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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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사죄
2014년 05월 01일 08시 01분  조회:5600  추천:5  작성자: 최균선
                             사과와 사죄와 그리고…
 
                                         야 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사과 (谢过) 문화”가 보급된듯싶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꼭 벼르지 않고도 하게 된것은 례의에 대한 자각성의 표지로서 사람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시키려 노력하는 모습들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소학교 1학년애들마저 잘못하였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의식이 앞당겨 자리잡은듯하다. 비록 “사과하다”를 어째서인지 “사과친다”로 말하지만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그 누구든 실언하거나 잘못 행동하거나 일처리가 타당하지 못한 등 행위실책을 피면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작든크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줄안다는것은 인격력량의 중요한 인소로서의 크낙한 용기를 의미한다. 보통사람의 실언이나 잘못은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부작용이 크지 않고 주는 손실도 크지 않기에 진심으로 사과(道歉)하면 가히 량해를 받을수 있고 없었던 일로 될수도 있다.
   진정한 사과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되 반성과 참회가 바탕이 되여있다. “사과”와 “사죄”, “미안”, “죄송(송구)”을 비슷한 의미으로 묶을수 있지만 “사과”보다 “사죄”가, “미안”보다 “죄송(송구)”이 좀 더 심중한 의미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인지되고있다. 사죄는 상술한 개념들보다 의미색채상 차이가 있다. 사죄는 지은 죄나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비는것으로서“석고대죄”라는 표현에 이르기도 한다.  
   흔히 사과는 일차성적인 잘못에 국한되고 사죄는 의식적인 죄에 대한것이지만 통털어 일종 정감상의 리해소통과 감정융합이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이룩하는것은 대방의 자존심, 체면을 다시 살려주는것이고 거둬들이는것은 량자의 동지지감(同知之感)이다. 이러한 사과, 사죄는 인간교제에서 중요한 한가지 요건으로서 오묘한 학문이 있거니와 필수적인 기교도 수요하고있다.
   그러므로 일단 사과, 사죄하기로 작심했다면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거나 찡해나는 맛이란 전혀없이 구두를 신고 발바닥을 긁는식으로가 아니라 직설하여 대방의 거부심리벽을 뚫어야 한다. 사과는 들고있던 물고뿌를 건네듯해서는 실효가 없다. 성심성의로, 철저히 책임지려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일반적인 실수로 인기된 일에 대한 사과는 말로 끝나지만 사죄해야 할만큼의 사과는 말로 에때울게 아니라 행동이 있어야 하고 책임(보상)이 따라가야 한다.
   사과해야 할 일은 적시적으로 사과해야하지만 사과해야 할 일이 자주 빚어져서는 안된다. 사과한다는것은 어떤 일로이든 대방을 상해하였기때문이다. 자신이 잘못한 어떤 일을 사과하고 기억력이 제로인 닭처럼 또 같은 일로 사과한다면 좀 “곤란”하다. 대방에게 사죄해야겠다는 용기도 갸륵하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자기의 잘못이 어디에 있으며 왜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자성이다.
   사과, 사죄하는것이 스스로의 치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까지는 인격적으로 성숙되여야 한다. 그래야만 내심으로 우러나서 하는 사과에 성실과 성근함이 넘치게 할수 있다. 옛날 우리 농촌에서는“사과”라는 멋진 말대신 잘못을 “빌었다”고 말하는게 보통이였다. 사과라는 말보다 더 질감이 나는 표현으로서 사실 누구에게 빈다는것은 굴욕적인 냄새가 다분한 표현이기때문이다. 사람이 잘못을 하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라는 말도 있는데 용서하여 달라고 간절히 비는 모양을 생동하게 표현하고있다.
   그러나 사과하고 사죄하면 만사대길은 아니다. 례하면 일제가 조선을 침점하고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들, 이를테면 황군성노예들에 가한 비인간적인 악행도“잘못했습니다”면 끝날것인가? 조선인민을 수없이 학살하고 무지경으로 자원을 략탈해가고 끌날같은 조선청년들을 대포밥으로 내몰고 산사람을 묶어놓고 생체실험을 하는 등 한입으로 다 말할수 없는 그 죄악을 두고“사죄”도 아닌 “사과”만을 요구하는것은 아무튼 무기력하고 싱거워보인다. 인류가 언어의 빈곤증을 앓고있는것인가?
