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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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떻습니까?
2014년 12월 03일 14시 39분  조회:561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내 어떻습니까?”
 
                                                          최 균 선
 
   하나 손자놈이 늘 칭찬만 먹고 자라서인지 숙제를 좀 빨리 끝냈거나 글씨를 좀 곱게 썼거나 마을할머니들에게 인사를 하였거나…아무튼 제 생각에 조금이라도 잘한듯 싶으면 곧 “내 어떻습니까?”하고 들이대며 칭찬소리를 듣자는 속셈이 뻔해서 그냥 좋도록 “잘했다. 그래 훌륭하다”고 하면 입이 대뜸 헤벌쭉해지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철없는 놈이라서 그러려니 하다가 세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자칫 인간의 덕성으로서 가장 야비하고 너절한 허영심이 골수에 박힐가 우려되여 “내 어떻습니까?” 할 때마다 면박을 주기시작했다. 알아듣건말건 칭찬이란 원래 진심이고 알맞으면 좋은것이지만 마약처럼 사람을 혼미하게 저절로 칭찬받으려고 자꾸 설쳐대는것은 제일 기분을 나쁘게 하는 품성이라고 썩뚝 잘라버리려 왼심을 쓴다.
   칭찬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으로 우러나와서 하는것이지 내가 빌어서 받는것이 아니라는것, 좋은 어린이는 나만 칭찬받으려 하지 말고 친구가 잘하면 칭찬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것, 성실한 어린이는 칭찬받기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남들의 비평도 성근하게 받아들일줄 알아야 한다는 등등의 여러 말을 “엄정하게”하면 대번에 풀이 죽고 입이 실그러진다. 그러나 그렇게 자주 침을 놓았더니 자극을 받았는지 차츰 나 아지고있다.
   군자연하고 손자를 욕하고나서 자신을 해부해보니 마음이 억색해지면서 생각은 점점 깊은 골로 빠져서 “나는 어떤가?”하는 물음앞에서 성찰하지 않을수 없었다.“내 어떻습니까?”하고 타인의 긍정을 받으려는 심리는 비교에서 인기된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내 어떻습가?”하는 물음앞에서 자신을 수시로 성찰하지 않을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대답은 명랑하지 못하고 궁색하다. 타인의 긍정을 받으려는 심리는 비교에서 인기된것이다. 남보다 더 잘하거나 빼여나야 칭찬을 받을수 있기때 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 비교의 노예일수밖에 없다.
   글쟁이인 나도 남들의 평판에 무심할수 없거니와 혹평보다 과찬이라도 호평을 바라는 심정이 아니던가? 인생무대, 사회무대에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각색을 담당하고있다. 자기 자신만이 관중이 아니라 뭇사람들이 다 관중이 된다. 이 시점에서 누구나 자기의 인생자세와 생명활동을 뭇사람들이 잘 보아주기를 바라지 않을수 없다.
   사람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는것은 인생의 의미와 의의를 상실하는것과 같다. 스스로 고달픈줄 알면서도 허영심의 지배하에 살기에 늘 있는체, 아는체, 잘난체 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 남들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인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산다고 하겠다.
   잘 모르긴 해도 누구나 어릴 때 장차 무슨 사람이 되겠다고 인생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한것이 아니라 보통 선생님과 부모들이 칭찬해주고 또래 친구들속에서 으 쓱할수 있어서였을것이다. 그렇게 어릴때부터 끊임없이 그저 남의 눈에 보여지는 내 모습이 어떨지에 신경을 쓰면서 부단히 자기를 단속하고 채질하며 성장하였을것이다.
   남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남보더 더 비싼 명패옷을 입고 시계도 최고급으로 차고 최고급 호화차를 굴리고싶은것은 자아감각문제이지만 결과적으로 자기과시이고 타의 시선에서 확증될뿐이다. “내가 어떠냐?”하는 자문에서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거든”라는 자답과 같지만 과시욕에 매달리다보면 스스로 피곤해지고 자신의 진정한 인생 혹은 모습과 탈절될수 있다.
