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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우주 괴인 자이로 박사 - 에드먼드 해밀턴 지음
2021년 03월 20일 16시 29분  조회:700  추천:0  작성자: 강려
우주 괴인 자이로 박사
Calling Captain Future
 
에드먼드 해밀턴 Edmond Hamilton 지음

에드먼드 해밀턴
1904년 미국에서 출생. 15세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였으나 중퇴하고, SF를 쓰기 시작했음. 스페이스 오페라를 잘 썼다. "캡틴 퓨쳐" 시리즈, "달들의 왕", "허공의 유산", "백만 년 후의 세계" 등 380여 편이 있음.
편집 위원
아동 문학가 이원수, 박홍근/공학 박사 양옥룡
문학 박사 최인학/이학 박사 김희귀
전 교육감 김성묵

<차 례>
 
가까워지는 암흑성················ 4
캡틴 퓨쳐와 그의 동료·············· 16
변장의 명수··················· 27
서둘러라!··················· 37
진로를 태양으로················· 47
털북숭이 생물·················· 49
문어 인간···················· 65
커밋 호····················· 71
마법사····················· 76
움직이는 산··················· 91
캡틴을 죽여라················· 109
코발트···················· 120
흉계에 걸리다················· 136
해답은 하나밖에 없다?············· 148
캡틴과 자이로 박사··············· 160
암흑성을 추적하라··············· 173
자이로 박사의 정체··············· 180
다시 만날 수 있다··············· 189

등장 인물
캡틴 퓨쳐 : 이름은 커티스 뉴턴. 이 책의 주인공이다. 태양계 제 1의 과학자이며, 퓨쳐맨(미래인) 세 사람과 대활극을 벌인다.
사이먼 : 살아 있는 뇌만 있다. 캡틴 퓨쳐를 키우고, 그의 둘도 없는 상담역이다.
오토 :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캡틴 퓨쳐의 동료.
클라크 :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 역시 캡틴 퓨쳐의 동료.
케인 박사 : 금성 천문대의 천문학자.
존 랜들: 아름다운 여자 비밀 정보 부원.
커얼 로머 : 행성 지리학자, 명왕성 조사단의 단장.
레인 : 명왕성의 위성인 케르베로스의 형무소장
그림 : 명왕성의 위성인 케이론의 모피상.
에즈라 : 명왕성 행성 경찰의 사령
 
가까워지는 암흑성
 
행성 간 우주선 팰리스 호는, 지금 금성에서 지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었다.
호화 여객선 팰리스 호의 살롱에서는 여느 때처럼 금성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하고, 떠들어대기도 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잠시 후에 불길한 그 사건이 일어나서, 사람들을 순식간에 불안 속으로 떨어뜨리리라고는 그 누구도 꿈에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파크스 통신사는 선교(항해 중 선장이 지휘하는 곳)의 텔레바이저(텔레비전 송신기) 앞에서 크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일등 운전사가 들어와서 통신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슬슬 지구의 제 4 우주항에 연락을 취해 줘. 우주선의 입항은 내일 오전 7시라고 말이야."
곧 스파크스 통신사는 텔레바이저의 스위치를 넣었다.
텔레바이저의 스크린에 지구의 제 4우주항의 주임 관제관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임 관제관은 끄덕이고 말했다.
"팰리스 호, 알았어. 제 4 우주항의 제 15도크로……"
주임 관제관의 모습이 희미해지며 떨린다고 생각되자 사라지고 말았다. 그 대신 이상한 사나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스파크스는 순간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그 이상한 사나이는 언뜻 보아도, 지구의 인간 같지가 않았다. 이마가 몹시 나와 있었으며, 검은 눈은 사람을 끌어당길 듯이 타오르고 있었다. 또 입고 있는 옷도 온통 검은 색깔이었다.
스파크스는 그 때 어쩐지 사나이가 슈퍼맨인 것처럼 여겨졌다. 사실, 그와 같이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사나이는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이 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이로 박사다. 나는 태양계의 모든 주민들에게 경고를 하고 싶다. 거대한 암흑성이 태양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암흑성과 태양은 충돌하여, 태양계의 생물은 최후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고 있다."
스파크스는 숨을 들이켰다. 암흑성이란 것은 타버린 항성, 죽은 태양을 말한다. 그 거대한 암흑성이 태양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은……
자이로 박사라고 밝힌 사나이는, 그 암흑성의 위치를 엄숙하게 가리키고는 한층 소리를 높였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최후의 날'은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은 앞으로 수 주일로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 나만이 그 충돌을 피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태양계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게 자이로 박사의 이야기에 끌려 들어간 스파크스 통신사는 끄덕이고 말았다.
