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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6)
2019년 07월 06일 14시 08분  조회:717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6)
 
 
두번째 노래(2)
 
(2) 나는 두번째 노래를 지을 깃털펜을 쥐고 있었으니--- 적갈색 흰꼬리수리의 날개에서 뽑아낸 도구가 아니던가! 그러나--- 도대체 나의 손가락에 무슨 탈이 났는가?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내 관절들이 마비되어버린다. 그렇지만 나는 쓸 필요가 있다--- 그게 불가능하다니! 아, 이런, 되풀이해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내 생각을 쓸 필요가 있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저 자연법칙에 따를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안 된다, 안 된다, 펜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 들판을 가로질러, 멀리서 빛나는 번갯불을 보라, 뇌우가 허공으로 내달린다. 비가 온다--- 여전히 비가 온다---- 저토록 비가 온다!---- 벼락이 작열했다---- 벼락이 반쯤 열린 내창문에 떨어지고, 내 이마를 쳐, 나를 타일바닥에 눕혔다. 가엾은 젊은이여! 네 얼굴은 벌써 때 이른 주름살과 타고난 기형으로 충분히 덮여 있으니, 그 위에 유황냄새 나는 흉터가 필요치 않다!(나는 방금 이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빨리 낫지는 않을텐데) 이 뇌우는 웬일이며, 내 손가락의 마비는 웬일인가? 내가 글 쓰는 것을 막고, 내 네모진 입에서 침을 흘리면서 내가 무엇에 노출되어 있는지 더 잘 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곳으로부터 내려오는 경고인가? 그러나, 아, 뇌우가 내게 두려움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 폭풍우 군단이 내게 무슨 대수일 것인가! 내 상처난 이마를 굴려 개략적으로 판단컨대, 하늘의 경찰들이 자기들의 고달픈 의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다. 나는 전능한 자에게 그의 뛰어난 재주에 대해 감사할 필요가 없다. 그는 상처에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이 이마로부터 시작하여 내 얼굴을 정확히 두 조각으로 가르려고 벼락을 내려보내지 않았는가. 다른 인간이나 그를 찬양하시라! 그러나, 뇌우는 자기들보다 더 강한 자들 가운데 어떤 자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므로 살모사의 얼굴을 한 소름 끼치는 영원한 자야, 그대는 광기와 분노 어린 생각들의 경계에 내 혼을 놓아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그것들을 서서히 죽일 뿐이니, 너의 위엄에 걸맞도록, 그에 더하여, 농익은 실험을 한차례 거친 뒤에, 나의 이마에서 한 대접 피를 쏟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했으리라!--- 하지만 결국, 너에게 어떤 것을 말하는 자가 누구인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기는커녕 내가 너를 증오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다. 왜 고집을 부리는가? 언제쯤이면 너의 행장은 기이함으로 그 겉모습을 감추기를 그만두려 할까? 친구에게 말하듯, 내게 솔직히 말하라. 너는 결국 그 추악한 박해중에 순진한 친절을, 너의 세라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우스꽝스러운 완성판을 다시 재연할 수는 없을 그런 친절을 드러내면서, 스스로는 그걸 짐작도 못하는 것인가? 어떤 분노가 너를 사로잡았는가? 너는 알아야 하리라, 너의 추적을 피하여 살아가도록 나를 내버려둔다면, 너는 내 감사를 받아 마땅할 것임을--- 자, 어서, 술탄아, 방바닥을 더럽히는 이 피를 그 혀로 내게서 씻어다오. 붕대 감기는 끝났다. 닦인 내 이마는 소금물로 씻기고, 나는 내 얼굴에 좁은 헝겁 띠를 십자로 질러 묶었다. 결과가 무궁무진한 것은 아니다. 피가 홍건한 속옷 네 벌과 손수건 두 개--- 누구도 처음에는 말도로르가 그의 동맥에 그렇게 많은 피를 담고 있었다고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의 얼굴 위에서 빛나는 것은 오직 시체의 반사광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와 같다. 아마도 이것이 그의 몸에 담길 수 있는 거의 모든 피이며, 더는 그의 몸에 많은 피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됐다, 됐어, 탐욕스러운 개야. 방바닥을 그냥 그대로 놔두어라. 너의 배는 가득 찼다. 마시기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머지않아 토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적당히 포식하였으니, 네 개집으로 가서 자거라, 네가 행복 속에서 헤엄친다고 생각하라. 왜냐하면 너는 내가 네 목구멍으로 내려보낸 혈구 덕분에, 엄숙하리만큼 가시적인 만족감을 누리며, 망연한 사흘 동안 배고픔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 레망이여,1) 대걸래를 들어라, 나도 하나 들고 싶다만 그럴 힘이 없구나. 너는 내가 힘이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너의 눈물을 눈물주머니에 거둬들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커다란 발자국을 네가 냉정하게 응시할 용기가 없다고 믿을 것이다. 칼자국을 초래한 형벌이야 나로서는 지나간 시간의 어둠 속으로 이미 사라져버렸다. 너는 샘으로 물통 두 개를 찾으러 가거라. 일단 마루가 닦이면, 너는 이 속옷들을 옆방에 가져다놓아라. 빨래하는 여자가 저녁에 다시 오거든, 그러기로 되어 있으니, 이것들을 그 여자에게 맡겨라. 그러나 한 시간 전부터 비가 많이 오고 있고 여전히 내리고 있으므로, 그 여자가 자기 집에서 나올 것 같지 않구나. 그럼, 내일 아침에는 오겠지. 여자가 너에게 이피가 모두 어디에서 나온 거냐고 묻더라도, 네가 꼭 대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 나는 너무나 기운이 없구나! 상관없다. 그렇더라도 펜대를 들어올릴 힘과 내 생각에 골몰할 용기는 있을 것이다. 벼락을 수반하는 뇌우로,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나를 겁박해서 창조주가 무슨 이득을 얻었던가? 그렇더라도 나는 글을 쓰려는 결심을 고수한다. 이 좁은 붕대들이 나를 귀찮게 하고, 내 방의 공기가 피냄새를 풍긴다---
 
1) 레망, 로젠그린 등 <두번째 노래>에 나오는 여러 이름에 특별한 전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세번째 노래> 제 1절에서 이 이름들을 가리켜 "내 깃털펜이 한 뇌수에서 끌어냈던, 저 천사의 본성을 지닌 상상적 존재들의 이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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