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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2)
2019년 02월 26일 20시 34분  조회:1406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2)
 
 
미국편 / 공동번역: 이태주 성찬경 민재식 김수영 (1965년)
 
 
 
로버트 펜 워렌(Robert Penn Warren)
 
 
 
바위가 있는 곳의 전설
 
<켄터기 마운틴 농장>에서
 
 
암석 널린 이곳엔 사시사철
 
갖가지 죽음이 있도다.
 
바람이 동쪽 골짜기 밑에서 으루나무1)를
 
흔들어 치곤, 그 자고로 수정같은 꿈을
 
  언제까지나
 
깨우고자 흔들었던 졸리운 머리에 이젠
 
  자장가 불러 주며,
 
눈과 같이 쌓여서 멎으리라.
 
 
사냥개눈 까만 앞발로 오월의 풀밭에 무
 
  늬 놓고
 
씨커모어2)는 어두운 계곡 밑에서 솟아나리.
 
거기 철철 흐르는 물굽이는 바위와 진흙
 
  을  걸터 삼키며
 
월계수나 씨커모어를 휩쓸어 가는도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시체가 벌거벗고 파
 
   리해서
 
그리고 찢어진 씨커모어처럼 흰빛으로,
 
엎치락뒤치락 구르며 물 위에 머리터럭만을
 
   둥둥 띄우며
 
눈먼 조류 넘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가를.
 
 
무르익은 밀밭 그늘 아래,
 
판판한 석탄층 있어 그 곁에 독사는 둘둘
 
   몸을 사린다.
 
태양의 광선처럼 독기가 달아서, 밀 베는
 
   이의 발짝 소릴 들으며.
 
허나 이렇게 죽을 수도 있어, 하고 깡마
 
   른 그들이 말한다.
 
가을날 여기 이런 과수원에서, 한 번은
 
   젊은이들이 죽어서 널려 있었다---
 
회색 윗옷과 파란색 윗옷을 입고. 젊은이
 
   들은 산비탈을
 
기어올라서 싸웠다. 그 발굽으로 바위 사이
 
   옹달샘은 흙탕물이 일었다.
 
달빛 어린 턱수염에 묻은 붉은 피는 생각
 
   나지만,
 
그들이 싸운 이유는 알 도리가 없다.
 
그들의 이유를 짐작조차 못한 채 세월만
 
   은 흘러.
 
사과가 떨어져서 정적(靜寂)한 밤 속으로 빠져
 
   드누나.
 
(성찬경 번역)
 
 
1) 우루나무: 낙엽송과 속한 상록 교목, 높이는 40m 정도이고 나무껍질은
 
                  적갈색이며 잎은 바늘 모양이다.
 
2) 씨커모어(sycamore): 1.유럽산 단풍나무의 일종. 2. 미국산 플라타너스.
 
 
 
계절의 종언(終焉)
 
 
이젠 해변을 떠나라. 그 완전한 유정(有情)마저
 
   도
 
- 머리엔 흰 서리, 마음 안 놓이는 이(齒)
 
   - 오오, 너무 늦게야 왔다.
 
늦게, 늦게, 너무나 늦게서야. 땅이 허물
 
어지는 듯한 그 생각.
 
아니면 네가 기다릴 다만 헤엄치는 사람
 
   의 모습,
 
넋 놓고 순수하게 밝은 양산(洋傘) 사이에서, 한
 
   편,
 
푸른 산은 숨을 쉬고 까만 소년들은 새의
 
   목청을 띄운 말마디를 소리쳤다.
 
 
떠나라, 해변을, <스삐아가>인지 <플라
 
   야>인지, <풀라게>라든지 <스빠>라든지
 
   하는,
 
거기에선 언제나 처음은 용이하다. 또한
 
   떠나 버려라.
 
온천(溫泉)을 맞어. 그런 곳에 너의 조부(祖父)는 아
 
   아컨서주(州)에서 갔다.
 
쇠고기와 부루봉 위스키에서 류마티스의
 
   죄(罪)를 씻으려고.
 
그리곤 아이처럼 갔다. 늘 겪는 악몽으로
 
   큰 소릴 지르지는 안했지만,
 
그 망각의 내에서 늙은 궁둥짝과 때묻은
 
   두 손을 척 늘어뜨렸다. 다른, 그 사람도
 
   그 사람도 전에 한 것처럼.
 
 
그 까닭은, 물은 우리의 허물을 씻고 햇
 
   빛 속에서 춤을 추는 것이기에.
 
그리고 예언자들은 많은 털과 침울한 표
 
   정으로 사자(獅子)같은 풍경 속에서
 
요르단에 내려왔었다. 달이 질 무렵 항해
 
   가 레-레온은.
 
