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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빈집1(외 3수) - 전무식
2019년 07월 11일 14시 14분  조회:429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전무식    

빈집1(외 3수)
 
연변은 집들끼리
 
방마다 그리움을 쌓으며
 
밤이면 어둠 속을 떠돈다
 
외삼촌은 떠나기로 했다
 
외할아버지의 고향을 향해
 
밤새 보짐을 싸
 
말린 송이버섯을 담고
 
날이 새기 전에
 
한국으로 떠났다
 
기차를 타고
 
배 타고 바다 건너
 
동무 둘 하고 돈 벌러 떠났다
 
 
빈집2
 
 
엄마는 외삼촌의 기별을 기다리다가
 
일년 만에 찾아나섰다
 
석달 뒤 엄마는
 
서울 변두리 골방에서
 
다 죽어가는 외삼촌을 찾았다
 
낯선 집들만 완강하게
 
저들끼리 웅크리고 있는 서울을
 
엄마는 밤마다 보았단다
 
 
 
빈집3
 
 
엄마는 외삼촌한테
 
집을 구해주려고
 
화장실도 창문도 없는 쪽방을 얻어
 
새벽부터 밤까지
 
병원건물 청소를 하며
 
돈을 모으면서
 
고향 가는 길을 물어봐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단다
 
 
빈집4
 
 
외할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흘러간 옛 노래 테이프를 듣는다
 
그 노래 속에, 취기 속에
 
고향땅도, 고향집도 있어
 
행복하게 잠든다
 
그러나 꿈속에서도
 
나그네일 게 뻔하다
 
이른새벽에 깨여나
 
쓰린 속을 달래려 마신
 
해장술에 다시 취하니까

출처:<<도라지>> 2018년제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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