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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白南準 2 / 양준호
2018년 12월 24일 20시 53분  조회:808  추천:0  작성자: 강려
白南準 2
 
 
 
양준호
 
 
 
내 눈에선가
 
먹TV에선가
 
소녀는 전단을 뿌리고 갔다
 
 
 
너는 꽃의 뿌리줄기에 대해서 사색해 보았니
 
 
 
사각형 속에선가
 
원주율 속에선가
 
어머니의 눈물 빨갛게 빛나는데……
 
 
 
아,
 
이 허무한
 
낮술 도미 안주라도 씹을까
 
 
 
내 눈에선가
 
먹TV에선가
 
소녀는 전단을 뿌리고 갔다
 
 
 
 
 
<이선의 시 읽기>
 
 
 
  엘리어트의 ‘잔인한 4월’은 한국 땅에 황사바람을 몰고 왔다. 대지는 4월의 젊은 피를 먹고 새로워져 간다. 어머니는 황폐한 대지를 눈물로 적신다. 땅은 새 기운을 얻어 식물을 키운다. 4월의 함성도 무성하게 자란다. 가을이 되어 쇠퇴하기 전에.
 
  자유와 희망을 위한 진혼곡은 독재에 항거한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늘 자녀의 ‘독립’과 ‘자유’와 ‘희망’을 위하여 기꺼이 눈물이 되었다. 시는 어머니의 눈물에서 발아한다. 양준호의 시에서 ‘어머니’를 자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부재는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각형 속에선가/ 원주율 속에선가/ 어머니의 눈물 빨갛게 빛나는데……(3연 1-3행)
 
 
 
  위의 시가 현재를 부정하며 시니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1연과 3연, 5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에선가’라는 표현 때문이다. 미지정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화자의 심리상태의 복잡한 심경을 표출시킨다. 미래적이지만 확정적이지 않은 ‘―에선가’라는 중심어가 위의 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내 눈이 찍은 영상과 TV가 찍어서 내 보내는 영상이 모두 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내 눈에선가/ 먹TV에선가/ 소녀는 전단을 뿌리고 갔다(1연 1-3행)’을 살펴보자.
 
 양준호의 시에서 암묵적으로 등장하는 ‘소녀’는 누구인가? 양준호는 여동생이 없다. 그가 내면으로 초대하는 ‘소녀’는 시인이 사랑하는 여자다. 영혼으로 초대하여 대화하고 싶은 여자일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 후 그의 시에는 ‘소녀’와 같은 비중으로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는 여자다. 인간관계를 분석하여 보면 두 가지로 분류된다.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
 
  양준호의 시에서 보여주는 ‘소녀’가 뿌리는 ‘전단지’는 어떤 의미일까?  ‘―에선가’라는 1-2행은 전제부분이다.  미확정적이고 부정적이고 실제적이지 않다. 불확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에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강렬하였다. 백남준의 시적 영상은 양준호의 시와 닮아 있다. ‘단어던지기’와 ‘이질적 단어의 결합’과 낯선 이미지들을 통합한 ‘낯설게하기’를 실현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현재형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현재가 아니다. 과거도 과거 그대로의 과거가 아니다. 미래도 미래 그대로의 미래가 아니다. 백남준이 보여주는 영상처럼 영준호의 시도 포스트모더니즘을 실현시켰다.
 
  위의 시에서 양준호는 ‘원주율’처럼 반복적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삶과 소녀의 전단지는 낯설면서도 친밀하다. 또한 확장적 해석이 가능하다. 4월에 읽으면 독재에 항거한 젊은이의 주검의 절규로, 가을에 읽으면 자연의 절규로.
 
 
 
  ‘뿌리줄기’처럼 강렬하게 전달되는 ‘낯선 이미지’에 독자들은 즐겁다. 니힐한 철학자의 독백처럼. 이미지들이 ‘어머니의 눈물’처럼 ‘빨갛게 빛(3행 3연)난다. 매마른 영혼들에게 피의 제전의식을 하는 대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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