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안 인체신경총
김백겸
페르시아 의사들이 온 몸을 해부해서 그려놓은 고
대의 인체신경지도를 보았다
노란 장기들과 파란 핏줄들을 배경으로
붉게 그린 신경들은 가슴을 발화점으로 피어오른
불꽃이었다
온 몸을 의식으로 채운 불꽃들은
몸을 용광로처럼 태워 그 빛을 사방으로 보내고 있
었다
빛이 닿는 범위가 나였다
나의 빛은 눈과 귀와 입과 항문과 정수리에서 닫히
고 매듭으로 꼬여 세계와 나의 분별을 만들어냈다
이 빛들이 매듭을 풀고 세계의 끝까지 실패의 명주
실처럼 풀려나가는 날
몇 억 광년 밖의 별들의 소식이 풀잎 같은 떨림으로
내 가슴에 전해지는 그 때
나는 곧 세계가 될 것이었다
<이선의 시 읽기>
김백겸의 『기호의 고고학』시집은 경전이다. 예언서다.
칼릴 지브란이 윤회하여 폭포수 아래서 다시 들려주는 외침이다. ‘물소리’와 뒤섞인 ‘진리의 소리’를, ‘듣는 자’가 ‘언어의 기호’를 가려내어 해독해야 한다.
‘시’와 ‘부처’와 ‘태양’과 ‘인간’이 하나인 빛의 세계. ‘욕망’과 ‘육욕’과 ‘문명’이 하나의 DNA인 어둠의 세계. 작가는 신의 혜안으로 ‘인간현세’와 ‘내세’와 억만년 전 ‘전세’를 <페르시안 인체신경총>처럼 요약하고, 재해석하고 있다.
작가의 의식은 항상 깨어 ‘온 몸을 의식으로 채운 불꽃들은’(1연 6행) ‘그 빛을 사방으로 보내고 있’(1연 7행)다.
‘나’는 ‘빛’이다.(2연 1행)
‘나’는 곧 ‘세계’다.(2연 8행)
작가는 세상을 구원하는 ‘신’의 입장으로 거대안목으로 시를 쓴다.
작가의 의식은 자연의 섭리를 관찰하고, 인간본질을 관찰한다. 자신을 법안으로 꿰뚫는다. ‘나의 빛은 눈과 귀와 입과 항문과 정수리에서 닫히고/ 매듭으로 꼬여 세계와 나의 분별을 만들어냈다’(2연 2-3행) 작가가 말하는 ‘분별’은 ‘진리’를 득도한 상태다. ‘눈’은 혜안, 지식과 지혜다. ‘귀’는 ‘들어주는 마음’으로 임금의 백성을 향한 열린 마음과 연민이다. ‘항문’은 욕망이다. ‘항문’을 닫는 것은 ‘욕망의 절제’다. 욕심과 욕망을 절제할 수 있다면 이미 ‘성인’이나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정수리’는 몸의 ‘중심’이다. 머리는 몸의 가장 윗부분, 이상과 현실을 중재하는 곳이다. 이 모든 이치를 ‘매듭으로 꼬’아 (2연 3행) 분별하는 ‘나’는 바로 신이다.
위의 시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 ‘빛’인 진리는 작가가 현실과 시에서 추구하는 테마다. “나”는 ‘데미안’이며, 부처며, 예수다. 작가의 삼라만상을 관통하는 ‘예지는 영원하리라’고 믿는다. 스케일이 큰 예언서 같은 작품에서, 고대인들이 고인돌 앞에서 갖는 경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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