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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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을 때는 울어라
2015년 03월 29일 09시 04분  조회:469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울고싶을 때는 울어라
 
      꿈속에서도 능히 자기를 다스릴줄 안다는 그런 억센 사나이는 눈물을 모른다던가. 옳거니《사나이여, 부디 사나이다와라, 부디 망성중이로는 되지 말라.》사내명색에 뉘집 아낙네처럼 눈물이 헤퍼서야 쓰겠느냐? 황차 아침 풀이슬같은 목숨을 살며가는 그 한길도 에둘러갈수 없는 북망산으로 가는 길인데 살려거든 웃으며 사는 마음부터 가져야겠지.
    그래서 윌콕씨는 이렇게 말한다.
    《웃어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것이다. 울어보라. 너 혼자 울겠지? 서글프고 늙은 이 세상에서 환희는 빌려와야 한다. 자기 고통도 너무 많으니까.》
     유고씨는 다르게 말했다.
    《예수는 울었다. 볼떼르는 웃었다. 신의 눈물과 인간의 미로써 오늘의 문명의 아름다움이 이루어진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누구를 위해 울었는지《구라파의 량심》인 볼떼르가 왜 웃었는지 유고씨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백한것은 신의 세계나 인간사회는 모두 울음과 웃음이 동반되여있다는 그 말이다.
    말못하는 금수들한테도 인간이 모르는 희노애락이 따로 있을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기분대로 어떤 새는 운다고 생각하고 어떤 새는 노래한다고 느낀다. 지어 같은새라 하여도 접동새랄 할 때는 별스레《접동접동 아울오래비 접동…》하고 울고 소쩍새라 하면《소쩍,소쩍!》하며《심산의 밤이 서러워》운다고 한다. 늦은 봄 깊은숲 그늘에 숨어앉아 우는 뻐꾹새도 때로는 밭갈이 재촉하느라고《뻐꾹, 뻐꾹》노래한다 하고 때론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버리고 온 자신이 한스러워 운다고 한다. 그냥 노래한다고 생각하는 꾀꼬리도 기실 어떤 사연에 우는것이라고 생각해야 할텐데 조롱속에서 자유를 잃고 우는 새마저 노래한다고 느끼는 인간의 심사는 어찌된 판인지…
    곁길로 빠진 화제를 돌려보자. 천성 한과 유감으로 빚어진 생명체가 우리 인간들이고 그 삶도 확실한 계산서처럼 착착 풀리는것이 아닐진대 조화무상한 정감생활에서 평균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어느 노래에 인생은 무지개라고 하지만 봄날에 만발한 들꽃처럼 웃음꽃이 쭉 깔린 인생행로가 누구에겐가 마련되여있다면 그것은 운명의 은총을 받은 행운아들에게나 가능할가? 인생의 초행길을 떠나면서 미루어 그려보아도 아름다운 동경의 무지개는 있을법한 소망이라 할것이다.
    무릇 숨쉬는 인간은 고통도 있고 비통도 있기마련인데 행불행(幸不幸)으로 얼크러진 삶의 현장에서 하냥 웃으며 살기에는 인간이《생각하는 갈대》로 진화된것부터 잘못되였다고 해야 하리라. 비록《(万物之中唯人最贵)》라지만 생명의 탄생을 하필 울음으로 선고하게 한것이 조물주의 실수가 아니라면 울며살아야 한다는 징표가 아니겠는가? 웃으면서 이 세상에 왔다는 사람을 누가 보았는가?
    나온다. 운다. 그로써 인생 첫아침이 열리거나 어머니의 류혈과 고통속에 울린 그 고고성이야말로 성스러운 생명찬가가 아니며 위대한 모성애를 환기시키고 호소하는 인생극장의 서곡이 아니랴. 이렇듯 인류의 정감사전에 웃음보다 울음이 먼저 올랐다는것은 그리 잘된 일은 아니지만 아기의 첫울음소리는 운다는 그자체와는 이률배반적으로 이 세상에 온 첫환호성으로 감지되고 생명력의 첫과시로 되여 눈물겨운 감동속에 받아들여지는것은 사실이겠다.
    아기는 그렇게 이 세상에 도전하고 자기 존재의 리유와 권익을 확보한다. 아기는 그렇게 엄마와 대화하고 그 마를줄 모르는 눈물샘으로 장차 혼탁한 이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키운다. 가식도 억지도 아닌 아기의 울음은 자초에는 그렇듯 당당하고 생명표현의 귀여운 방법, 수단이였지만 어른들이 망가뜨린 풍진세상에서 기고 딩굴면서 차차 커가는 동안 꾸미으로, 리기로 그 성분이 복잡해진다.
