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을 들여다보다
김필영
나무도 종을 친다
누가 뿌리 끝 물줄기를 따라
빈 방 한가운데에 들어가 종을 치는지
덩덩, 울리는 종소리
갈라진 껍질 사이로 어둠이 밀려온다
그 중심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이파리들이 받아 적는다
어깨 위에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여린 손에 달빛이 쉬어가는 건
깊은 고요에서 울리는 종소리의 여운 때문이다
그 공명이 그리운 잎사귀들
아우성치며 울림의 진원지를 향해 달려온다
서로를 버리고 떠났던 이들
다시 돌아와 기대어 흐느낄 때
나무도 덩덩, 울음을 터트린다
어둠을 뚫고 붉은 해가 떠오르는 한
나무속에 타종소리 그치지 않는다
<이선의 시 읽기>
생명이 있는 것들은 죽을 때와 살아날 때를 안다. 나무는 제 뿌리와 줄기의 수분을 모두 말려 추위에 얼지 않고 겨울을 견딘다. 생명력은 절망의 암흑기에 휴식을 취하며, 다시 살아날 봄을 위하여 새로운 힘을 휴지기에 저장한다.
김필영의 시는 봄을 알리는 타종소리처럼 명쾌하다. ‘종소리’는 상징과 ‘비유’다. 종소리는 ‘시작’과 끝을 알린다. 또한 다음 시간에 시작할 새 수업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을 갖게 한다.
김필영이 ‘직관’한 ‘나무의 종소리’는 나무의 ‘뿌리- 줄기- 잎사귀’를 흔들어 깨운다. 곧 ‘새’와 ‘벌’들이 날아오고, 그 나무는 열매를 준비하며 꽃을 피울 것이다.
잎사귀들이 떨어져 거름을 만들고, 제 뿌리에 자양분을 공급하듯, 사랑했던 사람들, 떠났던 이별이 다시 돌아와 줄 것을 예견하는 종소리다.
위의 시의 구조를 나무에 비유하여 보자.
‘나무’라는 소재를 줄기로 세우고, 그 줄기에 사유의 뿌리를 뻗어간다. 나뭇가지마다 상징과 비유의 꽃을 피워보자. 새들은 저녁에 모였다가 아침에 먼 산으로 날아간다. 낙엽이 떨어진다. 연인들은 낙엽을 밟으며 사랑을 속삭인다. 연인들은 싸우고 이별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은 다시 해가 떠오른다. 태양이 존재하는 한, 나무는 엽록소를 생성하며 희망을 잉태한다.
어둠을 뚫고 붉은 해가 떠오르는 한
나무속에 타종소리 그치지 않는다(16-17행)
위의 시는 ‘공명’을 통한 ‘사회화’를 염원한다. 그 중심어는 ‘위로와 희망’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삼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봄과 여름과 가을을 견디고, 겨울을 이겨낸 시간은 위대하다. 나무의 계절은 ‘타자’를 위한 ‘배려’다. ‘산수화’와 ‘풍경화’가 되어 뇌의 피로를 씻어주고,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8행)’가 되어주고, 그늘과 열매를 제공한다. 또한 죽어서는 가구가 되어 준다. 그 가구는 버려지지 않고 난롯불에서 제 몸에 불을 붙여, 가난한 사람의 추운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시는 한 그루 나무다. 시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여러 정황들이 겹겹이 드라마처럼 새롭게 전개된다. 향기와 열매를 맛있게 하는 것은 시인의 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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