"이런 위기가 다가오고 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보다도 이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내가 자유롭게 태양계의 모든 기계와 자재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쪽이 중요하다. 따라서 나와 내가 지휘하는 '최후의 날 자위단'에 그 동안만 태양계 정부의 모든 명령권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자이로 박사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서는 텔레바이저의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스파크스는 한동안 멍청해 있었다. 지금의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큰일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태양계 최후의 날을 피하지 않으면……
그러자 제 4 우주항의 주임 관재관의 모습이 다시 텔레바이저에 나타났다.
"이봐, 지금 보았겠지? 자이로 박사라고 하는 작자가 태양계의 모든 파장에 끼여들어 전 텔레바이저에 수신시켰어."
스파크스는 물었다.
"대체 누구입니까? 보통 인간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요. 그 사나이가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태양계 최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어리석은 잠꼬대야. 곧 어떤 엉터리 같은 놈인가 알 수 있어."
주임 관제관은 내뱉듯이 말하고,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이어 텔레바이저의 위에 붙어 있는 버저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태양계 정부의 긴급 방송이다.
곧 태양계 정부의 보도관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 태양계의 여러분, 이제 막 자이로 박사라고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나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천문학자의 보고에 의하면, 그 사나이가 말한 위치에는 암흑성도 없으며, 또 아무런 변화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태양계 정부 보도관의 모습이 사라졌을 때, 스파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역시 엉터리였군. 그러나 장난치고는 너무 지나치잖아."
그런데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장난이었던가 하고 안심했으며, 소문마저도 점차로 없어져 가고, 행성 경찰은 이 위험 인물인 자이로 박사를 체포하려고 전 행성을 남김없이 찾고 있었다.
그러나 자이로 박사가 자기 스스로 태양계의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 대로, 어디에서도 그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박사가 방송에 사용한 전파가 전혀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발신했는지 조차도 확실히 알아 낼 수 없었다.
2주일이 지나도 자이로 박사의 그림자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행성 경찰은 그만 포기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장난에 말려들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얼마든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그럴 때, 또 자이로 박사가 텔레바이저에 끼어 들어왔던 것이다.
"태양계 세계 사람들에게 구한다. 너희들은 나의 경고를 믿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보아라. 너희들의 소형 망원경으로도 이제는 암흑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자네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것이 좋을 거다. 나의 말이 옳은지, 너희들 과학자들의 말이 옳은지를."
기분 나쁜 눈을 한 자이로 박사는 승리나 한 듯이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두 번째의 경고를 믿고 개중에는 당장에 자기의 소형 전자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자이로 박사의 말대로, 거기에 암흑의 물체를 확인했다.
태양계 안에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이로 박사의 방송 후, 태양계 정부는 당황하여 취소를 위한 방송을 했다.
"전 태양계의 여러분, 천문학자는 사수 자리의 방향에 확실히 어떤 종류의 암흑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 질량을 거의 0에 가깝고,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암흑성은 자이로 박사라는 사람이 말한 대로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의 천문학자는 처음에 그런 암흑성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어."
"그렇다면, 암흑성이 태양을 향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 아닌가? 자이로 박사의 말투로는 태양계 최후의 날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발표를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천문학자가 두 번이나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위험은 없는 것일까 하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점점 날이 갈수록 자이로 박사의 경고를 믿는 사람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든 행성에서 자이로 박사가 말한 그 '최후의 날 자위단'에 참가하려고 했다.
'자위단'은 모두 검은 원반의 마크를 소매에 붙이고, 우주정의 깃머리에도 그 마크를 붙였다. 그리고 태양계의 행성에서 행성으로 같은 동료들을 늘리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론 태양계 전부를 지배하는 힘을 자이로 박사에게 넘겨 주어 '최후의 날'을 막으러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두 번째의 자이로 박사의 방송이 있은 지 일주일 가량 지났다. 개중에는 또 박사의 방송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면서, 텔레바이저의 스위치를 켜고 줄곧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기대에 응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보통 인간답지 않은 자이로 박사의 모습이 스크린 가득히 나타난 것이다.
자이로 박사는 짖어대듯이 외쳤다.
"태양계의 모든 주민들에게 고한다. 너희들의 천문학자는 암흑성을 발견했으나 아무런 위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느냐? 나에게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렇게 말한 천문학자들은 가족을 데리고 어디론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모습을 감추었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대충돌이 일어난 뒤에 어딘가 살아 남을 행성으로 도망칠 작정인 것이다. 얼마나 비열한 놈들이냐. 놈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 태양계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이란 걸 믿어야 한다."
온통 검정 옷을 입은 자이로 박사의 모습이 사라지자 곧 태양계 정부의 보도원이 텔레바이저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달리,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그 말소리조차 약했다.
"전 태양계의 여러분, 천문학자 중 몇 사람은 가족과 함께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평상시의 성격으로 보아, 일부러 숨을 사람들은 아니라고 확실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런 비겁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라건대 자이로 박사라고 하는 수상한 사나이의 말을 신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위험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신용하지 말라고? 그리고 위험은 없다고? 천만에 아무도 이제는 정부의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단 말이야."
