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춘각
문학과 감자알
오랜만에 수개라는 걸 해보았다. 글이 채 익지 않아서다. 자투리시간에 쓴 글이고, 또 마음이 조급했었을 것이다. 수개를 거치니까 훨씬 나아졌다.
원래 만 륙천자로 예상했었는데 이만자로 늘어났다. 요상하다. 긴 글을 좋아하는 독자는 없겠는데 말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요즘 시대가 아닌가.
영화 《청년경찰》을 보다가 화가 났다. 두 경찰학교 학생이 대림동에 근거지를 둔 조선족범죄집단, 즉 녀자들을 감금해놓고 란자를 적출해내는 악마의 소굴을 짓부셔 버린다는 내용이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영화를 시작해서 57분 25초에 택시운전사가 두 경찰학교 학생들을 대림동에 데려다주면서 하는 얘기다.
“학생들,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데 칼부림도 많이 나요. 려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들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길거리를 다니지 마세요.” 라는 말도 안되는 대사다.
나는 이 대사만은 열번도 더 돌려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또 있었다.
담배를 피우다가 잡힌 사건과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싸우다 얻어터진 사건이다. 쓰지 않으면 미안할 것 같았다.
창작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인생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현실과 싸워야 한다. 더구나 몸이 한국에 있다 보니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글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나의 구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구원하지 못하는 글이 무슨 문학이겠는가. 나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고 감히 생각한다.
거창한 문학은 하지 않기로 한다. 혹자는 이 글을 읽고 쓰레기 같은 글을 썼다고 할 수도 있다. 괜찮다. 나도 내가 특별히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깐.
어떤 차원의 작가가 어떤 차원의 글을 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알린다. 내 그릇이 요만큼 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아들애가 대여섯살 적의 이야기다. 한번은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빠, 할아버지 재간이 영 많슴다. 땅만 파면 감자가 나옴다.”
아이의 천진란만한 말에 나는 소리내여 웃었다.
그리고 설명해주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심었으니까 나는 거라고. 심지 않으면 땅을 백번 뚜져도 감자는 나지 않는 거라고.
그렇다.
그래서 내 문학은 한알의 감자알일 수도 있다. 한쪽 귀가 썩은 감자알일 수도 있다.
출처:<<도라지>>2018년 제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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