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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창작론
좋은 시의 조건 10가지 -박남희
1. 함축성이 있고 입체적인 시를 써라 2.관점과 표현이 새로워야 한다- 다르게 보기와 낯설게 하기 3.현실의 구체성과 진정성에 토대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 4.전체적인 통일성과 내용과 형식의 조화에 유념하라 5.장식적인 수사를 피하고 명징한 이미지와 행간의 미학에 유념하라 6.계산된 논리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상상력)을 활용하라 7.어떤 것을 위한 도구인 시 보다는 스스로가 존재인 시를 쓰라 8.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고 자연을 잘 활용하라
9.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발견의 눈을 길러라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팽이
최문자
조말선
이원
허수경 물 만드는 여자
문정희
문인수
배한봉 풍향계
이덕규 흉터 속의 새
유홍준
함민복
섬
정현종 꽃 먼저 와서
류인서
박현수
문태준
이대흠
매클리시 갈대는 배후가 없다
임영조
신경림
강은교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김지하
유안진
위선환
문인수
문태준 사산(死産)된 두 마음
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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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영혼(靈魂)과 육체(肉體)가 있듯이 시(詩)의 구조(構造)에도 형식상의 구조와 내용상의 구조가 있습니다.
여러분들, 커피를 좋아하시지요?
저는 아침 커피로 시작하여 온종일 커피를 마시며 삽니다. 맑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느끼며, 바이올린 곡이나 첼로 한 곡 곁들여 틀어 놓고 커피 한두 모금 마시며 원고를 쓰거나 책을 봅니다.
커피를 마시려면 먼저 커피 잔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커피잔의 모양, 색깔에 아주 민감합니다. 집에서 마실 때에는 연한 챠콜색의 울퉁불퉁한 머그잔을 씁니다. 깡통 찌그러진 것처럼 아주 제멋대로 생긴 놈인데,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분망한 상상에 빠지도록 해줍니다. 문협 사무실에서는 프러시안 블루의 큰 커피잔을 사용합니다. 바다를 연상하며 커피를 마신답니다. 여기 커피 잔의 선택은 시의 형식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는 커피의 내용물을 조제하는 일입니다. ‘다비도프’라는 인스탄트 커피를 마실 것인가, 케냐AA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저는 프림이나 설탕을 넣어 마시지 않습니다. 우유를 섞어 넣은 라테커피를 선호하는 편이지요. 바로 시의 내용상의 구조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여기에서 커피 맛을 내는 데는 원두의 분쇄도나 우유의 온도, 비율 등이 중요하듯, 좋은 시(詩)가 되기 위해서는 시(詩)의 내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들이 시를 쓸 때에 어떤 방식, 어떤 형태의 시들을 쓰시나요? 시 창작을 하려면 일정 방식의 틀을 놓고 이를 변형시켜 나가고 발전, 비약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시를 쓰는 초보자들에게는 기본적인 형태의 시 쓰기를 알아두고, 이를 응용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동백이 활짝
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참, 순간의 착상, 상상력이 대단하지요? 시는 순간의 예술이란 걸 보여줍니다. 나아가 시가 꼭 길어야 될 필
요는 없는 것이지요. 짧아도 장치만 잘하면 얼마든지 형상화에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반부(4행)는 묘
사시로서 외면풍경의 ‘보여주기’로 이루어지지만, 후반부(3행)는 화자 내면풍경의 ‘진술’로 서로 다른 방식이
겹쳐서 이루어진 시입니다.
전 시간에는 경험시에 이어 묘사시, 사물시, 이미지시 중심의 시 쓰기를 공부했지요. 경험시는 시인이나 화자
가 시적 언술에 참여하여 특수한 인간경험의 극적인 세계와 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묘사시는 시인이
나 화자의 관념보다 대상의 구체성에 비중을 두는 유형이었습니다.
오늘의 강의는 시의 내용과 형식 가운데 형식상의 그릇, 시의 내용을 어떤 형태의 그릇에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지난 시간에 이어 설명시와 논증시라는 유형을 놓고 창작 논의를 펼쳐가려고 합니다.
