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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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를 쓰는 방법.2
2008년 09월 21일 05시 00분  조회:1080  추천:42  작성자: 최룡관

 

이야기하자.


제1절 중국고전과 이미지


  초나라시인 굴원은 중국의 최초의 시인이며 중국문학의 최초의 시성이며 대가이다. 그는 <<애타는 호소>>라는 장시의 13에서 이렇게 쓰고있다.

....................................

세월은 어지럽게 흘러가는데

또 어찌 머물수가 있을가?

난초와 어수리는 변해서 향기가 나지 않고

붓꽃과 혜초 또한 계절이 바뀌니 억새가 되었다

어찌하여 향기롭던 그 풀들이

지금은 쑥덤불처럼 되였는가?

그 이유는 달리있는것이 아니라

결백을 좋아했던 피해가 아닐가?

.......................................

   굴원이 여기서 떠올린 난초, 붓꽃, 혜초 ,쑥덤불 ,억새 등 풀들은 풀인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을 가리키고있는것이다. 인간들의  개성과 특점에 의하여 풀들로 둔갑시켜 놓은것들이다. 워낙 좋은 사람들이였는데 환경의 변화와 함께 나쁜 사람들로 되였다는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풀로 둔갑되였는가? 시적상관물을 리용하여 둔갑시켜 놓았다는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보아낼수있다.

  당조의 대성이였던 리백의 <<촉도난>>을 보아도 이미지시색채가 짙다는것을 보아내기 어렵지 않다.


   아--

높고도 높아라!

촉도길 험난쿠나!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

지키는자 원쑤일진대

아침엔 사나운 범 피하고

저녁엔 큰 구렁이 피하건만

이를 갈며 피 빨려드나니

살인을 삼대베듯 하였다네


   리백의 촉도길은 결코 어떤 길을 말하는것이 아니고 당시의 가혹한 정치를 빗대고 비난한것이다. 범이요 구렁이요 하는것들도 범이나 구렁이를 말하는것이 아니라 탐관오리들을 가리키는것이다.

   언어란 원래 어떤 사물의 상징물이다. 당신의 이름을 영호라고 부른다 하자. 이것은 당신의 부모나 할아버지가 지어준 당신에 대한 대호이다. 그러나 당신이 태여났을 때 당신의 이름을 배추라고 하였다면 사람들은 지금 당신을 영호라고 부르지 않고 배추라고 부를것이다. 영호나 배추는 당신을 상징하는 언어일뿐이다. 시에서의 언어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상징물인것이 아니라 왕왕 시인자신이 창조한 상징물이다. 시인이 창조한 상징물로서의 언어가 될 때 비로소 시적언어라는 명칭에 값하는것이리라. 그래서 자고로 시인을 언어의 련금사라고 하였으리라. 시인이란 바로 이제까지 남들이 만들어 내지 못한 언어를 만들어냈을 때 자격증을 딸수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영스님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에서 한유는 거문고소리를 여러가지로 변형시키면서 화려한 시를 와르르 쏟아내고있다.

............................................

한번 긋자 가락소리 우렁차더니

장사가 적진에 돌진하는듯

흩날리는 버들꽃 떠도는 구름이라

드넓은 우주에서 자유로이 날아라

백천마리 뭇새들이 지저귀는가

갑자기 들려오는 봉황새소리

.................................

  한유는 거문고소리를 귀로 듣는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있는것이다. 소리를 어떻게 본단말인가? 현대시공감각이라고 하는 언어의 수법으로 청각을 시각으로 전의한것이다. 거문고 소리를 듣는 한유의 눈앞으로는 소리가 흘러가는것이 아니라 적진으로 돌진하는 장사의 용왕매진이 보이기도 하고, 흩날리는 버들꽃이 보이기도 하고,  하늘의 흰구름이 보이기도 하고, 지저귀는 수천마리의 뭇새들이 보이기도하고 봉황새도 보이고있는것이다. 시인이 보고있는것은 당연히 존재가 아니라 상상속에 떠오른 화폭으로서 허상이다. 사실 시인의 시재와 운명은 이러한 허상적화폭을 떠올리는 저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는가에 의하여 가늠된다.


