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뛰르 랭보 <지옥의 계절>
섬광(閃光)1) / 이준오 번역(9)
인간의 노동! 이것이, 내가 있는 심연은 때때로 번개와 같이 비치는
는 폭발이다.
"비어 있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2) 과학을 향해서, 자 전진이다!
근대(近代)의 '전도자'가, 즉 세간 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외친다. 그래도
역시 사악한 놈이랑 게으른 놈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의 심장 위에 무
겁게 떨어지는 것이다. --- 아! 서둘러라: 좀더 급히, 밤의 어둠을 넘어
서, 저편에는 미래(未來)의 영겁(永劫)의 그 보상이 있는 것이다.---우
리들은 그것을 놓쳐버리는 것인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나도 노동을 알고 있다. 그리
고 과학은, 너무나 발이 더디다. 기도는 질주하고 빛은 울려퍼진다.3)--
그런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것은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아주 무덥
다. 너의 손을 해롭게 할 것도 없다. 나에겐 나의 의무가 있다. 그놈의 곁
에 비켜놓고, 사람들이 잘 하고 있듯이 그런 식으로, 그 자의 자랑이라도
해볼까.
나의 생명을 낡아 없어졌다. 자아! 모두 함께 속여보자. 어영부영 게으
름으로 살자. 얼마나 가련한 꼴이냐! 그리고 우리들은, 즐거운 생각을 하
면서 회괴망측한 애욕이며 황당무계한 우주를 꿈꾸면서, 중얼중얼 불평
을 늘어놓으면서 살아가자. 또 이 세상의 겉보기만의 얼간이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자. 거리의 신파장이랑. 거렁뱅이랑, 강도 따위를
상대로. - 그리고 성직자를 상대로! 병원의 내 침대 위에서,4) 향내음이 저
렇게도 강렬하게 나에게 되살아났다. 성스러운 향료의 파수꾼, 고백자, 순
교자.5) ---
나는 거기에서 유년시절의 더러운 교육의 흔적을 인정한다. 그리고 무엇
이 있었는가! --- 다른 놈들이 20년 산다면 나도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
주겠다.6) ---
싫다! 실어! 이제야말로 나도 죽음에 반항한다! 노동 따위, 내 자존심에게
는, 너무나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 나의 이 세상에 대한 반역도, 너무나 짧
은 고통이겠지.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좌우(左右)로 덤벼들
겠다 ---
그래, - 오호! - 사랑스러운 가련한 영혼이여, 그래도 영원은, 우리들로7)부
터 잃어버려져 있지는 않은지요!
1) 이 시는 앞의 장에 이어 자기를 구제할 방도를 탐색한 작품으로, 처움에 노동에의 몰두에
희망을 찾아내려고 하지만(그것은 1871년 파리 코뮌의 시기에 체험이다) 타고난 거만한 성
격과 부르조와 출신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그것도 단념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2) 구약성서 <전도의 시> 첫머리의 시구 "헛되고 헛되도다"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3) 원래는 "빛은 질주하고 기도는 울린다"로 되어야 할 수사를 이렇게 전이시키는 수법이
<언어의 연금술>속에서 말하는 '마법의 궤변'일까
4) 1873년 부뤼셀 사건 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고 있었을 때의 경험 때문일까
5) 고백자는 초기 기독교 박해 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고백한 사람들인데, 박해를 받아도
순교자는 되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6) 실제로 랭보는 "20년은 더 살아주겠다"고 말했으나 19년째의 1891년에 죽게 되었다.
7) '우리들'이란 베를렌에 대한 냉소적인 호칭일까. <착란2>에 있어 '넋나간 성처녀들'이
'그리운 영혼'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 그 단서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자신을
향한 호칭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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