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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 시 모음
2017년 05월 16일 16시 21분  조회:1971  추천:0  작성자: 강려

 [시인탐방] 파블로 네루다                                 

 

   남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칠레의 군사독재에 맞서 이태리로 망명한 네루다와  우체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ilpostino'로 더욱 유명해진 시인이지만 현대 시에 있어 그의 문학적 성과가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다양

 하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약력: 1904년 칠레 태생.

          본명은 네프딸이 리까르도 레예.

          1971년 시집 '황혼의 세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1973년 사망

          국내 판매 저서  :  스무개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공간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민음사

                                     언어와 술꾼들의 우화/  솔

 

**작품 소개

 

  시(Poem)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밤의 가지에서 홀연히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시는  건드렸다.

  나는 뭐라고 해야할 지를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해 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이 첫 줄을 썼다.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수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지혜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다.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신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작은 존재는 그 큰 별들의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나부꼈다.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예를 들면, "밤은 별이 많다, 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 멀리서, 파랗게"라고 쓸까.

 

    밤바람은 하늘에서 돌며 노래하는데

 

    나는 이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난 그녀를 사랑했었지.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는 내 품에 있었지.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난 몇번이고 그녀에게 입맞추었지.

 

    그녀는 나를 생각했었지. 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어.

    그녀의 그 커다랗게 응시하는 눈망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문득 그녀가 없다는 생각. 문득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황량한 밤을 들으며, 그녀 없이 더욱 황량한 밤.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0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은 별들이 촘촘히 수놓여 있고, 푸른 별들은 저

        멀리서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라고 씁니다.

 

        밤바람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은 그녀를 사랑하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질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라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매입니다.

        내 가슴에 그녀를 찾아 헤매이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같은 나무들의 하얗게 밝히고 있는 똑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모를 눈동자들.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이마 다른 이의 것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것이었던 것 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망각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9

 

 

        가무잡잡하고 날렵한 소녀야, 과실을 맺게 하는 태양,

        밀알을 여물게 하는 태양, 해초들을 꼬아 올리는 태양은,

        즐거운 네 육체, 이글거리는 눈동자,

        물의 미소를 지닌 네 입을 만들었다.

 

        네가 두 팔을 뻗을 때, 불안에 사로잡힌 검은 태양 하나

        늘어뜨린 검은 머리결로 너를 감아 올린다.

        너는 개울과 그러듯 태양과도 장난하는데

        태양은 네 눈에 어두운 두 개의 물웅덩이를 남기는구나.

 

        가무잡잡하고 날쌘 소녀야, 아무것도 나를 네 가까이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

        마치 정오로부터 멀어져 가듯, 모두가 네게서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너는, 정신 없이 들뜬 꿀벌의 청춘,

        파도의 주정, 이삭의 힘이다.

 

        그래도, 나의 우울한 심장은 너를 찾고 있다.

        즐거운 네 육체, 나긋나긋하고 갸날픈 네 목소리를 사랑한다.

        밀밭 같기도, 태양 같기도, 양귀비 같기도, 물결 같기도 한,

        달콤하면서도 단호함, 가무잡잡한 나비야.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8

 

 

        나는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어두운 소나무들 속으로 바람이 헤집고 지나간다.

        달은 떠도는 물 위로 빛을 발하고 있다.

        똑같은 날들이 쫓기듯 지나간다.

 

        춤추는 모습으로 안개는 풀어진다.

        은빛 갈매기 한 마리 낙조로부터 날아온다.

        때로는 돛폭 하나가, 높디 높은 별들이.

 

        오 어는 배의 검은 십자가,

        홀로,

        가끔씩 나는 내 영혼이 축축해질 때까지 밤을 새워 아침을

        맞는다.

        저 머나먼 바라 소리가 들리고 또 메아리진다.

        여기는 항구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건만 수평선은 부질 없이 널 감춘다.

        이 차가운 것들 사이에서 아직도 나는 널 사랑하고 있다.

        자꾸만 나의 입맞춤은 끝내 가 닿지 못할

        바다를 향해 달리는, 그 무거운 배를 타고 간다.

 

        이 낡은 닻줄처럼 나는 이미 잊혀진 존재임을 안다.

        오후가 정박할 때의 부두는 더욱 서럽다.

        불필요하게 허기진 나의 삶은 쉬 피곤해 한다.

        내 널 갖지 못하는 걸 사랑하낟, 너는 그렇게 저만치 있다.

 

        나의 구역질은 느릿한 황혼들과 함께 몸부림친다.

        하지만 밤이 다가와 나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달은 꿈의 수레바퀴를 빙글빙글 돌린다.

 

        가장 크막한 별들이 네 눈과 함께 날 바라다본다.

        그리고 내 너를 사랑하기에, 바람 속의 소나무들은,

        그 철사줄 같은 잎파리들로 네 이름을 노래하고 싶어한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7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서 그림자들을 그물로 잡아

        올린다.

        너는 여전히 저 멀리 있다, 아 그 누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다.

 

        생각에 잠겨, 새들을 풀어 주면서, 너의 이미지를 지우며,

        등불들을 땅에 파묻는다.

        안개 낀 종루, 저 위쪽으로, 얼마나 멀리 있는가!

        아무 말 없는 방앗간 사내는

        탄식을 삭이며, 우울한 희망들을 가루로 빻는다.

        밤은 도시의 저 멀리서부터 네게 엎드려 다가온다.

 

        네 모습이 다른 사람만 같고, 어떤 물건처럼 낯설기만 하다.

        기나긴 길을 걸으며 네 앞의 내 삶을 생각한다.

        아무의 앞에도 놓여진 적 없는 나의 삶을, 나의 혹독한 삶을.

        바다를 마주한 절규는, 돌멩이 사이로, 미친 사람처럼

        바다 내음 속을 자유로이 질주한다.

        슬픈 분노, 절규, 바다의 고독,

        재갈이 풀려, 격렬하게 하늘을 향해 온몸을 내뻗는다.

 

        너, 여인아, 그곳에서 너는 무엇이었지? 무슨 선이었고, 어는

        커다란 부채의 살대였지? 너는 지금 처럼 저 멀리 있었지.

        숲 속의 불길이여! 푸른 십자가들 속에서 타오르는구나.

 

        타오른다, 타오른다, 불길이 인가.

        탁탁거리며 쓰러진다. 불이야. 불이야.

        그리고 불탄 잿더미의 상처를 안고 내 영혼은 춤을 춘다.

        누구십니까? 어떤 침묵에 메아리가 살고 있을까요?

        향수에 젖는 시간, 기쁨의 시간, 고독의 시간.

        모든 시간들 가운데 나의 시간이여!

