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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년 12월 28일 20시 44분  조회:1672  추천:0  작성자: 강려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제는​
   
    
박남희
  
 
   
  석양을 팔아야겠습니다
  기우는 것은 빨리 파는 것이 남는 것이지요
  술잔을 생각하면
  저녁하늘이 붉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누가 술에 조금씩 어둠을 섞어 하늘에 버렸을까요
  이제는 별을 팔아야겠습니다
  벌을 받아야겠습니다
  술 취한 별이 모여서 막걸리처럼 흐르는 것을 사이에 두고
  영영 벌 받기 위해
  견우와 직녀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하늘을 팔아야겠습니다
  
  죽어서 말이 없는 자와
  살아서 눈물 흘리는 자가 흘려보낸 시간 속
  자꾸만 기울어지던 중심을
  바다 깊숙이 가라앉힌 채 인양할 줄 모르는
  저 석양을 팔아야겠습니다
 
 
 
 
 
 
 
<이선의 시 읽기>
 
    ‘판다’의 이미지에 부재와 이별을 담은 트라이앵글 구조
 
  위의 시는 ‘판다’라는 이미지에 부재와 이별을 담은 트라이앵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트라이앵글 구조는 대등하고 독립적인 시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의 시를 의미구조와 형태구조로 분석하여 살펴보자.
 
 1. 의미 구조
  
  위의 시「이제는」은 많은 시간의 경과를 겪어낸 ‘현재 시점’의 제목이다. 현재 시점에서 화자는 지금까지 생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집착하며 소유한 것들, 이를 테면 <석양-별-하늘>에 대하여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을 놓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예견한다.  
  그런데 시인은 이제까지 집착하며 소유하고 있던 <석양-별-하늘>을 팔고 싶다고 말한다. 버리겠다고 말하지 않고 ‘팔고 싶’어하는 표현에 주목하여야 한다. 시적 반전 매력을 갖는 대목이다. 버리지 못할 정도로 간절하고, 집착하며, 소중한 것이라는 역설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팔다’는 ‘석양’의 이미지로 대변된다. ‘석양은 존재하다가 생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생물체의 쓸쓸한 뒷모습’ 이미지를 담고 있다. ‘잡다’와 ‘놓다’라는 단어는 반대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 존재와 부재, 소유와 상실, 집착과 회피를 의미한다. ‘석양’의 이미지는 ‘놓음’의 이미지다.
  ‘별’과 ‘하늘’이라는 단어를 <융 철학>의 <집단무의식>적 상징성으로 해석하여 보자. ‘별과 하늘’은 실제하는 사물이지만, <성공의 끝-숭배-근원> 등의 현대적 상징성을 가진 단어로 해석된다.
  ‘석양, 별, 하늘’은 이미 많은 시인들이 상용한 단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단어들은 늘 새로운 의미와 표현으로 재탄생되는 신비로운 명약과 같은 이미지를 재창조한다. 굳어버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단어도 표현과 구조의 새로움을 갖는다면 독창적인 시로 탄생할 수 있다.  
 
 
  2. 형태 구조
  
  다음은 위의 시의 형태 구조를 살펴보자.
 
  첫째, 독립적 병렬구조
  제목과 1, 2연의 연결 형태를 살펴보자.
  제목 ‘이제는’은 독립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목을 1연과 2연 맨 앞에 배치하여 보자. 모두 의미가 통한다. 또한 ‘1, 2, 3, 6, 7, 8, 12, 15행’의 앞에 어떤 곳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다. ‘지금은’이라는 제목은 전체를 아우르는 수식어 작용을 한다. 물론 1연 1행과만 연결하여도 된다. 위의 시는 병렬적이며 독립적이다.
 
 
   둘째, 트라이앵글 구조
   <석양-별-하늘>이라는 단어를 중심어로 하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가지고 있다. 3개 단어의 구조와 형태는 대등한 등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 연과 행들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며 유기적이다.
 
  셋째, 파생적 구조
  <석양-별-하늘> 구조에서 파생어와 파생의미 구조를 갖는다.
  1행 ‘석양’에서 파생된 이미지가 2행 ‘기우는 것’이다.
  3, 4행도 ‘석양’에서 파생된 이미지의 구조를 갖고 있다.
  3행 ‘술잔’과 4행 ‘붉어지는’은 5행의 ‘술에 어둠을 섞은 하늘’의 이미지로 파생된다. 5행의 ‘술’과 6행의 ‘별’은 8행의 ‘술 취한 별이 막걸리처럼 흐르는 것’으로 연결된다. 8행의 ‘흐르는 것’들의 별의 이미지를 끌고 와서 10행의 ‘견우와 직녀’로 연결된다.
 
  2행 ‘기우는 것’은 14행 ‘기울어지던 중심’으로 연결된다. 또한 15행과 16행의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석양’의 이미지와 같다.
 
  1행 ‘팔다’의 이미지는 6행, 11행, 16행에서 반복적 파생을 한다.
 
  
  넷째, 아이러니 기법
  위의 시는 김소월의 「진달래」에서 보여주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와 같은 아이러니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반복되는 ‘팔겠습니다’라는 단어는 역설적이다. 쉽고 짧지만 강렬한 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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