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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쓴 <샘>지의 글 -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2019년 03월 13일 14시 10분  조회:2187  추천:0  작성자: 강려
한 수인이 그의 감방의 벽에 풍경을 하나 그려 놓았다. 그 그림에서는 조그만 기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간수들이 그를 찾으러 오면, 그는 그들에게 내가 내 그림에 있는 저 조그만 기차 안에 들어가 뭘 좀 검사하고 나올 수 있도록 잠시 동안 기다려 달라고 상냥하게 요구한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웃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를 좀 모자라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조그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 조그만 기차에 올랐다. 그러자 기차는 굴러가기 시작했고, 그 조그만 터널의 깜깜한 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얼마동안 터널의 그 동그란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약간의 솜 같은 연기가 보였다. 그러다가 그 연기는 흩어졌고, 그리고 연기와 더불어 그림마저, 그림과 더불어 나 자신까지 흩어져 버렸다……. 얼마나 여러 번 그 시인-화가는 그의 감방 속에서 그 감방의 벽을 터널로 뚫어 관통해 나가지 않았으라! 얼마나 여러 번 그는 그의 꿈을 그리며 벽의 갈라진 틈으로 빠져나가지 않았으라! 감옥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좋은 것이다. 필요하다면 불합리성이, 그 자체만으로 우리들을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 공간의 시학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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