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사유 도구이자 사회 정보전달의 수단인 언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지목된다. 서로 다른 민족에게 언어의 체계는 다르며 언어의 상이성은 여러 민족공동체의 구분에서 중요한 징표로 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언어학의 대가인 홈볼트는 자신의 언어학 리론에서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의 정신이며 민족의 정신은 그 언어”라고 설파하면서 “언어를 소유한다는것은 현실에 대한 관념과 더불어 그 문화를 전승케 하는 언어를 물려받는다는 뜻이며 언어는 각자가 고유하게 세계를 파악하고 기술하고 리해하는 토대가 된다”고 밝히고 언어는 세계관(Weltanschauung)의 형성에도 불가결의 요소임을 강조했다. 특히 조선족처럼 이중언어생활을 하는 민족에게 있어서 자민족의 언어규범과 언어를 포함한 문화적 패턴에 대한 소홀과 외면은 민족의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줄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현실은 그 괴리를 심심찮게 선보여 주변을 안타깝게 한다.
민족언어를 고양하고 지키는곳이 바로 학교이고 교사이며 이들이야말로 우리 언어의 파수군이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이미 무풍지대가 아니다. 행정사무 일상 언어가 이미 오래전부터 거의 다 한어로 된 현실은 어쩔수 없이 받아들인다쳐도 지금 민족언어의 산실이고 민족 문화 고양의 전초기지인 조선족학교도 주체민족 언어의 충격을 결코 비껴갈수 없는 현실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특히 산재지역의 적지않은 조선족학교에서 인젠 조선어문을 제외하고 우리 말로 출판된 교과서조차 쓰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한 교수용어가 한어로 전이되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한다. 산재지역 모 조선족학교의 교장에 따르면 그 주되는 원인은 애들이 조선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에 의문부호가 그려지지 않을수 없다. 그전에도 이 지역에 숱한 조선족애들이 무난하게 우리 말로 공부하고 우리 말 교과서를 썼는데 대체 어느때부터 애들이 우리 말조차 못알아들었는지? 사회여건이나 주변환경이 이렇게 만들었을가(?) 아니면…그나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의 애들이 우리 말을 그래도 좀 낫게 구사한다고 한다. 여러가지 원인가운데서 결국 우리애들의 민족언어 사용에 차질을 빚게된것은 많이는 우리 말 언어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탓, 즉 가정언어환경으로 그 윈인의 천평이 기운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결론이 치밀한 조사와 접근으로 내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일상적인 우리 말 대화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애들을 보면서 우리 부모들의 자성이 더러 요청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말 언어환경이 주로 가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산재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중학교에 학생을 둔 부모라면 60년대말 아니면 70년대 출생한 세대들에 해당한다. 이 세대는 사실 정치풍파가 교육의 형식이나 내용 지어 기회마저 좌지우지 하던 시기와 구별되는, 개혁개방후에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은 세대들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 세대들 일부(?)가실리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안광”으로 모두 한어에만 매달리고 우리말을 홀대했다면, 혹자는 가정에서 우리 말에 별로 신경 안쓰고 살았다면 사회나 행정시책들이 주는 영향력을 잠시 떠나서 우리 부모들 생각자체에는 문제가 없는지 한번 가슴에 손을 얹어봐야 할 일이다. 얄팍한 실리에 매달려서였든 아니면 불감증에 걸려서였든, 자의든 타의든 결과적으로는 부모의 방심과 차실로 후대들이 민족의 부호를 서서히 잃어가고 정체성의 상실속에서 살아가게 될것이라는것을! 공성은 언제나 개성과 공존한다. 개성이 없으면 공성도 역시 담론이 불가하다. 통합 역시 개성속의 통합일뿐이다. 서로 다른 개체와의 민족의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적인 징표가 사라지면 다른 문화적인 부호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 상례다. 역사를 반추해봐도 한때는 중원에서 사슴을 쫓으며(中原逐鹿) 천하를 호령하던 민족이 지금은 자신의 말도, 글도 없이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무가내한 현실을 우리는 보아왔고 보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그나마 애들을 한족학교가 아닌 우리민족 학교에 보내온 부모들, 산재지역에서, 대도시에서 강대한 주체민족문화의 포위속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애들을 조선족학교에 보내는 그 몸부림을 눈물겹게 치하하고 싶고 그 뜻이 가상하다고 할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산재지역 조선족 학교의 현황을 들여다보면서 학교가 아닌 가정의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것도 역시 부모들 나가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초미의 문제로 대두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또한 가정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정부부문의 시책 역시 상기의 현상을 유발할수 있는 빌미가 될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면 공무원 시험이나 기타 사업단위 인원등용제도에서 보면 부정비리 차단의 장치로 사람을 쓰는 단위가 행사하는 역할이 대폭 위축된것은 자타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획일화된 행정지침으로 전문성을 강조하는 실무위주의 사업단위의 인재 영입에는 부적절한 요소도 동반한다는 언중의 평가도 적잖이 들려온다. 그리고 정부행정관련부서에 힘이 많이 실려지게 되면 힘의 역학적 론리에 따라 역으로 또 다른 부정비리를 부를수 있는 소지가 있고 그 리스크도 감내해야 한다는 일가견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것 같다. 순 우리말로 일하는 회사의 경우 이를테면 조선말 잡지사 같은 경우에 비록 영입 사원에 대한 회사의 요구가 어느정도 인사부문을 통하여 실현된다고 보아도 현재 실행되고 있는 필답과 면접이라는 이중 시스템으로는 그 사람의 직업적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지목되는 조선어 능력을 제대로 테스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성과 덕목을 함께 테스트할수 있고 또 부정비리도 단절할수 있는 보다 완벽한 영입시스템이 고민되여야 할 시점이다. 인재등용에서 언어로 인한 불리익이 결국은 제반 사회 대중의 가치판단과 추향에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해당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것이다.
류동성이 강하고 강한 생활력과 적응력을 수반한 민족군체의 특질 역시 우리의 언어 사용에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일례로 우수한 조선족 젊은이들의 교원직업기피와 동반한 한족교원영입 역시 일부 학과목에서 우리 말 교과서 사용이 불가능한 요소로 등장하고 나가서는 언어습득과 사용을 방해하게 만든다.
언어학의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지금 세계는 다중언어구사능력(multilingualism)이 류행으로 되고 있으며 단일언어보다 이중언어거나 다중언어 사용자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다중언어 구사능력이 지적 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중언어구사능력을 이 사회가 필요로 하고 있고 또 다중언어능력소지자가 단일언어사용자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경험에서 우위한다는 점도 연구를 통하여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애들에게 그 플랫폼을 만들어주지 않거나 부모의 짧은 안목에 비롯된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에 안주하여 애들의 언어사용문제를 도외시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애들에게 날개를 더 달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있는 날개마저 꺾는 우를 범한다면 참 통탄할 일이 아닐수 없다.
말은 언제나 말해야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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