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三樂*
우 원 호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왕도王道를 바랐던 이천 년 전의 맹자孟子의 말씀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부모를 향한 효심과 형제간에 우애가 깊지 않음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삶을 버림이 두번째 즐거움이요
후학後學들 모두에게 존경尊敬받지 않는 삶을 사는 일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오늘날의 군자君子는 자본가로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다'라고
역사가들이 말할 것이므로……
*군자삼락君子三樂: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인 맹자(孟子 B.C. 372~B.C. 289)가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에서 이른 말로 君子有三樂(군자유삼락)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
<이선의 시 읽기>
군자2 (君子)
[명사]
1.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
2. 예전에, 높은 벼슬에 있던 사람을 이르던 말.
3. 예전에, 아내가 자기 남편을 이르던 말.
[유의어] 남편1, 현자1, 대인1
우원호 시인은 군자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 군자를 언급하고 있다. 문학에서 ‘정치’나 ‘돈’을 언급하는 것은 고상한 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 같아 터부시하는 주제다. 80년대 독재에 저항한 ‘인권운동’이 NGO 활동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그런데 우원호는 ‘시’에서 외면당하는 정치이야기와 ‘관념’의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륜’과 ‘사도’와 ‘사회문제’에 집중관심조명을 하고 있다. 패륜의 시대에 살고 있는 불쌍한 ‘시’, 우원호의 용기있는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군자’라는 단어가 사양어가 된 것은, 현대문명사회에서 ‘군자’라는 존재가 사라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먼저 위에 제시한 ‘군자’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어질고 덕성과 학식이 높은 사람, 둘째 높은 벼슬을 한 사람, 셋째 남편을 지칭한다고 되어 있다. 벼슬을 한 사람은 어질고 덕과 학식이 높다는 명제가 생긴다.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이 예전에는 벼슬을 한 것이 사실이다. 예전 아내는 ‘군자의 자질과 조건’을 갖춘 남편과 살았다는 가설도 성립된다.
군자가 사라진 뒤에 ‘선비’라는 단어가 그 뒤를 이었다. ‘선비’라는 단어에는 ‘꼬장꼬장하고 뜻을 굽히지 않는 고집, 문학의 깊이를 가진 학식, 인간적 품위를 가진 인성’이 함의되어 있다.
현대는 선비라는 단어도 사라지고 ‘선생’이 난립한다. 모두 사장인 시대에 모두 선생이다. 좋은 일이다, 선생이 많으면 배움과 지식을 갈구하는 희망사회가 될 것이니까. 그러나 현대의 ‘선생’이라는 단어는 ‘컴퓨터 선생, 테니스 선생, 바이얼린 선생, 발레 선생, 미술 선생’ 등 기술적인 분업강사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전에 그 단어는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권위를 가진 때도 있었다.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은 ‘인성, 덕성, 지성’을 갖춘 선비정신을 가진 존경받는 사람을 지칭한 단어였다. 그러나 ‘경제’와 ‘문명’과 ‘자본’의 원리가 현대사회의 최우선 구성요소가 된 이후로 선생도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되었다. 사립학교 교사 자리에 수천만원이 오가고, 강사와 교수 자리에 수억이 거래된다는 얘기가 신문지상에 올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가 수십억에 거래된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금권시대다.
물론, 핵가족 사회에서 이혼하지 않고 살려면 부모 형제와 독립하여 ‘아내’에게 충실하여야 한다. 처와 자식을 충실히 부양하는 가장이 되려면 기회주의자가 되어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제자를 좋은 대학에 입학을 많이 시켜야 명문고다. 물론 대학도 취업준비를 위한 수련장이다. 좋은 대학친구의 우정은 기관에 포진하여 나눠먹기식 공생공존을 한다.
우원호의 ‘무기교의 기교’ 시가 나른한 삼복더위에 한방 시원하게 펀치를 날린다. 잘 먹고 잘 살던 ‘시’가 주눅이 든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얼싸 반갑다고 껴안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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