니랴,
     진짜 좋은 담수는 냄새가 없다. 이것은 물의 기본품질이다. 물맛이 좋다는 말은 물의 무색무미한 본성과는 틀리는 말이다. 인정도 물처럼 차가워도지고 더워도지고 고요히 흐르다가도 폭포처럼 격정을 쏟아내기고 하고 스스로 가두어놓기도 하고 열려져기도 하며 타자에 의해 오염되기 하고 반대로 남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로자는 물의 네가지 덕성을 가르치고있다. 모든 생물을 씻기고 만물을 흐르게 함은 인(仁)이요 맑은것을 떠오르게 하고 탁한것을 갈앉혀 찌꺼기를 제거함은 의(义) 요 부드러워도 범하기 어렵고 나약하여도 이기기 어려움은 용(勇)이요 강을 인도하고 넓히면서 가득찬것을 미워하고 겸손하게 흐르는것은 지(知)라 여유있으면 천지에 돌려주되 사심이 없다. 이를 물의 지고무쌍한 덕이라 한다. 로자는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것은 천하에서 가장 굳센것과 겨루는데, 허(虛)에서 나와 극미(極微)로 들어 간다. 나는 이로서 무위(無爲)의 유익함을 알았다" 고 하였다.
    물의 이러한 덕성을 터득해서 지자를 표방하려는것이 아니지만 참으로 물은 좋다. 그래서 집옆에 연집하가 내게는 “명소”이다. 그런데 매번 물가에 나와앉으면 기대가 많이도 이그러진다. 몇해 외지에 있다가 돌아와보니 연집하가 많이 변해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하게 물곬을 빼고 가담가담 락차도 만들고 징검돌들도 놓아서 사람들이 건너오고 건너가게 하였다. 만약 채색설계도를 본다면 징검돌 사이로 맑은 시내물이 돌돌돌 흐르는 정경이 멋질것이나 실은 고인 탁수여서 실망감이 둥둥 떠다닌다.
     물이 흐르지 못하면 썩기마련이다. 그런데다 여러곳에서 흘러든 오수가 아름다운 동경을 망가뜨리고있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둑길에서 삼삼오오 산책의 미학을 쓴다. 여유작작 거니는 정취속에는 자연스러운 끌림에 나온 사람도 있고 부담스러운 살을 내리우려 여러가지 자태로 걷는 사람도 있고 한낮의 더위에 찌들렸던 몸을 식히려고 나온 사람들도 있고…흩어진 각자의 행각이 모여서 북적이는 강둑길을 무심코 살펴보게 된다. 저녁산책은 느림의 미학의 체현이건만 연집하반의 상쾌하지 못한 공기가 산책의 발걸음을 재우치게 하는지도 모른다.
     탁류의 냄새에 코가 습관된듯, 무감각이 오는듯싶은데 생각은 그냥 곁길로 빠진다. 오염된 물을 보며 썩은 냄새를 맡다가 스적스적 상류를 올라가본다. 기슭의 한 두곳 에서 땅속깊이 짓눌려있다가 참지못하고 용솟은 가느다란 맑은 물줄기가 물곬을 바라 고 부지런히 흘러나온다. 그러나 오수에 섞이는 순간 청류는 간곳없다. 이 또한 물의 포용력인가, 큰 흐름에 합류하는 순응인가?!
     연집하에 흘러드는 오수처리가 그렇게 힘들가? 오염된 물에서 풍기는 악취, 버드나무가 무성해지고 키넘는 일본싸리들이 공기를 청정하게 하느라고 해종일 푸름을 떨치고있지만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늘 현상에 눈길을 돌릴뿐 그 본질을 파헤치기를 시끄러워 하는것이 아닌가? 물을 다스리려면 물을 다스려야 하리라, 물론 다스리려고 로심초사하여 나아진듯 하지만 철저히 개변되지 못하고있다.
   연집하에는 기실 탁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탁류란 황토따위가 섞여 흘러 가는 흐린물, 또는 그 흐름을 말한다. 별로 어렵지도 않을 문제, 누구도 코를 찡그리 면서도 그런대로 지나는것은 인습의 관성인가? 서북쪽 아빠트단지에서흘리는 오수나 두세갈래 흘러드는 오수들을 처리하면 되련만…
      허접스러운 생각을 접으려는데 문득 기억의 쪽문이 열리며 한 이태전 인민일보에 실려있던 한편의 글이 어른거린다. 라인강(하)을 잘 다스린다는 내용이다. 라인하는 유럽에서 이름이 뜨르르한 대하로서 아홉개 나라를 경유하고있다. 그런데 그 길고 긴 강을 겨우 열두사람이 관리하고 있단다. 그것도 일호차착이 없이 말이다. 몇개나라의 음료수원천으로 되여있기때문만은 아닐것이다.
     라인강보호위원회는 민간조직으로서 12명의 관리인원이 있는데 법률을 제정할 권리도 없고 따라서 징벌기제도 없다. 그러나 강물오염이 류역의 생태환경과 직결된 일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라인강관리위원회의 최고결책기구는 각국의 부장들이 참가하는 전체회의이다. 해마다 한차례 회의를 여는데 결책회의가 적은 대신 관리상황을 검토하는 집행성회의는 한해만도 70여차를 연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 는 관리문제가 아니라 라인강류역의 주민들의 문화관념, 문화자질, 자률정신이다. 그러지 않으면 열두사람이 어찌 그 큰강을 그렇게 잘 다스려낼수 있을것인가?
     역시 보도에 의하면 700명의 직원을 둔 “심수수무국(深圳水务局)”에서 5억원을 들여 길지않은 복전하(福田河)를 다스렸는데 그 효과가 명랑하지 않다고 하였다. 중국에는 종래로 문건, 제도, 인력, 자금이 부족한적이 없다. 부족한것은 창의적이고 인성화된 치수설계만 아니라 국민의 생태환경의식과 자률정신이다. 라인강과 복전하, 여기 연집하를 비교하면서 느끼는 맛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가?
     90년대초 연길감옥부근에 수원지가 있었는데 비가 내려 강물이 흐리면 흐린대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와더랬다. 그러다 지금은 연집하상류 뾰족산부근에 건설한 저수 지를 식수자원으로 하고있어 다행이다. 몇해전 자전거를 타고 팔도저수지에 가본적이 있었는데 기슭에 잡동사니들이 가득 떠있어서 기분이 찝찝했던 일이 생각난다.
전문가들은 20년 후에 중국에서는 음료수자원을 찾지 못할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착하디 착한 물을 학대한 인과보응이 시작되는것이다. 생명의 기원이 고갈되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문우답을 접고 저편을 바라보니 낚시대를 드리우고 셈평좋게 앉은 사람들이 드문히 있고 곤충잡이 그물같은것으로 무엇인가 건져올리려는 희한한 풍경이 이채롭다. 혹여 잔고기가 있다면 그것을 잡아먹을 리유라도 있는것일가?
    록음은 바야흐로 우거지여 자연의 친화력을 과시하는데 많지도 않은 연집하물이“정화”되여 개구리네도 뛰여들고 작은 고기라도 노닌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잡생각속에서 내가 뇌까릴수 있는 말은“바라노니 유서깊은 연집하 귀한 물을 더는 오염시 키지 마시옵소서!”이다.  
                                                                         2012년 7월 25일ㅡ  2013년 5월 7일 (수정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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