"그렇고 말고. 위험을 피해 도망친 천문학자보다 자이로 박사의 말을 신용하는 것이 뭐가 우스우냐 말이야."
"나는 이 때까지 정부의 발표를 신용해 왔어. 그러나 이제는 참을 수가 없어.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자이로 박사밖에 없는 거다."
"그렇다. 모두 정부로 밀려가서 자이로 박사의 말대로 정부의 명령권을 박사에게 주라고 요구하지."
태양계와 모든 행성에서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특히 태양계 정부의 수도 뉴욕은 대단했다.
정부의 빌딩 앞은 수많은 군중으로 꽉 차 있었다.
"대통령과 평의회는 당장에 물러나라! 그리고 자이로 박사와 최후의 날 '자위단'에게 뒷일을 맡겨라."
사람들은 소리를 합하여 외쳤다. 그 소리에는 공포가 스며 있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시각각으로 태양계 최후의 날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제임스 카슈 대통령은 자기의 방에서 아래의 큰 파도처럼 웅성대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통령은 비서인 보넬에게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이상 더 소동이 번진다면 정부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이로 박사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놈이다."
비서인 보넬은 의아스러운 듯 머리를 흔들고 나서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각하, 자이로 박사가 다만 선동술만 뛰어났을까요? 그 사나이는 우리들의 천문학자들이 가장 큰 천체 망원경을 가지고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암흑성을 발견했으니까 말입니다."
카슈 대통령은 끄덕였다.
"음, 그 점이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거야. 왜 그 사나이만이 암흑성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아무튼 그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완력으로 빼앗으려고 한다. 정체 불명의 사나이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첫째로 가까워지고 있는 암흑성의 질량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것이고, 위험은 전혀 없으니까 말야."
그 때, 숨을 헐떡거리며 행성 경찰 장관 호크 앤더스가 들어왔다.
"대통령, 이제 우리들의 힘으로는 밀려오는 군중을 막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행성인 관청에도 군중이 밀어닥쳐서 소동을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나가다간 일주일도 못 되어 태양계 정부는 자이로 박사의 손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카슈 대통령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어떤 경우에도 꼼짝하지 않는 앤더스 장관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볼 때, 꽤 사태가 심각한 모양이다.
카슈 대통령은 물었다.
"자이로 박사를 체포할 수는 없는가?"
"죄송합니다. 전혀 종잡을 수조차 없습니다."
"그럼 행방불명이 된 천문학자 존스와 게리머들은?"
"그것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앤더스 장관은 죄송한 듯이 눈을 감았다.
카슈 대통령은 창문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태양계 정부의 위기를 구해 줄 수 있는 사나이가 단 한 사람 있다."
비서의 보넬이 문득 깨달은 것처럼 대통령을 보고 외쳤다.
"캡틴 퓨쳐입니까?"
"그렇다. 캡틴 퓨쳐와 퓨쳐맨이이라 불리우는 그 세 사람의 기묘한 동료들 말이다. 좋아, 북극에 텔레바이저로 지령하여 신호등에 불을 켜게 해라. 어서, 보넬!“
30분 후, 북극의 얼어붙은 황야에 거대한 마그네슘의 불이 타올랐다.
그 신호야말로 우주의 어디엔가 있는 캡틴 퓨쳐와 그 한패인 퓨쳐맨에게 위기를 알리는 것이다.
<캡틴 퓨쳐, 응답하라>
그 불빛은 저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의 어디서나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캡틴 퓨쳐와 그의 동료
 
그 때, 캡틴 퓨쳐는 달세계의 치코 크레이터에 위치한 연구소에 있었다. 치코 크레이터의 화구 호수 같이 보이는 밑바닥에는 둥근 보석처럼 무엇인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캡틴 퓨쳐 연구소의 큰 창문이었다. 그 연구소는 태양계 최고의 천문 과학자에 어울리는 훌륭한 설비와 기계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기계의 소음 속에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실험을 시작할까요, 사이먼?"
그 소리는 몹시 맑았다.
"좀더 기다려, 커티스"
대답한 목소리는 인간의 소리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목 쉰 금속이 삐걱거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무리도 아니다. 다른 한쪽 소리의 주인공, 사이먼 라이트는 살아 있는 뇌이니까. 즉 사이먼은 몸은 없고 그 대신 그 뇌를 죽지 않도록 특별한 네모진 투명한 상자에 넣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자에는 입 대신 스피커가, 눈 대신으로는 쑥 내민 파이프의 끝에 렌즈의 눈이, 또 귀 대신에는 마이크가 장치되어 있었다.
