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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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집 <사물들이 띄운 무지개>

제1장 신비스러운 사물들
2019년 02월 01일 16시 28분  조회:469  추천:0  작성자: 최룡관
 
제1장 신비스러운 사물들
 
 
해살 
 
하늘에서 빛분수가 쏟아지다
호랑이 나비 수초들이 빛장구를 치다
안개 주머니에 산을 주어내다 
거리가 노란 동공을 켜들자
정령의 눈알들 별유천지를 펼치다
눈시리게 날아오는 세다리 태양새  쩌르릉 
하늘 문 열고 
거북 등의 상형문자를 읽는다
 
 
 비
 
와르르 내려오는 하늘 이빨들 
보송보송한 땅을 뭉떵뭉떵 베여먹는다
 
호수에 떨어지는 화살들 나팔꽃 피운다
 
태양은 무수한  빨대로 땅이며 
풀이며 나무의 물을 빨아 배살 올린다.
 
사물들 사이를 뛰여다니며
징검다리 놓아주는 시인 이마에 땀이 번진다
 
 
 
서광
 
서광이 하늘을 부옇게 매질한다 
산이 뚜욱 떨어지고
들이 쭈욱 펼쳐지다  
어둠 공장에서 장밤 망치들이 울었다 
망치들 흘린 소나기 땀 방울방울
나무되고  뿔소 되고 나비되여...
밤 천당에서 쏟아지는  경쇠소리
풀잎에 대돌에 이슬 느린다 
 
 
 
스케트장 별곡
        
 스케트장에서 제비들 원을 그리고 있다 
해살 주둥이와  은날개 키스 소리 쟁ㅡ쟁ㅡ 
은구슬 주어먹느라고
바람은 제비들 이마에서 바둥거리고
 
황홀을 가루내는 노란 바다에서
빠알간 꽃잎 물고
금방아 찧는 밤은 달리고
밤물새 날개 글을 갈긴다 
 
글자들 모여 이루어진 봉긋한 젖무덤
고래도 
늑대도 
아해도
뽀오얀 젖을 먹는다
 
시간이 쓰다듬는
얼음 수염은 길어만 지고 
수염을 쥐고 그네 뛰는 달빛은
얼음에다 어룽어룽 그림 그리여...
 
 
기발
 
젊은 랑도들 기발이 구름 휘감아치네
태산은 천군의 발바닥 핥으러 달려오네  
 
청마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라 하고
마야꼬브스끼는 회의꾸러기라고 하고
흔이는 나붓기는 절망이라고 부른다
 
죽음의 굽이 즉차버린 연어들 
물방아 돌아가는 
삼도천 자갈에 무수한 마침표 흘린다
 
 
 
 하이퍼 시
 
A왈
구름이 
나비를 낳고
구름이 
꽃을 낳고 
구름이 
새를 낳고
  
 
 
B왈
해당화 꽃잎
참새의 부리
비방울 날개 
잡탕의 울음소리
뛰는 교향악
 
C왈
가상이여
뛰여라
나와 너를 
다 버려
시작도 
끝도 없는 
고원의 아침에
 
 
 연길강 속사
 
토끼가 두귀를 쫑긋 세우고 서있다. 
하얀 갈매기 날개 펼치고 파릉거린다
가물거리는  별들  
귀바퀴에 가득 내려와 눈알을 굴린다
 
홀드의 망망한 호수에서
물고기 구름들 
물속을 휘휘 돌아 눈에 복 살 올린다
 
뫼들 바다 향하여 뛰여가고
호수들 하늘 위에 누워 헐떡인다.
 
 2013.7.3
 
 
 가시북채들
 
 
바이올린 연주 소리
폴란드 타트라골짜기가 마신다 
사품치며 쏟아져내리는 안개의 강물
새벽이 강물에 빠져 치는 물장구 
팔랑거리는 벌새의 날개 돌리는 시계바늘 
앞뜨락의 오이밭에서
파란 부채들 바람 일으키는 바람에 
가시 북채들 바람북 두드린다
               2013.7.13
 
 
담배연기가
 
한쌍의 폭포가 쏟아져 내리며 
오체투지
북방호랑이 지는 소리에 
문단가슴에 방울방울 눈물 듣는다
 
란주의 물방아 황하를 쏟아내고
연길의 오작교에서 비늘이 반짝인다
시인이 오늘  죽는대도 
비속을 달려가는 우산은 꽃으로 피겠지
래일 아침에도 태양은 웃으며 솟겠지
 
사전이 입을 비죽거린다 내게도 
없는 말들 지프라기로 날리는 세월
 
2013.7.14.
 
