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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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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놀이 / 이낙봉
2018년 12월 28일 21시 04분  조회:1455  추천:0  작성자: 강려
놀이
 
이낙봉
 
세계의 안쪽이 있다면 세계의 바깥쪽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안쪽에 내가 살고 있다면 세계의 바깥쪽에 당신이 살고 있을 것이다. 세계의 안쪽이 나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다면 세계의 바깥은 날 그냥 방목할 것이다. 맑은 유리창은 세계의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에 있다.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유리창이 나와 당신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내가 왼손을 들면 당신도 따라서 왼손을 들 것이다. 내가 밥을 먹으면 당신도 밥을 것을 것이고 내가 울거나 웃으면 당신도 울거나 웃을 것이다. 내가 잠을 자면 당신도 잠을 잘 것이고 꿈을 꾸면 당신도 꿈을 꿀 것이다. 그러나 교감이 문제다. 유리창이 나와 당신의 호흡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당신과 내가 놀이를 즐기려면 당신이 유리창을 열거나 내가 유리창을 깨해야 한다. 과연 누가 할 것인가?
 
영화 인셉션(Inception-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을 본다. 논리적 판단이나 이성적 판단은 필요 없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타인의 꿈속에 침투하여 생각을 훔칠 수도 있고 타인의 꿈속에서 그의 무의식을 이용하여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 꿈속의 꿈. 또 그 꿈속의 꿈. 다시 그 꿈속의 꿈으로 자꾸만 들어간다. 그리고 놀랍게도 꿈을 공유한다. 그럼 이것이 꿈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결국 나는 영화 끝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놀이에 인셉션 당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사실 영화를 분석하고 따질 필요는 없다.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붉은 악마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쳤고, 가수 인순이가 놀라운 가창력으로 ‘거위의 꿈’을 노래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김연아도 환상의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런데… 꿈은 결국 깨는 것 아닌가? 강호순의 꿈은? 빙어의 꿈은? 꿈은 스스로 꿈을 꾸는 자가 완성하는가? 놀이는 스스로 노는 자가 완성하는가?
 
여자는 국선변호인 남자는 교통사고 피의자, 둘은 언젠가 스치듯 술잔을 나눈 사이, 남자는 개를 안고 운전 하는데 그놈이 오줌을 싸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여자에게 말한다, 흐흐,
 
여자의 꿈 속에서 보양음식점 주차장을 찾는데 자동차가 갑자기 자전거로 바뀐다, 자전거 주위로 골목의 개들이 미친 듯이 쫓아온다, 얼굴은 토끼를 닮았고 아가리는 뱀처럼 쩍 벌어진 개가 발목을 문다, 막대기를 집어 아가리에 넣었더니 와작와작 깨물어 먹는다, 내 다리를 문 놈,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소주 한 병씩 먹이겠다고 다짐한다, 흐흐흐,
 
내 꿈 속의 꿈 속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다, 어떤 남자가 곁에 오더니 형님은 4번 타자라고 말한다, 바닥은 토사물이 홍건하다, 엉덩이 큰 여자가 대걸레 대신 치마로 토사물을 닦아낸다, 남자가 사실 형님은 4번 타자가 아니라고 소리치며 도망간다, 흐흐흐흐, -졸시 ‘꿈’ 전문
 
네 번째 시집 ‘미안해 서정아’ 수록 시 모두에 원제목 대신 주민등록번호 앞 번호를 제목으로 바꾼다. 시의 탄생일인 초고를 축하한다. 주된 의도는 처음부터 독자가 제목으로부터 시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뻔한 시에 뻔한 제목. 식상한 일이지만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으나 놀기로 한다. 3년 전 일이다. 그때도 시원했는데 지금도 시원하다.
 