먼젓번의 맑은 목소리의 커티스 뉴턴은 어깨가 넓고 키가 2미터 가까이나 되는 늠름한 청년이었다. 약간 검은 얼굴과 시원한 그 눈은 얼핏 보기에도 커티스가 굉장한 천재임을 말하고 있었다.
커티스는 왼쪽 손에 큰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 반지의 9개의 보석은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이며, 한가운데의 보석의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물론 그 한가운데의 보석은 태양을, 아홉 개의 보석은 태양계에 있는 아홉 개의 행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인물이야말로 캡틴 퓨쳐인 것이다.
그 때 커티스와 사이먼은, 구리를 순수한 붕소로 변하게 하는 실험에 착수하고 있었다. 이것이 성공되면, 천왕성까지 적은 양의 붕소를 가지러 갈 필요가 없어진다. 굉장한 발명인 것이다.
드디어 최후의 실험에 접어들려고 했을 때, 바위를 파서 만든 연구소의 한 구석에서 굉장히 떠들썩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나는 우릉우릉 하는 기계와 같은 큰 소리이며, 한쪽은 시익시익하는 목쉰 소리였다.
캡틴 퓨쳐는 얼굴을 들며 외쳤다.
"클라크와 오토가 또 다툼을 시작했군! 왜 저 둘은 사이가 나쁘지, 클라크! 오토!“
곧 연구실에 보통 인간과는 달라 보이는 클라크와 오토가 들어 왔다.
클라크는 키가 2미터 이상이나 되는 금속제의 로봇이다. 그의 굵은 두 팔에는 태양계 제일의 힘이 숨어있다.
오토는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어진 하얀 살결의 안드로이드 합성 인간이다.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머리카락이 없는 흰머리와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인간과는 달랐다, 그의 민첩성은 어떤 사람도 흉내 내지 못한다.
로봇인 클라크의 어깨에 곰과 비슷한 색다른 작은 회색의 동물이 착 달라 불어 있다. 달의 개다. 달의 개답게 호흡할 필요도 없고, 먹이인 광석을 강한 이빨로 썰어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달의 개는 구리 조각을 열심히 씹고 있다.
캡틴 퓨쳐는 말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었어? 너희들은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쁘냐?"
오토는 화가 나서 미치려 했다.
"그만두라고 했는데, 클라크란 놈이 어디서 이 달의 개 이이크를 주워 가지고 와서 기르니까 곤란합니다. 이이크란 놈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권총을 먹어치웠어요! 이게 처음이 아니에요. 뭐든지 먹어치워요. 그래도 이놈을 버리려 하지 않아요."
로봇인 클라크는 굵은 금속의 팔로 이이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토란 놈은 인간이 아니므로, 우리들 인간이 애완 동물을 기르는 마음을 모릅니다."
오토는 점점 더 화가 나서 미쳤다.
"인간이 아니라고? 나야말로 누가 보아도 인간 그 자체다. 너 같은 놈은 금속의 잡동사니 덩어리야, 그런 주제에 뭐라고!“
"금속 덩어리라고!“
캡틴 퓨쳐는 당황하며, 그들의 가운데 끼여들어 둘을 떼어놓았다.
"이젠 그만둬. 우리들은 동료가 아니냐."
그러자 살아 있는 뇌 사이먼 자이트가 말했다.
"그렇다. 너희들은 언제나 어느 쪽이 인간이냐고 싸우는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전에는 인간이었던 이 나를 보는 게 좋아. 인간다운 몸집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역시 너희들과 같은 퓨쳐의 하나가 아니냐. 그 점이 중요하지 않은가."
캡틴 퓨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먼, 오토, 클라크를 둘러보는 그 눈은 인정이 넘쳐 있었다.
사이먼의 말대로 그 세 사람이야말로 캡틴 퓨쳐와 함께 태양계의 평화와 정의를 지키기 위하여 큰 활약을 하고 있는 퓨쳐맨이었다,
그리고 또 이 퓨쳐맨 커티스 뉴턴을 훌륭한 청년으로 키운 팀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커티스 뉴턴의 아버지 로저 뉴턴 박사는 아내 엘레느와 함께 달세계에 이주했다.
벌써 51세기가 되자, 태양계 전체가 하나의 나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마다의 행성이나 위성에는 크고 작은 도시가 만들어져 번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달만은 황폐한 그대로였다.
로저 커티스 박사가 그 달에 이주한 것은,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 박사 부처와 함께 달에 건너간 것은 친구인 지금의 살아 있는 뇌인 사이먼이었다.
사이먼은 유명한 과학자였는데, 불행하게도 병이 들어 죽을 직전이었다. 그 때 로저 뉴턴 박사가 사이먼의 뇌를 꺼내어, 특별한 상자에 넣어서 뇌만은 죽지 않게 했던 것이다.
로저들이 달에 이주하여 얼마 되지 않아서, 캡틴 퓨쳐인 커티스가 태어났다.
