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용서하라, 저녁이 된 것을!* / 김영찬
2018년 12월 20일 15시 38분  조회:632  추천:0  작성자: 강려
엔지오 신문 연재: 시가 있는 마을 - 김영찬
 
용서하라, 저녁이 된 것을!*
 
김영찬
 
내 생애의 마지막 남자가, 라고 말문을 연 여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라이터 있니?
옆의 여인은 한없이 느리고 게으른 손가락으로
가늘고 뚱뚱한 핸드백을 열어
뒤적거린다
 
Cafe Gracias의 흐린 유리창 밖으로 끈 끊어진 풍선
하나가
날아가다가 전선에 감겨 제지당하는 걸
두 사람 모두 못 본 체 한다
 
담배는 없고
불만 있네……,
불필요한 사람도 글쎄 얼마든지 드물지 않는 법
비를 머금은 구름이 커튼 틈새로 하릴없이 참견하려다가
검은 외투를 걸친 듯이 무거운 침묵
촛불 흔든 바람의 길이 엇갈리고
 
내 생애의 마지막 남자를, 이라는 상투어를 수습하려던 여인은
손마디가 풀려 찻잔을 놓쳤다
박살난 커피 잔이
크고 작은 파편들로 나뉘자 그것은 구체적인 사건처럼
저녁이 되었다
용서하라 저녁이 된 것을!
 
그리고 오래 머물러 있어라, 밤이여
 
* 니체「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선의 시 읽기>
 
  위의 시는 연극 대사의 한 토막처럼, 연극 도입부처럼 대사를 툭 던져 놓는다. 김영찬의 시는 설명적이지 않다. 또한 긴 시도 지루하지 않다. 연극은 길어도, 장면이 바뀌고, 극적 구도를 갖기 때문이다. 김영찬의 시도 대부분이 길다. 장면전환을 하면서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사건을 전개하고, 사유와 극적반전, 대사를 치려면 결코 이야기가 짧을 수가 없다.
  위의 시는 김영찬 시의 구도를 표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녀의 이야기는 구상과 추상을 섞은 듯, 이해가 되는 추상화를 그렸다고나 할까? 일상의 이야기를 툭 던지지만,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연극처럼, 그의 시는 낯선 풍경을 만든다. ‘낯설게하기’를 실현하면서 감각적 새로움이 오감을 자극하며 긴장하게 한다. 연극적 요소 때문이다.
  1연의 나른하지만 억눌린 남녀의 대화는, ‘박살난 커피 잔이/ 크고 작은 파편들로 나뉘자’ 구체적인 사건이 생성된다. 불안불안한 풍경들이 연극의 배경처럼 2연에서 펼쳐진다. ‘유리창 밖으로 끈 끊어진 풍선 하나가/ 날아가다가 전선에 감겨 제지당하는 걸’ 두 사람 모두 못 본체 하는 구도는 두 남녀의 관계가 갈등구조를 갖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삼류 멜로 드라마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유치하거나 저질이 아니다. 그 이유는 3연의 ‘검은 외투를 걸친 듯이 무거운 침묵/ 촛불 흔든 바람의 길이 엇갈리고’ 처럼 직관과 사유, 시적 은유적 표현을 세련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잘 계산된, 또는 훅 내던지듯, 놓아버린 ‘자유’가 김영찬 시의 특징이다.
 
이선 프로필
 
2004년 동서커피문학상 은상수상, 2004년 하나은행 공모 특선
2007년 『시문학』 등단
2007년 서경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2011년 <올해의 좋은시> 백인 선정, 2011년 제8회 푸른시학상 수상.
시집: <하이퍼시> 외 동인지 20여권
논문집: <아동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동시쓰기 지도방법 연구> <샤갈과 김춘수 연구>
평론: 심상운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 서평, 및 평론 다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
좋은시공연문학회 사무차장
한국시문학문인회 이사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1114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251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523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451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338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207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189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473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802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672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752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685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624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729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677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675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696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703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696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512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