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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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2009년 03월 19일 16시 39분  조회:3631  추천:39  작성자: 이승률

네 번째 이야기  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지금까지는 다가오는 동북아시대의 동향과 주변국 중국과 일본의 발전상황, 그리고 그 가운데 위치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론은 동북아시대의 평화공존과 발전을 위해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중간 결속지대가어 동북아를 유럽과 대서양으로 연결함으로써, 세계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흥부의 재해석, 포용의 성공전략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 자원부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김영호박사는 <21세기 키워드 시리즈>라는 컬럼에서 <흥부의 재해석>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남겼다.


        “흥부와 놀부에 대한 가치판단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창작 당시에는 물론 놀부는 악(惡)의 상징이며, 흥부는 선(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삶의 방식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이들 두 인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 세계사의 가장 큰 사건의 하나는 옛 소련의 몰락이라기보다 오히려 일본의 등장인지도 모른다.


        특히 1980년대 일본은 한때 세계 금융자본 약 40%를 점유하면서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영국 이래 역사상 최대의 채권대국이 되었는데, 그것은 사무라이적 인간상에 의해 주도됐다. 사무라이식 자본주의는, 안으로 일본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밖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등성을 매개하고 있고, 최근 일본 시민사회의 성장과 세계경제의 균형회복으로 심각한 후퇴를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어떠한 인간상에 의하여 주도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나는 흥부적 인간상이라고 하고 싶다. 흥부는 제비도 끌어안고 뱀도 끌어안고 박도 끌어안고 모든 이질적인 요소를 끌어안고 결합시키면서 혁신을 연출했다. 가난한 사람도 포용하고 심지어는 자신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간 놀부형 인간도 포용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나누어준다. 그는 남의 부(富)를 이전받아 자신의 부를 늘리는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아니라, 타인의 부를 창출하는데 자신의 능력을 나누어줌으로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의 승자이며, 그러한 포지티브 섬의 결과를 공동체의 구성원과 함께 나누어 가지면서 화해의 공동체를 이룩해간다. 한국은 동북아의 틀 속에서 경합하고 있는 4강을 끌어안고 화해시키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흥부적 화해상은 매우 시사적이다.”


이 흥부의 성공전략을 동북아관계에 적용시킨다면, 중국과 일본의 모든 이질적인 요인을 포용해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고 혁신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은 한국의 고토(故土)인 고구려를 자기들 역사의 울타리 안에 예속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의 역사 개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후 21세기 동북아의 국제질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일본 또한 뒤질세라 그동안 계속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몇 년 전에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해놓고 그가 동경 하네다(羽田) 공항 도착 1시간 전, 일본의회에서 유사법안을 통과시키는 파렴치한 일까지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일본은 마치 잽을 하듯 지난 역사속에서 늘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한반도를 괴롭혀왔다. 우리는 지금 이런 두 이웃나라와 미래의 생존을 함께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은 전혀 상반된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다. 우리의 반도문화와도 이질감이 없지 않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그들의 모든 것을 포용하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흥부식 성공전략은 일부 학자의 특수한 견해가 아니다. 최근 세계적인 법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서구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예일대 법대 에이미 추아교수도 최근 자신의 저서 <제국의 미래>에서 초강대국의 최우선 조건을 ‘관용’이라고 정의해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추아교수가 말하는 관용이란 단순 인권과 같은 현대적 의미가 아니라 이질적인 집단이 특정 사회안에서 뿌리내리고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초강대국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인적자원과 능력은 어느 특정 민족이나 종교집단에서만 배출되는 게 아니므로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면 인종, 종교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대 그리스국가 스파르타도 제한된 시민들로만 전사들을 충당하려다 실패했으며 16세기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 역시 유대인과 무슬림을 배척하고 동원 가능한 인적·물적 자본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 데 반해 미국은 다양한 종이 하나의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고 존중하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앞으로도 이를 지켜가려면 미국의 정체성을 하나의 고유한 인종집단 혹은 종교 집단에 묶어 놓으려는 시도나 제국의 야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라면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전통, 역사, 문화안에 갇혀 주변국가와 손잡기를 머뭇거린다면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야말로 동북아시대의 평화공존을 위해 흥부처럼 또 추아교수가 분석한 바 2천년 인류역사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도 끌어안고 중국도 끌어안고 주변국의 모든 나라와 민족들을 끌어들여 품고 가겠다는 자기 희생의 비장한 각오가 없다면 동북아시대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며, 선진국의 꿈도 더 나아가  초강대국의 꿈도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주변국가와 관계맺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은 무엇이든 삼켜서 중국화하는 전형적인 대륙문화이고, 일본은 외부로부터의 반응에 민첩하게 자신을 변화시켜 배타적인 자신만의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형적인 섬나라문화, 즉 해양문화권이다. 우리에겐 이 두 가지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전통과 경험과 역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부터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흥부식의 포용전략으로 동북아 FTA와 T&T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나는 이것을 제로섬 게임의 반대개념인 포지티브 섬 게임에서 차용하여 코리안 섬 게임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2천년의 역사를 가진 반도의 나라, 동북아의 허브인 한국이 창출한 포용과 상생의 게임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코리안 섬 게임을 수행해나갈 것인가. 이를 위해 그간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를 오가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실제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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