이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에서 로저와 사이먼은 우선 로봇인 클라크를 만들었다. 다음에는 안드로이드인 오토를 만들었다.
인간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 이상으로 성실한 인조 인간을 완성하는 것만 로저의 꿈이었던 것이다.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 로저의 발명품을 훔치려고 벼르던 악당이 결국 연구소를 습격하여 로저와 부인 엘레느를 죽인 것이다.
부인 엘레느는 숨을 거두기 전, 줄곧 짧게 괴로운 숨을 내쉬면서도 고아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 커티스의 장래를 보아달라며 사이먼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악을 미워하고 악과 싸우는 늠름한 인간으로서 커티스로 키워 달라고 부탁하며 죽어갔다.
사이먼들은 열심히 커티스를 키웠다.
사이먼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과학 지식을 모조리 커티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마침내 커티스는 그들을 능가할 정도의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다.
태양계 제일의 힘을 가진 로봇 클라크는 소년을 슈퍼맨 정도의 늠름한 몸으로 단련시켰다.
또 매우 재빠른 변장의 명수 오토는 소년에게 어떤 때라도 재빠른 솜씨로 뛰어나게 행동하게끔 훈련시켰던 것이다.
이리하여 태양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과 맞서 싸우는 늠름한 정의의 슈퍼 맨, 캡틴 퓨쳐가 태어났던 것이다.
이 캡틴 퓨쳐와 그에게 충실한 퓨쳐맨은 태양계 중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성능이 좋은 우주선 '커밋(Comet)'을 만들었다.
그리고 태양계 정부에 나쁜 일을 걸어오는 악당과 행성을 돌아다니며 싸우겠다고 요청했던 것이다. 처음 태양계 정부는 퓨쳐맨들의 요청을 반쯤은 의심하고 있었는데, 차츰 퓨쳐맨의 활동이 훌륭한 데에 아주 반해, 잇달아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부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커티스는 이 충실한 세 사람을 마음 속으로부터 사랑하고, 또 의지하고 있었다.
커티스는 말했다.
"너희들은 나에게 있어서 인간 이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싸움만 하다니……"
여기까지 말했을 때, 사이먼이 갑자기 말했다.
"신호다!"
사이먼의 렌즈 눈은 머리 위의 유리창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 우주에 뜬 녹색의 지구가 보였다. 서둘러 다른 세 사람도 보았는데, 북극에 해당하는 하얀 곳에 한 점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캡틴 퓨쳐는 얼굴을 긴장시키고 말했다.
"태양계 정부가 우리들을 부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우리들을 부를 정도라면 굉장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곧 커밋에 오르자!"
이제는 시시한 싸움 같은 것은 어디엔가 날아가 버렸다.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이 말했다.
"클라크, 나를 운반해 줘."
로봇 클라크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고, 달의 개 이이크를 한쪽 손에 들고서, 서둘러 캡틴 퓨쳐와 오토의 뒤를 따라갔다. 20분 후,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모양의 고속 우주선 커밋 호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시간 후, 커밋 호는 뉴욕의 강가에 있는 하얀 지붕 부근에 착륙하려고 했다.
보기 좋게 착륙한 커밋 호에서 옥상으로 나온 퓨쳐맨은 멀리 아래의 광장에서 대군중이 경찰들과 서로 뒤얽혀 싸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캡틴 퓨쳐는 입술을 깨물며 들어갔다.
"매우 절박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자, 빨리 가자!"
퓨쳐맨은 대통령의 방으로 급히 내려갔다. 안에 있던 카슈 대통령, 비서 보넬, 앨리어즈 행성 경찰 장관은 커티스와 퓨쳐맨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캡틴 퓨쳐가 와 주었으니, 이제는 안심이다."
하며 대통령은 큰소리로 외쳤다. 커티스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빌딩 앞에 있는 대군중을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요?"
"태양계 정부의 권력을 모두 자이로 박사와 그 일당에게 넘겨주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라네."
"자이로 박사? 그 놈은 어떤 놈입니까?"
커티스가 묻자, 비서 보넬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이로 박사의 방송을 듣지 못했습니까! 암흑성과 충돌한다는…… 이제는 주민의 무려 90퍼센트 가량이 박사의 경고를 믿고 있답니다."
캡틴 퓨쳐가 말했다.
"우리들은 계속 새로운 실험을 해 왔습니다. 그 암흑성이라는 게 뭡니까?"
여기서 대통령은 긴밀히 이제까지의 일을 빠르게 이야기했다.
캡틴은 중얼거렸다.
"곧 사이먼과 내가 그 암흑성을 관측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선 자이로 박사를 체포하지 않고서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그런 헛소문을 퍼뜨려 사람들을 선동한 비겁한 짓을 한 근본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자 앤더스 장관은 절망하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자이로 박사의 거처를 발견 못해 곤란을 당하고 있소. 그뿐 아니라 대통령이 설명한 것처럼 천문학자들이 잇달아 행방불명되고 있소. 1시간 가량 전에도 금성 천문대의 케인 박사가 행방불명되어 버렸다네."
