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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億劫)의 꽃, 그 꽃잎을 세며
2014년 05월 31일 09시 18분  조회:2531  추천:20  작성자: 김혁

억겁(億劫)의 꽃, 그 꽃잎을 세며

-김혁

 
할리우드의 영화거장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중에 《쥬라기공원》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기술로 1억년전 쥬라기시대에 지구를 제패하다가 사라진 공룡에 대한 완벽한 복원을 보며 감탄을 련발했었다.
 

공룡이 살던 그 시대 함께 공생했던 식물중에 우리 두만강 붉은 련꽃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것은 그후의 일이였고 우리 신변에 공룡이 살던 1억년전의 꽃이 아직도 만개해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우리는 왜 사라진것에 대해 연연하면서 수억대의 돈을 퍼부어 컴퓨터기술을 극구 활용해 괴물을 복원해내면서도 여태껏 우리와 함께 해온 꽃에 대해서는 린색을 보이고 무관심을 보이고있는걸가? 그 꽃이 소담하게 어우러진 삶의 터전들을 버리고 홀홀히 떠나버리는걸가?

이러한 련상이 내가 이번 소설 《련꽃밥》을 쓰게 된 계기이다.

부침을 겪고있는 우리의 민족공동체, 텅 비여가는 삶의 터전과 그 터전에 홀로 남아서도, 억겁의 시련을 거치면서도 의연하게 피여있는 련꽃, 그 꽃에 대해 단지 완상(玩賞)의 여유로운 눈길로만 바라볼수 없었던것이였다.

련꽃은 깊고 더러운 곳일수록 더욱 크고 아름답게 피며 다른 종을 섞지 않는 영원한 순종의 꽃이라고 한다. 속세의 번거로움에 물들지 않는 꽃이라 하여 《군자화》로도 불린다. 련잎에 이슬이나 비방울이 앉으면 자신이 감당할만한 무게만큼 싣고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고개 숙여서 자신을 비울줄도 안다. 그래서 《비움의 꽃》이라고도 한다.

련꽃을 종자로 한 소설을 쓰면서 배우게 된 련꽃의 의미다. 그렇게 《군자화》의 자세로 글쓰기의 밭을 경운해나가려 한다. 세월이라는 꽃잎을 세고 또 세며 좀더 성숙된 완상의 눈길을 가지기 위해 고독과 갈증을 견디며 스스로의 계절을 만들어 글줄에 꽃씨를 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혀가는 일을 쉼 모르고 반복하고있다.

명리에 둔감하고 고독을 외려 달가워하는 많은 문학인들의 노력에 받들려 피페해진 문화풍토에서도 문학은 그 실추되고저 하는 가치를 멀미나게나마 이어나가고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또한 이러한 군자화의 자세들이 꽃줄기처럼 기조를 잇는다면 흔들리는 파고(波高)를 이겨내며 우리의 꽃을 만방에 향기 그윽하게 피워낼것임을 난 믿고싶다.

람루한 내 삶이 비쳐든 이야기들을 연거번거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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