        뿔피리를 바람이 노래하며 지난다.

        내 몸뚱이엔 그토록 커다란 통곡의 열정이 맺혔다.

 

        모든 뿌리들의 흔들림,

        모든 파도들의 습격!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내 영혼은 한없이 구르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 등불을 파묻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네가 누구였더라?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6

 

 

        황혼녁 나의 하늘에서 너는 한 조각 구름 같고

        너의 색깔과 모양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달디단 입술의 여자,

        그래서 나의 한없는 꿈들이 네 삶 속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네 발을 붉게 물들이고,

        시디신 내 포도주는 네 입술에서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오, 해질녁의 내 노래를 거두어 들이는 여인이여,

        어찌하여 내 외로운 꿈들은 네가 나의 여인이라 느끼는가!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 하오의 산들바람 속에

        내가 소리치며 지나노라면, 바람은 내 홀아비 같은 목소리를

        끌고 사라져 버린다.

        내 눈 깊숙한 곳의 여자 사냥꾼아, 너는 나를 사로잡아

        밤이면 활발한 너의 눈길을 마치 물처럼 고여들게 하는구나.

 

        너는 내 음악의 그물에 잡힌 나의 포로, 나의 사랑아,

        내 음악의 그물들은 하늘처럼 넓기만 하다.

        나의 영혼은 상복 같은 네 눈동자의 기슭에서 태어난다.

        상복 같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꿈의 나라가 시작된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5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 없을 때가 좋다,

        너는 저 멀리서부터 내게 귀 기울이고, 내 음성은 네게 가 닿지

        못한다.

        마치 눈동자들이 네게 날아가 박히기라도 할 것만 같고

        단 한 번의 입맞춤이 네 입을 꼭 닫아 버리기라도 할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영혼으로 가득 차 있듯이

        너는 그것들 가운데서 솟아나와, 나의 영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그러면 너는 저만치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너는 투덜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자장가 속의 나비여.

        그리고 너는 저 멀리서 내게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내 음성이

        쫓아가 닿지 못한다.

        부디 네 침묵과 함께 나도 침묵할 수 있게 하라.

 

        등불처럼 밝게, 반지처럼 소박하게

        내가 너의 침묵과 함께 네게 말할 수 있게 해다오.

        너는 아무 말 없이 별만 초롱초롱 빛나는 밤과 갔다.

        너의 침묵은 그토록 머나먼 곳의 소박한 어느 별의 것이다.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너는 곧 죽을 듯이 저만치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럴 때면 한 마디의 말, 한 자락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리고 나는 즐겁다, 확실치는 않아도 무언가 때문에 즐겁기만

        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4

 

 

        매일 너는 우주의 빛과 장난을 한다.

        예민한 방문객이여, 너는 꽃 속과 물 속으로 도착한다.

        맨날 그렇듯 내 손 사이의 포도송이처럼

        내가 괴롭히는 이 티없는 작은 머리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너다.

 

        내 너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너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존재.

        노란 화관들 사이에서 내가 너를 가질 수 있게 하여 다오.

        그 누가 저 남쪽 별들 사이에 연기 글씨로 네 이름을 쓰겠는가?

        아, 아직까지 네가 존재하지 않던 그때, 진정 네 모습은

        어땠는지 기억하게 해다오.

 

        별안간 바람이 울부짖으며 나의 닫힌 창문을 때린다.

        하늘은 우울한 물고기들로 엉켜 있는 그물.

        여기엔 모두가 저마다 온갖 바람을 일으키러 온다, 모든

        바람들을.

        비는 옷을 벗는다.

 

        새들은 도망치듯 날아간다.

        바람이다. 바람이다.

 

        나는 사람들의 힘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폭풍우는 어두운 잎새들을 소용돌이로 휘몰아가고

        엊저녁 하늘에 매어 둔 배들을 모조리 풀어 놓는다.

 

        너는 여기 있구나. 아 너는 도망가지 않는구나.

        너는 마지막 비명까지도 내게 응답하리니.

        잔뜩 겁먹은 듯이, 내 곁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으라.

        그래도 네 눈동자엔 낯선 그늘이 가끔씩 스쳐 갔다.

 

        지금도, 지금까지 여전히, 작은 여인아, 너는 내게 인동 덩굴을

        가져오면서,

        향기 가득한 젖가슴까지 간직하고 있구나.

        슬픈 바람이 나비를 죽여 가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나의 희열은 네 살구 입술을 깨문다.

 

        나에게, 내 외롭고 거친 영혼에, 모두가 멀리하는

        나의 이름에 친숙해졌다는 것으로 너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리라.

        우린 보았다 우리의 눈이 입맞출 때 자꾸만 끓어 오르던 샛별과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부채 속으로 꼬인 몸이 풀려 가는

        황혼을.

        너는 사랑으로 만질 때면 나의 단어는 네 위에 비로 내린다.

        나는 네 몸이 별에 잘 말려진 진주 조개이던 시절부터

        사랑했다.

        지금은 네가 우주의 여주인이라는 것까지도 믿는다.

        내 너에게, 즐거운 꽃과, 물메꽃, 짙은 색 개암나무 열매와

        거친 입맞춤을 광주리 채 저 산에서 가져다 주마.

 

        정말로 나는 봄이 벚나무와 하는 행위를

        너와 함께 하고 싶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3

 

 

        나는 불의 십자가로 네 몸에

        하얀 지도를 그려 왔다.

        두려워하면서도, 타오르는 갈증을 이기지 못하는 네 속으로, 네

        뒤로

        내 입은 몸을 숨겨 가면서 활보하는 한 마리 거미였어.

 

        슬프고도 감미로운 인형이여, 네가 슬퍼하지 않는다면 좋을,

        황혼의 기슭에서 네게 해줄 이야기들.

        백조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아득하고도 기쁜 그 무엇.

        포도송이의 시간, 과일이 여물고 열매 맺는 그런 시간.

 

        너를 사랑할 때부터 나의 삶은 시작됐다.

        꿈과 침묵이 교차하는 고독.

        바다와 슬픔 사이에 갇힌 채,

        두 명의 꼼짝 않는 곤돌라 뱃사공 사이에서, 말없이, 헛소리를

        지른다.

 

        입술과 목소리 사이에서 무언가 죽어 간다.

        새의 날개를 가진 그 무엇이, 고뇌와 망각의 그 무엇이.

        물을 붙잡아 두지 못하는 그물도.

        나의 인형이여, 떨리는 물방울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이 덧없는 단어들 사이에서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목마른 내 입까지 올라온다.

        오 온갖 기쁨의 낱말로 너를 기릴 수 있을지니.

