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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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집 <사물들이 띄운 무지개>

제2장 구라파의 채색꽃다발…
2019년 02월 04일 21시 03분  조회:568  추천:0  작성자: 최룡관
제2장 구라파의 채색꽃다발…
 
홀드 일기
2014년 6월 4일에 14시50분에 북경에서 코펜 하겐으로 날아갔다. 11시간을 내내 태양과 함께갔다.
홀드는 유난히 신비한 곳이였다. 8일부터 거이 날마다  시로 일기를 썼다. 
 
1. 2014.6.8. 
 
뻐꾸기 울음소리 어둠을 두르르 말아 새벽을 연다
 
나무들이 보총알 줄총알 대포알들 장탄하고 마을을 겹겹이 포위하였다. 땅에 납작 업드리여 숨 죽이고 있는 가옥들.
 
<<슬픈 열대>>*가 감로수를 뿌리고  
<<락하산>>*이 하늘에서 내려오다가 
측백나무에 우산 댓개를 걸어놓는다 
 
머리위 아득한 바다에서 하얀 산맥들이 서서이 서서이 바다에 침몰되고 있다.
 
*구조주의선구자 레비 스트로스 대표작.
*토마스 트란스 트뢰메르는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자로서 그에게는 해돋이를<<락하산>>이라고 변형시킨 서시가 있다.
 
 
2. 2014.6.10
 
정원의 잔디밭에 자잘하게 피여난 꽃방울들 꽃이라기 보다 베르 단추지 바람이 단추를 누르면 금시 울리는 자르릉 소리 
.
꽃은 아장아장 가오 나무는 징겅징겅  가오 길은 덜성덜성 가오 사람은 오물쪼물 가오 가는 길이 다르고 가는 모습이 달라도 종점은 하나라오 그 종점에 가서 사람은 흙이 되여 꽃을 피우고 나무는 자라서 길을 펼치고 …  
 
고속도로에서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 
노도 돛도 없는 매생이들 꼬리 물고 줄기차오
까욱까욱  하늘 천정 두드리는 까마귀  
하늘 정수리에서 떠다니는 까만 둥지라오         
  
 
3. 2014.6.11
 
홀드 나무들 하늘 먹으러 아스라이 달려간다
푸른 톱날들 하늘 켜는 소리  
이빨들 쩍쩍 하늘을 너는 소리 
고속도로 차들 볼롱볼롱 찌살미 끓이는 소리  
 
손님; 하이 안데르센작가님이여
안데르센; 하이 동방의 친구여
손님;성냥 파는 처녀애가 지금도 성냥을…
안데르센; 큐네 애완견 절로 목을 매…
손님;임금의 새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금도 …
안데르센; 달이 참 밝기도 하이
 
바다가에서 볕쪼임하는 미인어
빛 살 오리오리 눈시리게 감는다
 
4. 2014.6.11
 
하얀 별 보라별 가아득 단 장미꽃
노란 부리로 피리 부는 까아만 새
구불거리는 뱀무리로 커가는 나무
 
나무들은  하늘 썰어서 가지마다 걸어놓고 그네를 
뛰고 있다. 불고기 가마에서  삼계*가 노랗게 굽
히고 있다.
 
딸기 밭엔 해가 낳은 빨간 알이 총총총
달이 낳은 파란 알이 총총총
 
삼계:자크 라캉의 실재계, 상징계, 영상계를 말함
 
 
5. 2014.6.12.
 
신이 황금마차 타고  온다. 금보다 귀한 붉은 막대기 하나  준다. 막대기를 강장골 짹짹이에게  넘겨준다. 아아 흐느끼며 막대기를 받은 짹이는 렬반하여 새로운 꽃으로 다시 태여나 뜨개소 등에 살짝 내린다 
물쏙새들이 늪에서 자맥질한다  미풍이 잔물결  일으켜  쏙새 발들 손수건 날린다. 이끼 푸른 아름찬 나무들의 머리카락  하늘을 높이 높이 밀어올린다.
저녁 9시 해와 달이 마주 서서 구름손으로 악수하고
있다.
                   