제2절 우리 고전과 이미지


    중국의 고전에 대하여 이만큼 말하고 아래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시조를 보자. 시조는 우리 선조들만이 갖고있던 유일한 문체였다. 시조는 우리겨레의 얼굴이였고, 우리 문학의 고전의 얼굴이기도 하다. 이런 시조에도 이미지로 된것들이 많았다. <<조선고전문학선집3>>의 시조들을 보면 우리 선조문인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쓰고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청구영언에 실린 송강가사에는 이런 시조가 있다.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가지 꺾어내여 님계신데 드리고저

   님께서 보오신후에 녹아진들 어이리


    눈이 와서 나무가지마다에 쌓인 눈을 보고 <<꽃>>이라고 한다. 시에서는 눈이 꽃으로 탈바꿈 하였다. 눈과 꽃은 확연히 다른 사물이지만 시인은 똑같은 사물로 보고있는것이다. 그래서 꽃을 한가지 꺾어다가 님한테 드리겠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김춘수가 지적한 <<짝>>의 당위성과 리처즈의 <<밸런스>>의 당위성을 보아낼수있는것이다. 시적상관물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색깔에 의한 시적상관물이라고 할수있다. 수사법각도로 보면 은유인 것이다.

   해동가요에는 이런 시조가 실려있다.


  초생에 비친달이 낫같이 가으다가

  보름이 돌아오면 거울같이 두렷하다

  아마도 인지성쇠 저리한가 하노라

   청구연언의 시조는 사랑을 노래한것이고 해동가요의 이 시조는 인생을 관조하면서 교훈을 주고있다겠다. 초생달이 낫가락이요 보름달은 거울이라고 한것은 달을 다른 사물로 만들어버린것이다. 그것을 통하여 시인은 울고 웃는 인생살이를 노래하고있는것이다.

   청구가요에는 이런 이런 시조 한수가 실려있다.


  리별이 불이 되니 간장이 타노매라

  눈물이 비되니 끌듯도 하건마는

  한숨이 바람되니 끌동말동


   이 시조에서는 리별이 불로 다시 태여나고 눈물은 비로 다시 태여나고 한숨은 바람으로 다시 태여나고있다. 은유적인 과정을 거쳐 언어들은 모두 자신의 원 뜻을 잃고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불>>, <<비>>, <<바람>>도 그렇거니와 <<타노매라>>,  <<끌듯도 하건마는>>,  <<끌동말동>> 용언들도 새로운 의미망속으로 들어가고있다. 이미지시 즉 현대시에서 언어가 새로운 이미로 태여나지 않으면 산문화경향을 두절할수 없을뿐만 아니라 생경한 언어라는 딱지를 이마에 딱 붙이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언어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지 못하면 시적언어라고 말할수 없으며 그런 언어는 씌여있을뿐이지 죽은 언어의 운명을 면할수 없을것이다. 소위 시가 리해되지 않소 시는 아무나 쓰는것이 아니오 하는 말들이 나오는것은 시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다시 태여나기때문이다.

    이미지시에서는 모든 언어가 시라는 집을 짓는 건축에서의 재료이다. 언어들은 원래의 상징성을 버리고 벽돌이나 세멘트나 철근이나 나무들로 되어버린다. 시인은 이러한 재료들을 가지고 이제까지 남이 지어보지 않은 새로운 집을 지을 때만이 현대시를 쓴다고 자신있게 말할수있을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고전에도 이미지시가 있었다는것을 간단히 알아보았다. 시에서 이미지는 동양이나 서양에서 다 추구하여 왔던것이다. 이미지시의 뿌리는 상징에 있다. 동서양의 시에 모두 상징이 있었다. 그러다가 20세기초 영국에서 이미지즘 운동이 일어나면서 이미지가 시대의 각광을 받게 되었던것이다. 그것은 실제상에서 형상주의 운동이였다. 이 신시운동은 윤곽이 뚜렷하고 이미지가 밝고 간결하고 암시적이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던 것이다. 그후부터 시에서의 이미지화가 새로운 개화를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오늘 이미지시를 론하게 되는것은 서양의 이미지수법을 받아들여 우리 시를 한보 더 발전시키고 개화시키기 위하여 서이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시와 우리의 고전을 현대의 서양의 이미지시와 비교하면 사상성으로 보면 유치하고 예술적으로 보면 천박하고 언어적으로 보면 단조롭다는것을 승인하지 않을수 없다.  필자 나름대로 이 글을 쓰면서 함께 이미지숲을 걸어보고자 시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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