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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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송가(번역문)
2007년 04월 28일 12시 13분  조회:1971  추천:171  작성자: 김창진
 

가을송가


                                           로란

    가을의 아름다움은 맑고 깨끗함에 있다.

    어떤 사람의 눈동자는 가을을 닮았고 어떤 사람의 풍채는 가을의 운치가 력연하다.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은 그 서리를 맞은 담담한 빨간 빛갈에 있을뿐만아니라 또한 바람을 맞는 름름함에도 있다.

    나무잎이 차츰차츰 성기여지면서 가을수풀은 자신의 아름다움과 소탈함을 자랑한다. 이는 어떤 장식도 외면한 소탈함이요. 속세의 번화함을 개의치 않는 도고함이다.

    가장 감동을 주는것은 가을수풀에 비낀 락조이다. 하늘가에서 취한듯 붉게 타는 빛갈은  깊어지는 황혼을 돋보이게 한다. 맑고 서늘한 기운을 가진  저녁바람은 짙어가는 황혼에 물들여져 일종 애상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당신으로 하여금 감회에 젖은 눈물을 흘리고 싶지만  차츰차츰 옅어지는 발가우리한 색조에 겁먹고 분방한 감정을 기꺼이 굳어버리게 한다.

  일찍 한 화가가 서리의 세례를 받은 단풍나무숲을 화폭에 담은 ≪가을정원≫이라는 그림을 그린적 있다.  높다란 단풍나무가 정원의 정적을 조용히 덮고 나무뒤에 대문이 굳게 닫겨 있어 괴괴함이 넘쳐흘러 마치 내가 일찍 그 속에서 살면서 가을의 적막함을 맛본것 같았다. 그래도 난 남몰래 조용히 그 그림속으로 들어가 굳게 닫겨진 대문을 노크해보고  그 안에 얼마만한 세월의 먼지가 쌓였고 얼마나 많은 생활의 자취가 보관되여있는지를 살펴보고싶다.

    가장 흥미를 끄는것은  가을하늘에 한가하게 떠도는 구름이다. 담담하고  여유작작하고 조용히 속세를 떠나 속세의 소란에 태연하기만 하다.

    가을바람은 어떤 꾸밈도 없는 가장 순결한 바람이다. 시원스럽게 원림을 가볍게 스쳐지나가고 우수수 떨어지는 락엽을 돌봐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계절도 신진대사도 생사도 비환도 모두 그 자체의 섭리대로다. 참여할 필요도 연연할 필요도  없다.

    가을의 물은 바람처럼 맑다. ≪강물을 스쳐 날아예는 백로와 갈매기≫란 말은 바로 가을의 맑음을 그려낸 것이다. 근심할것도 긴장할것도 집착할것도 없는것이다. ≪인간세상 만호후(万户侯)도 깔보면서 까막눈노인처럼 안개자욱한 물우에서 고기를 낚네≫ 가을은 이처럼 티끌한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한운야학(闲云野鹤)≫은 가을의 제목이다.  가을의 청청한 하늘에 떠있는 한송이 흰구름이야말로 한가하다는 한(闲)자에 부끄럼없을것 같다.들학의 아름다움은 가을물처럼 담박하고 가을산처럼 멀어보여 종잡할수 없는 소탈함과 대범함으로 안일이라는 일(逸)자에 손색이 없을것 같다.≪한≫과 ≪일≫ 두 글자야말로 가을의 본색임이 틀림없다.

    이런 가을의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들도 더러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이여야 가을의 아름다움을 가질수 있다. 이런 아름다움은 가슴깊에에서 흘러나오는것이다. 이들은 모든것을 다 가질수 있으면서도 그 무엇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는 깊고깊은 인지(认知)와 깨달음으로 이루어진 투철함과 소탈함이리라.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고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또한 담박한 계절이기도 하다. 봄의 발랄함과 여름의 번성함을 겪을대로 껵은 가을은 찬미와 총애를 더는 영광으로 알지 않는다. 가을은 찬미와 총애를 담담한 가을빛밖에 몰아내고 한가롭고 유유하고 머나먼 바라볼수 있지만 가까이 갈수 없는 그런 가을이 되기를 원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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