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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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깨달음의 미학
2006년 03월 20일 00시 00분  조회:5085  추천:75  작성자: 황유복
2. 깨달음의 미학

남계의 수필은 그대로 깨달음의 미학이다. 작자는 온화하고 유려한 필치로 자신의 인생체험을 잔잔한 정서속에서 속삭이듯 말하기도 하고 지적인 필치로 인생, 사랑, 민족, 사회, 수필에 대해 자기나름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는데 그의 수필은 독자들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사색의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인생에 대한 어떤 리치와 깨달음을 전해주기도 하며 지식의 샘물을 흠뻑 마시게도 한다. 때문에 그의 수필을 읽고나면 《얻는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계 수필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매력은 우선 인생에 대한 투철한 감오와 인생을 아름답게 볼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와 진취적인 태도에 있다.

《가난이 선물하는 삶의 지혜》에서 학기말시험에서 일등을 했지만 옷이 람루하다고 담임이 다른 학생을 대신 올려보내 상을 타게 하고 기념사진에도 빼놓은 아픈 추억속에서 《가난은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바가 더욱 많》다는것, 가난은 《세상을 바로 볼수 있는 혜안(慧眼)을 선물해주고 인간에게 의욕을 선물한다》는것,《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꿈이 있》고 《꿈은 인내심을 갖게 한다》는 명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생에 대한 투철한 감오가 있기에 가난을 힘으로, 긍지로까지 여길줄 알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볼수 있는것이다.

《내가 만들었던 눈사람》에서 《성공으로만 이어지는 인생이나 실패로만 이어지는 인생은 있을수 없》으며《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실패는 고통의 대가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선물해준다. 그 깨달음이 있기때문에 우리들은 성장할수 있다.》는 그대로 인생철리이고 명언이다. 그러나 그것은 추상적인 설교가 아니라 눈사람에 깃든 이야기, 첫사랑의 실패 등 절실한 인생체험을 통한 고백이여서 설득력있고 감동적이며 독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잔인한 달, 4월을 보내면서》에서는 갑자기 들이닥친 더위때문에 아름다운 꽃들이 화기도 못채우고 때이르게 지고만 《한순간》을 포착하여 문화대혁명의 혼돈속에 청춘을 묻고만 지난날을 반추하여 청춘도 《한순간》이기때문에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일깨우고 있다.

《태항산기슭에 핀 들국화》에서는 《가을이란 계절은 모순투성이다.》로 운을 뗀후 가을례찬론과 가을혐오론에 대해 차분히 분석하는가 하면 가을의 이미지에 대해 자기나름의 사색을 펼친다. 락엽은 풍성한 열매들을 미련없이 인간과 동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이불을 덮지 못한 어머니대지의 라신을 가려주기 위해 땅우에 떨어진것이라고 상상하며 늦가을, 누렇게 말라버린 잡초와 락엽 사이에 청초하게 피여있는 들국화을 찾아내여 가을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다시《찬서리속에서도 고고하게 피여있는 태항산기슭의 들국화》로 옮겨져《조국광복을 위해 생명까지 바친 조선의용군선렬들의 넋》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즉 세계를 아름답게 볼수 있는 작가의 마음의 눈은 진한 감동을 준다.

《이름도 없이 이 세상을 살면서》에서는 이름에 담겨져 있는 자신의 인생경력을 통해 《나만의 이름은 없어도 나만의 인생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개성적인 인생관과 《이름이 없는 대신 나는 좀 더 개성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있다고 생각해 보니 그런대로 살맛이 난다.》는 락관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너무 밝고 진지하여 감동을 준다.

《오늘의 삶에 충실해야》는 두살 때 화상을 입고 할머니의 사랑으로 겨우 죽음의 고비를 넘긴 이야기, 1996년에 학술조사차 강소성에 갔다가 차사고로 사선을 넘나들었던 체험을 통해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행운》이라고 고백한다. 살아있기때문에 할수 있는 일, 누릴수 있는 행복들을 렬거하면서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생명의 소중함과 오늘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은 텅빈 설교가 아니라 생생한 인생체험을 통해 얻은 철리여서 더욱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다. 삶에 대한 투철한 감오가 있기에 작자는 살아있는 오늘에 의미를 부여하며 충실하게 살아간다. 일생을 민족을 위해, 학문을 위해, 남을 위해 헌신해온 그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수필에서《생명은 죽기 위해 태여나지 않는다. 죽음은 생명의 종말이지 삶의 목표가 아니다. 죽음을 위한 삶은 있을수 없다.》는 또 하나의 명언이다.

《이순의 인생》에서 늙음에 정신적성숙이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정신적 탐색을 멈추지 않을 때 이순의 경지를 이루어갈수 있다는 락관적인 인생관, 20대나 이순의 로인이나 《오늘의 하루는 모두 24시간이기에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해나가는 사람의 하루는 뜻있고 값질수 있다》는 인생풀이는 참으로 값진 조언이다.

남계수필은 인생에 대한 절실한 체험과 투철한 사색에서 걸러낸 인생수필이다. 때문에 그의 수필에는 철학이 있다. 만약 남계의 수필이 일상의 체험을 서술하는데 그치거나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쳤다면 모두가 평범한 이야기로 남았을것이나 도덕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보다 심원한 미학적인 세계에로 끌어올렸기에 읽고나면 현실세계에서는 접할수 없는 정신적인 만족을 얻게 되고 많은 지적정보를 얻을수 있는것이다.

유복자로 태여나 두살에 어머니까지 여의고 할머니손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올곧은 교육으로 가난속에서도 세상을 밝게, 아름답게 볼수 있는 바른 마음을 키울수 있었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유명한 학자로 성장할수 있은것이다. 때문에 그의 남다른 인생경력은 후세들의 훌륭한 거울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데, 수필에 담고있는 인생철리와 올곧은 인생관에 대한 일깨움은 그대로 한부의 인생교과서라고 할수 있다.

시장경제로 들어서면서 인간은 날로 리기적으로 변해하고 인간정신은 날로 황페화되여가는 오늘, 그의 수필은 우리에게 인생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가르치는 수필임에 틀림없다. 특히 유복자로 어렵게 살아오면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볼수 있는 마음가짐과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는 불굴의 인간의지, 참인생에 대한 진지한 추구는 수필 전반을 관통하면서 진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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