 
 
 필기장 펼치다가
 
 
필기장 다리 벌린다 
따웅 범 아가리에 빨간 꽃이 피여나다
 
주식시장 빨간 불과 파란 불
안걸이 배치기 
팽팽한 샅바가 겨끔내기로 모래보라 쏜다
 
련잎은 은물 요리조리 굴리여
구슬 빚다가
바람에 등이  밀려
귀퉁이로 하나둘 별을 쏟아내다
 
2013.7.17.
 
 
그림이 말한다
-홍현기화백의 그림에 붙혀
 
 
암흑의 장막이 펄럭이여
검은 우박들 눈알을 쏘아대다
시의 눈물이 끓어
사탄의 꼬리끝에서 구슬이 날리다
저 멀리서 굴러오는 붉은 원 하나
산실에 들어가 애기를 낳다
검은 점들이 음표되여 은은한 음악 연주하다
 
2013.7.17.
 
 수석
 
소용돌이 몰아오는 검은 바다
돌배꽃  하얗게  하얗게
노란 옷 떨쳐입은 봇나무초리들
하늘가에 가을이라는 커다란 간판 들고 섰다 
저기 한가로이 봄 풀 뜯는 파란 둥글소
멍하니  제우스 나타나길 기다린다
연길백화 앞에서 설레는 빨간 적삼 흰치마  
시계 바늘을 아홉시로 돌리고 있다
2013.7.22.
 
 삽도의 무늬
 
 
산너머에서 구름파도 휘몰아온다
그림자 싱글싱글 푸른 언덕 먹어버린다
진달래 옷 입고 질주하는 사슴떼들
국자가에서 위잉 날아오른 매미떼들
파리의 개선문을 진시황 걸어가고
기차 타고 우주의 정거장에 내린 토끼 두마리
풀숲에서 흘레놀이 한다.
2013.7.22. 
 
 
초모자를 쓰고
 
둔덕우에 초모자를 쓰고 앉은 정자
바람을 자아서 명주실을 뽑는다
천오리로 구름 만들어 숲에 띄우고
천오리로 물고기 만들어 산줄기에 보내고
천오리로 새 만들어 하늘 날린다
 
마귀성이여  천만대의  함선들이여 
태초의 하늘 열리지 않은  혼돈의 세계여
풀씨 한알이라도 개미 한마리라도 
여기에 집 짓는 날은 어느 때일고
 
땅에 떨어진 별들 날개 잃어 
다시 하늘로 오르지 못한 피라미드여 
아직도 열어보지 못한 판도라 상자여
문이 열린다 동그란  가슴 문이 네모난 가슴문이 
열렸어도 아직은 가아만 가슴 안…
    2013.8.3.
 
밤비
 
여름이 푸른 바다 몰고 와 
세계의 지붕 곤륜마저 삼켜버린다
단층집들은 쪽배 
아빠트는 큰배 
고층빌딩들은 기선
기차는 뱀장어 
풍차는 돌아가며 바람 썰어서
산에 들에 뿌리고
국화 바퀴는 돌아가며 시간을 감는다
찌직찌직 시간바줄 죄여드는 소리 
바람 뼈를 자래우며 바람몸에 살을 올린다
2013.8.7
 
 
안경
 
자전거가 달린다고 한다 싱싱
자동차가 달린다고 한다 덜덜
수레가 달린다고 한다 붕붕
해가 달린다고 한다 빙글빙글
달이 달린다고 한다 쭈웅쭝
구름이 달린다고 한다 푸덕푸덕
 