그러자 캡틴이 말했다.
"그 행방불명의 사건은 자이로 박사가 저지른 것이 틀림없습니다. 곧 금성으로 가서 실마리를 찾아봅시다."
그 때, 갑자기 텔레바이저의 버저가 울렸다.
앤더스 장관은 텔레바이저에 다가서면서 말했다.
"금성으로부터 닥터의 연락이군. 케인 박사에게 붙어 놓았던 정보 부원으로부터의 보고일 거요."
하며 장관은 텔레바이저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스크린 안에 검은 머리칼을 한 아주 귀여운 지구인 소녀가 나타났다.
캡틴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존 랜들!“
존은 보기에는 귀여운 소녀지만, 가장 능숙한 비밀 정보원이다. 이전에 함께 일할 때 캡틴을 많이 도와 주었다.
저쪽은 캡틴을 알아 내고 외쳤다.
"캡틴 퓨쳐! 그럼, 당신도 이 사건을 취급하고 있군요. 좋아요!“
얼굴이 좀 창백해진 채 흥분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존은 그러고 나서 빠른 어투로 말했다.
"나, 실마리를 잡았어요. 저는 지금 금성에 있지만, 켄스 케인 박사가 자위단에게 유괴되어 가는 것을 미행했어요. 우주선까지 따라갔더니, 놈들이 다음에는 화성의 천문학자인 가틀러를 유괴하겠다는 말을 듣고……"
여기까지 말한 존은 입을 다물더니, 그리고 나서 외쳤다.
"누군가 여기 들어오려고 해요? 자위단의 놈들에게 눈치 채어……"
갑자기 존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고 곧이어 스크린은 캄캄해졌다.
캡틴은 외쳤다.
"존! 존!"
사이먼이 말했다.
"자위단은 존이 미행하고 잇는 것을 눈치챘어. 그리고 케인과 함께 유괴하려고 했어, 커티스."
 
변장의 명수
 
그 후, 이윽고 캡틴과 퓨쳐맨을 태운 커밋 호는 화성의 실티즈 시에 몰래 착륙하고 있었다.
'최후의 날 자위단'이 유괴하려고 하는 가틀러는 실티즈 시의 천문 대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위단이 올 때 잠복하여 체포하려는 것이 캡틴의 계획이었다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은 의아스럽게 말했다.
"놈들은, 자기들의 흉계를 존이 이쪽에 알려 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쪽으로 어슬렁거리며 올 리가 없지."
"글쎄, 어떨까요? 존이 알려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어쩐지 아무튼 해 봅시다. 이쪽으로 올 때에는 존과 케인 박사를 인질로 데리고 올 테니까, 잘 되면 역전 홈런이 될 수 있지요."
캡틴이 이렇게 말하자, 로봇 클라크가 말했다.
"그렇고 말고요. 우리들의 힘으로 놈들을 체포합시다."
캡틴은 웃었다.
"그런데 클라크, 이번에는 너와 사이먼이 커밋 호에 남아 있기로 했어."
"그러면 오토와 둘이서? 왜 나는 안 됩니까?"
오토가 심술궂게 클라크의 말을 받아서 대답했다.
"너 같은 잡동사니 로봇이 거리 한복판을 걸어다니면 당장에 적에게 눈치채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는 그 미치광이 애완견과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단, 그 미치광이 개가 내 기계라도 씹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우주 공간에 집어던질 테니까."
달의 개 이이크는 클라크의 팔에 안겨 눈을 뜨고는 이를 갈고 있었다. 달의 개는 대기도 소리도 없는 달세계에서 자랐기 때문에 텔레파시로 상대가 전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캡틴은 언쟁을 하고 있는 클라크와 오토를 무시하고 특별 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사이먼을 보고 말했다.
"우리들이 나가 있는 동안에 암흑성에 관한 정밀한 관측을 해 보지 않겠습니까?"
"알았어. 해 두지. 그보다도 조심해서 가야 한다."
커밋 호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연구소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기계 말고도 마이크로 필름에 기록된 놀랄 만큼 많은 책이 비치되어 있다.
그 기록을 사용하고, 클라크를 조수로 하여 관측하면 어느 천문학자보다도 사이먼은 확실한 것을 붙잡을 것임에 틀림없다.
캡틴은 오토를 데리고 오싹할 만큼 싸늘한 화성의 밤 쪽으로 나갔다. 천문대는 실티즈 시의 저쪽 3킬로미터 앞에 있었다. 화성과 밤하늘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두 개의 위성이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실티즈 시가 가까워졌다. 어느 화성의 도시도 그러하지만, 머리가 큰 빌딩들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이다.
