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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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25) 거울잡설
2014년 12월 27일 07시 44분  조회:590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거울잡설
 
                                          진 언
 
    인류가 자신의 모습을 곧이곧대로 비춰보이는 거울을 만들어낸것은 또하나의 획기적인 발전기제였다. 기원전 3000년, 애급에서는 화장용구리거울이 사용되였고 기원1세기에 전신을 비춰볼수 있는 대형거울을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중세기에는 빗과 함께 상아 혹은 귀금속으로 만든 함에 넣고다니는 손거울이 성행되였다.
   12세기말~13세기초까지 거울뒤면을 은,혹은 철편으로 한 유리거울이 출현되였으며 문예부흥시기에는 베니스에서 만든 거울이 소문이 높았다. 중국에서도 기원전 2000년에 벌써 구리거울이 있었는데 한나라, 위나라시기에 점차 류행되면서 전신을 비출 거울도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명조에 이르러 유리거울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그후 거울은 자기의 사상,거동을 반성하는데 비유되였다. 일찍《정관정요,구간 (贞观政要。求谏》에 기록되여있듯 "동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수 있고 력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교체의 원인을 알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득실을 분명히 알수 있다.(以铜为镜,可以正衣冠,以史为镜,可以知兴替,以人为镜,可以知得失)”리세민의 유명한 경구가 있다. 리세민은 자기의 체면을 돌보지않고 직설하는 위징을 사람으로 되여지는 거울로 삼았는데 위징이 죽자 “짐은 거울을 잃었도다”하고 애탄하여 마지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거울의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인것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의 어느 마천루의 대난제를 해결한 오래전 이야기가 있다, 수십층의 고층건물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부지기수여서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한번 누르면 미구에 문이 열리지 않기에 갑갑증이 난 사람들은 련신 단추를 누르거나 이미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다시 누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누른것은 셈에 넣지않는다는듯 자기가 직접누르군 하였다. 하여 엘리베이 터가 쩍하면 고장나서 말썽거리였다.
    하여 엘리베이터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어서 건물주인은 골머리를 앓으며 여러번 주의사항을 써붙였지만 그새장새였다. 그러다가 한 심리학가의 충고에 따라 엘리버이 터문옆에 맑고 커다란 거울을 달아놓았다. 거울은 문어귀에서 웅성대는 사람들의 조급해마지않는 자태와 얼굴들을 낱낱이 비춰주었다. 그러자 평시에 제멋대로이고 거칠게 행동하던 사람들이 일단 거울앞에 마주서면 환골탈태한듯 례절스럽고 문명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저저 신사숙녀로 서로 례절을 차리며 차례를 기다리는 희한한 정경이 펼쳐졌다.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 창출한 기적이라할가,
   기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내심거울이 있다. 그들은 자기의 마음속에 거울에 자률정신을 비춰낸것이다. 엘리베이터문옆에 걸린 거울은 각자의 모습과 일거수 일투족을 비추어보였지만 보다는 마음의 거울로 자신의 인격력량을 투시한것이다. 평면거울은 거짓이없어 무섭기도하려니와 마음의 거울은 더더구나 두려운것이 아니랴!
   그러나 사람들은 무시로 거울속에 비친 얼굴과 매무새를 확인하고 다시 매무시를 하는데 게을리지않지만 자기 마음의 거울앞에서는 그렇게 극성을 부리지않는게 보통 이다. 늘보는 거울은 흐릴세라 자주자주 닦아놓지만 자신의 마음의 거울은 외면하기 십상이다. 공자가 하루에 자기를 세번 성찰한다는것은 기실 마음의 거울을 보며 수신한다는것을 의미한다. 내마음의 거울에 나의 의식, 관념, 생각, 행동을 비춰보는것으로 옹근인생을 비춰보는것이 되는 정신활동이다.
   소중하게 다루던 거울이 깨지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 있으나 마음의 거울이 흐리고 깨지는것은 결코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마음의 거울이란 바로 량심이다. 량심을 상실하면 그 자신의 옹근인격의 상실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량심을 다시 찾을수도 있겠지만 그로써 이미 얼룩이졌던 인격을 완정하게 되돌려놓을수는 없다.
   그러나 거울도 거울나름이듯 마음의 거울을 비쳐보는 일도 사람나름이다. 례컨대 앞에 수레가 번져지면 교훈(前车之辙,后车之鉴)으로 삼는게 상식인데 부정축재자들은 탐욕에 눈이 어둡다보니 파죽세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아주 형상전인 “前腐后继=“钱伏后继”라는 명구가 널리 류행되고있다. 그들로 말하면 돈욕심에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알수 있다는 당태종의 말도 네미덜머리가 되는모양이다.
   가령 태종의 말이 진부하면 미국사회학자 쿠리의 말은 어떨지? 그는 “거울속에 내가있다(镜中我)”는 개념을 내놓았다. 이 개념의 골자인 즉 다른 사람의 평가속에서 자아형상을 고찰해보라는것이다. 같고같은 말이지만도, 아무튼 사회라는 거울은 사람들더러 자률하도록 촉구하는 약속 력기제이다. 그러나 이미 탐욕이 괴질이 된 탐관들에게는 “마귀거울”에 마주세우는것이 조금 효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옛날 시인 류우석(刘禹锡)의《昏镜词》에 얘기면 귀가 혹할런지 모르겠다. 글에서 서술하되 한 거울제조공이 열개의 거울을 진렬하고있었는데 유독 하나만 밝아있고 나머지 아홉개는 뜬김이 잔뜩 서린듯 흐리멍텅하였다. 어떤사람이 왜 거울의 질량차가 이렇게 현저한가 의문을 가지니 거울제조공이 웃으며 거울을 맑게 련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거울장사가 전부 팔도록 우정 이렇게 한것이라고했다. 그러면서 거울을 사는 사람들은 한번 비춰보아 자기에게 적합해야 사간다고, 저 맑은 거울은 잘생기고 못생긴대로 다 내비치므로 잘생긴 사람들만이 잘 사가기에 열개중에 하 나만 맑게 다듬어놓는것이란다.
   이에 류우석은 느낀바가 있어《昏镜词》를 지었는데 물론 이 시의 숨은뜻은 단순히 거울이 아니라 현명한자를 배척하고 간신, 무뢰배들을 중용하는 당시의 부패한 조정 을 거울에 비하여 질타하면서 자신의 울분과 증오심을 토로한것이였다.
 