시란 무엇인가? 골치 아프게 시가 무엇인지 시의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할지.생각하지 말고 시쓰기를 하자? 전통적인 시를 쓰는 시인들은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기승전결을 바탕으로 하고 내용에 충실해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뒤샹은 화단의 기존 형식에 염증을 느껴 사물로 말하기를 시도한다. 예술이란 우리 삶의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흔적(레디메이드)이라고 주장한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보는 물건들에 작가의 고민에 의해 새로운 제목과 관점을 부여하면 그것 또한 작품이라고 새로운 형태의 미술세계를 창조한다. 그의 전위적인 생각은 앤디워홀과 백남준이 그 뒤를 이어간다. 그들 뿐 만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미술 외 다른 예술분야와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시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마음가는대로 거리낌 없이 놀자.
 
신작시 4편 근작시 6편 합이 10편. 발표를 한 시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신작시와 근작시를 구분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무렇게나 그냥 10편을 고른다. 조금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골라서 대충 분류한다. 나는 신작시가 근작시고 근작시가 신작시이므로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발표한 시 중에서 근작시 6편을 고르려고 했으나 포기했다. 발표한 시를 또 발표하는 것 같아 싫었다.) 시 10편의 사족으로 산문을 마무리 하자. 요즈음 시와 내가 놀고 있는 종목은 아방가르드 작가들이다. 대중가요 가사다. 그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즐겁다. 어차피 내가 하는 게임은 전통적인 방식의 게임이 아니므로 내가 룰을 만들고 내가 즐기면 된다. 그러다 재미없으면 또 새로운 룰을 만들어 즐기면 되는 것이다. 계속 룰을 만든는 것도 썩 괜찮은 놀이다.
 
 
 
 
 
 
 
 
 
이낙봉
 
g는 양갈보(주한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와 똥갈보(내국인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가 한 동네에서 공존하는 소도시의 변두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같이 노는 친구들은 니나놋집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모두 그렇고 그렇듯이 철모르고 건강하고 즐겁게 커간다. 발정기가 시작될 즈음엔 양갈보가 모여 사는 골목으로 이사를 간다. 양갈보의 방에는 포르노 잡지가 있고 미군 병사들은 술을 마시거나 대마초를 피운다. 양갈보는 g가 발정기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이면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뒷물을 한다. 낄낄대며 양갈보의 알몸을 엿볼 때 첫 욕망의 대상이 뻔질나게 집으로 놀러온다. g는 모르는 건지 어리석은 건지 발정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암내를 따라가지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비의 암내에 이끌려 무작정 시를 쓴다. 비의 암내에 이끌려 무작정 쓰는 시는 건방지고 허황되고 환각을 요구한다. 그런 환각을 위하여 아티반(신경안정제)을 복용하고 술을 마신다. 환각 속에서 깨어나면 세상이 도니까 나도 같이 돌아야 돌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착각을 하고 착각은 또 다른 착각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악순환 속에 빠져 익사 직전까지 갔을 때 만난 환상의 새. 환상의 새는 불타는 욕망에 기름을 붓고 잡힐 듯 말 듯 주위를 맴돌다가 날아나고 맴돌다가 날아난다. 그렇게 활활 타오는 욕망의 끝은?
 
이런 글쓰기는 사건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엮어나가야 흥미로운데 난 이런 글쓰기가 지겹고, 아무튼 g는 잡종이다. 잡종은 잡종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다. 잡종은 잡종을 선택하고 또 선택하여 조금씩 조금씩 진화한다. 진화하면서 자칭 순수혈통이라고 자랑하는(사실 순수혈통인 척하는) 무리 속에 섞여 별종으로 살아간다. 간혹 순수혈통 중에는 뛰어난 시각과 후각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먹이를 단숨에 끝장내는 우두머리가 있다(사실 가짜 우두머리가 대부분이다). 가짜건 진짜건 우두머리 주변에는 수많은 무리들이 무언가 얻어먹겠다고 독한 암내를 풍기며 덤벼든다. 그러나 사기의 자질을 가진 무리들은 교미가 끝나고 얼마간 허기가 채워지면 미련 없이 떠나거나 곁에서 뻔한 사기를 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잡종은 다르다. 잡종은 잡종이기에 잡종끼리 끊임없이 교접하여 돌연변이를 만든다. 돌연변이는 눈에 잘 보이기 종속이어서 자짓하면 말라죽어버린다. 말라죽더라도 잡종을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돌연변이의 탄생을 위해서다. 돌연변이가 돌연변이를 낳고 낳아 돌연변이는 명맥을 이어간다. 태생적으로 g는 잡종을 선택한다. 돌연변이를 선택한다.
 
