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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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집 <사물들이 띄운 무지개>

제4장 시로 읽는 주역(2)
2019년 02월 10일 20시 20분  조회:820  추천:0  작성자: 최룡관
제4장 시로 읽는 주역(2)
 
34. 땅 위에 불길 솟구친다
 
물이 야금야금 나아간다 1자를 쓰다가 3자를 쓰고 2자를 쓰다가 7자를 쓰고… 골뱅이도 되고 호랑이 울음 울다가 베짱이도 되고 손풍금도 치고…  
 
태양이 불긋이 떠오른다. 구름이 앞을 막으면 구름을 살라먹기도 하고 발로 밟으며 솟구치기도 하고  뒤로 차버리기도 하고 바람 수레에 실어보내기도 …
 
 바람이 몸으로 기여기여 무연한 벌을 낳고 바람이 손과 발로 하늘을 톺아톺아 아스라한 봉우리를 낳고 바람이 천만개 눈으로 울어울어 무명 날리는 비를 낳고 바람이 둥그런 얼굴로 웃어웃 어 티끌 없는 하늘을 낳는다
 2016.2.4.
 
35. 땅 속 해랑 대화 
 
해야해야  왜 땅속에 있니
땅속이야 니 집이 아니잖아
그래 맞아 한쉼 쉬여야겠어
달아달아  왜 땅속에서 꿈지럭거리기만 하니 
땅속이야 니 활무대 아니잖아
그래 맞아 다리를 쭈욱 펴고 힘을 키운단다
별아별아  왜 땅속에서 나오지 않니
땅속이야 지옥이 잖아
그래 맞아 하지만 
지옥과 천당사인 백지장 두께라
돌아누우면 지옥이 천당이 되고 천당이 지옥이 되잖아 
새벽아 새벽아 새들도 날개 접은지 오래다 
온통 암흑이다 해를 띄워라
그래 알았어 때가 되면 띄울거야
            2016.2.4.
 
36. 불 위에 바람
 
불은 남자
바람은 녀자
불이 일자 바람이 분다
불과 바람이 한몸이 되여 땅을 뒤지고 하늘을 파내리며 
돌개바람이 되고 번개가 되며 우뢰로 되다가…  눈이 온다 송이마다 봄이 앉아 싹이 튼다 싹마다 꽃을 설고…
삼태자 삼공주라  오롯한 가정 
식솔들 저마끔 하나의 그물눈
눈들이 얽히고 설키여 그물이 되다
눈이 없으면 그물 없고 눈이 뜯기면 큰 구멍 나거니 
고길 잡으러 갈 때면 눈으로 눈부터 살핀다
 
2016.2.4.
 
 
37. 불길은 솟구치고 못물은 흐르다
 
불은 하늘에서 내리고 물은 하늘로 흘렀지
불은 수레 날 태워서 서산으로 가고
물도 수레 널 태워서 동산으로 갔지
어느 해 뜨는 날 해후할지
어느 달 뜨는 날 해후할지
넌 흙투성이 돼지 난 귀신 수레
우린 서로 흰 눈자위를 번뜩거렸지  
비가 왔지 너도 나도 물병아리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씌웠던 허물 깨끗이 벗어버렸지
너는 다시 기름이 되고 나는 다시 불이 되여 
우린 하나가 되여 활활 타올랐지
2016.2.5. 
 
38. 산 위의 물 
 
위위 고삐를 당겨 수레 세웠지
산이 첩첩  물이 첩첩 앞길을 막았지
산에는 굶주린 악어들 무리 
물에는 욱실거리는 늑대들 무리
 
수레를 돌리다말았지
하늘 도끼로 산을 갈라 길 틔우고 
태양 불러 강에다 칠색다리 놓았지   
벗들 우루루 구름 타고 왔지 
 
산위의 물에서 번개 칼을 갈다
산위의 물에서 별들 샤와를 하다
산위의 물에서 수리개 사진을 찍어보다
          2016.2.5.
 
39. 물 위에 번개 
 
봄볕이 오라를 오리오리  풀어버리다
물이 칠성판 열어젖히고 푸른 등허리 번들거리다
호박씨가 쪽문 열어젖히고 푸른 지느러미 흔들다
 
언어들 오라를 오리오리  풀어버리다
천개를 열어젖히고 
룡이  하늘로 날아오르다
얼음 깨고 
봉황이  하늘에 나래 펼치다
 
꽃봉오리 오라를 오리오리 풀어버리다
하얀 너울이 배나무 감싸고  시집 가라하다
연분홍 나비들 해살가지에서 날개 파닥이다
 
해탈은 해와 달이 짜는 비단
비단은 공작새 
비단은 잔디풀 
비단은 사슴떼
             2016.2.6.
 
