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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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의 생명선ㅡ진실성
2018년 07월 09일 20시 46분  조회:266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동시의 생명선ㅡ진실성
 
                                        김견작가의 동시집《기러기가족》을 두고
 
    동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는것은 동심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려는것만큼이나 무모한 짓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의되고 있는바 보통 동시란 어린이들의 생활에서 포착한 어린이다운 심리와 감정을 제재로 하여 어른이 어린이를 위하여 쓴 시를 이른다. 어린이가 쓴 동시와 성인이 목적, 의도적으로 지은 동시를 다 동시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여기서는 어른이 쓴 어린이들을 위해 쓴 동시에 초점을 맞춘다.
    동심세계란 무엇인가? 때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인간 원형질적인 어린이들 특유의 세계이다. 이런 연유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동심세계를 제대로 투시해야 동시다운 동시를 지을수 있음이 자명해진다. 물론 생동한 동심적 예술경지에 이르려면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함은 두말할것 없다. 시인은 리성적론리를 초월하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정서를 발현시킨다. 여기서 새로운 현상을 만든다는것은 대상에 생명을 부여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낸다는 뜻이다.
    그 경우, 시인은 흔히 련상의 힘을 입어 재생적 상상력이나 어떤 련상의 질서에도 기대지 않는 생산적 상상력을 토대로 경이로운 새로움을 창조한다. 동시가 참신하고 기특한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고, 서술과 입말체 대화조의 서술에 의하여 아이들의 심리세계를 표방할 때, 시적 긴장이나 함축미를 상실하고 시적진실마저 외면하게 된다. 결국 동시의 성인화는 동시의 속성마저 색바래게 하고 동시의 리념화는 동시의 본체마저 잃게 만든다.
    아무리 어린이를 위한 시이고 어린이가 쉽게 리해할수 있는 글이라고 다 동시가 되는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가 비록 소재나 제재, 배경, 언어 등이 단순하고 쉬운 용어를 사용했다 할지라도 시속에 어린이만의 정서와 사상이 비틀어져 있다면 동시가 못된다. 동시창작에서 어린이를 생각하며 어린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만이 느낄수 있는 상상세계를 동심적인 언어를 구사하는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무릇 동시의 1차적인 생명은 어린이들이 알고있고 사용하고 있는 핍진한 아동언어의 구사에 있다. 시의 언어는 고도로 함축되고 절제된 언어만을 사용한다. 동시도 사물, 현상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가능한 정도로 합목적인 상징과 은유 등의 기법을 총동원하여 이미지를 창조할뿐이다. 그런만큼 동시의 언어는 마음속에 심상 즉 그림을 만들어낸다. 동시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그림은 어린이의 감각에 호소하여 직접적인 이미지와 간접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시인이 어떠한 사물을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리해하도록 묘사할 때 이러한 이미지를 직접적이라고 한다. 모든 문학장치를 뛰여넘어 시는 어떤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바 "맞아, 바로 그거야!' 라고 찬탄하게 하면서 경이로운 감동을 안겨준다. 하다면 좋은 동시란 어떤 동시를 기준할가?
    필자는 동시의 여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를 시에서 시사되고 있는 진실성에 둔다. 동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이 때 그림의 소재가 되는것은 사실적인 풍경일수도 있고 생활의 양상일 수도 있으며 마음에 떠오른 심상일수도 있겠다. 눈과 마음을 통해 다가온 감흥을 시인은 '언어'를 통해 독자에게 그려낸다. 이 때 그 그림을 은유적이면서도 진실하게 잘 그려낸 동시를 나는 좋은 동시라 단정한다.
    기성된 문학리론에서 시란 고도로 함축되고 선택된 언어로 소리와 이미지의 감동을 노래하는 경이로운 문학의 장르라고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동시를 정의하면 ‘동시란 고도의 함축되고 선택된 언어로, 소리와 이미지의 감동을 노래하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독특한 장르이다.
    그러한 정의 속에 보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동시의 진실성이다. 동시란 원초적으로 철저히 동심에 바탕을 둔 시이다. 발상의 동심성과 표현의 단순성, 간명성은 동시의 요체라고 한다면 진실성은 동시의 생명선이라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적 발상이나 관념적 진술에서 해탈되지 못하면 동시다운 동시로 되지 못할것은 물론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생활양상이 달라지는만큼 아이들의 정신세계, 동심세계도 확연히 달라지기에 그런 문화현상을 진실하게 파악하고 동시로 형상화 하는 일은 현시대 동시 시인들의 새로운 과제로 되여졌다. 아래에 김 견작가의 동시 “암 걸린 아빠, 엄마”를 읽어보자.
 
                        암 걸린 아빠, 엄마
 
                        몇해 전만 해도
                       우리 집 왕이였는데…
                     
                       엄마 아빠 모두
                       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놈이 나타난 뒤로
                       보릿자루신세 돼버린 나
 
                        내가 뭐라 하면 건성건성
                       들었는지 말았는지 하다가도
 
                       그놈 보채는 소리만 들리면
                       허겁겁, 키득키득, 하하호호…
 
                       휴~대책없는 아빠 엄마!
                       폰암 걸린 아빠 엄마!!
 