 

        노래하라, 끓어 오르라, 도주하라, 어느 미친 사내의 손 안에

        든 鐘樓처럼.

        슬픈 나의 연인이여, 너는 갑자기 뭐가 되어 버린 것일까?

        내가 그토록 무릅쓰고 추운 절절에 다다랐을 때

        나의 심장은 밤꽃처럼 저절로 닫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2

 

 

        내 심장을 위해선 너의 가슴 하나면 족하고,

        네 자유를 위해선 나의 날개면 족하나니.

        네 영혼 위에 내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내 입으로부터 하늘까지 가 닿으리다.

 

        네 안에 나날의 환상이 존재한다.

        이슬이 꽃술에 가 닿듯 네가 다가온다.

        지금 너의 부재로 너는 수평선을 파내고 있다.

        파도처럼 영원한 도망길에 있다.

 

        내가 얘기한 적 있지 소나무처럼 혹은 돛대처럼

        네가 바람 속에서 노래하고 있었다고.

        꼭 그들처럼 너는 저 높이 있으면서 아무 말도 없다.

        마치 어떤 여행처럼, 너는 이내 슬픔에 젖어든다.

 

        오랜 길처럼 정다운 여인아.

        메아리와 향수에 젖은 목소리들이 네게 거주하고 있다.

        내가 잠깨운 너의 영혼 속에 잠들어 있던 새들은

        이따금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도망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1

 

 

        거의 하늘 바깥 쪽의 두 개의 산 사이로 반달이 닻을 내린다.

        빙빙 맴을 돌며, 헤매이는 밤은, 눈동자의 웅덩이.

        그런데 그 웅덩이엔 얼마나 많은 별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가.

 

        내 눈썹 사이에 애도의 십자가를 긋는가 하면, 도망도 친다.

        푸른 금속의 화로, 소리 없는 싸움의 밤들,

        나의 심장은 미쳐 날아 다니는 놈처럼, 빙글빙글 싸돌아

        다닌다.

        그토록 먼 곳에서 온, 그토록 머나먼 곳에서 데려온 소녀요.

        이따금 너의 눈길이 하늘 아래로 반짝인다.

        한탄스러움, 폭풍우, 분노의 소용돌이가

        너를 붙잡지 못한 내 가슴 위를 휩쓸고 지나간다.

        묘지의 바람은 졸리우는 너의 뿌리를

        실어 가서, 박살을 내어, 산산이 흩뿌린다.

        그 뿌리의 다른 쪽 거대한 나무등걸도 송두리채 뽑아 버린다.

        하지만 너는, 맑디 맑은 소녀, 煙氣의 질문, 이삭.

        빛나는 나뭇잎으로 바람을 일으키던 소녀였어.

        한밤의 산 뒤켠으로는 백합의 불꽃.

        아 나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여자였다.

        네가 내 가슴팍에 난도질을 하고 떠나가 버린 안타까움,

        이제는 그녀가 미소짓지 않았다 다른 길을 따라나서는 시간,

        폭풍우가 땅에 묻어 버렸지, 바로 그녀에게 가 닿으려는,

        그녀를 슬프게 하려는, 종소리들 그리고 아뜩한 飛上을.

 

        아아, 길을 계속해서 가는 거다. 이슬 사이로 눈을 활짝 열고,

        고뇌와 죽음과 겨울을 막아 주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는 길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0

 

 

        우리는 이 황혼까지도 잃어버렸다.

        푸른 밤이 이 세상 위에 내리는 동안

        아무도 오늘 오후에 맞잡은 우리의 손을 보지 못했다.

 

        나는 창문으로부터 바라보고 있었다.

        머언 언덕들 위로 지고 있는 태양의 축제를.

 

        가끔씩 마치 동전 한 닢만큼하게

        내 손 사이에서 한 조각 해가 타오르고 있었다.

 

        네가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그 슬품 때문에

        질식할 듯한 영혼으로 나는 너를 그리워했었다.

 

        그런데, 너는 어디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슬퍼할 때나, 네가 저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면,

        왜 사랑의 아픔은 내게로만 다가오려 하는 것일까?

 

        황혼 속에서 항상 지니고 있던 책이 떨어져 버렸고,

        상처 입은 한 마리 개처럼 내 망토는 나의 발 아래로 굴러

        내렸다.

 

        항상 그렇지, 황혼이 굳은 표정을 지워 버리며 질주하는

        그런 하오면은 항상 너는 멀어져만 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9

 

 

        송진 냄새와, 여름날의 오랜 입맞춤에 취하여,

        둔중한 바다의 광포함에 휩싸여,

        갸냘픈 대낮의 죽음을 향해 추설 수 없는 몸으로

        나는 장미의 돛단배를 조종한다.

 

        창백하게 나의 탐욕스런 물결에 옭아매여,

        고통스러운 잿빛 소리의 옷을 아직도 걸치고,

        버림받은 물거품의 슬픈 장식을 단 채,

        활짝 벗어제낀 날씨의 시디신 향기 속을 항해한다.

 

        견고한 정열에 휩싸여, 내 단 하나의 파도를 타고 간다,

        밤인가 하면, 낮이고, 끓어오르는가 하면,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싱싱한 허리 같은 하이얗고 달콤한,

        행복한 섬들의 기슭에 잠들어 있다.

 

        입맞춤의 옷을 입은 내 몸은 축축한 밤에

        전기로 감전된 듯 미친 듯이 떨려 오고,

        마침내는 몇 개의 꿈고

        내게 열심히 그 일을 해대는 몽롱한 장미들로 電離된다.

 

        물 위에서, 표면의 물결 한가운데서

        낮은 하늘 빛의 힘 속에서 빨랐다 느렸다 하며,

        한없이 내 영혼에 달라붙어 있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평행한 네 육체는 스스로 내 품에 내맡겨 온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8

 

 

        하얀 꿀벌이여, 너는 꿀에 취한 채,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리고

        연기의 느릿한 螺旋을 따라 몸을 뒤튼다.

 

        나는 절망에 빠진 사람, 메아리 없는 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한때는 그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

 

        마지막 밧줄이여, 나의 마지막 불안은 네 안에서 삐걱거린다.

        너는 나의 황량한 대지의 마지막 장미꽃,

 

        아 말 없는 여인아!

 

        네 깊은 눈을 감으라. 거기 밤이 나래를 펴리니.

        아아 네 몸에서 겁에 질린 딱딱한 모습을 벗어 던져 버려라.

 

        너는 밤이 날개를 치는 깊디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

        신선한 J의 품속과 장미의 무릎을 가졌다.

 

        네 젖가슴은 하얀 달팽이들을 닮았다.

        네 뱃속에는 그림자 나비 한 마리가 잠자러 들어와 있다.