바람이 달린다고 한다 바퀴도 없이
물이 달린다고 한다 발도 없이
산이 달린다고 한다 다리도 없이
시계가 달린다고 한다 눈도 없이
진달래가 달린다고 한다 팔도 없이
아빠트가 달린다고 한다 후여후여
2013.8,7
 
접시꽃
 
마디마다 태양 안은 태양의 엄마
태양에게 푸른 젖 먹이고 있다
무의식은 상징을 쌓아놓은 휑덩그렁한 장소
시인은 그속에서 자유로이 상징 꺼내여
자기가 있지 않는 곳에다 자신을 조각한다
암흑은 암흑 불태워 이슬 단조하고 
바람은 이슬 비벼서 아침해 띄운다
      2013.8.8. 
 
 이 세상 축도
 
 하얀 배꽃 발간 개나리 피우고 지우며
산수화를 그려보는 강들 흐름아
 
산도 바다도 다 먹어도  배가 홀쭉해서 
느을 아가리 벌리고 있는 하늘아 
 
자기 누을 나라 가느라고
바람 울리는 바지가랭이야
2013.9.13
 
 
바둥거리는 바람
 
나무가지 안고 바둥거리는 바람
태초의 소리 앓고 있다
태양에 뚫린 구멍으로
투훠뤄어(吐火罗语)들 쏟아져내린다
논밭이 누런 물이랑 설레인다
국화 오르간  코스모스 바이올린 
한가위 경음악 무대 펼친다.
 2013. 9. 21.
 
밭고랑 련가
 
밭고랑은 그물 
아버지는 그 그물속에서 
술타령을 부르다가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밭고랑을 레루장으로 펼치고
기차를 몰고 밤잿골 떠나 연길로  왔다
딸들은 밭고랑으로 활주로 만들고
비행기되여 코펜하겐으로 날아갔다
 
바람 옹기쟁이 누런 사막 짓이기여
꽃밭 만들고 붕어떼 만들고 매돌을 돌린다
 
 2013.9.22. 
 
 
바다 등때기
바다가 푸른 등때기 내민다 바람이 와서 묵은 때를 하얗게 밀어준다. 밀물은 때를 모아 하얀 비단을 짜서 바다가에 널어놓다 파도는 눈치개로 눈덩이들을 쉴사이 없이 뭍으로 밀어낸다
나무들이 푸른 머리 휘날리다
물새들 포탄되여 청어떼들 속으로 우루루 쏟아지다
미이라 입 벌리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 주절거리다
가로수들 푸른 우산 들고  뒤로 달려가는데
하얀 락하산  하늘 꽃으로 피여나다
1923.10.1.
 
 
 새벽이 그린 벽화
 
끓인다 끓인다 부글부글 부글부글 하얗게 하얗게 
다리를 바다물에 잠근 벼랑이 가슴으로
날린다 날린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갈기의 기발을
서비홍 여덟 준마가 몸에서 튕겨나가 
뛴다 뛴다 뛴다 발통으로 보얀 구름을 휘말아올린다
박는다 박는다 뚱땅뚱땅뚱땅 보리수나무를
열반의 눈 띄우려는 파란 잎들 한잎두잎 떨어진다
 
 
 2013.10.9.
 
치마 언어
 
치마는 한송이 련꽃
그녀는  련꽃에 앉은 비구니
두 손을 맞잡고 념불을 외운다 
치마폭이 돈다 
TV화면이 터지며 살수가 뿜어나와 
정수리를 두덥게  매질한다
치마폭이 펄럭인다
태양 호수에서 첨벙거리는 세살 아기들
파아란 풀밭의 달리아 꽃으로 피여난다
2013.10.19. 
 
 
달걀 그라프
 
달걀에서 나오는 것은
병아리만 아니라네
도마뱀이 나오네
딱다구리가 나오네
코끼리가 나오네
 
걸상다리 낳는 것은 
쥐새끼만 아니라네
돌멩이도 낳네
동백꽃도 낳네
고등어도 낳네
 
빨래줄에서 날아오르는 것은
참새만이 아니라네
일리아드도 날아오르네
제우스도 날아오르네
복희씨도 날아오르네
 
동그라미 삼각형 네모꼴…
조선어 영어 프랑스어…
2013.10.20.
 