40. 산 밑에 깊은 못 
 
산밑에 못이 있어
산은 날마다 배부르게 젖 빨며
아침마다 하얀 수건으로  몸 닦는다 
산밑에  맑은 현미경이 있어
하늘 보슴털까지 샅샅이 살핀다
해의 주름살까지 샅샅이 살핀다 
산은 제물 두그릇 차리고 손을 비빈다
태극이여 음양기를 북돋아주시와
하늘도 사람도 땅도 바르게 걷게 하소서
바람은 수놓이 녀왕 
철따라 다른 색실로 산에다 수를 놓아
못에게 선물을 드린다  
 
41. 바람 불고 우뢰 운다.
 
우뢰 마련한  하늘 선물   
바람이 실어다 대지에 골고루 나누어준다
남쪽에는 만두 가져가고 
서쪽에는 국수 가져가고
북쪽에는 시루떡 가져가고 
동쪽에는 찰떡 가져간다
하늘의 선물 받아 만물들 보동보동 살이 져
산도 들도 물도  
하늘에다 손을 비비여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다  
 
42. 다섯 하늘 하나를 판결하니
 
못물이 다섯 하늘 위로 올라가 비되여 내리다.
비방울들 글자되여 하늘의 판결 전해주다
동쪽에 내린 판결문에는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광명은 동쪽이 먼저다
남쪽에 내린 판결문에는  
운은 남쪽에 있으니 수레를 남쪽으로 몰고 가라
서쪽에 내린 판결문에는 
동양에 모든 뿌리 시초가 있거늘 잊지 말거라
북쪽에 내린 판결문에는  
북두성은 방향판이거니 일 있으면 찾아보라
 
산들은 판결문 읽으러 동으로 물결쳐가고
강들은 판결문 날리며 해돋이 맞으러 간다
            2016.2.7.
 
43. 하늘 아래 산들바람
 
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그 유연하고 해맑은 소리가
고목들 눈을 틔우고  
그 부드럽고 융숭한 소리
꽃봉오리들 뙤창 연다
강남 제비무리 날아와 깃털에 기름 바르고 
남서의 기러기들 날아와 귀바퀴에 복 담는다
산들바람 재봉사로 돌아서 산과 들 바꾸어놓고
산들바람 화가로 돌아서서 하늘과 대지 맞붙인다
천사는 눈길로 대상의 옷 벗기여
만남 마당에서 생물들 사품 꽃으로 핀다  
            2016.2.8.
 
44. 땅 위에 물이 괴다
 
물들이 땅위에서 모임 가지오
동성남북에서 모여와 무리 이루오 
모여서 집을 지었소 
모여서 장성 쌓았소
지구는 흙 모인 비인 궁전
태양은 불 모인 비인 동네
달은 빛 모인 비인 오두막
백발 성성한 두령 두손으로 기발 날리고 있소 
왼손 기발에는 태극(太极)이란 두글자  
오른손 기발에는 음양(阴阳)이란 두글자  
개미도 새도 나무도 풀도 도(道)를 먹으며 산다오 
2016.2.9.
 
45. 땅 속에서 나무가
 
땅속에서 바람이 입니다
바람 타고 나무싹이 틉니다
땅속 싹은  땅위로 얼굴 내밉니다
 
허리에 찬 시뻘건 장검으로  바람을 자르기도 눈의 웃음 으로 서리를 받기도… 싹은 화살이 되여 소소리 하늘 솟구치 기도…… 
 
땅속에서 바람이 입니다
물이 바람 타고 모여듭니다
엄청 큰 바위가 막아섭니다
물은 바위 발가락사이로 땅위로 솟아오릅니다
천굽이 만굽이 돌아 천만리 가고가며 물은 음악연주회를 합니다 웅굵은 소리로 산악을 주름잡다가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잔잔한 단비를 뿌리다가 청아한 톤으로 시원한 들판을 몰아오다가… 
               2016.2.9.
 
46. 못에 물이 없어 
 
연못 바닥은 거부기등
개울바닥은 아지랑이 놀이터란다
쌀 한알도 못먹는 잎들 
저저이 동그란  갈대기 되였어라
 
못에 물이 없어도 나무 위에 우물이 있단다
샘물 퐁퐁 솟아오르는 샘이
아침에는 태양이 업디여 마신답니다 
한낮에는 구름이  업디여 마신답니다 
밤에는 별들이  업디여 마신답니다   
티끌도 닦아주는 나무 위  맑은 거울
봉우린 사진사랍니다 벼랑은 미끄럼대랍니다  ……
 
         2016.2.9.
 
