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밭에는
여한경
나의 꽃밭에는
꽃씨를 뿌리지 마세요.
이미 절로 자라난 꽃들과
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갯짓
이리도 가슴을 두들기는데
나의 꽃밭에는
김을 매지 마세요.
꽃잎들이 새 하늘을 열고
비바람 다녀가고
벌레들 다녀가고
나의 꽃밭에는
울타리를 만들지 마세요.
이 신비로운 꽃향기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선의 시 읽기>
여한경의「나의 꽃밭에는」의 특징은 ‘수용과 확장’이다. 그의 시는 선함을 추구한다.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수용’과 ‘확장’의 범위는 매우 넓다. 불교적인 종교의식처럼 경건하고 맑다. 위의 시에서 보여주듯, 그의 시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꽃, 나비, 비바람, 벌레’까지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확장과 수용의 무한대한 범위는 ‘신비로운 향기’로 작가 자신과 치환하여 작가의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 각 연의 마지막 행에서 ‘― 마세요’라는 부정적 시어를 세 번씩 반복하여 패턴화 하고 있다. 여한경 시의 아이러닉 기법은 김소월의 시「먼 후일」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잊었노라’의 기법과 같다.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김소월, 「먼 후일」 전문
김소월의 시에서 보여주듯이, 여한경의 ‘부정어’도 의미가 역설적으로 확장된다.
‘잊었노라’가 대상에 대한 화자의 강한 애착을 보이듯, 여한경의 ‘―마세요’는 자연주의를 지향한다. 보통 시에서 반복적인 ‘부정어 사용’의 패턴화 작품은 축소지향적이며 갇힌 이미지로 끝나기 쉬운데, 여한경의 ‘-마세요’는 오히려 그 파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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