 

        아 말 없는 여인다!

 

        나 여기 너 없는 고독을 안고 있다.

        비가 내린다, 바닷바람은 헤매이는 갈매기들을 사냥한다.

 

        물은 젖은 길을 따라 맨발로 걸어간다.

        저 나무의 이파리들은 병자들처럼 탄식을 한다.

 

        하얀 꿀벌이여, 지금은 없지만, 너는 아직껏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린다.

        갸냘프고 말이 없는 너는 시간 속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아 말 없는 여인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7

 

 

        하오에는 몸을 숙여 바다 같은 네 눈동자 위로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거기서 조난자처럼 팔을 휘젓고 있는 나의 고독이

        가장 높은 화롯불에서 온몸을 펼치고 타오른다.

 

        바다가 등대 기슭에 그러듯 이별의

        聖油를 베푸는 네 넋잃은 눈동자 위로 나는 붉은 자국을

        남긴다.

 

        너는 오직 어두움만 지키는구나, 저 먼 곳의, 나의 여자여,

        너의 눈길로부터 가끔씩 놀라움의 해변이 솟아난다.

 

        하오에는 몸을 숙여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대양 같은 네 눈동자를 흔들어 대는 저 바다로.

 

        밤새들은 너를 사랑할 때의 내 영혼처럼

        빛나는 첫 별들을 부리로 쪼아 대고 있다.

 

        들판 위로 푸른 이삭들을 흩뿌리며

        밤은 우울한 암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6

 

 

        지난 가을 네가 어떤 존재였는지 난 오늘도 너를 기억해 낸다.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고요 속의 심장이었다.

        네 두 눈에서는 황혼녁의 불꽃들이 싸우고 있었지.

        그리고 나뭇잎들은 네 영혼의 물결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너는 메꽃 덩굴처럼 내 품에 꼭 매달려 있었지.

        나뭇잎들은 네 느릿하고 고용한 목소리를 끌어 모으고 있었어.

        나의 타는 듯한 목마름은 인사불성의 화롯불 속에서 끓어

        오르고 있었지.

        푸른 빛 달콤한 히아신스가 내 영혼 위에서 몸을 뒤채이고

        있었어.

 

        네 두 눈이 여행을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가을은 저 멀리

        있었다.

        회색 베레모여, 새 같은 음성이여 그리고 나의 깊숙한 갈망이

        이주하여 가곤 하였고 발갛게 뜬 숯불처럼

        나의 즐거운 입맞춤들이 내려 앉고는 하던 심장의 거처여.

 

        뱃머리에서 보는 하늘. 언덕에서 보는 들판.

        너의 추억은 빛의, 연기의 침묵하는 연못의 것!

        네 눈동자의 저 너머에서는 황혼이 끓어 오르고 있었지.

        가을의 마른 낙엽들은 네 영혼을 맴돌고 있었어.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5

 

        네가 내 얘길 들을 수 있도록

        나의 단어들은

        해변의 갈매기 발자국들처럼

        때때로 갸냘퍼지곤 한다.

 

        목걸이, 포도 같은

        네 보드라운 손길을 위한 술취한 방울.

 

        그리고 머나먼 나의 단어들을 바라본다.

        네 것들이 내 것보다 많다.

        그들은 덩굴나무처럼, 나의 오랜 고통을 기어 오른다.

        축축한 담벼락을 따라 그렇게 매달려 오른다.

        이런 피투성이 장난의 죄인은 바로 너.

 

        단어들은 내 어두운 은신처로부터 도망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채워 준다. 그 모두를 가득 채운다.

 

        너보다도 먼저 단어들은 네 고독에 살고 있었고

        너보다도 많이 내 슬픔에 친숙해져 있다.

 

        네가 내 얘길 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 단어들이 너

        들으라고

        내가 네게 말하고 싶은 것을 얘기해 주길 나는 지금 기원하고

        있다.

 

        고뇌의 바람은 아직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질질 끌고 다닌다.

        꿈속의 폭풍은 지금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쓰러뜨린다.

        나의 고통스런 목소리에서 너는 다른 음성들만 듣고 있다.

        해묵은 입들의 오열, 해묵은 바램의 피,

        나를 사랑해 다오, 벗이여, 나를 버리지 말아 다오, 나를

        따라와 다오.

        이 고뇌의 파도 속에서 나를 따라와 다오, 벗이여.

 

        그러나 나의 단어들은 너의 사랑으로 차츰 물들어 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차지한다. 그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다.

 

        포도처럼 보드라운, 네 하얀 손길을 위해

        나는 모든 단어들을 묶어 한없는 목걸이를 만든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4

 

 

        여름의 심장 속에

        폭풍우 가득한 아침입니다.

 

        이별의 하얀 손수건처럼 흘러 가는 구름을,

        바람은 방랑자의 손길로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무수한 바람의 심장은

        사랑에 빠진 우리의 침묵 위에 고동치고 있습니다.

 

        싸움과 노래로 가득한 혓바닥처럼

        오케스트라처럼 신성하게 나무 사이로 휘잉 소리냅니다.

 

        바람은 날쌘 도적처럼 낙엽을 훑어 가고

        고동치는 화살을 새들로부터 빗나가게 합니다.

 

        포말도 일지 않는 파도 속에서, 무게도 없는 근원 속에서,

        사위어 버린 불길 속에서, 바람은 아침을 허물어 버립니다.

 

        여름 바람의 문간에서 패배당한

        입맞춤의 부피는 산산이 부서져 물 속에 잠깁니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3

 

 

        아 소나무 숲의 광막함,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소문,

        빛의 느릿한 장난, 고독의 종소리,

        네 눈 속으로 가라앉는 황혼, 인형이여,

        대지의 소라고둥이여, 네 안에서 대지는 노래하나니!

 

        네 안에서 강물이 노래하면 내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러길 네가 바랄 게고 그곳은 네가 좋아하는 곳이기에.

        네 희망의 활에 재여진 나의 행로를 가르쳐 다오

        그러면 미친 듯이 나의 화살을 무더기로 쏘아 보내리니.

 

        나를 맴도는 네 안개 허리를 보고 있으면

        너의 침묵은 쫓기는 듯한 나의 시간들을 힘들게 한다,

        너는 투명한 돌맹이 같은 품을 간직한 존재

        그곳에 나의 입맞춤이 닻을 내리고 음습한 고뇌가 깃든다.

 

        아 사랑이 물들여 곱게 접어 놓은 너의 신비한 목소리는

        해거름이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며 죽어 가고 있구나!

        마음 깊은 곳의 시간 속에서 나는 보았다

        바람의 입 속에서 꺽이고 마는 들판의 이삭들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

 

 

        그 죽음의 불꽃 속에 빛은 너를 휘감아 돈다.