    마침내 어른이 도면 슬퍼서도 울고 기뻐서도 울고 어떤 목적에서도 울게 된다.  그 울음은 더는 순수의 생리반응이 아니며 눈물도 단순히 루선에서 흘러나오는 배설물이 아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정감의 사치품인것처럼 눈물에도 이런저런 의미적색채가 담긴다. 아무튼 운다는것은 웃는것보다 보기에 곱지 않다. 그러나 웃 음은 허파에서 새여 나오는 간헐적인 바람처럼 순간적이다. 울음은 웃음처럼 자발적인 때보다 심각한것이다. 그래서 함께 웃어주던 사람은 쉽게 잊혀지지만 함께 울어준 사람은 좀체로 잊혀 지지 않는 법이다.
    녀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잘 울고 눈물이 헤프게 조물주가 빚어놓았다. 그래서 누군가는《녀자의 눈물만큼 빨리 마르는것도 없다.녀자의 눈물에 쉽게 감동되지 말라. 녀자들의 눈이 울도록 가르치고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녀자들의 눈물을 선험적으로 너무 가볍게 보지는 말아야겠다. 녀자들의 눈물은 처음부터 절대적억압자로 군림한 웅성들을 그들과 다르게 정복해 버리고 다스리는 상규무기로 되여왔으니 말이다.
    한과 고독속에서 흐르는 숙녀의 눈물은 다같이 무색이긴 하지만 경박한 녀자의 눈물과 대비할바가 못된다. 속절없이 지여서 물우에 떠내리는 꽃잎이 애처로워서 울고 하염없이 녹아내리는 초불에도 눈물짓고 그렇게 정과 한에 울고 흐느끼다가 원혼이 된 림대옥의 눈물은 비록 중중첩첩한 애정의 장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그야말로 운률이 있고 색채가 있는 천고의 눈물이라 할수 있다. 부역에 나갔다가 비명횡사한 남편의 시체를 안고 구천에 사무치도록 울고울어서 마침내 장성까지 꺼져들어 갔다는 맹강녀의 눈물은 방울방울이 그대로 혈루였으리라. 비록 끊어진 남편의 목숨을 이어주지는 못했을망정 만고미담으로 전해진 렬녀의 눈물이였다.
    잠간만, 울음은 결코 녀인들의 특허저매권은 아니였다. 춘추전구시기 초나라 충신 신포서의 눈물은 얼마나 유명하였던가? 오나라에 도망쳐간 오자서가 복수의 대군 을 거느리고 초나라를 엄습해올 때 진나라에 구원병을 청하러 갔던 신포서는 진양공이 출병을 거절하자 풍전등화의 국운이 통분해서 련 이레낮, 아흐레밤을 대성통곡하였다 한다. 그 가슴을 찢는 울음소리에 감동된 진양공은 구원병을 내주었다. 결과 신포서가 눈물로써 나라를 구했으며 진충보국한 충신의 력사적인 눈물이라 할것이다. (울어서 얻은 강산)의 명주인 류비의 눈물도, 천하기재 제갈량이 음참마속(泣斩马谡) 할 때 흘린 눈물도 다 녀인들의 눈물이 따를바가 못된다.
    비겁한자, 용렬한자의 눈물은 그저 눈물에 불과하지만 강자, 지성인의 눈물은 화산용암같이 뜨거운 불이다. 한편 세상엔 역겨운 울음, 더러운 눈물도 많다. 만복의 배우에서 가가대소하던 탐욕자들이 계하수가 되여서 눈물코물 짜며 훌쩍거리는 장면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네들의 울음을, 눈물을 자기 스스로 판 무덤가의 때늦은 참회라고 하기보다 법관의 동정심같은것을 꼬여보려고 피워대는 속물적인 기량이라 보는게 알맞을것이다. 그네들의 눈물은 심령의 시궁창에서 새여나오는 구질구질한 오물 일뿐이다. 그러기에 남자의 눈물이 일단 공리성을 띠게 되면 그 기만성은 녀인들의 눈물보다 더 위험하다. 그러한 울음과 눈물은 사람이 사람으로 현연되는 기제에서, 이런저런 인간상을 비쳐보이는 거울에서 배제되지 않지만 내가 론하려는것은 아니다.
     진실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발현일 때 울음은 절절한것이다. 사람의 한생이란 근원적으로 슬픈것, 회한스러운것 즉 울음의 속성으로 받들려있는것으로서 살아가노라면 울음이 절로 터질때가 많고많다. 리별의 역두에, 친인의 비보에, 못다한 사랑에 그리고 통탄스러운 그 무엇무엇…
    그래서 슬픔이 있는 곳에 성지가 있다고 하였는가, 크낙한 슬픔은 례의에도 구애되지 않는다고 선인들이 말한바있다. 누구군가의 비위를 맞추느라 마음에 없는 김빠진 웃음을 짓기보다 제 설음에 두다리 뻗어버리고 우는게 오히려 진솔한 자기 모습이 아니겠는가?
    하루밤 서럽게 울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론하지 말라고 누가 말했던지…하늘 우러러 부끄럽고 땅을 굽어보아 통한이 찢길 때 꺼이꺼이 울어도 보아라. 그래도 피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거든 소리소리 질러보아라. 한가슴이 터지도록…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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