등 낮추고 꼬리 내린/ 개, 침 흘리는/ 개, 막다른 골목의/ 개, 쓰레기통 옆에서 비 맞는/ 개, 발정한 성기 덜렁대는/ 개, // 황홀하게 부서지는 아카시아/ 꽃잎 따먹던 시절의 개,/ 배고파도 굶고/ 졸려도 자지 못하는 개, // 버석버석 말라가는/ 개, 사랑하고 싶은/ 개, 새끼 낳고 싶은/ 개, 이빨 감추고 사는/ 개, 비루먹으며 끝까지 살아남을/ 개, -졸시 <개>전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가 장마철 습기처럼 눅눅하다. 이런 글쓰기는 변죽을 울리는 짓이지만 변죽이면 어떻고 팥죽이면 어떤가. 어차피 언어는 본질을 모르고 변죽을 울리는 화려한 북채인 것을. 욕망은 초조하고 불안하고 허망한 것. 욕망은 계속 부패하는 거대한 똥덩어리. 거대한 똥덩어리는 작은 똥막대기 하나로는 깨끗이 치울 수 없는 일. 잡종 g는 환상의 새에 이끌려 활활 타오르는 욕망의 끝 천길 낭떠러지에 다다른다. 돌아설 수도 없고 한발 내딛으면 허공. 10년을 쪼그리고 앉아 망설이고 망설이다 죽어도 좋다 뛰어내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허공에서 배설을 만난다. 배설할 대상은 많고 배설은 욕망보다 똥덩어리가 작다. g는 배설을 위하여 끝까지 간 욕망을 이용한다. 긴장 풀어진 첫 욕망의 배설(s), 건방지고 건조한 욕망의 배설(k), 바람의 축축한 욕망의 배설(m), 지금까지 계속 괴롭히는 끈끈한 욕망의 배설(j)을 철저히 기만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단 한번의 술의 배설(c)까지 시도한다.(괄호 속 알파벳은 개인적인 암호) 그러나 어느 배설이건 배설 후 죽음의 냄새가 스며들고, 스며든 죽음의 냄새는 곰팡이처럼 번식한다. 욕망의 찌꺼기까지 말끔히 태워 버려야 죽음의 냄새를 지울 수 있다. 그렇게 태워 버리면 배설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욕망의 재속에 숨어있는 불씨까지 말끔히 죽인 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재속에 숨어 있는 불씨.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불씨.
 
너는 아는가? 일회용배설, 똥막대기가 개의 좋은 장난감인 것을.
 
낡은 의자 위에 늙은 개가 앉아있다, 출입문 유리창이 조금 깨져있다, 끼어든 사람과 푹 빠진 사람이 격렬하게 섹스를 한다, 의자 위의 늙은 개가 출입문 쪽으로 뛰어내린다, 라고 생각나는 갈겨쓴다, //목욕탕에서 본 노인, 배와 엉덩이와 허벅지가 쭈글쭈글한 노인, 정욕에 좋다는 약탕에 누워있는 노인, 젊은 사내보다 길어 보이는 중심을 담금질 하는 노인이 부럽다, 라고 싱겁게 생각나는 대로 쓴다, //첫 연을 낡은 의자 위의 늙은 개, 끼어든 사람과 푹 빠진 사람의 격렬한 섹스, 낡은 의자와 늙은 개와 끼어든 사람과 푹 빠진 사람의 새벽이라고 또 생각나는 대로 지금 막 고쳐 써본다, -졸시 <작업>전문
 
 
 
* 198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집 ‘내 아랫도리를 환히 밝히는 달. 돌속의 바다. 다시 하얀 방. 미안해 서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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