        네 주위를 선회하고 있는

        황혼의 오랜 소용돌이를 마주한 채

        정신 없이 빠져들어, 고통 속에 창백한 모습으로, 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여인아.

 

        벙어리여, 나의 친구여,

        이 죽음의 시간에 외로움의 한가운데 홀로

        삶의 불꽃들로 가득 차 있는,

        무너져 내린 하루의 유일한 상속녀여.

 

        태양에서 꽃 한 송이가 네 검은 옷자락 위로 떨어진다.

        거대한 뿌리들이 밤으로부터

        네 영혼으로부터 갑자기 자라나고,

        네게서 갓 태어난 창백하고 푸른 민족의

        자양분이 되기 위하여

        네 속의 감추어진 것들은 바깥으로 되돌아 나온다.

 

        검은 빛과 황금빛 속에 생겨나는 圓光의 노예 여인은

        오 거대하고 풍요로우며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나니

        오만한 여인, 그녀가 갈구하여 얻는 그토록 생생한 피조물로

        하여

        꽃들은 풀이 죽고, 그녀는 슬픔으로 가득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1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스무 개의 사랑의 시

 

 

        여자의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

        너를 내어주는 모습은 꼭 이 세상을 빼어닮았구나.

        우악스런 농사꾼 내 몸뚱이는 너를 파헤쳐

        대지의 밑바닥에서 아들놈이 튀어나오게 한다.

 

        터널처럼 나는 홀로였다. 새들은 내게서 도망쳤고

        밤은 엄청난 침략으로 내게 쳐들어왔다.

        내가 살아 남기 위해 너를 벼리었다 무기처럼,

        내 활에 재어진 화살처럼, 내 投石機의 돌맹이처럼.

 

        그러나 복수의 시간은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

        가죽의, 이끼의 갈증나고 단단한 젖의 몸.

        아 젖가슴의 사발들! 아 넋나간 눈동자!

        아 陰部의 장미들! 아 너의 느릿한 슬픈 음성!

 

        내 여인의 몸이여, 나는 네가 상냥하길 고집하리라.

        나의 목마름, 끝없는 나의 번민, 막막한 나의 行路여!

        영원한 목마름이 계속되는 어두운 水路들,

        끊이지 않는 피로, 그리고 한없는 고통.

 

 

 [제  목] [네루다와의 대담]  羊과 솔방울                             

 

 

羊과 솔방울

 

파블로 네루다 - 로버트 블라이 대담.

 

- 당신의 시에는 엄청난 이미지들의 강이 범람한다. 로르카, 알레익

산드레, 바예호 그리고 에르난데스의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 바로

시의 뿌리에서 솟는 시의 분출이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가 스

페인어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얘기를 미국시인한테서 듣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우선 말해야겠다. 우리도 물론 열광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는 아

직 대단한 게 없는 일꾼들이다. - 우리는 너무 비교를 해서는 안된

다. 스페인어 시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걸 얘기해야겠다. 16세기와

17세기 스페인 시는 위대했다. - 공고라, 케베도, 로페 더 베가 그

리고 다른 많은 거인들이 있다. 그런데 그후 3세기, 시가 없다 - 아

주 보잘 것 없는 시밖에는. 마침내 로르카, 알베르티, 그리고 알레익

산드레의 세대가 다시 큰 시를 썼다. - 그들은 그 작은 시를 극복

하고 솟아올랐다. 어떻게, 또 왜? 우리는 이 세대가 공화국으로서의

스페인의 정치적 각성, 잠자고 있던 위대한 나라의 깨어남과 때를

같이하는 세대라는 걸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득 그들은 깨어나

는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힘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내

시 <스페인은 어떠했는가>에서 얘기했는데, 어젯밤 포에트리 센터

에서 내가 낭독한 걸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프랑코 일당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건 많은 시인들을

추방하거나 죽였다. 미겔 에르난데스, 로르카, 안토니오 마차도한테

일어난 일들이 그것인데, 그들은 실로 20세기의 고전이었던 것이다.

  남미에서의 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아다시피 우리 대륙의 나라들

에는 이름없는 강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누구도 말한적이 없는

새들이 있다. 우리가 초현실적이 되는 건 쉬운 노릇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

기로는, 우리의 의무는 들어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유럽

에서는 모든게 그려졌고, 유럽에서는 모든게 노래되었다. 그러나 아

메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휘트먼은 위대한 선생이

었다. 휘트먼은 무엇인가? 그는 강렬한 의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눈

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보는 무서운 눈을 갖고 있었다 -

그는 우리한테 사물을 보는 걸 가르쳤다. 그는 우리들의 시인이었다

 

- 휘트먼은 확실히 북미의 시인들보다 스페인어권 시인들한테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왜 북미의 시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영국의 영향 때문에 그랬을까?

 

아마, 아마 영국의 주지주의적 영향때문일 것이다. 또한 많은 미국

시인들은 휘트먼을 너무 거칠고 너무 원시적이라고 생각한 엘리오

트를 그냥 따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휘트먼 -

그는 복잡한 인간이며 그가 저일 좋은 건 그가 가장 복잡한 때이다.

그는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그는 우리한테 시

와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가르쳤다. 우리는 그를 대단히 사랑했다.

엘리오트는 우리한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아마도 너무 지적

이고, 우리는 너무 원시적인 모양이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길을 선

택해야 한다 - 세련되고 지적인 길이거나, 아니면 보다 형제답고

일반적인 길을 택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끌어안으려고 한

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고 한다든지..........

 

- 그의 에세이에서 엘리오트는 전통에 주목했다. 그러나 당신 말씀

을 들으면 남미에는 실로 아무 전통이 없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

다 - 아메리카에는 아무 전통이 없다 - 그리고 그 전통 결핍의 인

정이 사물을 열었다.............

 

 그거 흥미있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남미 시인들한테서는 아주 오

래된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겠

다. 예컨대 바예호한테 있는 인디언적 사고방식 같은 게 그것이다.

세사르 바예호는 인디언 나라인 그의 나라, 페루의 아주 깊은 데서

유래한 어떤 걸 가지고 있다. 아다시피 그는 훌륭한 시인이다.

 문학의 전통에 대해서 말인데, 우리는 어떤 전통을 가졌을까? 19세

기의 스페인 시는 아주 빈약한 시였다 - 미사여구에다 거짓되고  -

가장 나쁜 방식으로 후기 낭만주의적이었다. 그들 중에는 좋은 낭만

주의 시인이 없었다. 셀리도 없었고, 괴테도 없었다. 도대체 그런 시

인이 없었다. 도무지 없었다. 수사적이고 공허했다.

