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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 / 권 혁 모
2018년 12월 24일 18시 37분  조회:861  추천:0  작성자: 강려
입맞춤
    
           권 혁 모
 
삐치고 치켜 올린 선과 선이 다시 살아
연초록 혹은 연분홍 나래가 되기까지
허공을 마냥 날아서 너를 만나기까지.
 
진정 황홀 앞에선 천지도 눈을 감네
사랑은 길고 긴 날을 상형문자로 건너와
저것들 몸부림 끝에 새 별 하나 안더니.
 
고단한 삶이었네 당겨놓은 힘줄이
빛의 충돌이 일어나 보석으로 눈뜨는 밤
이제야 다 버렸으니 나와 단 둘이구나.
 
<이선의 시 읽기> 
   
  ‘입맞춤’이나 ‘포옹’이라는 제목을 읽으면, 조각상이 생각난다. 워낙 로댕의 조각작품이 유명하기도 하다. 시에서 실제적인 상상력의 그림이 그려지면 객관화되었다고 믿어도 된다.
  권혁모의 입맞춤은 상상력과 회화적 조각적 형상화가 만나서 환타지 현상을 재현하고 있다. 시각, 촉각적인 느낌과 재해석이 달콤하고 쌉싸름하고 뜨겁다. 화가나 조각가의 미술작품을 앞에 놓고 시를 쓰면 자주 이런 환타지한 시가 탄생한다. 시가 미술의 시녀라고 누군가 말한 것은 옳은 말이다. 언어는 가장 추상적인 상상력의 과학이다. 미술은 직관과 재해석이다. 상상력에 직관과 재해석이 들어가면 사유의 힘이 커진다.
  ‘삐치고 치켜 올린 선과 선이 다시 살아’(1연 1행) 부분에서는 고궁의 높은 기와지붕, 처마와 처마가 만나는 날렵한 선이 비상하는 이미지를 준다. 2행의 ‘연초록 혹은 연분홍 나래가 되기까지’부분은 입맞춤이라는 달콤한 행위에 공상과 상상이 가미되어 ‘환타지’한 느낌을 살렸다. 그러나 객관화된 문장은 아니고 공상의 범주에 든다. 3행의‘허공을 마냥 날아서 너를 만나기까지.’ 부분에서는 이 시를 읽는 사람은 누구나 가슴이 두근두근 마음속에 숨겨둔 ‘첫사랑’이든, ‘불륜’의 대상이든 실제적인 ‘사람’이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이 시는 1연에서 이미 공상과 상상의 모든 요소를 성공시키고 있다. 2연은 ‘상형문자- 몸부림’이라는 등식이, 곧 혀들의 몸부림을 형상화시킨 시의 백미다. 3연의‘당겨 놓은 힘줄, 빛의 충돌, 보석’이라는 중심어는 이 시를 보석처럼 반짝이게 한다. 3연의‘ 이제야 다 버렸으니 나와 단 둘이구나.’부분은 영화의 대단원 부분이다. 피어리어다. 3연 3행의‘놓음’과 ‘버림’은 관념을 말로 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린’ 관념이다. 
  이 시는 시를 배우는 이들에게 교과서로 권할 만큼 시에서 필요한 감각적 미의식과 형상화기법, 이미지, 공상과 상상력의 범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시인들이 시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객관화의 문제다. 그 이유는 ‘사물’에서 출발하지 않고 ‘상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시는 상상력의 ‘그림 그리기’작업이지만 그 상상력은 사물성에 근거하여 출발할 때만 객관화가 쉽다. ‘환타지’도 ‘귀신이야기’도 사물에서 출발한다. ‘별’이라는 존재가 있어야 <별들의 전쟁> 환타지 영화가 탄생하는 원리다. 
  권혁모의 시는 첫사랑 첫입맞춤처럼, 달콤하고 맑고, 새콤하고, 뜨겁다.
원초적 DNA를 다룬 성애 시는 대부분 성공적 결과물을 낳는다. 그 이유는
시인이 밀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몸을 사용한 현실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권혁모는 시에서 요구하는 직접적이고 절실하며 뜨거운 요소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부드럽게 포장하고 냉정하게 재단하는 객관화 기법까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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