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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베드로 동시바구니
2017년 02월 20일 19시 05분  조회:1566  추천:0  작성자: 강려

꼬리별

황 베드로    

내가 보일까?
아,
나를 봤나 보다
별이 하나
이리로 온다.           

   김광섭 시인은 '저녁에'라는 시에서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라고 읊었어요.
  옛날 어린이들은 여름밤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워 별을 바라보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별을 헤아리며 놀았어요.
  별 중에는 혜성이라는 별이 있어요. 긴 꼬리를 달고 빠르게 지나가지요. 그래서 혜성을 꼬리별이라고도 해요.
  시인은 꼬리별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재미있는 상상을 했을 거예요. 별이 자신을 본 것이라고. 김광섭 시인의 시에서처럼 별이 시인을 내려다본 모양이라고.
  밤하늘의 별이 우리를 보고 하얀 꼬리를 끌고 온다고 상상해 보세요. 신나는 상상이 될 거예요. 
(박두순)

 

 

노을

 황 베드로     

  넘어가는 해
  잠깐 붙잡고,
  노을이
  아랫마을을
  내려다본다.


  새들 
  둥우리에 들었는지,
  들짐승
  제 집에 돌아갔는지,
  잠자리
  쉴 곳을 찾았는지,


  산밭에서 수수가
  머리를 끄덕여 줄 때까지
  노을은
  산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해질 무렵 산골 마을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신의 은혜 같은 것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노을이 '새들/ 둥우리에 들었는지./ '들짐승/ 제 집에 돌아갔는지./ '잠자리 쉴 곳을 찾았는지'. '산마을에/ 머무르고 있다.'는 표현에서 그것이 잘 느껴집니다.
  쉬우면서도 가슴을 잔잔히 적셔 주는 시입니다. 이런 시를 서정시라 합니다.
(박두순)

                 사람에 비겨 표현하라


  이 시는 생명이 없는 추상적인 노을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시의 세계에서는 동식물처럼 생명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이 없는 돌이나 나무, 꽃들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낀다. 심지어는 봄, 여름과 같은 추상적인 것들도 생명이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기에서 의인법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인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법이고, 활유법은 무생물을 생물인 것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감정이 있는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법이다.
  예컨대 '나를 에워싸는 산', '울음 우는 바다'는 활유법이다. 왜냐하면 산이나 바다는 생명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활유법도 의인법에 포함시킨다.
  시를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사람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사람에 비겨 표현하라. 
  앞서 말했듯이 해가 뜨는 것을 사람처럼 생각해서 '해가 얼굴을 내민다'라고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 그것이 시적 생각과 표현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라.
 (이준관)

 

 

눈 온 아침

 황 베드로    

     밤새에
     머리 하얗게 세었네
     수염까지 나고

 

     백 살은 더 먹어 보인다
     우리 초가집.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밤새 눈이 내려 초가 지붕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추녀 끝에는 고드름까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초가집이 마치 머리가 하얗게 세고 수염도 길게 자란 할아버지 같습니다.
  정말 이런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연세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백살도 더 먹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초가집은 하룻밤 사이에 참 나이도 많이 먹었습니다. 
(김종상)
 

 

시간

 황베드로     

  내가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면
  시간도 흥겨워
  막 뛰어가고

 

  동무들이 모두 가고
  나 혼자 심심하면
  시간도 심심해
  천천히 간다.

     

 

어느 봄날

황 베드로    

   돌배꽃에 싸여
   잠이 든 낮달.

 

   잠 깨워 데려갈
   구름 한 점 없어
   나비처럼 꽃 속에서
   봄잠을 잔다.

 

   꿀벌들아
   멀리 멀리 가거라
   선잠 깬 낮달이
   울면서 떠날라.

 

 

작은 것

황 베드로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하늘 살고
   구름 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새가 오고
   매미 오고
   바람이 오고.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맑은 물웅덩이를 들여다보셔요.
  조그만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고, 구름이 떠가고 별이 빛납니다. 작은 웅덩이에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좁다란 마당을 생각해 보셔요.
  새가 날아다니고, 매미가 와서 울고 바람이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좁은 마당에 참 많은 것이 와서 살아갑니다. 
  웅덩이와 마당은 조그마해도 참 크고 넓습니다. 
(김종상)
 

 

조약돌 마을

황 베드로    

   조약돌 모여 사는
   하얀 마을엔
   하얀 물새가 손님이어요.