 

- 당신의 시는 사람들 사이의 애정의 비젼을 보여준다. 사람과 동

물 사이의 애정, 식물과 뱀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인간과 그의 무

의식이 주고 받은 것...........대부분의 현대 시인들은 아주 다른 비젼

을 드러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세, 나는 시의 종류를 구분한다. 나는 이론가는 아니지만, 나는 밀

폐된 방에서 씌어진 시를 한 가지의 시로 본다. 한 예로 말라르메를

들겠는데, 아주 위대한 블란서 시인이다. 나는 가끔 그의 방을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 그 방들은 작고 아름다운 물건들 - 아바나코 -

부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부채들에 대해서 아름다운 시를 쓰

곤했다. 그러나 그의 방들은 숨막히고, 커튼 천지이며, 공기가 통하

지 않았다. 그는 닫힌 방의 위대한 시인이며 새세계(미국을 가르킴)

의 많은 시인들이 이 전통을 따르는 것 같다 : 그들은 창을 열지

않은데, 당신을 창을 열 뿐만 아니라 창 밖으로 나가서 강과 동물과

맹수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우리나라의 라틴 아메리

카의 젊은 시인들한테 - 아마 이게 우리의 전통일 것이다 - 사물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 들어가보고, 산에 들어가보고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다가가라고. 그리고 그런 엄청난 경이가 있는데, 어

떻게 생명에 접근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슬라 네그라의 아주 거친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 내 집이

거기 있다 - 그리고 나는 거기서 혼자 바다를 바라보거나 일을 하

는데 지치는 법이 없다. 나한테 그건 끊임없는 발견이다. 아마 내가

당신에 나라의 위대한 저술가 쏘로우나 그밖의 명상적인 작가들처

럼 19세기의 어리석은 자연 애호가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명상적이

지 않지만, 그러나 그건 시인의 삶의 아주 커다란 부분이라고 생각

한다.

 

- 당신은 많은 정치적 싸움터에서 싸웠고, 곰처럼 진지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싸우고 있는데도, 톨스토이처럼 정치적인 문제에 사로 잡

히는 걸로 끝나지도 않았고 또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당신의 시는

점점 더 인간적이 되고, 애정 깊은 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한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아다시피 나는 아주 정치적인 나라 출신이다. 싸우는 사람들은 대중

으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는다. 정치적으로 칠레의 모든 작가들은

좌익이다 - 그 점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우리는 우리 국민들한테

지지받고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그게 우리 마음을 아주 든든하게 하

며 우리를 지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대단히 훌륭하다. 아다시피

칠레에서의 선거들은 일방적인 승리를 하거나 상대방은 아주 적은

득표를 할 뿐이다. 시인으로서 우리는 참으로 일반 국민과 접촉하는

데, 그러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내 시를 우리나라 어디에서

나 낭독한다 - 모든 마을, 모든 도회지에서 - 여려해 동안,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걸 나는 내 의무라고 느낀다. 그건 싫증나고 귀찮은 일

이지만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그것으로부터 정치에 대한 내 집착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허구많은 불행을 보아왔

다. 내가 보는 가난 - 나는 그걸 외면할 수가 없다.

 

- 근년에 와서야 미국사람들은 남미 문학이 어떤 것인지 깨닫기 시

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문제는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미의 작가가 더 많이 스페

인어로 번역되고 또 남미의 시와 문학이 영어로 번역될 필요가 있

다. 칠레의 펜클럽 대표가 그들이 만든 책 목록을 나한테 보여주었

다. 그 목록은 북미인들이 읽어야 할 백권의 기본적인 남미 작품을

담고 있다. 그들은 그런 계획에 대한 지원을 바라고 있고 펜대회 기

간 동안 자기들의 뜻을 알리려 하고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다. 펜

클럽이 그걸 지원할는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가 그 계획을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해보라 - 그 바예호의 작품이 미국에

서 번역이 된 일이 없다! 겨우 스무편의 작품이 당신네의 식스티스

프레스(Sixties Press)출판사에서 출판되었을 뿐이다

 

- 당신은 인류의 많은 적들 중에 신들이 있음을 믿게 되었다고 알

고 있다. 당신이 랑군에 있을 때 그러한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한

걸로 나는 안다. 그러나 시와 마찬가지로 신들도 인간의 무의식로부

터 나오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뜻에서 그들이 적인가?

 

처음에는 신들이 시와 마찬가지로 돕는다. 인간은 인간을 돕는 신을

만든다. 그러나 나중에 인간은 신들을 이기고 그리고는 파산한다.

 

- 당신한테 좋은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과연 살았다

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 더 생각해 보겠다!

 

- 톨스토이는 인간성 속에 새로운 의식이 기관처럼 발전해왔다고

말하면서, 정부들이 이 새로운 의식의 성장을 막으려하고 있다고 말

했다. 당신은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정부들은 이 세계의 어디에서나 작가와 시인들의 정신

을 이해한 적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고치고자 하는 일반적인 일이

다. 어떻게? 제작하고 씀으로써. 대중 앞에서 하는 강연이나 다른

강연들을 하는 걸 보니 당신들 미국 시인들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

다. 당신들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정신을 옹호함으로써 새로운 걸

깨닫게 하고 있다.

 

- 세사르 바예호는 초현실주의를 통해 싸우고 거기에 오랫동안 빠

져 있던 시기를 지나, <인간 시편 Poemas Humanos>에서는 매우

인간적인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도 <지상에서 살기 Residencia

enla Tierra>의 오랜 초현실주의 시기를 지나 <단순한 것들을 기리

는 노래 Odas Elementales>의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들 두 사람

이 같은 길을 간 건 묘하지 않은가?

 

 나는 바예호를 사랑한다. 나는 항상 그에 대해 감탄했고, 우리는

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다르다. 특히 인종이 그렇

다. 그는 페루 사람이었다. 그는 진짜 페루 사람이고 나한테는 페루

사람이 뭔지 흥미롭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 나는 당신이 나

한테 한 말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당신이 우리 두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아주 좋아한다 -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품세계에

서 우리를 가까이 접근시킨 게 상당히 좋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

지 못했다. 그거 좋다.

 

- 그와 함께 실내에 있을 때 그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흥분하기 쉬

운 사람이었나 아니면 평온하고 생각에 잠겨있는(침울한) 사람이었

나?

 

바예호는 보통 아주 진지했고, 아주 근엄했고, 대단한 위엄을 가지

고 있었다. 그는 아주 높은 이마를 갖고 있었고 체구는 작았으며,

겅원한다고 할까 떨어져 있는 듯이 아주 서름서름했다. 그러나 친구

들과 같이 있을 때는 - 그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와 있을 때는 그랬는데 - 행복해서 펄쩍펄쩍 뛰는

걸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그의 두 가지 면을 알고 있다.