   말은 “아해” 다르고 “어해”다르다고 “사죄”가 아니라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일이다. 승냥이더러 양을 잡아먹은것에 참회하라는것과 같으니말이다. 일본정부는 자기들의 피비린 침략력사에 대하여 사죄하려하지 않는데 “사과”가 가당한것인가?
   근간에 중국에서는 “력사적사과”행위가 시작되는듯싶다. 례하면 문혁시기 홍위병으로 갖은 악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로 내몬 사람들이 몇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무슨 궁리가 돌았는지 피해자가속들에게 자기를 반성하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역시 문혁의 피해자였던 진의의 아들이나 송임궁의 딸은 애비들과 계급계선을 나누고 립공속죄하느라고 극성을 부렸는지 정말 불가사의하다. 지각한 사과가 자기의 도덕적가책을 해소하려는 작동은 아닌가?
   사과하던들 쓴죽이 밥이되랴, 사과는 잘못쓴 글자를 지우는 고무지우개도 아니고 수정액 (修正液)도 아니고 더구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 누가 혹은 어느 집단이 력사사회적인 잘못, 국정운행에서 시행착오를 범했다면 사과로 종료될수 없다. 사과한마디로 인간백사가 원점이 된다면야 “원한”,“불구대천”, “천추에 용납못할 ” 이란 표현은 공연히 만들어진것이 되고 인간세상이 이렇게 알륵과 쟁투로 시끌벅적하고 살벌하지 않을것이다.
    “사과”란 말이 외교용어로 되여있지만 시비도리에 지여 궁지에 몰리게 될 때 곧 잘 “사과”를 하거나 “유감” 을 내뱉는것은 상황모면의 술책이지 참회가 아니다. 진정한 사과는 내심상 참회의 표현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관용 내지는 용서인데 사과와 용납이 부등식이 될때도 있다. 사과하면 원점회귀가 아니기에 사과 혹은 사죄를 씹던 껌처럼 내뱉지 말아야 한다. 사과의 심도와 광도가 어찌되였든 사과한다는것은 사과하지 않은것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병주고 약주는격의 사과는 간계이다.
   작정하고 남을 때려놓고서“참 아프겠구나, 내 본심이 아니였는데…이 놈의 손이 그만, 미안해 사과할게…”라고 할 철면피야 있으랴만 사과, 사죄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량심과 인격력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과” 는 모종 측면에서 겸손과도 련계되는바 어려운것을 쉽게 말하는것은 겸손의 체현이다.
   결국은 “사과”는 도덕문제와 직결되기전에 갖잖은 자존심에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자기는 사과라는것과 담을 쌓고도 누군가 자기 사과하지 않으면 하늘낮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혹 사과한다면 그것은 다시 범하겠다는 복선이 될수 있다. 잘못하고도 제때에 사과하면 적어도 모순격화는 생기지 않는다. 사과란 원래 그렇게 심각한것이다. “사과”란 말을 상황모면의 얄팍한 술책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일상에서 사과는 례의이지만 사과하기전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게 명지하다. 하지만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고 그래서 아직도 사과는 바르고 사려깊은 사람의 소중한 품격이 된다. 사과는 진심이여야 하지만 체호브의 소설 “관리의 죽음”에 나오는 체르바꼬브처럼 자심할 정도의 사과는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사과하는것과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일은 별개다. 그만큼 진심으로의 사과는 아무나 쉽게 하는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려면 자존심을 굽혀야 하기때문이다.
   사과가 구겨진 자기 체면을 살리기 위한 림기응변책이나 빠져나갈 구멍을 파는 간능한 술수가 되면 받아들이는 대방의 립장에서는 오히려 조롱으로 들린다. 더구나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일을 사과하는것은 시비를 얼버무리는것이다. 사과 혹은 사죄함에서 가장 수요되는것은 충심으로의 속죄의식이다.

                                                    2013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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