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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 4 / 이신강
2018년 12월 25일 21시 04분  조회:1313  추천:0  작성자: 강려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 4 
                                                  
이신강
 
<코브라의 춤>
 
코브라는 제 몸속이 온통 독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았다. 
코브라는 지아비도 제 새끼도 다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몸서리 쳐졌다. 
 
 
 
자기 단속을 위해서 화 안내기, 구박도 참아내기, 독설도 웃어넘기기, 못 참을 일은 몸을 흔들어 풀어내기, 그러다가 그녀는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은 서늘한 바람을 불러 오고 모래바람도 비켜가며 푸른 하늘을 들어낸다. 
사막이 촉촉해지고 지아비도 함께 춤추게 하며 선인장 가시도 제 몸속에 숨고 그녀의 새끼들이 모두 살아나게 한다. 
 
 
 
      참아야 산다는 일념으로 춤으로 독을 해체시키며 사막의 별들과 함께 춤추는 그녀.
 
 
 
 
 
 
 
 
<이선의 시 읽기>
 
  이신강의 시에는 재해석의 시점에서 출발한 철학이 담겨 있다. 간결한 문장 속에 ‘사실’과 ‘사건’을 뛰어 넘는, 존재의 아픔이 있다. 삶의 철학과 진정성은 어떤 미사여구의 기교적 표현보다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사물을 관통하여 투시의 눈으로 ‘코브라’를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자기 몸으로 수용한다. 이신강 시의 스케일이다. <코브라의 춤>은 사물에서 출발하여 사물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시인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삶을 재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헤라클레스’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남편을 상징하며, ‘요정’은 그를 따르는 여자들을 상징한다는 시인자신의 말을 헤아려본다. 코브라는 온통 독으로 만들어진 아내며 엄마인 자신의 상징물이다. 어머니 세대의 지어미의 덕성은 ‘자기 단속을 위해서 화 안내기, 구박도 참아내기, 독설도 웃어넘기기, 못 참을 일은 몸을 흔들어 풀어내기’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코브라의 춤을 TV에서 본 적 있다. 몸속에 독을 품고 사는 미물인 코브라에게 ‘춤’이라는 예술행위를 부여하였다. 시를 고단한 삶의 춤으로 해석한 시인의 아이덴티티에 박수를 보낸다. 삶의 질곡과 절박한 상황에서 춤으로 자아를 승화시키고 있다. ‘춤으로 독을 해체시키며 사막의 별들과 함께 춤추는 그녀.’ 부분은 이 시의 중심문장이다. 철학과 인생관, 자연주의가 한 문장 속에 압축되어 있다.
 
 ‘그녀의 춤은 서늘한 바람을 불러 오고 모래바람도 비켜가며 푸른 하늘을 들어낸다. 사막이 촉촉해지고 지아비도 함께 춤추게 하며 선인장 가시도 제 몸속에 숨고 그녀의 새끼들이 모두 살아나게 한다.’
 
  이신강의 시는 달관의 시다. 여린 여자의 가슴에 묻힌 한과 독을, ‘사물’과 ‘사건’을 몸으로 모두 껴안고 참을 뿐만 아니라, 춤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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