    전통적인 동시들에 서정은 농경문화시대의 서정이 중심이였다면 오늘 이 시대에 들어서서 어린이들은 새로운,것 변화된것에 대한 서정이 중심이 되여있으므로  어른들이 쓰는 시와 어린이들의 생활감정이 많이 근접되고있다. 현대에 와서 어린이를 위한 시에도 현대문명현상에서 발생된 소재를 다루는 시인들이 더러 있지만 김견 작가의 동시 “암 걸린아빠, 엄마”는 부모자식간은 물론 부부사이에 교감마저 뒤로 밀어버리고만 스마폰시대의 병페를 꼬집고 있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발견이라 아니할수 없다. 로봇트,컴퓨터 스마폰 등 다양한 오락을 비롯해서 어린이들이 새 감각, 새 이미지의 충격을 찾아 날로 그 유혹에 코를 꿰여 자기를 잃는 현실임에랴
    좋은 동시들은 대개 단순성에서 오는 힘을 가지고있다. 그것들은 몇개의 언어들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보여준다. 이처럼 좋게 느껴지는 동시들의 시어는 대부분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직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기때문에 그 이미지가 그리는 형상은 아주 선명하다. 요란한 언어를 동원했는데 그림이 안 그려진다면 그건 언어를 랑비한것과 같다. 김견작가의 “얄미운 거미”를 음미해 보자.
 
                                “얄미운 거미”
 
                            엄마 아빠 얼굴엔
                            거미 한 마리
                            숨어있대요
 
                            내가 애먹일 때마다
                            거미줄 가득 쳐놓고
                            살금 사라지기에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예쁜 짓만 했더니
 
                            아이고,
                            이를 어떡해?!
 
                            활짝 웃으시는
                            엄마 아빠 얼굴에
 
                            더 많은 거미줄 쳐놓고
                            살금 사라지는
                            얄미운 거미!!
 
    이 동시를 보면서 느끼게 된것은 시가 생동한 그림을 대신할만큼 회화적이라는것이다. 삽화에서 쉽게 련상되지만 또 다른 의미의 그림이 선명하게 떠오르는것은 이 시에 쓰인 시어가 놀랄만큼 회화적이기때문이다. 여기서 시인은 아주 단순한 몇마디 시어로 부모가 늙어가는 정경을 걱정하고 있다. 소박한 시어는 아이가 재치있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련에서 엄마, 아빠가 활짝 웃어도 거미줄같은 주름살이 얼기설기 얽힌다는 진술은 어린이답지만 탁월한 발견이다. 그것을 독자들이 모르는것은 아 니다. 그저 례사롭게 넘기고 눈여겨보지 않았던것일뿐이다. 시인이 그걸 발견한것인데 그걸 진술하는 시어는 아주 단순한 말로 되여있다. 이 동시에는 화려한 수사가 없지만 서정적주인공의 아름다운 심경이 진실하게 펼쳐진다.
 
                                달
 
                          내 동생은
                          못 말리는 먹보
 
                          조각달 보면
                          바나나 먹겠다
 
                          반달이 뜨면
                          멜론 내놓으라
                          생떼질
 
                          보름달 보면
                          피자 먹겠다
                          성화래요.
 
     김견작가의 동시 “달”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의 본성에 맞게 씌여진 시다. 이 시는 억지스러운 착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시어도 진실하게 구사되고있다. 이 시는 아이들 생활에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시라기보다 아이들 마음속에 떠오를수 있는 심상을 그린 시라고 할수 있는데 시인은 지어낸 관념에 의탁하고 있다는 의혹을 주지 않고 구체적인 일상에서 가히 그려질수 있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동시 “감기”도 동심에서만 생길수 있는 심리현상을 잘 포착하였다고 할수 있다.
    그림이 구체적이라는것은 시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것이고 그것은 또한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아 둘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가 된다. 겸하여 말하건대 이 시에는 자연스러운 률동감이 느껴지는바 긴장 (들숨)과 이완(날숨)이 적절히 반복되고 있다. 구체적인 그림과 자연스러운 리듬의 어울림은 이 시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한 식구로 어울려 사는 목숨들간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는데, 그것이 또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동생과 누나(형님)사이에 진행되는 아름다운 교감을 노래하고 있다.
    어른이 동시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이 도로 아이가 될수 없고 어른이 인지한 동심세계가 곧 아이들의 동심과 등호로 될수 없기때문이다. 그 어려움은 아 이들의 마음, 생각, 꿈이 곧 나의 꿈이 될 때에만 잘 풀린다
    주제적인 면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인간과 자연속에 숨어있는 새로운 현상과 진리를 발견하게 하고 유익한 계발을 받게 하며 독자 수용적인 면으로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며 인간적 정서를 풍부하게 길러주는 것이 동시의 속성이다. 더 부연한다면 동시다운 동시는 아이들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게 되며 인간적인 정서를 함양하고 흥미있는 경험을 쌓게 하는데 시의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자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미치는 진실한 동심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흥미진진하게 시속에 담겨진 의미를 발굴하고 사색하게 한다.
    동시짓기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동시인만큼 단순성과 명쾌성이다. 동시에는 어린이들에게 있을수 있는 사실적인 생활내용이나 경험이 들어있어야 한다. 동심적인 상상력이 나래치는 무한한 세계를 펼쳐보이려 해도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드러나야 하는바 그것은 동심적인 표현으로서만 구현될수 있다.
    김견의 동시들중에서 “기러기 가족”을 우선 례로 들고싶다.
   