설명시, 논증시 유형의 시 쓰기
1. 설명시 유형의 시 구성
1) ‘설명문’과 ‘설명시’ 의 차이
○ ‘설명문’의 개념과 ‘설명시’ 형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혼돈해서는 안 된다. 한 마디로 설명문은 일반적 문장 형식으로, 정보(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이해력을 요구하는 글이라 한다면, 설명시는 내용상에서는 시적 상상이 들어가고 그 표현의 문장 형식, 곧 기술상의, 언술(utterance)상의 문맥적 형태를 말한다.
○ ‘설명문’은 어떤 사건에 대해 발생 원인과 경과를, 어떤 기계의 구조와 원리, 성능이나 취급 방법 따위를, 사전적 개념이나 해설을, 자세히 해명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그러니까 설명법(exposition)이 사물에 관해서 “무엇이냐”, “어떤 뜻이냐” “어떤 성질이냐”에 대해 그 답으로, 알기 쉽게 풀이하는 문장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활용되는 기술 방식에는 정의법, 비교․대조법, 분류법, 분석법, 인용과 예시법이 있다.
설명의 기술방법에서 설명시와 연관되는 것이 '정의'의 형식이다. 정의는 'A(주어)는 B(서술어)이다'가 아닌가. 바로 피정의항과 정의항으로 이루어지는 바, 여기에서 피정의항이 주어가 되고, 정의항은 서술어가 되는 셈이다.
2) 주어 + 서술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설명시의 예
○ 맥로그린(MacLauglin)이, 말하듯이 말하는 이가 선택한 대상에 대하여 자신의 시적 관념을 서술하고자 할 때 이 방식을 쓴다. 이때 시적 설명은 ‘주어 +서술어’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주어에 해당하는 것이 소위 소재이며, 서술어에 해당하는 것이 그 소재에 대한 시인의 관념이다.
○ 이때 소재에는 특수한 것으로 ‘장소’, ‘사건’, ‘대상’, ‘인물’ 혹은 자신의 특성을 들 수 있고, 일반적인 것으로는 ‘관념’이나 ‘진리’같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아래의 시는 ‘고드름’이란 소재가 채택된 시이다.
고드름
박정원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다시 꽂힙니다
절 마당엔
노스님의 아끼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고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소리
*
결국엔 물이었다
한잔 먹지 않겠는가 전문(《시문학》2006년 4월호)
○ 먼저, 시 <고드름>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자. 1연은
고드름은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
고드름은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
고드름은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
고드름은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
고드름은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
와 같이, 고드름에 대한 시인의 시적 관념, 곧 의미부여된 화자 자신의 내면적 상상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고드름’이 갖고 있는 속성, 성질, 모양 등에 몰입하여 ‘오기’, ‘휘초리’, ‘송곳’, ‘회한’, ‘절규’로 치환시켜 나간다. 그러다가 2,3,4연부터는 현실 상황을 제시하는 부가적 묘사와 진술로서, 고드름의 지닌 물의 속성, 허무의 결구 처리를 보여준다.
○ 그러니까, 박정원의 <고드름>은 절간에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에 대해 남다른 사유를 시로 형상화한 것, ‘고드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보인다. 고드름에 대한 상상력, 고드름과 같은 하찮은 사물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여 존재 의미, 삶과의 비유 등 소재에 대한 다양한 시적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 어찌 보면 시는 삶의 세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다. 이때 시의 힘은 의미부여의 상상력에서 온다. 곧 ‘고드름’이라는 외면풍경의 소재에 대해 ‘시안’에 의해 반응된 작가의 내면풍경이 얼마나 새롭고, 의미가 깊고, 통찰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
○ 독자는 시인이 제시한 작품의 ‘상상력의 등가성’이란 자장(磁場) 속에서 의미를 탐색해 간다. 물론 이때 시인의 연이나 행간의 설정은 중요하며, 독자는 유능한 독자, 슈퍼 리더가 되어 경험을 되살려 의미를 확장해나가도록 장치해야 한다. 곧 위에서 보듯, 시인은 고드름에 대한 시적 설명에서 다 말하지 않는다. 행간의 빈자리를 독자로 하여금 읽어나가면서 ‘빈자리 메꾸기’를, 곧 의미 있게 채워가도록 배려한다. 그것이 노련미이다.