잠이 깨서 주저앉아 있었고, 시간은, 컴
 
   컴한 원숭이처럼 똑딱였었다.
 
그리고 단테의 안내자는 축복받은 기후
 
   속에서 미소하며
 
 바닷물에 젖은 골풀로 그 슬픈 이마에서
 
   지옥의 떼를 씻었었다.
 
 
너는 오리라. 너는 오리라! 그리고 겨울
 
   이 되어 버린 혀로
 
너는 거리에서 본질적인 얼굴에 인사하리
 
   라. 그 얼굴은 지금
 
여행의 가면을 , 역사의 얼굴을 달고 있는
 
   데.
 
그리곤 말없이 서로 끌어안곤, 말 더듬
 
   으며, 쳐다본다.
 
너는 할 말을 하기 위해서 새 말을 배우
 
   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허나 그것은 결코 쓸모가 없으리니, 교실
 
   이나 세관이나 카페에서는.
 
 
그 뜻은, 순수란 말이 없기 때문. 그리고
 
   완전이란 것도.
 
허나 신랑의 수면(垂面)이나 운동가의 대리석의
 
   꿈이나.
 
또는 얼굴을 갈색으로 태우고 심장은 고
 
   치는
 
바다와 태양의 해마다의 성전(聖典)은
 
침묵, 해답에의 기대처럼 보이리라. 그것
 
   은 곧 시간이니.
 
왜냐하면 모든 우리의 회화(會話)란 우리의 공
 
   통적인 죄(罪)의 지수표(指數表)이기 때문에.
 
 
끝나는 날엔 먼데까지 헤엄쳐 나아가라.
 
   의사(醫師)가 허가만 한다면.
 
- 크로올, 트리지언, 브레스트, - 또는
 
   깊이 눈을 크게 뜨고 잠입하라.
 
무슨 소리도 들릴 수 없는 녹청색(綠靑色)의 박광(薄光)
 
   속으로,
 
허나 우편물이 네가 사는 집, 우편함 안
 
   에 숨어 있다.
 
여름의 욕망, 겨울의 예지 - 너는 생각하
 
   지 않으면 안된다.
 
<희망>의 진실한 성질을. 그 눈은 둥글며
 
   깜박거리는 일이 없다.
 
(성찬경 번역) 
 
 
 
수염 달린 떡갈나무
 
 
떡갈나무들은 얼마나 미묘하게 바다의 기
 
   질을 닮고 있을까.
 
수염이 달려 있다. 모든 꺽꽃이 된 광선(光線)이
 
그들 위에서 헤엄을 친다. 그렇게 그
 
   광경은
 
깊숙히 자리잡은 채, 적극적인 밤을 기다
 
   린다.
 
 
그처럼 기다리며, 우리는 지금 풀섶에 누
 
   워 있다.
 
빛의 지루한 발바닥 밑에.
 
풀들은 해초나 다름없이, 이름도 없는
 
바람의 몸놀림을 만족시킨다.
 
 
빛과 시간의 갑판 위에서,
 
불평도 할 수 없이, 산호 따위로 된
 
우리는 쉬고 있다. 우리는 빛이 밀려감에
 
   따라
 
그늘의 암초(暗礁) 위의 쌍둥이 환초(環礁)이다.
 
 
우리가 건설하는 데에 세월이 흘러갔다.
 
컴컴한 건축물이 시시각각 늘어간다.
 
그러자 광란(狂亂)이 지금은 잊어지고 있지만,
 
지금의 고요에 그의 모든 힘을 빌려 주었
 
   었다.
 
 
우리의 위에서 분노의 빛과 성난 황금의
 
   빛이 휘몰아쳤다.
 
정오의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그 긴 갈퀴그물이 밑바닥의 우리를 괴롭
 
   힌다.
 
어둠은 여전히 정지(靜止)하고 있어서 물결 하
 
   나 안 인다.
 
 
열정과 학살, 회한과 부패가,
 
각각(刻刻)으로 밑으로 밑으로 내려온다.
 
흔들리는 흐름을 진흙으로 내려앉아
 
우리의 무언(無言) 위에 토대를 쌓았다.
 
 
이곳에서 모든 우리의 토의(討議)는 소리가 없
 
    다.
 
모든 우리의 분노처럼. 이를테면 돌의 분
 
    노.
 
만일에 희망에 희망이 없다면, 공포에도
 
   공포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역사로 멸(滅)해 버리리니,
 
 
우리의 말은 한때, 창문마다 등잔불이 죽
 
    어 있던 그때
 
메아리와 더불어 텅빈 거리를
 
경영했었다. 한때 우리의 헤드라이트의
 
    섬광이
 
뛰면서 달아나는 암짐승을 어지럽혔다.
 
 
창살에 갇힌 심장이 철(鐵)의 거동(擧動)을 한다 해서
 
너를 덜 사랑하진 않는다.
 
