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론壯者論
차영한
지리산에서 줄 없는 낚싯대로
떡갈나무 숲 가실거리는 파도 사이
농어를 낚고 있다 짙푸른 절정의 깊이에서
한없이 헤엄치는 물살 쪽으로 내던져
흔들리는 만큼이~나 휘어진 낚싯대를
힘차게 끌어당기는 좌사리, 치리섬들
산머루 같은 눈매로 달려온다.
가뭄에 탄 골짜기가 소낙비를 마시듯
얼큰한 내 술잔 안에서 파닥이는 지느러미
오호라 저것 봐 내뿜는 눈부신 꽃 비늘 튄다.
컥컥 미늘을 물어뜯는 욕망덩어리 떼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흥건한 땀방울 맺힌
생소금에 툭툭 떨어진다. 이것 봐
석쇠에 굽고 회를 치는 칼빛 웃음소리
내 콧구멍을 벌름거리게 하는 새빨간 아가미
다시 짓누르는 하늘 한 자락 들썩이다가
갑자기 내 숨소리를 빼앗아 먼 산맥 굽이치게
파도 소리는 떡갈나무 숲 물고기 떼를 휘몰아
펄떡펄떡 뛰며 가로질러 헤엄치고 있다
<이선의 시 읽기>
위의 시는「장자론壯者論」이라는 제목과 시 내용에서 장자의 ‘이도관지以道觀之’의 범신론적 자연주의 향내가 물씬 풍긴다. 또한 ‘이미지의 극점’을 만난다. 시각과 청각과 미각을 동원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리산 단풍과 가랑잎이 바람에 쏠려 구르고, 떠다니는 모습을 <바다- 좌사리- 치리섬- 농어떼>로 이미지화하였다. ‘나’라는 화자는 무아지경의 풍경 속으로 감정이입 되어 무아지경이다. <장자론> 시 제목과 ‘산’과 ‘나’와 ‘물고기떼’가 하나로 선경을 이룬 모습이 조화롭다.
차영한의「장자론壯者論」의 구조는 ‘지리산-나-나와 지리산’ 이라는 3부 구성으로 되어 있다. 1부 1-10행(감상자 시점), 2부 11-15행(적극적 개입자 시점), 3부 16-19행(나와 자연의 합치)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차영한의 ‘장자론’은 장자의 ‘자연주의’에서 진일보하였다. ‘자연’을 향한 ‘나’의 적극적 개입을 주목하여 보자. ‘나’라는 주체는 식물성이 아니라 동물성이다. 생존과 번성을 위하여 약육강식을 하는 ‘욕망’ 덩어리다. ‘지리산 물고기 떼’ 이미지를 감상하는 모습도 적극적이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시적거리가 먼 ‘관찰자 시점’이 아니다. ‘입’으로 ‘먹음’으로써 더 직접적으로 자연에 개입한다. ‘생소금…, 석쇠에 굽고, 회를 치는’ (13-14행) 감상방법은 얼마나 감각적이고 육감적인가? 이보다 더 멋진 적극적인 자연감상 자세가 있을까?
3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풍경을 먹다가 평정심으로 돌아간다. 나를 자연에 풀어놓고 있다. ‘내 숨소리- 파도소리- 물고기 떼'가 합치된다.
짓누르는 하늘 한 자락 들썩이다가
갑자기 내 숨소리를 빼앗아 먼 산맥 굽이치게
파도 소리는 떡갈나무 숲 물고기 떼를 휘몰아
펄떡펄떡 뛰며 가로질러 헤엄치고 있다
차영한은 위의 시에서 <장자론>이라는 제목에 맞는 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지>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풍랑에 휘말려 독자도 함께 표류한다. 장자의 무아지경의 자연에 합치된 나. 이미지가 맛있다. 지리산을 꼭 한번 먹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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