○ 위에서 독자들은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의 고드름,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고드름,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로서의 고드름,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의 고드름,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의 고드름,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에서 삶의 아우라를 읽게 된다. 그러나 결국 고드름은 물의 변신일 수 밖에 없다. 시인이 적은 것처럼, 절 마당 노스님이 아끼는 동백꽃잎처럼 ‘투욱’ 지고 나면 고드름은 낙숫물에 불과한 것이고, 그 거리라는 시․ 공간의 차이도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 밖에 안 되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 대개 설명시에서는 소재, 곧 사물에 대한 정신의 해석적 의미로 깨달음이나 통찰, 새로운 의미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바꾸어 놓는 것들이 많다. ‘고드름’에서의 절규는 이승의 속세에 사는 우리들의 평상심이다. 타자를 향한 회초리나 송곳 같은 마음은 결국 복수의 화살로 자신에게 꽂히는 법, 문제는 우리의 삶이란 무명(無明)의 혼돈 속에서 내 탓임을 알고 물이 지닌 섭리대로 돌아가는 유연성이다. 갈증을 아는 고드름의 원천인 물, 그 낫숫물 소리가 떨어지는 수직적 삶의 깨달음이 감동을 주지 않는가.
3) 설명시 유형의 시 쓰기 방법 (이승훈 , 시작법, 문학과 비평사, PP.70-74참조)
(1) 특수한 소재( 장소, 사건, 사물)를 시적 설명 : 유치환의 <깃발>
○ 시적 언술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 시인이나 시 속의 화자가 자신의 관념을 직접 독자에게 알려주는 방법이다. 대체로 그것은 시인이나 화자가 자신의 관념을 설명하거나 논증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유형의 시는 설명시와 논증시의 범주에 든다.
○ 설명시는 시인이나 화자가 대상에 대한 자신의 관념을 서술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논증시의 경우에 그러한 서술의 논리적 타당성이 드러난다. 설명시는 화자의 주장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대상에 대한 자신의 관념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설명시는 주어(S)+서술어(P.V)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때 주어에 해당되는 것이 소재이며, 서술어에 해당하는 것은 소재에 대한 시인의 관념이다. 특수한 대상을 소재로 한 설명시 유치환의 <깃발>을 살펴보자.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깃발 깃발은 - 소리없는 아우성 (P.V1)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깃발 깃발은 - 노스탈쟈의 손수건 (P.V2)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깃발 깃발은 - 순정 ( P.V3)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깃발 깃발은 - 애수 (P.V3)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깃발 깃발은 -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 (P.V4)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다 아시다시피 이 시의 소재는 “깃발”이다. 언어적 형식으로는 “깃발”이 주어에 해당된다. 시인은 이 “깃발”을 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의 언어적 형식이 계속 ‘주어+서술어’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서술내용이 일상적인 차원을 벗어나고 있다.
○ 위의 시구조를 보면 “주어(S)는 서술어(p.v)” 형식이 반복되는 구성 양식으로 드러난다. 쉽게 말하면 ‘이것은 무엇이고, 무엇이며, 무엇이다’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상을 설명을 하는 방식은 특이하다. ‘깃발’이라는 대상을 일상적이거나 과학적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 필자가 1학년 학생들에게 시를 써오라고 숙제를 낸 적이 있다. 물론 사전에 설명시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여학생은 완벽한 설명시 형태의 시를 써왔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개
고유미
긴 밤
그 적막한 터널 속을 걸어와
늘어선 회색빛 빌딩 사이를
휘휘 도는
소리 없는 몸짓입니다.
하늘 위를 촉촉히 적셔놓고
창공 속에 피어 오른
꿈에 보았던
그 소녀의 미소입니다.
이내 깨어나지 않은
내 창에 내려앉은
해맑은 눈빛입니다.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는
가슴에 단
하얀 설레임입니다.
○ 김소월의 <山有花>, 이상의 <거울>, <오감도 시 제1호>는 모두 설명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어+서술어 형식은 설명 방식의 하나인 ‘정의’(definition)에 해당한다. 곧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와 같은 국어사전식의 정의에서, 피정의항은 '인간', 정의항은 '이성적 동물'로 나눠지는 바, 이 때 피정의항이 주어에 해당하고 정의항이 술어에 해당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비유체계에서 ‘A는 B다’ 식으로 시인들이 매우 즐겨 쓰는 방식이어서 설명시적 언술은 확장과 응용, 변이의 형태로 다양하게 도출된다.