시의 중심부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뭐라고 왁자지껄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보니, 여기서도 자이로 박사에게 태양계를 구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라고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캡틴은 무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안 되겠는데. 빨리 자이로 박사를 체포하여 그런 엉터리 방송을 그만두게 하지 않고서는."
캡틴과 오토는 이윽고 실티즈 천문대에 도착했다.
천문대는 거리 끝, 사막이 시작되는 근처에 있었다.
어둑어둑한 천문대 안에는 머리가 벗겨진 붉은 살결의 화성인이 홀로 천체 망원경 옆 책상에서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그 화성인은 등 뒤에 몰래 다가선 캡틴과 오토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너희들은 뭐냐!“
오토의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캡틴은 왼손을 내밀었다. 거기에 끼고 있는 큰 반지를 보고 행성인은 외쳤다.
"캡틴 퓨쳐!“
"그렇소. 당신은 가틀러 천문 대장이지요?"
화성인은 크게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캡틴 퓨쳐가 여기에?"
"자위단 놈들이 당신을 유괴하려고 합니다. 이제라도 올 것입니다."
"뭐 , 뭐라고요!“
가틀러는 공포에 떨었다.
캡틴은 말했다.
"걱정 마시오. 나의 친구 오토가 당신을 대신할 테니까요."
하면서 오토 쪽을 되돌아보았다.
"자아 오토, 이 사람으로 변장해라."
오토는 끄덕이자마자, 벌써 허리의 벨트에 붙어 있는 네모난 용기에서 변장용 기구를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화학 기름을 머리며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 재빠른 솜씨는 과연 소문과 같았다.
오토의 새하얀 합성 피부는 화학 약품에 의해 부드럽게 되고, 부드럽게 되자 찰흙처럼 자유롭게 얼굴 모양을 변하게 할 수 있었다.
오토는 두 손을 사용하여, 우선 도요새의 발처럼 가느다랗고 긴 화성인의 발처럼 변하게 했다. 그리고 가슴을 넓히고, 맨 나중에 가틀러와 똑같은 얼굴로 만들어 냈다.
조각가처럼 훌륭한 솜씨였다.
이윽고 피부가 굳어지기 시작하자, 오토의 살결은 본래와 같은 탄력을 지니게 되었다.
자기와 꼭 닳은 화성인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고, 가틀러 천문 대장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오토는 말했다.
"변장을 했습니다. 캡틴."
그 목소리도 가틀러와 똑같았다.
캡틴은 말했다.
"가틀러 대장, 오늘밤은 오토가 당신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전을 위해 곧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가틀러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군요. 아무튼 캡틴 퓨쳐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하고 가틀러가 천문대를 나가자, 캡틴은 오토에게 명령했다.
"이 돔의 바로 밖에 놈들의 우주선이 착륙하면 몇 사람만 남겨놓고 이쪽으로 틀림없이 올 것이다. 그러면 되도록 떠들거나 반항을 하며 시간을 끌어 주게. 나는 그 틈에 우주선에 숨어 들어가서 존과 켄스 케인을 구출해 낼 테니까."
"그건 안 됩니다. 캡틴, 위험해요. 행성 경찰엔 연락하는 편이 좋아요."
캡틴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존 일행이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 내게 맡겨둬. 너는 망원경이 있는 곳에 가서 천문학자의 흉내를 내고 있으면 돼."
"맡겨 주십시오. 여기 앉아 망원경을 기웃거리는 늙은이보다 내가 오히려 훨씬 행성의 일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캡틴은 킥킥 웃으면서 천문대를 나와서는 뒤쪽 으슥한 곳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허리에서 프로톤 권총을 잡아 겨누고 있었다.
캡틴은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가 지평선에 모습을 감출 때 쯤, 머리 위의 별이 천천히 돌고 있는 것을 알았다.
화성의 올빼미라고 생각했지만, 곧 로켓 엔진의 희미한 떨림을 들을 수 있었다.
(자위단의 우주선이 틀림없다. 왔다!)
우주선은 빙빙 돌면서 천문대를 향해 내려왔다. 불을 끄고 로켓 분사를 적게 하며 내려왔기 대문에 마치 검은 유령선 같았다.
우주선은 천문대 바로 가까이에 착륙했다. 그리고 우주선 한가운데 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되자마자, 10명 정도의 사람이 소리를 죽이며 잇달아 내려왔다.
그 중의 두 사람이 감시를 섰다. 차가운 별빛에 원자총이 반짝 빛났다.
나머지는 발소리를 죽이면서 천문대 쪽으로 걸어왔다. 보기에는 지구인 같았고, 회색의 옷의 어깨에는 자위단의 검은 둥근 마크가 붙어 있었다.
(좋아, 지금이다!)
캡틴은 합금으로 만든 벨트에서 둥글고 작은 기구를 꺼냈다.
