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3)
영국편
엘리자베스 제닝스(Elizabeth Jennings)
보는 방식
우리가 모색하는 것은 결국 연상(聯想)이다.
우리는 곧잘 자신의 생각들을 다시 살펴
보고서
이 풍경이 어느 생각의 영상(影像)인가를 찾아
낸다.
그러고는 생각을 존중하고 풍경은 예사로
안다.
마치 나무와 폭포는 그 뿌리와 원천(源泉)이
우리 마음 속에 먼저 있었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 무엇이 장면(場面)에다 속임수를 부
린다.
다른 종류의 빛, 좀더 낯선 색깔이
자기에게만 충당(充當)된 광경(光景)에 흘러내려,
마음 속의 아무것과도 맞지 않고 새것이
된다.
그래서 생각과 반영(反映)은 또다시 그 영상(影像)에
맞추어
이를 틀림없는 것으로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고원 번역)
밤에
이슥한 밤 나는 창문 너머로 멍하니
별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정녕 눈여겨 보
는 것은 아니다.
기차 소리가 들여오나 귀를 기울여 분명
히 듣는 것도 아니다.
맘 속으로는 내내 뜬눈으로 돌아눕곤 하지
만
그렇다고 아주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 그 무엇이 어두운 풍경 속으로 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내가 생각하고 느
끼는 그대로인가?
눈은 얼마나 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을
것인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나는 억제하는
셈일까?
혹은 이것은 꼭 따르게 마련인 나의 환영(幻影)
일까?
맘 속에서 돌아눕는 나, 내 마음은 그 벽
의 꼭대기를
내가 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올라가 보지
못한 방이란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밤처럼, 외부(外部)
에 있어,
간단한 손짓으로 내 머리 속이나 가슴 속
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듯한, 바라보기 좋은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내 생각이 나와 내 대
상(對象)을
갈라 놓는다. 이제 내 깊은 잠자리에서
나는 한쪽으로 또한 세상은 다른 쪽으로
돌아눕는다.
(고원 번역)
초가을의 노래
냄새를 풍기며 여기 찾아드는
이 가을을 보라. 모든 것이 아직 여름과
같다.
빛깔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대기(大氣)는
녹색과 흰색으로 고요한 채 무심하다.
한껏 자라서 무거운 나무와 그득한 들판,
꽃은 도처에 만발해 있다.
어린애 과자 속에
시간을 모아 넣은 프루스트는
이 모호한 면을 이해할 것이다 -
여름은 아직도 한창인데
한 줄기 가느다란 연기가 땅에서 솟아
우리를 더듬는 가을을 알린다.
그러나 어느 계절이든지
일종의 풍부한 노스탤지어.
마치 마음에서 우리 기분을 풀어
겉에 나타나는 형태를 갖추려는 듯이
우리는 춘하추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
사람이란 확실하고 튼튼한 것을 원하는 것.
그런데 나는 나의 뜻과는 달리
어린 시절로 이끌려 간다.
그 시절의 가을은 불놀이요 돌치기요 연
기.
나는 나의 창문에 기대어
대기 속에서 부르는 소리와 격리된다.
내가 가을이라 말을 했더니 즉 가을이 나타
났다.
(고원 번역)
이태리의 일광(日光)
그렇기 때문에 눈덮인 산을 내려와서 우
리들이 만나는 것은
남국(南國)의 따스함이 아니고, 정성스레
일광으로 디자인된 집들인 것이다. 건축
가(建築家)는
목수(木手)들에게 그늘이 지는 곳을 조사하도록
가르쳐서
건물을 순한 돌로 변하게 했다. 그 돌은
물이 달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태양으
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고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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