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역학 / 신세훈
2018년 12월 24일 20시 18분  조회:761  추천:0  작성자: 강려
역학
 
 
신세훈
 
 
 
깊은 잠속에서
영혼의 아이는 깨어 울고
추운 울음은
여름꽃나뭇가지에 매달려 핀다
봄철로 돌아가는
나뭇잎의 예감,
여름내내 숨어 살던
눈송이가 떨어진다
 
 
<이선의 시 읽기>
 
 
  신세훈의「역학」은 짧지만 넓고 긴 학문서 같은 광활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중국의 고전인 「주역」과 한국의 ‘성리학’, ‘음양이론’이 공존하며,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다루고 있다. 또한 율곡과 원효사상이 들어있다. 무위자연론과 서경덕이 성리학에서 주장하는 ‘인본주의’까지 내포하고 있다.
세상은 ‘음양’이 만나 반대적인 기운으로 버티고, 밀고 당기며 화합한다. 사랑도 그렇고 하늘과 땅의 이치도 그렇다. 모든 사물과 사물의 현상들은 유기체적인 관계성을 맺고 있다. ‘관계성’은 실존이며 사실이다. 불이 활활 타다 식으면서 그 열기가 공기 속으로 퍼져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인간의 몸을 덥혀준다. 몸의 온기는 활동에너지가 된다. 다시 나무를 패고 아내와 아이들을 따뜻하게 한다. ‘나무가 불에 탄다’는 사실은 인간가족과 사회에 이로움을 주며 영향력을 갖는 이치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의 영향을 받아 그런지 모르지만, 우주를 정복한 지금도 ‘역학’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역학적 관계는 삶의 원동력이다. 짧은 단어와 시어들을 살펴보고 그 원동력의 중심을 들여다보자.
  1-2행의 ‘깊은 잠’과 ‘깨어’남은 음양이론으로 인간생명의 반대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잠’과 ‘깨어남’은 철학과 종교의 기본 틀이다. 지혜자가 되거나 순교자가 되거나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2행의 ‘영혼의 아이’라는 말을 주목하여 보자. ‘영혼’이 깨어나면 통찰력과 성찰력을 갖게 되며 ‘도’를 득도하거나 ‘성불’하거나 ‘신’이 된다. 영혼의 파장은 크다. 그런데 ‘영혼의 아이’는 깨달음의 ‘어린 알갱이’다. 순수한 ‘진리’의 ‘결정체’다. 다른 말로 하면 우주의 ‘근본’이며 ‘근원’이다. 가난한 영혼이 수천만 번 울어야 득도를 할 것이다. 득도의 완성을 ‘꽃을 피운다’로 해석과 상징을 하고 있다.
  3-4행에서처럼, ‘추운 울음’의 강을 수만 번 건너야 ‘여름꽃나뭇가지’에 꽃이 필 터. 진리가 완성될 터.
  5행, ‘봄철로 돌아가는 나뭇잎의 예감’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봄철은 절기의 시작이다. 시인은 웅변하지 않고 ‘순환의 원리’를 ‘나뭇잎의 예감’이라고 명징하게 표현하고 있다. ‘봄철로 돌아가는 나뭇잎의 예감’은 ‘죽었다가 살아나는’ 기독교적 ‘부활’이다. 또한 불교의 ‘윤회’다. ‘인연’이다. 또한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생성’과 ‘소멸론’이다.
  7행의 ‘여름내내 숨어 살던’ 부분을 눈여겨 보자. 7행은 위의 시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시적인 부분이다. 왜냐하면 ‘행위’를 넣었기 때문이다. ‘숨어살던’ 주체적 자아가 존재한다. 바로 ‘눈송이’다. 그런데 그 주체는 약하디 약한 존재다. 햇빛이 비치면 곧 사라질, ‘눈송이’다. 눈송이는 덧없고 허무한 존재로 주체성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도 못하고 곧 며칠 뒤 사라진다. 첩살이하는 시앗과 같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도둑과 같이.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주인이 아니다. 자연과 우주 앞에서 무상한 존재인 인간의 모습이다. 노장사상이 녹아있다.
  8행의 ‘눈송이가 떨어진다’는 표현이 압권이다. 만약 ‘물이나 낙엽이 떨어진다’라고 하면 어떨까? 꿈이 없다. 이 시가 형이상학적 수준을 끝까지 유지하는 이유다.
  눈은 희고 깨끗하고, 세상 더러운 것을 모두 덮는다. 또한 별빛처럼 자체발광을 하며 빛을 낸다. ‘눈송이’는 봄, 여름, 가을 동안 숨어있다가 ‘겨울’에 다시 ‘살아났다’가 다시 떨어진다.  
 
  만물생성의 원리를 짧게 압축하여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음양이론과 철학, 종교론을 시의 배경으로 깔아놓고, 시에 행위를 집어넣었다. 형이상학인 ‘이’를 배경으로 깔고, 형이하학인 ‘기’를 넣어줌으로써 화룡점정으로 그림이 살아난다.
  의성이 고향인 신세훈은 안동 유학파의 피를 직간접적으로 수혈하였을 것이다. 그의 시에서 보여주는 ‘역학’적 깊이와 넓이가, 만물의 기운 속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1118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257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524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456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344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211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193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473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802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677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756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689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629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734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682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680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701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703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701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51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