   흔히 이미지가 어떻고 하는데 자신만을 위한 자화상이 아니라 공중에 비치는 자기의 사회적이미지인것이다. 그런데 뭇눈길이 밝은 거울이라는 의미에서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평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버지니아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자기에 대한 견해와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한 견해는 근근히 20%-30% 가량 일치하다고 한다. 연구자는 사람들은 저도모르게 자아기편적인 사고방식이 생긴다 면서 자신에 대해 너무 련련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심령상의 “맹인”이 되기십상인데 그들을 “자련주의자(自恋主义者)” 라고 명명하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자기를 투시할때 왕왕 마음이 어두워지며 심리장애 가 생긴다고도 한다.
   사람은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산다는 결론은 일가견도 아니다. 보여주기 위한 인생이라면 벌써 자아를 상실한 인생이요 도처에서 거품으로 자기를 포장하지 않을수 없다. 그래서인지 눈에 띄이는것이 부글대는 거품이다. 거품이 없어 잔잔한 대야의 물이 진실인데 거품이 이는 맥주잔에 서둘러 입을대기 좋아하듯이 일상에서도 우리는 요란한것만 보고있다. 돌고돌아서 결국 남들에게 “내 어떻습니까?”하고 물으며 살아가는것이다.
   바람세찬 날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하얀 거품은 일종의 경관이요, 산곡간 벽계수의 매하나의 작은 물방울은 그 자체가 생명으로 숨쉬고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공장에서 내보내는 페수에서 생기는 거품은 악성오염의 과시로밖에 안된다. 우리가 남의 눈을 의식해서 보여주기에만 열심한다면 결국 페수거품과 같지 않으랴, 
   직장이나 이웃간의 인간교제를 투시하면 친한듯 멀어있고 무랍없는듯 경이원지 (敬而远之)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설겅설겅 하더라도 얽혀돌아야 하는 인생마당이여 서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언제 어디서나 자기를 다듬어야 하는 우리들이다. 한 사람의 성숙된 표지의 하나가 매일 자기에게서 발생한 일의 99%를 아는것이지만 그나마 다른 사람들의 평판이나 의론에 죽고살고 할 필요가 없다.
   번화한 네거리에서 안면없이야 누가 한번 돌아보기나 할가? 아무도 나를 류의해 보지 않는다. 이것이 진실한 인생현장이다. 이 도리를 알면 제한된자기 왕국에서는 유유자적할수 있다. 어찌생각하면 아무도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지 않고있음을 발견 할 때 일종의 행복일수도 있다. 적어도 무형의 속박감은 느끼지 않을테니깐.
   “샘이 마르면 물고기는 땅위에 모여 서로 숨을 내쉬여 축축하게 하여 조구거품을 내여서 적셔준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 잊고 사는것보다 못한것이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相濡以沫.不若相忘於江湖.) ”라는 로자의 경구가 있다. 더불어 사는 인간세상에서 얽히지 않을수 없고 부대 끼지 않을수 없지만 앉으나 서나 남의 눈길만 의식하고 산다는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 이다.
   서로 어울리면서도 독립적생명체의 진실을 말하고있는것이다. 앉으나 서나 남의 눈길만 의식하고 산다는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화단에 화사한 꽃들도 자주보면 존재감만 인지될뿐인데 더구나 작은풀들에 눈길을 박는 사람이 거의없다. 그러나 풀들은 자기생존의 권리를 찾아 움트고 무성하고 시들고 재생하기를 거듭한다. 흔하디 흔한 온갖 풀들은 풍만한 대지의 품에서 제멋에 겨워 비바람속에서도 생명찬가를 엮는다. 우리도 뭇시선의 그물코에 얽힐것도 없고 남의 평판대에서 그네를 뛸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2011년 4월  20일                     2014년 10월 31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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