혹은 한 때 빛이 갖다준 모든 것을 차츰
 
    어두움이
 
꺼간다고 해서 너를 덜 사랑하진 않는다.
 
우린 시간 속에서 퍽 짧은 시간을 산다.
 
그리고 우린  모두 쓰라리게 배운다.
 
우리는 모두 영원을 연습하기 위해서
 
이 시간의 기간(期間)을 귀(貴)히 여겨야한다는 것을.
 
(성찬경 번역) 
 
 
 
피크니크의 회상(回想)
 
 
그날은 정말 무심한 날이었다.
 
잎사귀, 언덕, 하늘, 우리에겐
 
그것들이 구성된 온전한 조화가 있고,
 
순수해서, 우리가 그때까지 견디어 온 것
 
   이 모두
 
아이의 기묘한 불행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선반 속에 들어가서, 심한
 
슬픔은 모두 꺼져 버리고. 우리가 두려워
 
    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들은 그림에 그린 나무와 나무 사이
 
    에 섰었다.
 
호박(琥珀)의 빛이 그것들을 씻었다. 그리고 우
 
    리들도,
 
혹시 빛은 그때 그리 멀지도 않고
 
너무 안정되어 있어서 우리들의 실체,
 
교미하는 파리는 호박 속에서 큰 것처럼
 
    되고
 
우리들의 완전함을 고요히 틀 속에 들고
 
시간의 이상스러워하는 뒤이 스파이를 조
 
    롱하고,
 
 
가장 힘센 매개체인 기쁨이 거기에서 떠
 
    오르게 했다.
 
우리들을, 우리들이 움직였을 때, 헤엄치
 
    는 사람들이
 
느릿느릿 몸을 맡기는 것과 같았다, 흐르
 
    곤 멈추고 하는 그들의 더럽지 않은 물
 
    에.
 
이처럼 싸이고 받쳐져서, 우리들은 알지
 
    못했다.
 
이렇게 보다 더 컴컴한 어두움이 밑으로
 
    올라온 것인지를,
 
혹은, 알고 있으면서도 반(半)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 날의 빛나는 기만(欺瞞)!
 
그땐 우린 쉽사리 설명할 수가 있었다.
 
페이지가 모두 열려 노출되어 있었지만
 
 
우리들의 결코 보이려고 여기지 않는 진
 
    실을.
 
허나 풍경 위의 어두움은 늘어 갔다.
 
우리들 가슴에도 같은 만큼의 어두움이.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간 것이었
 
    다.
 
그리고 그것은 멈춰 있다. 또한 멈추고
 
    있을 것이다.
 
보다 더 행복한 지역에서 물러났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팽긴 돌처럼 붙잡고 있
 
    다.
 
저 소금 기운 있는 물결의 한 모퉁이를.
 
아메리카의 표범의 숨결, 은밀한 불법,
 
불의(不意)의 혀를 뒤트는 욕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까닭은 공포가 열
 
    매를 맺었기애.
 
 
혹은 우리들은 죽은 것일까, 우리들은 인
 
    간답지가 못해져서
 
공허해져서, 우리들의 제일 맑은 넋이
 
서두르는 곳에선 서로가 서로와 만난다.
 
고요한 사회에서 손에 손을 잡고,
 
그 장면에서 우리도 또 옛날에 헤매었다.
 
지금은 새로운 지역을 상속하고 있지만.
 
사랑의 지옥의 가장자리, 이 잃어버린 하
 
    계(下界)의 땅을.
 
 
그땐 지금, 서로는 기념비다.
 
 
서로서로의, 그리고 그것을 품고 있다. 죽
 
    은 것으로서.
 
혹은 넋은 매인가, 바삐
 
반짝이는 날개로 시각의 길을 지나
 
여기에 있는 우리들에게 최후의 만남을
 
    반영하는
 
태양은 가라앉고 어두움은 가까운데,
 
-해도(海圖)에 없는 진리의 높은 일광반사
 
     신호(日光反射信號)인가?
 
(성찬경 번역)
 
 
 
변주곡(變奏曲) - 공포서가(恐怖敍歌) <抄章>
 
 
조용한 한밤중에 나는 깨닫는다
 
어둠 속의 내 곁의 숨소리를
 
그리하여 그 숨소리가 시계인 것을 알고
 
    또
 
그 숨소리는 절대로 늦지 않은 시계라는
 
    것을 알 때
 
        죽음의 공포는 우리를 위협한다
 
 
오오 너에게 알리지 않는 세계가
 
그 모든 그림자같은 모습과 함께 나타나
 
    고
 
그 발은 마룻바닥 위에서 소리를 안내고,
 
문에는 열쇠를 필요로 않는다
 
     (죽음의 공포는 우리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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