                                   흐린거울은 금으로 만든게 아니라
                                   흐릿하여 정기를 잃었도다
                                   못생긴 사람이 많이
                                   자기를 속여 다른 거울처럼 밝다고하네
                                  (昏镜非美金,漠然丧其晶。
                                   陋容多自欺,谓若他镜明。
                                   瑕疵既不见,妍态随意生。)(하략)
     
   사회라는 이 커다란 거울은 무형, 무색이고 흐릴줄 모르는 대형거울이다. 그 거울속에는 벼라별 사람들이 다 비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저런 인생상식을 곁사람에게 시사한다. 인간사이의 밀접은 서로 껴안기이다. 인간사이의 가장 먼거리는 기다림이라 이름할수 있다. 인간사이에 보이지않는 거리는 포용이이라 하고 인간사이에 가장 무서운 거리는 당신의 존재가 타방으로부터 무시당하는것이다.
   이 세계는 하나의 웃음거울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인간상이 비쳐질때 나의 형상도 비쳐진다. 자타를 차근히 살펴보아야 하며 찬탄해 마지않을때 군자연하는 그 뒤에 위선이 웅크리고 있다는것도 보아내야 한다. 웃음거울앞에서는 그 어떤 아름다운것도 모두 뒤틀려지고 변형된다. 리지적인 사람이 마주해도 기괴한 형상이다. 사회라는 밝은거울속에는 가증스러운 사람도, 비루한 넋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역지사지로 상상해보면 자신이 더 가련함을 느끼게 될것이다. 그것이 거울의 계시이기도 하다.
                          
                                                         2013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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