6. 2014.6.13
 
텔레비화면에서 뚱보곰이 연을 띄우고 있어요
언어들은 혼인등기 안해도 되는가봐 제멋대로 
짝짓기하여 새끼들을 싸갈겨요. 언어의 대렬이
거리가 미여지게 행진하며 성자유를 웨쳐요 
바람이 꼬리 휘둘러 언어의 자유를 막으려 하자 
바람 꼬리에 가맣게 매달리는 언어들 
깜박새 바람의 형체 말끔히 뜯어먹네요  
              
밤이면 바위들 귀신으로 변하여 송곳이 드러내고 으르릉 별들은 이빨에 앉아서 외눈 말똥거려요. 
 
산이 초경 치르나봐요 붉은 빛 번져요 
                 
 
7. 2014.6.14.
 
거센 바람에 이파리들 뺨치기 한다 
 
깊고 깊은 땅속에는 우리들에게 례물 보내는 인터넷 택배소가 있다 봄이면 향기로운 꽃들을 가을이면 잘 익은 열매들을 눈이 억만번 내렸다 녹았어도 한번도 어긴 적 없이 택배를 보낸다
 
오늘 아침에도 뜨락의 봉선화는 혀끝도 내밀지 않았다.
 
 8. 2014.6.15.
 
뛴다 난다 빠진다  축구뽈이 22명의 축구선수들을 요리조리 끌고다니며 희롱한다.사방에 꽃물결 설레는 브라질 세계컵 경기장 
홀드 장마당에서 가지각색 중고품들 장군들의 발을 끌고 다니며 욕망의 가지를 뻗는다
S호의 침몰은 커다란 집게로 H국을 짚어놓아 산과 들에서 천년묵은 고름이 터지고 쌓였던 설음 발들이 노호의 물결  H국 옷을 졸닥 벗겨놓는다.
 
비행기는 하얀 눈끔줄로 하늘 재고 있다.
 
9. 2914.6.16.
 
홀드의 정원 꽃시절 나무들 겨끔내기로 봉오리 터지운다.이쁨 뽑내는 빨간 입술도 있고, 수집음 머금은 홍조도 있고, 새하얀 눈송이도 있고 노란 병아리도… 어떤 나무는 노을자락 베여다 너울 만들어 몸을 가리고 어떤 나무는 구름 베여다 면사포 지어 얼굴 가리고  어떤 나무에는 눈이 무너지게 내려앉고 어떤 나무에는 잔별들이 가아득 달리다 더러는 안개의 집이 되고 더러는 땅의 구름이 되고 더러는 태양이 되고 더러는 둥근달이 되다 
 
오늘 밤도 구름 수영장에서 쪼각달이 목욕하며 년륜을 새긴다  
 
10, 2014.6.17(1)
 
하양 빨강 파랑 뽀트들이 봉우리 위로 달리고 구름위로 달리고 태양위로 달리고 하늘위로 달린다. 찰삭이는 노질에 산이 부서 지고 구름이 부서지고 태양이 부서지고 하늘이 부서진다
 
지붕위 안테나에 앉은 뻐꾸기는 기발이 되여 나붓기고 하늘 나는 제비는 활촉이 되여 날린다 몸을 흔들어 하늘 휘젓는 나무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연주하고  비행기가 하늘에 늘인 하얀 바줄을  바람이 윙윙 돌린다 해와 달이 풍풍 줄넘기한다 
 
고요한 밤 하늘 초불들 생일빠낙 막을 연다
 
11. 2014.6.18 .(1)
 
안해와 함께 빨래로 기발을 만든다 분홍 기 파아란 기 하아얀 기 그리고 알락 기 미풍이 와서 부채질 하자 기발들 나비된다   분홍기발은 하얀 나비되고 파아란 기발은 빠알간 나비되고 하 아얀 기발은 갈색의 나비 된다 해빛이 쨍쨍 나비들 모여들어 붐비더니 칠색의 무지개 쭈욱 뻗어나간다. 무지개우에 비둘기 두마리 앉아 마주 보며 구구구 
오연히 서있는 파리 개선문 네다리사이로 들락거리는 콩새들이 삐야삐야 울며  이미지 기계를 작동시킨다  
 