○ 다음의 짧은 시도 설명시 형태가 확장, 발동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성선설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2) 일반적 관념이나 진리의 시적 설명 : 김현승의 <견고한 고독>
○ 일반적인 관념이나 진리를 소재로 하는 시를 보기로 하자.
견고한 고독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히 마른
흰 얼굴 견고한 고독은 - 흰 얼굴 (P.V1)
그늘에 빗지지 않고
어느 햇빛에도 기대지 않는
또 하나의 손발 견고한 고독은 -단하나의 손발 (P.V2)
거대한 신들의 정의 앞엔
이 가는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제 살과 같이 떼어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견고한 고독은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피와 살
견고한 고독은 - 피와 살 (P.V3)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도
더 휘지 못한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견고한 고독은 - 굳은 열매 (P.V4)
쌉슬한 자양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제 생명에 마지막 남은 맛 견고한 고독 은-제 생명에 마지막 남은 맛 (P.V5)
○ 소재는 ‘견고한 고독’이 관념이다. 다시 말하면 고독의 견고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어는 ‘견고한 고독’이며 주어에 대한 서술은 3연을 빼고 각 연을 형성한다. 서술어(p.v)를 형성하는 각 연의 중심낱말은 1연: 흰 얼굴. 2연: 단 하나의 손발. 4연: 피와 살. 5연: 굳은 열매. 6연 : 제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등이다.
○ 주어 +서술어 형식의 진술은 곧 'A는 B다‘의 형식이기에 하나의 비유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김동명의 “내 마음은 호수요”처럼, 원관념이 보조관념으로 ’의미론적 이동‘(sementic movement)을 하는 셈이다.
○ 주어 +서술어의 결합방식에서 문득 피천득의 <수필>을 들 수 있다. 수필이라기보다는 이 하나의 수필이란 ‘정의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가 될 수도 있다.
(3) 주어 + 서술어 시 형식에서의 구상과 추상의 문제
○ 시의 제목(주어, 소재)이 추상일 때 본분은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내용이 추상으로 흐르는 것이 좋은가? 한 마디로 여기에서는 상반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 또 본분에서도 추상 일변도라든가, 구상 일변도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곧 시(詩)의 내용상의 구조를 이루는 요소로는 구상(具象)과 추상(抽象)을 들 수 있는데, 이 구상(具象)과 추상(抽象)을 시에서 어떻게 배합하여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의 내용 구조는 다음의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① 구상(具象) + 추상(抽象) ☞ 산은 꿈이다.
② 추상(抽象) + 구상(具象) ☞ 시(詩)는 꽃이다.
③ 구상(具象) + 구상(具象) ☞ 물은 물이다.
④ 추상(抽象) + 추상(抽象) ☞ 마음은 무(無)다.
○ 이러한 시의 내용상의 구조들은 일반적으로 시의 내용 전체에 걸쳐 사용되지만, 부분적으로는 시의 제목과 내용, 한 행, 한 연의 내부에서도 서로가 긴밀하게 작용하며 나타난다.
대개 환기력을 위하여 시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①과 ②의 내용 구조처럼 추상은 구상과 어울리고, 구상은 추상과 어울리게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 그러니까 추상어 ③ 구상(具象) + 구상(具象) 이나, ④ 추상(抽象) + 추상(抽象) 의 형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다룬 시들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고드름은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구상어 + 추상어)
깃발은 소리없는 아우성 (구상어 + 추상어)
견고한 고독은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히 마른 흰 얼굴 (추상어 + 구상어)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추상어 + 구상어)
2. 논증시 유형의 시 구성
1) ‘논증’과 ‘논증시’ 의 차이
○ ‘논증’(論證, argument)은 자신의 관념이나 주장을 설득시키고 동조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대상에 대한 관념이 하나의 명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명제(命題, proposition) 란 대상에 대한 자신의 관념이나 판단을 서술한 문장을 뜻한다. 주어진 명제는 하나의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것이 공감을 얻으려면 충분한 뒷받침이 필요하게 된다.
○ 논증시에서의 화자는 전지적 시점이거나 보고자로서의 관찰자 시점이 된다.