 

-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 시와 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인디언적

요소>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그 <인디언적 요소>란 정확히 무엇

인가?

 

바예호에게서 그것은 미묘한 사고방식, 직접적이 아니고 간접적인

표현방식으로 드러난다. 나한테는 그게 없다. 나는 카스틸랴 시인이

다. 칠레에서 우리는 인디언을 옹호하며 모든 남미 사람은 어느 정

도 인디언 피를 갖고 있는데,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나는 내 작품

이 어느 모로도 인디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지상에서 살기>에서 당신의 시는, 마치 검은 땅을 파들어가는

사람처럼, 절망 속으로 깊이깊이 파들어간다. 그 뒤 당신은 방향을

바꾸었고, 당신의 시는 더욱더 단순성을 향해간다. 그것은 스페인

내란이 사람들이 얼마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아주 분명하

게 보여준 데 그 일부 이유가 있는 것인가?

 

 

당신 그 얘기 참 잘했다 - 사실 그렇다. 아다시피 내가 <지상에서 살기

 1>과 2를 썼을 때 나는 인도에 살고 있었다. 나는 스물 하나, 스물 둘,

그리고 스물 세 살이었다. 나는 인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나는 잘 몰랐고, 또한 내가 이해하지 못한 영국 사람들과도 떨어져

지냈는데,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나는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나라에 있었는데,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나한테는 외로운 날들이요 세월이었다. 1934년에 나는 마드리드

주재 영사로 옮기게 되었다. 스페인 내란은 나로 하여금 더욱 보통 사람들

가까이 살도록 돕고 부추겼으며, 더욱 이해하고 더욱 자연스러워지도록

했다.  처음으로 나는 내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걸 느꼈다.

 

 

- 릴케와 <신성한 시인들 Poetas Celestes>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당신이 그들을 공격하는 시를 쓴 이래 조금이라도 바뀌었는가?

 

그렇다. 일생 동안 나는 여러번 잘못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는 독

단적이고 어리석었다. 그러나 내 생각의 흐름은 옛날과 다름이 없

다. 단지 과장 속에서 나는 잘못을 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카프카가

위대한 소설가인 것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미안

하다. 그러나 모순들 - 사람은 삶이 진행해야만 그것들을 보며, 실

수를 한 뒤에야 그걸 안다.

 

-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쓰여진 문학작품의 질이 30년 전에 씌여진

작품보다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 그렇지 않다. 창조성은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날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일찍기 보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형식들을

본다. 체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없다. 전에는 틀을 깨는 데 대

한 커다란 두려움이 있었으나 인제는 그런 두려움이 없다. 그건 근

사한 일이다.

 

- 어떻게 해서 당신은 그런 체험의 두려움이 없는가?

 

두려움이 없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구석에 몰린 쥐처럼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아주 젊은 시인이

었을 때 나는 비평가들에 의해 우리한테 강요된 모든 법칙들을 깨

는 걸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든 젊은 시인들은

등장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

다.

 

- 어떤 에세이에서 당신은, 당신이 어렸을 때 겪은 일로 당신의 시

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스스로 생각한 일에 대해서 썼다.

당신네 집 뒷뜰에 담이 있었다. 거기 뚫린 구멍으로 어느날 작은 손

이 당신한테 선물을 - 장난감 양을 하나 들이밀었다. 그리고 당신

은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 구멍으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물

건 - 솔방울을 건네주었다.

 

그래, 그 아이가 나한테 양을, 나무로 만든 양을 들이밀었다

 

- 그 일이 당신으로 하여금 만일 당신이 어떤 걸 인류에게 주면 당

신은 한결 더 아름다운 걸 받게 된다는 걸 이해하도록 했다고 말했

는데.

 

당신의 기억력은 대단하다. 그거 옳은 얘기다. 나는 어린 시절의 그

일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선물의 주고 받음 - 신비한 - 은 무슨

앙금처럼 내 속 깊이 자리잡았다.

 

 

* 이 대담은 1966년 6월 12일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 스무편의 사랑의 시과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제  목] 네루다에 관한 영화-일 포스티노                             

 

 아름다운 한편의 시...`일 포스티노'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는 없다}고 선언했던 한 미학자는 {그렇다면 살아

남은 자는 무엇인가}하는 반문에 발언을 다시 주워담았다. 시란 인생과 동

격이라는 뜻일터.  [일 포스티노]는 살며 사랑하는 기쁨을 아는 자만이 시

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칠레의 저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

당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처를 제공한다. 52년 네루다가 햇살이 눈부신

지중해 나폴리의 작은 섬에 도착하자 세계 각지에서 우편물이 날아오기 시

작한다.  우체국장은 네루다 전담 우편 배달원을 고용한다. 그래서 취직하

게 된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지)는 글자나 겨우 읽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여자들이 네루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네루다에게  말

을 붙이기 위해 노력한다.

 

  {메타포가 뭐죠?} 마리오가 묻자 네루다는  {하늘이 운다는 것이 무엇이

냐}고 되묻는다. {비가 온다는 소리죠.} 은유가 느낌이라는 것을 배운  어

부의 아들은 마을 주점에서 베아트리체를 본 순간부터 시인을 꿈꾼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네루다의 시를 도용해 연애 편지를 보내고  네루다에게 지원 요청을  하던

마리오는 사랑에 깊이 빠져 자기도 모르게 시인이 되어간다.  {이 섬의 아

름다움에 대해 한마디 해보게.} 네루다가 말하자 마리오는 {베아트리체 루

소}라고 답한다.

 

  이제 그는 시인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지겹게만 느껴졌던 섬 생활도

문득 돌아보니 아름다운 바다와 쏟아질 것 같은 별들로 가득차 있으며  바

람은 절벽을 쓰다듬고 파도는 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

닌가.  마리오는 마침내 베아트리체와 결혼하고 네루다는 본국으로 돌아간

다.  선생님이 떠나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떠난줄 알았던 마리오는 그

를 통해 듣게 된 마을의 소리들을 녹음기에 담는다. 파도, 바람, 그물, 그

리고 베아트리체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심장소리.   지금까지 살며 사랑한

자기 세계의 소리를 담은 것이다. 비로소 관객들은 마리오가 진정한  시인

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돌아온 네루다가 마리오의 녹음 소리를 들으며 느

끼는 것도 세상의 수많은 마리오가 다 시인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시라는 것이

다.

 

  마이클 랫포드 감독과 촬영 완료 다음날 지병으로 사망한 마시모 토로이

지는 놀랍게도 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해주는 영화적

감동을 안겨준다.