 
 
48. 못 가운데 불이                                   
 
신선이 연못에 불 달아 태양을 굽어내였다
태양은 황제 바람은 똘마니
숲을 보건하라 명하면 바람은 빗 들고 숲을 샅샅이 빗질해주고 강을 보건하라 명하면 바람은 강의 옷 하얗게 빨아주고 구름을 보건하라 명하면 바람은 구름 비틀어 물 짜내고 열매를 보건하라 명하면 바람은 열매들을 분치장해준다
  
신선이 연못에 불 달아 언어를 굽어내였다
언어는 황제 자모음은 똘마니
바위를 변케하라 명하면 똘마니들 달려들어 바위를 나비로 만들고 나무를 변케하라 명하면 똘마니들 달려들어 나무를 물 로 만들고 산을 변케하라 명하면 똘마니들 달려들어 산을 꾀꼬 리로 만들고 불을 변케하라 명하면 똘마니들 달려들어 불을 사자로 만들고…
 
연못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임금을 구워내는 장인이다
2016.2
50. 우뢰 위에 또 우뢰
 
하늘은 항구 우뢰가 정박하는 항구
우뢰의 출동이다  
하늘을 빨래질하는 물방치소리
 
암행어사 출동이다
다리를 화들바들 떠는 자 
쥐구멍 찾는 자 
삼태기 쓰는 자
출입구 막는 자
자갈을 무는 자
 
무지개 바줄에 하늘을 널어말리다
    흙탕물 털어버리고 파란 옷 입는 하늘
 
              2016.2.12. 
 
 
 52. 산 위에 바람이 
 
점진(渐进)이다 새로운 도랑으로 흐르는 물은
점진이다 산을 넘어오는 기러기떼는
점진이다 나무가지에 돋는 연두빛 싹은 
점진이다 출가하는 색시의 수줍은 코신은
점진은 새 구슬꿰기
점진은 창조의  부채
점진은 조이는 신끈 
 
깨여라 물독 깨여라 물독
산 위에 바람이 불게 산 아래 바람이 불게
 
53. 못 위에서 우뢰 운다 
 
못 위에서 우뢰가 우네요
소리들 사면팔방으로 시집 가네요
메아리 마을로 시집 오네요
물안개 자갈네 집으로 시집 가네요
비방울  오소리네 굴로  시집 오네요
바다가 강물네 울바자로  시집 가네요
시집 가는것도 씨앗집이고 
시집 오는것도 씨앗집이네요
씨앗집에는 해 달 바람 비 눈…
  2016.2.13.
 
 
55. 산에 불이 붙었다  
 
막이 오른다
산불이  이산저산 뛰여다닌다
불의  나그네가 려행한다 
시인 : 산처럼 듬직한 나그네여 어디로 갑니까
나그네 : 서울로 갑니다
시인: 불처럼 밝은 나그네여 무엇을 얻었습니까
나그네: 려인숙에 묵다가 동자를 얻었지요
시인: 불처럼 빠른 나그네여 운수도 좋았습니다
나그네: 려관에 불이나서 그만 동자를 잃었습니다
시인: 아아 불행이군요 그래서요
나그네:  가시밭을 헤칠 도끼를 얻었으나 불쾌함은 가셔지지… 
시인: 활을 쏘아 살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나그네: 살대신 장꿩 한마리 잡았습니다
시인: 명예를 얻었으니 축하합니다
나그네 : 그런데 새둥지가 불에 탔습니다
시인: 밭에서 소 잃은 격이였군요
나그네 : 다행히 소문이 나지 않아 괜찮았습니다
둘: 하하하 ㅡ 
막이 내린다
 
불 발이 산을 걸어가다
검은 자국을 남기며
불발이 바다를 걸어가다  
파도가 연한 금빛 망토를 등대기에 펴다 
2016.4.26.
 
 
56. 한쌍 산들 바람이 련이어분다  
 
2층 하늘 속으로 미인이 들어간다
2층 하늘 속으로 미인이 들어간다
 
하늘이 문 닫으면 들어가다 서고 하늘이 손 내밀면 손등에 입대고 하늘이 무릎 내밀면 해쭉 앉고 하늘이 침대 내밀면 달콤히 잠 잔다.
 
