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과의 인연
화룡과 나는 인연이 있다. 34년전 나는 화룡고중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비록 다닌 시간은 짧았으나 그로 인하여 많은 화룡친구들을 사귀게 되였다. 그후 대학을 나와 팔가자진 하룡촌에서 사회주의교양을 3달남짓이 받은 적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화룡은 시종 나의 심중에서 친구 같기도 하고 항상 그리워지는 련인같기도 한 존재다.
매번 화룡에 다녀 올 때면 감회가 깊다. 특히 화룡고급중학교 옆을 지나갈 때면 더욱 그렇다. 저기 보이는 저창문이 내가 들어 있던 숙소였는데 지금은 어떤 친구들이 들어 있을가. 그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될가 . 오지랍이 넓은 생각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이런 실없는 궁리 할 때가 있다. 헌데 언제인가 그 숙사건물도 철거되였다.
30여년전의 학교건물이 남은것 이라고는 단 한채도 없다. 지난해 학교설립75주년차로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드넓은 운동장 커다란 창문이 달린 학생기숙사 현대화시설이 갖추어진 교실 모두가 새롭다.
내가 화룡고중에 다닐때 연길에서 화룡에 오려면 기차나 뻐스를 리용해야 했다. 특히 기차편을 리용하는 경우 역전에서 시내까지 가려면 상당히 먼 거리다. 당시 화룡역전에 내리면 당나귀차가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인상이 깊다. 다른 동네서는 못 보던 이색적인 장면이였다. 그때 학교까지 차값이 얼마였던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겨울날 당나귀차가 번저져 차에서 굴러 떨어졌던 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보면 별로 먼길도 아니것만 당시에는 그렇게도 먼거리로 인식되였다.
화룡영극원은 내가 화룡에 있을 때 몇번 영화구경을 했던 곳이다. 대학입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 보는 영화는 너무도 재미 있고 또 휴식을 취할수 있는 좋은 시간이 였다. 그때 일본영화 "노랑손수건"을 본적이 있었다. 멀리 떠나간 남자를 기다리는 녀인은 매일 같이 바줄에 노랑손수건을 걸어 놓음으로서 자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발사하고 있는 것이였다.
영극원 오른쪽에 순대집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배고플때 순대국 한사발은 우리에게는 사치와 같은 소비였다. 우리는 출출할때 학교 북쪽에 위치한 남의 집 가을 배추밭에 기습하여 훔쳐 먹기도 했다. 학교 숙사 삶은 계란도 훔쳐 먹었다. 배고품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불순한 행위를 도발시키였다. 변명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수 없었다.
화룡백화점에서 서쪽으로 들어가면서 부흥으로 가는 길이 나있다. 옛날에는 게딱지 같은 낮고 허름한 줄집이 다닥자닥 붙어 있었다. 포장이 되지 않은 길은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여 걷기도 힘 들었다. 하긴 80년대 중반만 하여도 시가지 범위는 매우 작았다. 오늘 아침에 그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노 라니 옛 흔적은 몽땅 사라지고 길도 많이 확장되여 있었다. 다만 길거리에 사람이 적고 가게도 별로 생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시골 같은 느낌도 들었다.
좀 더가니 다리가 나타난다. 지난해 란주에서 허시인이 왔을 때 차를 운전하여 저다리를 건너 가 본적이 있다. 차를 몰고 가보니 그 이상 길이 없어 돌아온 적이 있었다. 해란강 강변은 잘 꾸미여져 있었다. 돌로 만든 란간이며 대리석을 깐 강변 도로 옆 화단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피여져 있었다.
강역에 뿌리 박은 버드나무들은 마치 풀어 혀친 녀인의 머리발인냥 긴 나무초리를 드리 우고 있었다. 화룡고중에 다닐때 이동네까지는 와 본적이 없었다. 광장도 나타나고 아침 산보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가두 넣은 해란강표면은 마치 거울 같이 반듯하다. 바람 한점 없는 이 아침 강물에 비낀 대안의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고요하다.
얼마 더걸으니 역전으로 가는 길과 다리가 나타 난다. 다리목에는 건장한 수소(黄牛)석상이 우뚝 서있다. 마치 미국유욕 증권교역소 앞에 세워진 동으로 만들어진 소 형상 같다. 수건한 사람들의 진짜 속내를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건대 힘과 기세를 상징하리라. 화룡의 제반사업이 저 충천하는 수소 마냥 승승장구하고 수소의 내구력과도 같이 오래가서 경제가 번영하고 인기가 넘치고 생활이 편리하고 살기 좋는 고장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화룡이 번영하면 내 마음도 즐거워 지리라. 우리 사이에는 필경 인연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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