 

 [제  목] 파블로 네루다의 詩 6편                                     

 

                파업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이상해 보였다.

공장 속의 고요,

두 행성 사이의 한 가닥 실이 끊어진 듯

기계와 사람 사이의

거리,

물건 만드느라 시간을 쓰던 사람이 손들의

不在, 그리고

일도 소리도 없이 휑한 방들,

사람이 터빈의 空洞들을

저버렸을 때, 그가

불의 팔들을 잡아뜯었을 때,

그리하여 용광로의 내부 기관이 죽었을 때,

바퀴의 눈을 뽑아내어

눈부신 빛이 그 보이지 않는 圓 속에서

꺼졌을 때,

크나큰 에너지의 눈,

힘의 순수한 소용돌이의 눈,

엄청난 눈을 뽑아버렸을 때,

남은 건 의미 없는 강철 조각 더미,

그리고 사람들 없는 상점들 안에 혼자 남은 공기와

쓸쓸한 기름 냄새,

그 파편 튀는 망치질 없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엔진 덮개 외엔 아무것도

죽어버린 동력의 더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염돼 더러운 바다 깊은 데 있는

검은 고래처럼,

갑자기 外界의 쓸쓸함 속에 잠겨버린 산맥처럼.

 

 

                수수께끼

 

바닷가재가 그 금빛 다리로 짜고 있는 게 뭐냐고

당신은 나한테 물었다.

나는 대답한다. 바다가 그걸 알 거라고.

우렁쉥이가 그 투명한 방울(鍾) 속에서 무얼 기다리고 있느냐고

당신은 말한다. 그건 뭘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말한다. 그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처럼.

당신은 나한테 묻는다. 매크로씨스티스 앨거(해초)는

그 품 속에 누구를 안고 있는냐고.

연구해, 그걸 연구해봐, 어떤 시간에, 내가 아는 어떤 바다에서.

당신은 一角고래의 고약한 송곳니에 대해 묻고, 나는 그 바다의

一角獸가 어떻게 작살을 맞아죽는지 말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당신은 물총새의 깃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남쪽 조수의 맑은 샘에서 몸을 떠는 그 새의.

또는 카드에서 말미잘의 투명한 건축에 관한 의문을 발견하고

나더러 해명하라고 할 모양이지?

당신은 지느러미 가시의 電氣的 성질을 알고 싶어하지?

걸어가면서 부서지는 裝甲 종유석은?

아귀의 돌기, 물 속 깊은 데서 실처럼

뻗어가는 음악은?

 

바다가 그걸 안다는 걸 나는 당신한테 말하고 싶다,

그 보석상자 속에 들어 있는 생명은

모래처럼 끝이 없고, 셀 수 없으며, 순수하고,

그리고 피빛 포도 사이에 시간은

단단하고 반짝이는 꽃잎을 만들었고,

빛으로 가득찬 해파리를 만들었으며

또 그 마디들을 이어놓았고, 그 음악적인 줄기들을

무한한 眞珠層으로 만들어진 풍요의 뿔에서 떨어져내리게 한다.

 

나는 사람의 눈을 앞질러간, 그 어둠 속에서

쓸모 없이 된 빈 그물일 뿐,

삼각 기중기, 겁많은 오렌지 球體 위의

經度를 앞질러간 빈 그물,

 

나는 당신처럼 돌아다닌다,

끝없는 별을 찾으며,

그리고 내 그물 속에서, 밤중에, 나는 벌거숭이로 깨어난다,

단 하나 잡힌 것, 바람 속에서 잡힌 물고기 하나.

 

 

 

 

     망각은 없다 (소나타)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어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 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애기부터 할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 세간,

흔히 썩어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애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허나 그런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고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은 바다 제망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게 참 많으니까.

 

 

    소나타와 파괴들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속이는 동료들, 수상한 꿈과 더불어 돌아다니고 나서,

나는 아직도 내 눈 속에 살아있는 단단함을 사랑한다.

말을 탄 듯이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나는 들으며,

잠든 불과 황폐한 소금을 나는 물어뜯고,

밤이 되어 어둠이 짙고, 그리고 슬픔이 남몰래 움직일 때,

나는 내가 먼 야영자들의 기슭을 망보는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빈약한 방비로 돌아 다니는 여행자,

자라나는 그림자와 떨리는 날개 사이에 끼인,

그리고 돌로 만든 내 팔이 나를 보호하는 여행자.

 

눈물의 과학중에는 혼란스런 재단이 있으며 ,

그리고 내 향기 없는 저녁 명상 속에서,

달이 사는 내 황폐한 침실 속에서,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잃어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내 영원한 상실을 사랑한다.

습기찬 포도는 변색하고, 그 우중충한 물은

아직도 명멸하며,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유산과 무너질 듯한 집도.

누가 재의 儀式을 거행했는가?

 

누가 잃어버린 걸 사랑했으며, 누가 마지막 남은 걸 보호했는가?

아버지의 뼈, 그 죽은 배의 목재,

그리고 그 자신의 종말, 그의  날아감,

그의 우울한 힘, 불운했던 그의 神을?

그러니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과 고통받고 있는 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비상한 증언 -

잔인할 만큼 효능 있고, 재에다 쓴 증언은

내가 좋아하는 망각의 방식이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가는 나날들.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네가 어땠는지.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존재 전체가 평온했다.

네 눈에서는 저녁 어스름의 熱氣가 싸우고 있었고,

나뭇잎은 네 영혼의 물 속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팔꽃처럼 내 팔 안에 들 때

네 슬프고 느린 목소리는 나뭇잎이 집어올렸다.

내 갈증이 타고 있는 경악의 모닥불.

내 영혼 위로 굽이치는 히아신스의 부드러운 청색.

 

나는 느낀다 네 눈이 옮겨가고 가을은 사방 아득한 것을 :

회색 베레모, 새의 목소리, 그리고 내 깊은

욕망이 移住하는 집과도 같고

내 진한 키스의 뜨거운 석탄처럼 떨어지고 있었던 가슴.

 

배에서 바라보는 하늘. 언덕에서 바라보는 평원 :

너를 생각하면 기억나느니 빛과 연기와 고요한 연못 !

네 눈 너머로 저녁 어스름은 싸우고 있었고.

가을 마른잎은 네 영혼 속에 맴돌고 있었다.

 

 

 

            한 여자의 육체...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저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야만인이며 시골사람인 내 몸은 너를 파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다.

그리고 밤은 그 막강한 군단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활의 화살처럼, 내 投石器의 돌처럼 벼렸다.

 

허나 인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放心으로 가득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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