 
13. 2014.6.19.(1)
 
가로등들 뚝뚝 이미지  떨군다
웃자란 애고사리
꺼꾸로 선 여덟살 아이의 발
분노를 토하는 종주먹
귀지를 털어내는 귀우비개
 밥 뜨는 숟가락 국물 푸는 국자
볕을 막는 태양모 비 막는 우산
목 빼든 버섯 잎끝의 파꽃,  ,
하늘에 엎어놓은 종지들 사발들 소래들
무위의 눈길에 번뜩이는 녀석들
 
14. 2014.6.19.(2)
 
하늘 무대에서 공연이 한창이다. 
배우는 구름 
감독은 바람 
조명은 태양 
배경은 노을  
아가리 큰 하이에나가 호랑이 대가리 물었다 앞다리 들린 호랑이 뒤다리로 뻗치고 있다. 기러기가 해를 업고 날아간다 쪽 배들 정박한 항구는 삼대밭이다  
 
여우가* 가위로 기성복을 오리치고 그속에 파묻친 새살을
핀센트로 끄집어낸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넘이 세넘이 있다. 첫째는 바람 둘째는 예수 세째는 석가모니 체, 령혼도 보이지 않는 넘이지…
*구조주의자 미셀푸고를 독일어로 여우라 부른단다
 
15. 2014.6.20(1)
 
하늘에 뜬 비행기는 누구의 붓끝인가 연한 람색종이에 하얀 글 기다랗게 쓴다 쎄르반테스 글도 쓰고 쉐익스피어 글도 쓰고 밀턴 글도 쓰고 단테 글도 쓰고 보들레르 글도 쓰고 엘리어트 글도 쓴다 코대 빨간 바람 글꼬리  따라가며 한자한자 지운다
 
구름은 살갱이로 거리의 지프라기들을 걷어내고  비는 비자루로 지붕 먼지 말끔하게 쓸어낸다  상상이 이미지를 찾느라고 눈빛 멍한 아침 여섯시
.
쯔쯔 우는 참새의 그 혀 그 작은 혀를 놀려 무엇이나 다 만든 다니까  기선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고 엽서도 만들고  참새가 해바라기 씨만한 혀로 피리를 불면 풀잎도 귀를 도사린다니까
 
꽃은 자궁인가 벌은 몸이 연장되여 자궁 속으로 들어가고 벌새는 주둥이가 연장되여 자궁속으로 들어가 는데…
 
 17.2014.6.21. 
 
브라질에서 뽈 여덟개 땅에 심었다. 하얀 뿌리들 자라며 얼기설기 얽히여 문대 그물 되고 파아란 싹들 자라 잔디밭이 되였다. 범지는 잔디밭에서 FAFI 나무 한그루 무성하게 자란다.
 
아침에는 연변 먹고 점심에는 이태리 먹고 저녁에는 토이기 먹고 중국을 쓰고 덴마크를 입고 한국을 신고 발끝으로 로마를 읽다.
  
컴퓨터는 국경이란 국경 다 지우고 고금중외의 시간 지우고  나와 마주 앉아 고시랑거린다. 태양은 무서운 짐승 어둠의 솜털마저 깡그리 씹어먹는단다 
 
18, 2014.6.22.
 