○ 명제의 유형으로는 사실명제, 가치명제, 당위명제가 있다. 사실명제는 ‘한글은 훌륭한 문자이다’처럼 어떤 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 가치명제는 ‘진달래는 아름답다’처럼 제도, 사물, 사상에 대해 판단한 것, 당위명제는 ‘세월호 법안은 통과되어야 한다.’처럼 정책이나 어떤 시사적 대상에 대한 당위성을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명제를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크게 연역적 방법, 귀납적 방법, 유추적 방법이 있다.
○ 따라서 논증은 명제로써 자신의 주장(사상, 판단)이나 관념을 드러내는 서술로, 그 서술상의 인과율과 같은 논리적 뒷받침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 논증이란 그런 점에서 설명과는 다른 서술양식이다. 설명이 단순히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논증시에서는 서술방법이 어느 정도 논리적 형식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 그러니까 논증시는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인과율에 논리를 따른다. 그러니까 시에서는 어디까지나 시적인과율로 나타난다. 시적 인과율이란 일상적으로 수용되는 자연법칙을 낯설게 만들면서 시적 공간을 빚는다. 형식의 측면에서는 원인→결과 혹은 결과→원인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 여기에서 시적 인과율 혹은 시적 논리란, 비록 언어형식 또는 언어구조라는 면에서는 일상적 논리의 틀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상상력의 세계로 드러나는 그러한 논리를 말한다.
2) 사실명제의 논증시 : <국화 옆에서>의 경우
○ 시적 인과율에 따라 구성된 논증시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보자.
연 원인 결과
1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다 국화가 피었다
2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었다 국화가 피었다
4 간 밤에 무서리가 내리고 시인 국화가 피었다
에겐 잠이 오지 않았다
○ 이 시에서 노래되는 것은 사실명제이다. 원인이 되는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고, 천둥이 쳤고, 무서리가 내리고 시인에게는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을에 국화가 피었다는 명제이다. 국화가 피었다는 상상적 사실에 대한 시인의 판단에 시 속에서 결과→원인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 시적 인과율 혹은 시적 논리란, 비록 언어형식 또는 언어구조라는 면에서는 일상적 논리의 틀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상상력의 세계로 드러나는 논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가치명제의 논증시 : <꽃>의 경우
○ 가치명제를 노래하면서 유추에 의해 이루어지는 논증시로 김춘수의 <꽃>을 들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명명이전의 세계를 노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명명이후의 세계를 노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1,2연을 미루어 판단하는 유추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꽃 : 이름 = 나 : 이름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나 : 이름 = 우리 : 이름
○ 시에서 노래되는 것은 사물의 존재에 대한 시인의 가치 판단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국화가 핀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었음에 비해, 이 시는 사물의 존재에 대한 가치판단이 가치명제로 노래된다. 이 시의 논리에 따르면 ‘이름 부르는 것’, 곧 명명행위와 관계된다. 이 시가 암시하는 가치판단은 ‘언어에 대해 명명될 때 사물은 존재한다.’는 명제로 요약된다. ‘꽃’은 이 시에서 사물의 세계를 표상한다. 연애시로도 읽히는 이 시는 사물 존재라는 것의 의미를 찾는 일종의 철학시로 보아야 깊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 이렇듯 논증시의 내용은 시인이 어떤 대상에 대한 관념이 하나의 명제로 드러나는데, 이때 명제는 일상적 합리적 차원을 벗어난 상상의 내용으로 일상적으로 수용하는 자연법칙을 낯설게 만들어 내는 시적 의미를 지닌다.
3) 조건절(가정법)과 종속절의 논리에 의한 시
○ 초등교과서의 시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이나 박용재의 <사랑하지 않으면>도 하나의 조건절(가정법)과 종속절에 의한 논증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박용재
사랑하지 않으면
산도
계곡도
물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너의
싱그런 가슴도
팽팽한 엉덩이도
애인들의 이빨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네가 아끼던
자동응답기도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죽음의 예감도 보이지 않는다
3박 4일간
시골에 간다던 사람
그렇게
지구의 하오를
산책하러 갔던 사람
그대의
자동응답기는
앵무새처럼
3박 4일만을
되풀이하고 있구나.
사랑하지 않으면
너의 목소리도
쓴 웃음도
지리산의 몸도
눈물도
너의 우연한 죽음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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