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제 잘난 멋
2013년 10월 02일 19시 05분  조회:847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제 잘난 멋
 
                                                          최 균 선
 
    《장자. 추수편》에 《한단학보(邯郸学步)》라는 전고가 있는데 얘기인즉 걷는 맵시가 각별히 우아하고 대범해보이는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새를 배우러 간 연나라 사람이 결국은 그 걸음새도 배워내지 못했을뿐만아니라 자기의 걷는능력마저 잃어버리고  나중엔 벌벌 기여서 귀국했다는것이다.
    현대문명인들에게는 한낱 웃음거리로밖에 안되는 얘기이지만 우리 말 속담에 《재내비잔치》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이 이야기도 남을 흉내만 내는것을 예로부터 경계하고 꺼려했음을 알려준다. 흉내를 내는데는 원숭이를 으뜸으로 꼽아야 할것이고 버금으로는 앵무새를 추천해야 할것이다. 그것들이 어찌하여 그토록 신통히도 얄망궂게 사람흉내를 잘내느냐 하는것은 동물학자들에게 맡겨둘 일이고 아무툰 흉내쟁이 원숭이가 구경군들의 흥심을 자아내기 안성맞춤이나 아무리해도 사람으로 될수는 없는것이요. 앵무새가 총명하고 령리하여 주인의 애완용으로 귀여움을 받겠지만 역시 그런 숙명에서 해탈될수는 없는지라 이 역시 그것들의 멋일는지…
    하긴 인간도 선천적으로 모방이라는 기특한 심리를 고유하고있는데 자기보다 월등하거나 돋보이면 그저 닮아보고싶어하는것은 인간의 주체정신의 결여라고 하겠다. 예로부터 항간에 사람은 제 잘난 멋에 산다는 말이 있는데 지지리 못난이라도 제나름 대로 마음의 기둥을 세우고 남에게 끌림이 없이 스스로를 영위한다는것이 삶의 멋일게다. 시체말로 하면 생명본체의 본위성에서 오는 자립, 자존, 자강, 자애같은 이른바 주체의식을 권장하는 의미도 다분한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사람에게 이런 오기마저 없다면 살맛이 다 없어져 자기존재마저 귀찮아질테니까. 그래서 조금만 패기있는 사람이면《까짓걸, 나는 나지》하며 오기를 가지고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지성인들은 자기 생활의 궤적우에 너절한 흉내따위는 아예 멀리하고 창조ㅡ자기가치의 발현에서 삶을 빛내는것이다.
    그런데 이 몇년래. 박래품의 밀물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가져오기주의로부터 아예 닮아가기, 험하게 말해서 흉내내기에 열을 올리고있는데 그야말로 단번에 환골 탈태라도 할듯이 서두르는 품이 정말 왼고개가 탈릴 일이다. 그래서《가시내가 오랍 아 하면 머시매도 오랍아 한다》는 속담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재주껏 열심히 제낚시 로 큰 고기든 붕어든 미꾸라지든 낚아보려 노력해야지 남의 다래끼에 넘치는 물고기 를 꺼내들고 붕어니 잉어니 하면 너스레를 떤다면 보는이가 먼저 얼굴이 화끈해질 일 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주위에는 그 옛날의《연나라사람》이 너무도 흔하다. 무슨 옷차림새요, 말씨요, 노래창법이요 지어는 감정세계까지 본따려는듯 무병신음같 은 노래를 부르며 득의양양해하는 그런 뼈대없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 쳐다보이게 된다. 따라배운다는것과 흉내낸다는것은 인격적으로 다른 몸가짐이다. 우리의 생활권 내에서 자신의 산을 조금씩이라도 쌓아볼 마음을 가져보자. 그저 모래바람이 불어치 면 모래언덕이 되고 홍수가 들이닥치면 구지레한 소택지가 되는 평지로만 한생을 자 족하지 말고 우리도 자기의 자랑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절규이다.
    잘살고 못살고가 량심과 얼까지 빼앗길 일이라면 그 사람에게 남을것은 허울밖에 더 있을가? 개방의 창문이 열린것은 좋다. 그런데 신선한 공기와 향기뿐만아니라 구리내도 페부에 스며들고 똥파리도 날아들수도 있다.
    무작정 남의 흉내만 내고 다닌다면 뼈대없는 맹종자가 될것이요, 마침내는 굴종 이 되고 그 뒤에 오는것은 자아상실과 허무감뿐일것이다.
   아하, 사람들은 제 잘난 멋에 산다는데 우리 연변의 겨레들도 오기를 부리며 좀 제 잘난 멋에 세상을 활개쳐가는것이 어떠할가?
 
                                1994 년 7 월 9 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60 글은 읽기쉽게 써야 하는데... 2014-05-04 0 5029
359 자기를 잃고있는 이들에게 2014-05-04 1 5171
358 (교육에세이) 아직도 한어때문에 근심하시는가요? 2014-05-04 0 4789
357 시랑송풍격에 대한 단상 2014-05-04 0 5026
356 색바랜 민족의식 2014-05-04 0 4428
355 민족복장과 민족의 혼 2014-05-04 0 4710
354 우리는 우리식대로! 2014-05-04 0 5078
353 (교수단론)한국어글짓기 무엇이 문제인가? 2014-05-04 0 4671
352 민족어와 민족의 운명 2014-05-04 0 4431
351 (교육칼럼)종신교육문제 2014-05-04 0 4332
350 (교수단론) 곤혹과 사색 ㅡ고중3학년 조선어문교수실태를 두고ㅡ 2014-05-03 1 5741
349 사과와 사죄 2014-05-01 5 5616
348 (시) 수중원혼들을 기리여 2014-04-28 1 4646
347 (교육에세이)“교육의 원점회귀”에 대한 소감 2014-04-25 1 5539
346 느낌에 생각이 따라 (21 혈맥 외 4수) 2014-04-21 1 5243
345 “노배”가 “닌지”가 되냐? 2014-04-18 4 5460
344 구름아래 구름같은 잡념 2014-04-17 1 5134
343 녀성, 모성, 인성 2014-04-16 3 6417
342 눈물겨운 현대아Q정신 2014-04-12 2 7641
341 로신선생의 <리직>을 기념하여 2014-04-09 0 6323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