마음에서 늑대 한무리 살고있다
보들레르가 아침 먹여주고 
프리드리히가 점심 먹여주고
엘뤼아르가 저녁 먹여주고
류협이랑 왕궈위랑 밤참 먹여주는
늑대들 이빨은 강철도 아등아등 씹어먹을 수 있는 송곳이요 늑대들 다리는 천리도 한자로 줄이고 억만년도 만분의 일초로 둔갑시키는 놈들이라오 
 
마음에선 여러마리 새가 살고 있다오.
맹호연이 아침모이 먹여주고
굴원이 점심모이 먹여주고
리백이 저녁모이 먹여주고
바르트랑 바슐라르랑 들뢰즈랑 밤참 먹여주오
 
새들은 거문고 뜯어 낮빛 깨우고 나팔 불어 천산만학 깨우고  교향악으로 하늘 귀청 털어내오
 
      
 19.2014.6.23.
 
해수욕장 사람들 송어 가오리 상어들 되여 꼬리 한들거린다. 태 양은 바다 바닥에  금실 그물 친다
 
 구름은 수평선에 얼음산맥 늘인다
 
주위에 안녕들이 가아득 모여들어 퐁퐁 뛴다 어떤 안녕은 물새가 되여  어깨에 날아와 꼬리 찰삭이고 어떤 안녕은 무성한 나무로 자라 그늘 만들어주고 어떤 안녕은 나무밑에 걸상을 가져다 놓고 앉으라 권하고 어떤 안녕은 부채를 저어 오뉴월 땡볕  비늘 벗긴다
 
칠색바람이 소리솔솔 향기를 반짝인다
 
 
 
 
 산과 주검들
 
주검들이 모이고 쌓여 땅땅한 응어리로 된 산
저 망망한 안개의 물결속으로 떠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 아침이지만
어느 날인가 또다시 
봉우리마다 배가 되여 망망한 물결 가르며
저 머언 곳으로 사라지리.
 
 가을이 가을 등허리를 채찍질하여
가을 발은 계절의 강 위를 차르르 달리기만 한다.
 
납작한 하늘에 지구가 누런 열매로 열려있다
2014.11.11.
 
 호수의 아침포에지
 
몸은 입이고 입은 몸이 된 야수  
입술주위는 수염이 더부룩하다. 푸른 색 하얀 색 갈색의 빛 뿌리는 잡색의 수염. 길고 짜르고 약하고 실한 수염들이 울바자 둘렀다.
 
입은 하늘의 구름을 닝큼  배속에 삼킨다.  구름은 얼음산이 되여 배속에 둥지를 튼다 온통 유리살이다 한눈으로 밑창이 다 들여다보 인다 둥지위로 갈까귀 한마리 떠있다
이글거리는 불덩어리  유리살을 뚫으며 지나가건만 얼음은 녹지 않는다 불덩어리가 녹는가 싶더니 살이 통통한 불덩어리가 얼음 산을 빠져나온다. 
물고기 무리가 우르르 몰려와 불덩어리를 뜯어먹는다. 난데 없던 바람의 렬차가 지나가며 얼음산과 물고기들 다 걷어싣고 사라진다. 불덩어리만  댕금하니 호수 배속에서 배밀이를 한다.
호수의 연기는 한막을 내리웠다. 우주는 또 어떤 놀이를 할가.
                           2014.12.4. 
 
 
무제.1
 
여우가 컹컹 짓는 소리 묵은 땅을 갈아번지며
몸에다 불 달았다. 미셀 푸코여*
 
변형이 홍수 터지여 들을 먹는다 산을 먹는다 구름을 먹는다. 새로운 태양을 구중천에 걸어놓는다 .조르주 뒤메질이여
 
<<슬픈 열대>>가 비바람속에서 몸부림치는 아우성.  온몸이 번쩍이더니 등불하나가 나타난다 등불은 두리에  해무리 두르고  새로운 길을 닦고 있다 레비 스트로스여
 
삼계가 언어를  뒤집어 대렬을 다시 세우고 사우나를 시킨다 때 벗이 한 발가숭이 언어들이 지껄인다 내가 얼마나 신성한가 봐 자크 라캉이여
 강물엔 다리도 배도 없다. 새 빛이 번쩍이는 영도의 강물   몸이 그대로 배가 되여 파도를 넘어 피안으로 향한다 롤랑 바르트가 프랑카트를 들었다ㅡ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터무니 없는 대상을 재구성한다ㅡ 횡성수설하는 <<글쓰기0도>>여
 