                        기럭기럭 저기러기야
                        왜 그렇게 슬피 우니
 
                        기약없는 기다림에
                        목만 점점 길어졌네
 
                        외기러기 아빠 엄마
                        우린 언제 같이 사니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러기잠 들고 마네                “기러기 가족”전문
 
     이 시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처하고 있는 가정현실에서 종자를 잡았는데 사실 출국붐이 일면서 우리 조선족 가정들에 거의 보편적이다싶이 된 출국붐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조부모 혹은 친척들의 집에 얹혀 살고 있는가? 부모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심리세계에 주제는 “그리움”,“기다림”,“눈물”이라 해도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기러기아빠, 기러기엄마, 그리고 부당하게 설음을 짓씹으며 커야 하는 새끼기러기들의 공통된 심리가 아닌가!
    시인은 시상전개에서 많은 아이들에게 존재하는 리별의 아픔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그러면서 수수께끼같이 까다롭지 않게 인간정서의 보편적인 뉴앙스를 시사한다. 이 동시는 현실생활에 존재하는 사실과 진리를 담고있으며 다시 한번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형상적으로 보여주기에 동시의 생명선ㅡ진실성으로 하여 매력적이 된것이다. 동시는 이처럼 자연과 인간생활속에 숨겨진 진실을 말하면서도 교육성을 넘어 인간생활의 밝고 어두운 면을 직시하면서 자시의 인생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졸문의 주제와 조금 탈절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것이 있다. 말하자면 동시에서의 음악성이다. 다 알다싶이 시는 음악성을 추구하는 문학이다. 시에서는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때처럼 규칙적인 말의 가락이 느껴진다.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말의 가락을 운률이라고 하는데, 이런 음악적인 요소는 시의 의미와 련결되어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김견작가의 동시는 비록 정형률을 추구하지 않고 있지만 시의 리듬, 음악성에 많이 류의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시냇물
 
                     시냇물은 왜
                     돌~돌~돌~
                     흐르는 걸까?
 
                     돌~돌~
                     돌밭 위를
                     걷기 때문이지
 
                     돌밭 위를
                     걷다보면
                     발이 아플텐데…
 
                     피해 갈 수
                     없을 바에야
 
                     돌~돌~
                     노래하며
                     흐르는게 낫지
                    
    보다싶이 언어의 규칙적인 배렬이 아닌 시적정서의 내적흐름에 의해 형성된 운률미를 다분히 느끼게 된다. 동시는 어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것이 아니라 생명현상 그대로 보여주어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노래가 있는 그림이다. 그래서 동시는 노래하는 아이들의 그림이요 그림을 그리는 동심의 음악인것이다. 시는 물론 특히 동시는 시어에 선명한 선이 있고 색채가 있는 언어야 하며 리듬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긴 분석을 접고 화제를 돌리려 한다. 문학평론을 문학비평이라고도 한다. 문학비병이라면 호평으로 그칠것이 아니라 작품의 부족점도 지적하여 작가의 금후 창작에 유조케 하는것도 마땅하리라 사료된다. 50수의 동시들을 읽고 좋은 감수를 받았지만 허심탄회하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고 까밝히고 싶다.
    이를테면 많은 동시작가들이 시종 피할 길 없는 난제인데 즉 동심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성인화이다. 김견작가의 수작들속에서도 성인화경향이 잘 극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례하면 “고국지도”,“죽겠다”, “1등미인”등 몇수의 시들에서 시인의 리념화, 성인화경향이 엿보인다. 그리고 시어의 선택에서 좀더 류의해야 할 몇가지도 짚고 넘어가려 한다.  “기러기 가족”에서 “기약없는”, “백두의 겨울”에서 “일진한풍”, “봄그림”에서 “뜸들이다”, “겨울나무”에서 “오캐스트라 연주”, “검정나비”에서 “까만 연미복”등 시어들은 아이들에게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일언이페지하고, 작자가 서문에서 토로했듯이 소설가, 번역가로 활약하던 그가 불혹의 나이에 생뚱같이 “동심에로의 회귀”를 표방하여 첫동시집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갓마흔에 첫보선이랄가, 마흔에 만득자라고 할가, 작자의 말처럼 동심으로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쉽게 살고 싶은 마음이라도 동시습작품 치고는 결코 기름떡을 구워내듯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래도 이미 동심에 깊숙히 빠져든 이상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언어로 보다 진실하게 동심세계를 재현시키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그래서 충심으로부터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2018년 7월 7일        <동방문학>2018년 8ㅡ9호 (통권 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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