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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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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년 12월 26일 20시 40분  조회:1703  추천:0  작성자: 강려
 
담쟁이 1
 
                     
 
                             강기옥
 
 
 
 
무섭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당신의 꿈을 쫓겠습니다.
 
 
무리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고 서서히
당신의 이상을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크기만큼만
당신의 넓이만큼만
내 모든 소망을 걸어
웅숭깊은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액자형 그림> 그리기 기법
 
  강기옥의「담쟁이 1」은 <액자형 그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액자형 그림> 그리기 기법’으로 씌어졌다. 3연의 짧은 시로, ‘1연-3행, 2연- 3행, 3연-4행’으로 간결하다. 현대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심플라인 옷처럼, 심플하다는 것은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삭제하여 내다버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버리면 시는 더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강렬한 파장을 가지고 확장된다.
  
  위의 시「담쟁이 1」이 가지고 있는 ‘<액자형 그림> 그리기 기법’의 특징을 아래 7가지로 분류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함축미와 형태미
  위의 시는 10행의 짧은 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함축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기’하지만 더 큰 ‘이상주의의 실현’이라는 거대한 욕망을 품고 있다. 또한 형태미에서도 3연의 짧은 시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어 배치를 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2. 상징성
  상징과 확장은 시에서 요리사의 절대미각과 같다. 3연 1-2행의 ‘당신의 크기만큼만 / 당신의 넓이만큼만 ’ 부분을 눈여겨보자. 이보다 큰 상징이 없다. 결코 인간이 우주를 벗어나 살 수 없듯이, 담쟁이도 결코 기대고 버틸 수 있는 ‘공간’을 벗어나서 생존할 수 없다. 당신이 있는 모든 것에 존재한다는 ‘연시’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위의 시는 상징과 함축, 확장이 큰 시다.
 
  3. 감각적 미의식
  위의 시는 짧은 시어의 반복, 패턴을 통하여 시에 감각적 미의식을 주고 있다. 그림 같은 연 배치도 시인의 의도된 계획이다. 반복적이고 점층적인 시어들은 독자의 뇌를 세뇌시키는 작용을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적 방법의 시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사물이 말하게 하라는 현대적 시창작법을 적용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완성된 형태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는 좋은 시다.
 
  4. 확장성
  확장성은 사물인 담쟁이와 인간에게 치환된 주제의 확장성으로 두 가지로 분류하여 해석할 수 있다.
 먼저 1-3연에서 비중있게 강조된 ‘이상주의’ 부분을 살펴보자. 다음 항목으로 요약된다. 인간과 담쟁이 모두 포함된다.
 
  당신의 꿈을 쫓겠습니다(1연) -> 당신의 이상을 따르겠습니다(2연) -> 내 모든 소망을 걸어/ 웅숭깊은 그림을 그리겠습니다(3연) 
 
  ‘비현실적인 꿈 -> 당신이 보여준  현실적인 이상실천 의지 -> 전심전력 의지표명’으로 점층적으로 확장된다.
 
  다음 1-3행의 점층적 구조를 살펴보자.
 
  1연 1-2행: 무섭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2연 1-2행: 무리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고 서서히
  3연 1-2행: 당신의 크기만큼만/ 당신의 넓이만큼만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욕심부리지 않고 서서히 이상을 실천한다는 내용이지만, 1-3연에서 보여주는 계속 반복되는 형태는 점층적으로 확장되어 강조된다.
 
  5. 패턴구조
  위의 시는 1연, 2연, 3연이 아래와 같은 구조의 패턴화를 보여주고 있다.
 
  1-3연에서 부사어 사용과 내용에서 패턴화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1연 1-2행: 무섭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2연 1-2행: 무리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고 서서히
  3연 1-2행: 당신의 크기만큼만/ 당신의 넓이만큼만
  
  다음 이상주의의 실천의지에서도 같은 패턴화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1연 3행: 당신의 꿈을 쫓겠습니다.
  2연 3행: 당신의 이상을 따르겠습니다.
  3연 3-4행: 내 모든 소망을 걸어 / 웅숭깊은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6. 철학과 사고의 힘
  불교의 참선의 마지막 목표는 ‘내려놓다’와 ‘해탈’이라고 본다. 위의 시는 삶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철학을 제시하여 주고 있다.
  첫째, 천천히(1연 2행)
  둘째, 서두르지 않기(1연 2행)
  셋째, 욕심부리지 않기(2연 103행)
  넷째, 당당하기(1연 1행)
  넷째, 이상주의(1연 3행, 2연 3행, 3연 4행)
  다섯째, 되바라지지 않기(3연 4행)
 
  그런데 위의 다섯 가지 철학은,  ‘더불어 살기’와 ‘양보하기’까지.  종교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범인의 경지를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삶의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시인은 영원히 꿈꾸는 이상주의자다. 현실이 좌절과 고통스러워도 이상을 품고 산다. 배신과 압박에도 이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위의 시가 일제시대 발표되었다면 <항일투쟁 시>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위의 시가 1980년대에 발표되었다면 <민주화 투쟁시>로 거론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7. 감동의 힘
  3연의 짧은 시는 파장이 커서, 하루쯤 욕심을 내려놓고 온종일 생각에 잠기고 싶어지게 한다. 그만큼 시가 독자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감동을 준다는 뜻이다.
  3연 4행 ‘웅숭깊다’라는 단어에 주목하여 보자. 사전에는 ‘ 1. 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다. /  2. 사물이 되바라지지 아니하고 깊숙하다. ’라고 정의되어 있다. 1번 해석과 2번 해석 모두 포함하여 이 시의 중심어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현재 잘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단어를 발굴하여, 반짝이는 기쁨을 주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웅숭깊다’라는 단어는 보석과 같다.
 
  ‘담쟁이’의 묘한 매력은 이상주의에 거치는 것이 아닌, 강력한 실천의지를 계속 설파하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매일 만나고 싶은 시다.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시인들이 꿈꾸는 쉽고 아름다운 시다. 매일 읽고 묵상과 반성을 촉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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