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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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 .1
2008년 11월 03일 06시 16분  조회:1630  추천:19  작성자: 최룡관

 

<<금단의 열매>>에 대한 한국의 저명한 시인이며 시학연구가이신 문덕수 선생의 말씀은 이러하다

연변의 작품은 그저 그런 작품들이 아니야 .  그런 생각이였습니다 . 그쪽 작품은 수평이 높은 작품이 아니지 않는가. 최시인의 시집<금단의 열매를 가리킴>을 보니 수평이 굉장히 높아졌다 . 신체의 각부분을 가지고 시를 썼다. 신체의 언어시집이다. 신체의 언어를 썼다. 알기쉽고 깊이가 있다. 한국에도 이런 시집이 없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문덕수
                                          1999년 5월 22일 . 구레 시랑송모임에서



서시

아담과 이브는 뱀한테 홀리워 금과를 따먹고 눈을 떴다. 나도 금과를 따먹고싶었다. 그런데 고놈의 뱀이 있어야지. 뱀이 있어야 금과를 알텐데.

1996년 2월하순의 어느날 오후 라체사진 명작을 보았다. 문득 아름다운 뱀 한마리 사진첩속에서 기여나와 나에게 금과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제꺽 금과를 따먹었다
그랬더니 눈을 다시 떴다
어떻게 따먹고 눈을 떴는가
시로써 대답을 올리노라

제1부 머리편

머리.1

새까만 기발이 출렁인다
향긋한 향기가 출렁인다
싱싱한 청춘이 출렁인다
연연한 부드러움이 출렁인다
뒤로 뒤로 엎어지듯 달려간다
푸른 물 자르르한
울바자

출렁이는 기발 따라
천리만리
하얀 백조떼 너울너울
           (1996.4.28)

머리.2

우중충한 검은 수림이 우거진 그 속으로 하얀 오솔길 한오리가 기여 갔다 .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결에 숲이 웅웅 울며 몸부림쳐도 오솔길은 그린듯 하다. 오솔길 따라 팽팽한 시위를 벗어난 화살 한대가 날아온다. 금빛이 반짝이는 화살에 가슴을 맞아 구멍이 뚫어진다. 붉은 피가 콸콸 쏟아져나와 금빛 화살을 벌겋게 물들인다. 박혀 영원히 빠지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화살이
                                 (1996.4.23일)

머리. 3

태초의 수림속에서 온 숯이다
태초의 흙속에서 온 숯이다
태초의 불속에서 온 숯이다

이글거리는 불을
가슴 가득 안고
검게 검게 온 숯이다

마음 내라
마음 내라
나처럼 까맣게
까맣게 구워줄게
           (1996.2.29)

머리.4

까만 쪽문을 열고 들어서십시오
아늑한 방이 나진답니다
창턱에는 붉은 장미 댓송이 피고
등대에는 등잔불이 가물거립니다
원앙침이 마련된 잠자리앞에
소담한 주안상 마련한
명기 황진이
놋잔에다 청주를 부으며
시조 한수 읊습니다

오동추야 밝은 밤에 숯불을 피웠나니
활활 타는 불길로 화로를 달구었네
그까짓 송곳쯤이야 열개라도 녹이리.

머리.5

빨간 꽃을 꽂았다가
노란 꽃을 꽂아본다
노란 꽃을 꽂았다가
파란 꽃을 꽂아본다
파란 꽃을 꽂았다가
하얀 꽃을 꽂아본다
하얀 꽃을 꽂았다가
까만 꽃을 꽂아본다
까만 꽃을 꽂았다가
꽃잎을 꽂아본다
꽃잎을 꽂았다가
꽃줄기를 꽂아본다
꽃줄기를 꽂았다가
꽃뿌리를 꽂아본다
꽃뿌리에는 흙이 더덕이졌다

머리 .6

둥둥 흰구름 뜬다
한들한들 잔풀이 춤 춘다
우뚝우뚝 산이 솟는다
출렁출렁 강이 흐른다
닭이 알을 낳는다
돼지와 키스를 한다
개를 안고 뒹군다
소다리 되여 터벅터벅
똥구덩이에서 노는 오리[출처:조글로문학 www.zog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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