 
이름 없는 시
 
0 …… 
1. 낮이면 검은 양들이 해를 업고 가고 밤이면 달이 별을 업고 가네
2. 수풀 피리 소리에 구름은 돌거울앞에 와 얼굴을 비추어보네
3. 패랭이 꽃 속으로 들어가면 보슬비가 내리고 쌍무지개 뜨네 무지개를 타고 가노라면 진탕길이 구두를 물어뜯네 
 
자화상
 
이름도 모를 요귀
마음속에 들어와 히히거린다. 
갑골문자들 기다란 목을 빼들어   
심야를 두드리는 종소리
동굴이 눈부신 망울 터치는 소리. 
먹물이 기억 파묻고 새빛 튕기는 소리. 
 
눈부시게 서있는 탑이 누런 비늘 한잎두잎 떨군다 
지워지는 텍스트 무상의 쇠사슬 잇는다
2013.10.29.
 
 
홍학 그리고…
 
홍학들 별이 되여 은하를 이룬다
물소가 기다란 혀 빼들고
은하의  얼굴이며 다리를 핥아준다
 
봉우리 이은 휘우듬한 무지개 위로
자동차들이 고리를 물고 달려간다
갑자기  이마 위로  으르렁 굴러가는 기차바퀴들
 
꽃이 핸드폰 소리에 앉아 날아온다
거미는 파란줄로  꽁꽁 묶어 고치속에 가두고
슬쩍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2013.11.2
 
 한 발자국 차이
 
잘라잘라잘라 꼬리꼬리꼬리 올챙이는 꼬리 잘라버리야 개구리가 된다 꼬리를 잘라버리지 않으면 그냥 올챙이지.
떠나떠나떠나 둥지둥지둥지 어미가 날라다주는 먹이만 먹는 새는 둥지 떠나야 새끼라는 이름 벗어 버리고 새라는 이름 가지지
사냥사냥사냥  먹거리 사냥 호랑이래도 절로 사냥한  먹이 먹 어야 새끼라는 이름 버리고 호랑이라는 이름 가지지.
  2013.11.6. 
 
소리를 마시다
 
소리를 물이다 마시면
몸에서 산악이 일어서고 
소리를 열매다 먹으면
벌에서 바람이 자라나고
소리를 기발이다 나붓기면
기대 끝의 달  속살이 오른다  
2013.11.11. 
 
렬차길 점경
 
나무들 하늘에 그물 뿌린다 바람도 구름도 슬슬 빠지는데 빠지지 못해서 버둑거리는 하늘 조각들 작은 동그라미 무리 밭을 휩쓸며 달려간다  쿡쿡 찍히는 발자국 날개 5월의 연빛 하늘에서 빙글거린다.
 
파란 룡 등 위로 오선보 바퀴들이 달리며 음부를 늘인다 
구름의 음부 
안개의 음부
바람의 음부 
푸른 룡 
오선보 따라 구불구불 천리 
화산이 빨간 장미꽃 피워 사랑편지 날린다 
잉잉 우는 폭우 바람을 찰싹찰싹 밟고 간다
2014.5.4-7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아산
 
한손에 룡정을 한손에 연길을 쥐고 빙글빙글 돌아간다.날리는 치마자락 가만 자락에서는 꿈들이 벙글거리고 파란 자락에서는 나비떼들이 날아오르고 노란 자락에서는 황금덩이들이 쏟아져 내린다 귀신들이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모아산. 범귀신, 곰귀신, 돼지귀신, 자라귀신, 가죽주머니, ...
 
풍풍
뚝뚝 
하하
 
주먹들 푹푹 하늘에 구멍 뚫는다
구멍마다 귀신 불 한들거린다
황홀한 귀신들 얼이 나무에 흘러들어 열매를 익힌다.
 
뻐꾸기 울음이 산자락을 통통 두드린다,  
아침에는 태양을 게양하고 저녁에는 달을 게양한다 
컴이 하나님 죽이고 네모 입으로 사람 마시러온다
2014.5.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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