2014.12.8
 
 지옥의 연극
- 들뢰즈 가타리 <<천개의 고원>>에 
             
 
광막한 고원에서 개구리 두마리 풀쩍 튀여나온다. 한마리는 청개구리이고 한마리는 고추개구리이다. 녀석들 풀떡 뛰여서 한마리는 꿀꺽 해 먹어버리고 한마리는  꿀꺽 달 먹어버린다 둘이 마주보며 배를 풀럭거린다 청개구리는 새알만한 금덩이를 낳고 고추개구리는 새알만한 수박을 낳는다 금덩이에서 나무가 지들 쭉쭉 뻗는다 물고기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여 꼬리 한들거린다 수박은 쑥쑥 자라서 집채만큼 커진다 수박이 뻥 두 쪽으로 갈라지자 노란 하늘에서 새까만 별들이 익으면서 새로 운  고원이 머리를 내민다 천개의 나들이 문 문으로 드나든다  호랑이 지렁이 뻐꾸기 또 또오 또오  바이러스… 
                  2014.12.9.
 
 나의 모음들
           ㅡ랭보의 <<모음>>에 화답하여
 
아는 흰 구름이 흐르는 푸른 하늘. 높은 하늘엔  하얀 성에장들이 흐르는 나라. 
어는 수풀이 무성한 산맥들. 산은 꽃룡이 되여 구불거리고 꽃은 은덩이 되여 반짝인다
오는 소나기뒤 무지개. 하늘 신과 땅 신이 두손 잡은 팔  땅에서 아름다움이 솟구치고 하늘에서 경이로움이 쏟아지고
우는 가없이 푸르른 바다. 바람이 바다를 들었다 놓으면 파도는 해변으로 꽃무리 새무리 밀어내고 밀어내며  우우우
이는 산기슭 둥그런 묘지. 죽은 것들 춤추는 극장  끝점과 시작으로 되는 묘지 위에서 오늘도 새는 부리로 노래를 까고 바람은 치마자락을 스치고 스치고 
 
신단수의 그림자속에 앉아계시는 하얀 수건 두른  머리
떡메를 휘두르는 다리사이에 뫼가 보이는 발걸음…
2014.12.26.
 
 
일기쪼각
 
하얀 굼벵이가 흙속을 비집고 나와 머리 갸웃거리며 파란 옷을 지어입는다 범꼬리가
                        2015.6.8.
 
가위로 하늘 한자락  베여다 책상우에 썰어놓았다. 조각들 꼼지락거리다가 굼벵이가 되여 꾸물거리다. 호ㅡ 불었다. 굼벵 이들 삽시에 벌새가 되여 날개 파릉거리다가  창문 틈으로 포르릉 빠지다.  귀구멍 막은 검은 장막 들고 노랑머리가 불어넣는다. 돌연히 습격하라  이미지여
   
.2015.6.14.
 
 
해와 달의 잉아에 씨줄 걸고
상상은 날줄이 되여 찰칵거린다
눈시린 색동천이 흘러나온다
오리와 갈대가 거울속에서 입이 째지게 웃는다
2015.7.13.
 
 무제.2
 
주먹속에서 소리가 바글거린다
주먹을 열면 새들이 화르르 날아난다
검은 하늘은 련속 성냥을 그어댄다
태양이 날린 붉은 화살이
산야에 꽂혀 무성한 수풀노래 짓는다. 
 
.             2015.8.19.
 
