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너가 바로 나로구나 / 정대구
2018년 12월 25일 15시 32분  조회:897  추천:0  작성자: 강려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
 
 
 
 저 예쁜 여인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수작을 걸며 오솔길을 걷고
있는 숫기 좋은 너가 바로 나로구나
 그날 저녁 노래방에 가서 밤새도록 수십 곡씩이나 목이 터져라 줄
기차게 불러대던 너가 바로 나로구나
 탱고면 탱고 왈츠면 왈츠 고전무용이면 고전무용 막춤이면 막춤
못추는 춤이 없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어느 회식 모임에 나가 품위 있게 음식을 들며 능란한 화술로 좌중
을 휘어잡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저것 좀 봐 또 저것 좀 봐 모두가 어울려 확 풀어져 거침없이 노는
데도 역시 멋진 너가 바로 나로구나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와도 마누라의 푸근한 품에 따듯이 안
기는 대접을 받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금 나에게는 없는 너 내가 부러워하는
너의 못난 짝퉁 나가 바로 나로구나
 
 
 
 
 
<이선의 시 읽기>
 
 
 
  정대구는 인간군상의 여러 행동패턴을 7연의 시로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격유형들을 일곱 가지 행동유형으로 분류하여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는 ‘7연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논다’를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자. 한 가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로 분류하여 ‘사회 고발시’와 ‘시인 고발시’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7연을 순기능적으로 해석하여, ‘논다’를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먼저 역기능적 측면인 ‘시인 고발시’적인 측면과 ‘사회 고발시’로서의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연애질에 능한 사람
  둘째, 노래를 잘하며 신변잡기에 능한 사람
  셋째, 춤에 능한 사람
  넷째, 능란한 외교와 화술로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
  다섯째, 바닥까지 인품을 내려놓고 저질로 노는 사람
  여섯째, 밖에서 술과 향락으로 타락한 생활을 하는데, 아내는 모르거나 눈감아 주는 경우
  일곱째, 생각만 앞서고 행동은 못하는 짝퉁인생인 나
 
  사회적 왜곡 행동들이 아이러니 기법과 역설기법으로 나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와 외교적 재능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사회적 성공과 명예, 부, 지위를 얻는 방편으로 역할이 크다. 또한 ‘시의 본질과 원리’에는 집중하지 않고, 시단 정치나 자리에 연연하며 ‘시’보다는 ‘위치’에 능한 시인도 있다.
  심각하고, 정직하고, 정확한 사람은 진지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는 위와 같은 행위들을 싫어한다. 인격과 지식, 역사를 바꾸는 일도 아닌 신변잡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판단과 비판은 유보하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성공과 자리에 대한 부러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옷을 벗겨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화법으로 재해석한다면 다음 말일 것.
 
  첫째, ‘시’라는 본업에는 집중하지 않고 ‘연애질’에 열 올리는 시인.
  둘째, ‘시’에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를 ‘노래방’에서 노는 일에 다 쓰는 시인.
  셋째, 모든 춤을 섭렵한 날라리과 분위기 메이커 시인 야유.
  넷째, 진정성이나 정신세계를 버리고, 허세와 인기몰이에 연연하는 시인.
  다섯째, 품위를 잃고, 완전 무장해제하여 저질로 노는 시인.
  여섯째, 밖에서는 술과 향락으로 살면서, 시치미 떼는 시인.
  일곱째, 타락할 용기도 없는, 생각만으로 행동하는 짝퉁 시인.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위의 일곱 가지 행동유형은 ‘순기능적 측면’을 가지며 레크리에이션 재창조적 기능이 있다. 신변잡기나 노래, 춤, 화술은 재능으로 인정받으며 능력으로 부각된다.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다. 
  시는 숨어서 쓰는 일기처럼 솔직한 고백록이다. 위의 시에서 고백하듯 그런 재능은 화자인 시인에게는 없다. 그 부분이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화자가 지금까지 거부한 행동유형들이 ‘나는 바보같이 놀지도 못하고 살았구나’ 라는 후회의 고백일 수도 있다. 뒤늦게 ‘놀이와 놀기’에 대한 강렬한 자극을 원할 수도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논다’를 ‘인간학’으로 접근하여 철학적 깨달음을 얻은 재해석 시로 해석하여 보자.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병사와의 연애질에서 시작되었다. 여자의 미모와 사내의 힘의 대결구도다. 동서고금에 미인을 싫어하는 영웅은 없다. 억압된 것은 지나치면 언제라도 분출된다. 연령별로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사춘기’나 ‘사추기’에 왜곡으로 나타난다. ‘논다’는 명제는 그 만큼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한 뒤 늦바람을 피우는 것.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 교수들이 중년이나 노년에 딸 같이 어린 여대생에게 성희롱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 검사나 판사가 늦게 술과 향락을 배우는 일. 최근 여고생에게 바바리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제주도 검사장. 제 때 놀지 못하여 병이 된 사회적 왜곡현상이다.  
  위의 왜곡된 ‘일곱 가지 행동유형’들은 사회적 성공 뒤에 허탈함을 메우기 위한 행동유형으로 해석된다. ‘부러움’이 지나쳐 부정적 ‘모방행동’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놀이’와 ‘예술’의 기능을 한 번에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시를 쓰며 놀기’이다. 시는 ‘상상력’이라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그 ‘상상력’이라는 그물로 극대화된 무대를 흰 종이 위에 맘껏 펼쳐 놓는다. ‘상상력’은 예술성의 근원이다. ‘상상력’은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공간을 지배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재능이나 개성적인 성격이 부러운 경우가 있다. 내가 하기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남은 잘도 하며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동은 생각보다 우위에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 영화처럼 그려보는 상상일 뿐. 하고 싶지만 억압하고,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하고 억압된 것은 ‘술’과 ‘꿈’으로 획득되듯이.
 
  레크리에이션의 힘을 다시 회복하는 ‘순 기능적 측면’과 ‘논다’로 창조적 에너지를 허비하는 ‘역기능적 측면’이 위의 정대구의 시에는 함께 공존한다. 그것이 정대구 시의 매력이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1120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258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524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456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344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213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193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473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802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678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756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691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629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734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684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680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703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703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702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518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