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색깔이 나올까
조병무
저 바람을 손아귀에 쥐고
꼬옥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
저 하늘을 양손에 쥐고
더욱
꼬옥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
그러나
그러나
저 사람의 말씀을
마음으로 눌러 짜면
또 무슨 색깔이 나올까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
사랑을 사랑으로 짜면
정말
무슨 색깔이 나올까
<이선의 시 읽기>
조병무의 시 「무슨 색깔이 나올까」는 1-4연을 똑같은 무게감으로 병렬기법으로 질문을 던진다. <바람-하늘-말씀-사랑>을 ‘꼬옥 짜면/ 무슨 색깔이 나올까’라는 짧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유치하지 않다. 간단하고 단순한 물음이 근원적 의미의 질량을 가지고 무겁게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1-2연의 질문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물음이다. ‘바람’은 변화와 성장을 준다. ‘하늘’은 사색과 우주적 꿈을 심어준다. 남여상렬지사를 바람에 비유하는 것을 보면 바람과 인간의 삶의 근접성을 알 수 있다. 바람은 반란이지만 소통이다. 바람이 없다면 열매를 얻을 수 없다. 바람은 답답한 일상에 주는 활력소이다.
하늘을 바라보고 한번이라도 감격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거대한 그림을 끊임없이 그리고 있는 하늘은, 웅변하지 않고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우주의 섭리가 하늘에 있다는 것을 현대과학이 밝히고 있다.
3-4연의 질문은 ‘말씀’과 ‘사랑’으로 ‘인간의 섭리’를 다루고 있다. ‘인간관계의 문제제기’라고 본다. ‘말씀’으로 빚어지는 ‘사랑’의 배반과 의문에 대하여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사실 그 ‘말씀’과 ‘사랑’의 색깔이 모두 밝혀진다면 ‘종족 번식 의식’이 지장을 받을 것이다. 인류의 증식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조병무의 시에서 굳이 질문만 던지고 대답이 없다. 이 시가 확장된 ‘의미화’와 시적 매력을 갖는 것은 선문답처럼 ‘질문 기법’으로 답을 지웠기 때문이다. 시인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을 하는 많은 시들은 싱겁고 심심하다. 기교적으로 1-4연에서 보여주는 똑같은 질문이 무게를 갖는 것은 조병무 시인의 역량이다. <미완성 교향곡> 처럼, 미완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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