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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8)
2019년 07월 06일 14시 17분  조회:80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8)
 
 
두번째 노래(4)
 
(4) 자정이다. 바스티유에서 마들렌으로 가는 합승마차는 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틀렸다. 합승마차 하나가 갑자기 땅밑에서 솟아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나타나지 않는가. 귀가가 늦어진 몇몇 행인들이 마차를 주의깊게 바라본다. 여느 마차와 다른 것 같기 때문이다. 지붕 위 이층 좌석에 죽은 물고기의 눈처럼 움직이지 않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서로 밀어붙이며 앉아 있는 꼴이 생명을 잃어버린 것 같다. 더구나 정원이 초과된 것도 아니다. 마차꾼이 말들을 채찍질할 때, 그의 팔이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채찍이 그의 팔을 휘두르는 것만 같다. 이 기이하고 말없는 존재들의 결합을 무어라고 해야 하나? 달의 주민들인가? 그렇게 믿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들은 오히려 시체들을 닮았다. 합승마차는, 마지막 역에 도착하는 것이 급해, 허공을 집어삼키며, 포장도로를 삐걱거리게 한다--- 달아난다!----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스럽게 쫒아간다. "세워주세요, 제발 세워주세요--- 하루종일 걸어서 다리가 부었어요. ---- 어제부터 먹지도 못했어요.--- 부모님들이 나를 버렸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집에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자리 하나만 내주신다면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난 여덟 살 먹은 어린아이예요. 여러분들을 믿어요----" 마차는 달아난다!---- 달아난다!----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스럽게 쫓아간다. 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차가운 눈으로 옆 사람을 팔꿈치로 찌르며, 자기 귀에까지 이르는 이 은빛 음색의 하소연에 마뜩잖은 기분을 그에게 표현하는 것 같다. 옆 사람은 동의한다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게 고개를 숙이며, 곧바로 거북이가 자기의 등껍질 속으로 숨어들듯, 제 이기심의 요지부동함 속에 다시 빠져든다. 다른 여행자들의 태도에서도 모든 것이 앞의 두 사람의 기분과 똑같은 기분을 나타낸다. 외침소리는 이삼 분 동안 더 들리고, 일 초 일 초 더욱 날카로워진다. 대로를 향해 창들이 열리고, 겁먹은 얼굴 하나가 손에 등불을 들고 차도 위에 눈길을 던지더니, 격렬하게 덧문을 다시 닫고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 마차는 달아난다!---- 달아난다!----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스럽게 쫒아간다. 오직 한사람, 몽상에 잠긴 젊은이만, 이 돌덩어리 인물들 가운데서, 그 불운에 동정을 느끼는 것 같다. 작고 아픈 다리로 마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편들어, 그는 감히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경멸과 위압에 찬 시선을 던지기 때문이며, 자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맞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 무릎에 팔꿈치를 괴고,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그는 어안이 벙벙해서, 인간의 자비라 불리는 것이 진실로 이런 것인지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이 말이 이제는 시어 사전에도 발견할 수 없는 헛된 낱말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솔질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 그는 혼자 말한다. "사실, 어린애 하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내버려두자." 그렇지만 이 청년의 빰 위로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는 욕설을 내뱉는다. 그가 손으로 고통스럽게 이마를 문지르는 모습이, 마치 그 불투명함으로 자기 지성을 어둡게 하는 구름을 그 이마에서 흩뜨려버리려는 것 같다. 그는 분발하나, 자신이 던져진 이 세기에서, 헛되이 분발한다. 그는 이 세기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무서운 감옥! 악랄한 운명! 롱바노여, 나는 오늘부터 너에게 만족하노라! 나의 얼굴이 다른 여행자들의 얼굴과 똑같은 무관심을 내보이는 동안에도, 나는 끊임없이 너를 관찰하였다. 청년은 분개하는 동작으로 일어나서, 비로소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악행에 가담하지 않으려고 자리를 뜨려 한다. 내가 그에게 손짓을 하여, 그는 내 옆에 다시 몸을 내려놓는다.----- 마차는 달아난다! 달아난다!---- 그러나 형체을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같이 쫓아간다. 외침소리가 갑자기 끊어진다. 아이가 솟아나온 포석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합승마차는 지평선으로 사라지고 조용한 거리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차는 달아난다! 달아난다! ----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는 이제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스럽게 쫓아가지 않는다. 희미한 램프를 늘어뜨리고 허리를 구부리고 지나가는 넝마주이를 보라. 그는 합승마차에 탄 그와 같은 족속들 전체가 지닌 것보다 더 많은 심장을 지녔다. 그는 이제 아이를 거두었다. 그가 아이를 치료할 것이며, 아이의 부모가 했던 것처럼 아이를 버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시라. 마차는 달아난다!---- 달아난다!---- 그러나, 넝마주이가 서 있는 곳에서, 그의 통렬한 시선이 먼지를 뒤집어쓰며 바큇자국을 따라 악착스럽게 쫓아간다!---- 어리석고 바보 같은 종족이여! 그렇게 행동하다니, 너는 후회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너는 후회할 것이다. 가라! 너는 후회할 것이다. 나의 시는 오직 이 야수 인간과, 그리고 이와 같은 해충을 만들어내지 말았어야 할 창조주를 공격하는 데 있을 것이다.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시집 위에 시집이 쌓일 것이로되, 그러나 거기에서는 언제까지나 나의 의식에서 사라지지 않은 단 하나의 생각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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