미인들 머리채 풀어헤친다 
산이 머리채 속으로 들어가 벙거지 쓴다
 
2층 하늘 검으락푸르락
소나기 날리는 명주필을 바람이 걷어간다 
맑은 하늘아래 
미인 둘이 무릎 꿀고 앉아있다
 
태양이 잘칵 사진 한장 찍어
하늘에 걸어놓는다
           2016.2.15.
 
57. 두 못이 나란이  
 
두 못이 나란이 있네 
한피줄 타고난 한쌍 자매라네
박수도 함께  노래도 함께 춤도 함께  악세사리도 같게
 
두못이 나란이 있네
한쌍 맑은 눈이라네
눈섭은 하얀 봇나무 숲이요 속눈섭은 짙푸른 쑥대들  
 
두못이 나란이 있네
한쌍 차바퀴라네
차가 해를 살짝 부리우네  산이 철렁 떨어지네 물이 아야야 몸부림치네 
  2016.2.15.
 
58.바람이 물을 스치다   
바람이 물을 스친다 
백팔 념주알 흩어진다. 
파아란 꽃잎 흩어진다. 
야밤 꽃불이  흩어진다
민들레 씨앗들 양산 쓰고 하늘 걷는다
살구꽃  뽀얀 살구 낳는다
모이는 회오리에서 애기 첫 울음
             2016.2.16. 
 
59. 못 위에 물이 있으니  
 
못 위에 물이 넘칠가말가 넘칠가말가 
둘레에  한치두치  뚝을 쌓는다 
물은 두눈이 휘둥그래  꼬리를 사린다 
 
메돼지들이  감자밭을 뚜질라
부엉이 눈으로 총 들고 야밤을 팬다
입동이 활개치며 걸어온다
마가을 손이 나무들 옷 찢어발긴다
산신이 말씀하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땀은 맹물이니라
              2016.2.16. 
 
60. 큰 못 위로 바람이 솔솔  
 
못이 바다다
순한 바람이 쓰다듬는다
어허야 돛을 올려라
돛대끝에 갈매기 날개를 펴다
이산저산 학들  풍선되여 뜨다
밤하늘 달은 홈이 패이고  
못가의 말은 홀로 꼬리를 젓다  
돛폭은 바람을 맛있개 호물거리며  
피안을 향하여 날개를 편다
짧은 수탉 울음 가위되여
까만 장막 오리오리 썰어놓는다
2016.2.16.
 
61. 우뢰가 산머리를 
 
우뢰가 산머리를 파아란 울음으로 지나가다
하늘 머리 오리오리 풀리다
오리마다  검은 물감을 하늘에 바르다
우뢰가  산머리를 파아란 울음으로 지나가다
꽃속에 잠들었던 사슴이 질겁하여 뛰쳐나다 
사슴몸에서 놀던 꽃들  손가락을 꼬옥 박는다
            2016.2.17.
 
 62. 불 위의 물이 
 
거세찬 불길에 물이 설설 끓는다
소고기 돼지고기 개고기 잠간이면 익는다
어른과 잔 드나니 
백호가 령마루에 훌쩍 뛰여오른다
친구들과 잔 부딪치나니
말떼들 초원을 질주한다
서민들과 잔 비우나니
두리에 철옹성이 척척 일어선다
호수의 돛배들 늘이는 하얀 비단  
푸른 둔덕이 선물 받으러 달려온다
              2016.2.18.
 
63. 물위에 불길이 
 
산이 훨훨 날아오르다가 
봉우리 지으며 날개를 접는다
강을 건너가던 송아지 
피안을 앞에 두고 머리가 물에 잠긴다
사막의 폭풍이
모래로 하늘 먹으며 고요를 쌓아간다 
열두시 뛰여 넘으며 태양의 열이 야윈다
물위에 불길들 나무가지 널다가 우수수 떨어진다
      2016.2.19.
 
 64역경의 수렬
 
빅뱅 수자들 굴렁쇠  소나기 쏟아
대지에 동그라미 삼각형 정방형이 굴러다닌다
 
그리고 
해와 달이 나오고 불과 물이 나오고 나무와 쇠가 나오고 흙이 나온다. 수자들 돌면서 베짱이와 캉가루 사라지고 백양도 벼랑 도 지워지고 …
그리고 또 
음양 물결의  고음에선 해살 터지는 소리  달빛 터지는소리… 저음에선 꽃잎 울음 새깃 울음 모래알 울음…
 
둥근달 불덩어리 하늘 쓰레기 태운다
얼 갈구리 썩지 않는 넝마 줏고 있다
2018.2.2 ㅡ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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