불의 은총
ㅡ동만항일근거지에 드림
 
불!불!!불!!!
강판도 불을 뿜는다
벼랑도 불을 뿜는다
하늘도 불을 뿜는다
재무지로 되여가는 언어들속에서
 유령들이 
뚝딱뚝딱 뚜다닥 벼림질 한다
창도 벼리고 군도도 벼린다
창과 군도가 윙윙 울부짖으며
서광의 문을 노크한다
 
     별! 별!! 별!!! 
유령들의 별 
뿜은 입김은 게다짝으로 쌓은 아성을 휘말아간 폭풍, 발굴음은  지구를 돌리는 초침소리,  쏜 꿈은  에덴의 길을 밝히는 야광주, 미쳐서 발광하는 늑대들에게 굴레를 씌운 강대한 사냥군들이여
 
저 하늘에서  바람이 구름차를 끌고 간다 
꿈틀거리는 룡의 허리에 찍히는 자국
자국에 피여난 하얀 국화들  
스물두개 꽃잎들 살이 되여 시간의 바퀴를 굴린다
 
 못!모!!못!!!
불망치로 단금하고
별물에 담근질한 못
유령별들이 내 삭신에 박은
집게로 짚고 기중기로 잡아당겨도 
드놀지 않는 못 
핑글 눈 앞이 흐려지네!
2015.8.25.ㅡ9.22
 
 
예예예 
 
작은 버들골은 덩때마을이지 예.
집집마다 켜는 등불에  10층 빌딩되지 예 
빌딩이 쏘는 요란한 닭울음소리가  
서광의 길을 닦아주지  예
뒤산은 꼬리를 활짝 편 공작새지 예
별놀이 꽃놀이 눈이 시리지  예 
논과 밭사이에 둥그런 거울이 하나 있지 예  
물고기들  뜨는 은빛 그물에
흰 구름이 걸리여 파닥거리지 예
앞산은 연지곤지 바른 새각시 얼굴이지예
젓대소리 북소리들 잣들을 두룽거리게 하지 예.
 
              2015.6.23-9.23
 
 벨소리 환각
 
윤기 자르르한 까만 전화기 소리 
언어들 줄지어 활개 친다. 
덴마크를 지고온 보짐을 풀었다. 
온 집안에 와르르 바다가 쏟아진다. 
하얀 연들이 끼르르 파도위를 날아오르고
바람이 푸른 숲 가로 지르며 피리 분다
소리 쌓인 언덕에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2015,8.28.
 
 뜀질 스크랩
 
소나무숲이 채로 해살을 친다
채구멍을 뛰여내린 노란 볕들 
나비가 되여 날개를 폈다접었다 
콩크리트바닥에서 볼롱볼롱 샘물이 끓는다
뽈롱 함박꽃이 뛰여나온다
뽈롱 원숭이가 뛰여나온다
우우 빌딩들이 꺼꾸로 뛰여든다
우우 구름이 뛰여든다 태양이 뛰여든다
코끼리가 코로 지구를 뜬다
씨름 장사 머리 위에 쏟아지는 꽃소나기 
2015.9.27. 추석날에
 
 
 태양의 파종기가
 
 
태양의 파종기가 소리 없이 달린다
해살이 솔솔 뿌리는 씨앗들
흙의 겨드랑이에서 바위들의 겨드랑이에서 
씨앗은 돌쫑개 
씨앗은 실배미
씨앗은 올챙이 
씨앗은 거부기  
 
연못 동굴에서 강물 동굴에서 
씨앗은 메뚜기 
씨앗은 파랑새
씨앗은 호랑이 
씨앗은 살모사
풀잎 꼬리에서  뛰쳐나온 바람 막대기로 구름 휘젓는다  눈의 두리에 열리는 별찌들
2015.12.25.
 
  유령.2
 
하늘이 연빛 보자기로 슬그머니 산들을  품는다
푸른 룡들이  슬그머니 비누거품속으로 기여든다.
강물이 산을 먹으려고 구름 먹으려고 하얀 이 슬그머니 드러낸다   발목 잠군 나무들  물속에서 몸을 씻으며 슬그머니 은방울 튕긴다 
빠알간 시샘이 난  세탁기가 슬그머니 드르릉 설사를 한다. 
                  2015.12.25.
 
바람의 요술
 
은하수를 자아서 산을 만든다 
산을 자아서 강을 만든다
강을 자아서 비행기를 만든다 
비행기를 자아서 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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