 

   바다 위를 날다가
   지쳐서 오면
   하얀 조약돌이 쉬어서 가래요.

 

   조약돌 모여 사는
   하얀 마을엔
   하얀 별빛이 손님이어요.

 

   하늘을 흐르다
   잠깐 멈추면
   하얀 조약돌이 놀다 가래요.          

   밀려 왔다 밀려 나가는 물살이 동그랗게 갈아 놓은 조약돌.
  이런 조약돌들이 깔린 바닷가에서 시인은 생각합니다.
  조약돌의 생김새가 귀엽고 곱고 예쁘지만, 이런 조약돌을 보아주는 이가 없어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고.
  그래서 시인은 물새와 별을 생각했습니다.
  낮에는 물새가 와서 놀아 주고, 밤엔 별이 내려와서 놀아 준다고.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요? 
(신현득 유경환 문삼석)
 

 

흐린 날

 황 베드로    

      여행하는 기차에서
      소나기 만나던 날

 

      "우산 잘 가져 왔구나.
      무섭긴 해도."

 

      한 정거장 못 가서
      해 난 걸 보고

 

      "괜히 가져왔네.
      짐만 되게."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글)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에 괸 물을 마신 원효 스님은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깨달음을 얻어 당나라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기차에서 소나기 오는 것을 보며 우산 잘 가져왔다고 생각하다가 해가 나자 금방 짐만 되게 괜히 가져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 바로 원효 스님의 깨달음과 같은 이치입니다. 
(김종상)
 

 

햇빛

 황 베드로     

  어떻게 알았을까?
  햇빛이

 

  땅 속에 감자나 고구마
  땅콩 심은 걸.

 

  어디서 배웠을까?
  햇빛이

 

  새파란 사과를
  단단한 풋감을

  날마다 조금씩
  키우고 익히는 걸.

 

  얼마나 많을까?
  햇빛은

 

  밤이면 달이 먹고
  낮이면 나무랑 꽃들이
  다 먹어도

 

  어쩌면 저렇게
  많이 남을까?

   자연의 신비를 생각하면 놀라움을 이기지 못한다. 햇빛이 땅 속에 몰래 심어놓은 씨앗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도 그 놀라움의 하나다.
  그것을 햇빛이 먼저 알아서 싹 틔워주지 않았더라면 감자나 고구마는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햇빛은 용하다.
  다음은 햇빛이 어디서 배워 사과와 풋감을 키우고 익히는가 하는 놀라움이다.
  그리고 햇빛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햇빛을 의지해서 산다. 햇빛을 받아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달도 그렇다. 그러고도 햇빛은 남아 돌고 있다. 이 시에서는 밤이면 달이 먹고 낮에는 나무와 꽃들이 햇빛을 먹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를 읽는 이들은 지은이가 어떻게 요렇게도 재미있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자연의 고마움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햇빛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동시의 앞부분은 햇빛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의 자랑임을 일러줍니다. 뒷부분은 그 햇빛을 통해 넉넉하고 풍요로워진 자연과 그것을 나누고 베푸는  데에 대한 것입니다.
  이 시는 자연의 모든 것을 우주적인 가장 큰 힘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은 이 시인의 종교적인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햇빛이 땅 속에 있는 감자와 고구마 땅콩을 익게 해주고, 나뭇가지에 달린 어린 사과와 풋감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동화의 나라로 우리를 이끌게 합니다. 우리도 햇빛으로 자랄 수 잇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또 햇빛을 달이 먹고 나무와 꽃들이 먹는다는 생각은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인지요.
  자연과 우리는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것, 모두 한 몸이 되어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세상의 질서에 대해서도 시인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궁금함을 대신해 주고 그 답까지 알려주는 햇살같이 따뜻한 동시, 자연을 아껴야 하는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동시입니다.
 (정두리)
 

  

     황 베드로

1940년 ∼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남.
본명은 옥연.
수녀.
1959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입회.
1969년부터 문학 활동 시작함.
1973년 동시 '3월'로 제1회 새싹문학상 받음.
1980년 소천아동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동요대상,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동시집 : 해 돋는 마을
            치악산 마을 
            달 뜨는 마을
            진달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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