그것은 주위의 빛을 굴절시키고, 자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계로서, 캡틴이 한 발명 중에서도 훌륭한 것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10분 동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 동안에 존 일행을 구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캡틴이 그 기계를 머리 위에 꽂고 단추를 누르자, 마치 안개라도 낀 것처럼 보이다가 점점 그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천문대 쪽에서는 가틀러의 소리를 흉내내어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토는 되도록 시간을 끌려고 애쓰고 있는 중일 것이다.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동시에 캡틴 쪽에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모든 빛이 자기의 주위에 굴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캡틴은 주위의 모습을 모조리 눈에 익혀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은 육감으로 해 나가야 한다.
캡틴은 살짝 두 감시원의 사이를 빠져 나와 승강구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하여 우주선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 또 모습을 나타내기까지 기다렸다.
여기까지는 모습을 감추어도 좋았으나, 지금부터 앞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서는 존을 찾아 낼 수 없다.
천문대 쪽은 오토가 말한 대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이윽고 주위의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캡틴은 서둘러서 통로를 뱃머리 쪽으로 향했다. 존들은 반드시 뱃머리 쪽에 유괴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자위단의 한 사람이 선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상대는 순간 어안이 벙벙하여 캡틴을 지켜보다가, 곧 허리의 원자총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캡틴 쪽이 더 빨랐다. 이미 프로톤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상대는 깨끗이 뒤집어졌다. 죽지 않게 출력을 약하게 했기 때문에 정신을 잃기만 한 것이다.
조금 더 가자, 통로를 마주한 어떤 문의 빗장이 부서져 있었다.
캡틴은 얼른 알아차리고, 곧 그 빗장을 빼고는 문을 열어 보았다.
안은 어두웠으나 역시 두 사람이 갇혀 있었다.
한 사람은 지구인의 아가씨였다. 앉아서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몸집이 작은 금성인이었다.
"존? 캡틴 박사! 자, 탈출합시다!“
하고 캡틴은 작은 목소리로 재촉했다.
캡틴을 알아본 존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머, 캡틴! 전 반드시 구출하러 오리라고……"
"쉬이? 들리면 곤란해."
그러나 늦었다. 선 내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캡틴 퓨쳐가 숨어 들어온 모양이다!“
쿵쿵, 자위단의 무리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캡틴은 프로톤 권총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그 절반을 쓰러뜨렸다.
남은 작자들은 천문대 쪽으로 큰소리를 질렀다.
"캡틴 퓨쳐의 흉계다! 빨리 배로 돌아 오라!“
캡틴은 재빠른 동작으로 남은 사나이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프로톤 권총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들 중의 한 녀석이, 무섭게 인상이 나쁜 지구인으로 보이는 작은 사나이가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핑크 색의 덩어리를 캡틴을 향해 집어던졌다.
존이 비명을 올렸다.
"로프 뱀! 캡틴, 조심해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 핑크 색의 물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캡틴의 손발에 휘어 감겼고 굉장한 힘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다른 것들도 존과 케인의 몸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존이 말한 대로 그것은 로프 뱀이라고 불리는 토성의 뱀이었다. 악당들이 길들여 로프 대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놈에게 물리면 제아무리 캡틴이라 할지라도 어쩌지를 못한다. 그래도 캡틴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인상이 나쁜 작은 사나이는 우주선의 밖을 향해 외쳤다.
"카라크, 빨리 돌아오라! 가틀러 대장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곧 이륙한다!"
우주선의 로켓 엔진이 부르릉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천문대에서 당황하여 뛰어나온 지휘자인 듯한 큰 사나이와 자위단은 급히 우주선으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우주선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캡틴을 태운 그대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 때, 굉장한 기세로 뒤쫓아온 오토가 떠오르기 시작한 우주선의 아직 열어놓은 대로 있는 문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가장자리에 손을 걸었다. 오토는 안드로이드 였기 때문에 이런 도약을 할 수 있었다.
곧 한 패의 사람들이 몸을 구부렸기 때문에 로프 뱀에 묶인 그대로 캡틴은 외쳤다.
"조심해!"
그러나 상대는 오토를 가틀러 천문 대장인 줄 알고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했다.
오토는 위에서 자기 손을 잡은 사나이와 흔들리는 선체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우주선은 더욱 심하게 기울어서 오토와 자위단의 사나이는 우주선의 바깥 어둠 속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서둘러라!
 
"오토!“
캡틴은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이 원망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나 대여섯 마리의 로프 뱀은 더한층 강하게 휘감겨들 뿐이다.
그 때, 그 인상이 나쁜 작은 사나이가 다가왔다. 그 옆에는 아까부터 카라크라고 불리는 큰 사나이가 있다. 큰 사나이쪽은 우둔한 작자인 모양으로 작은 머리를 듬직한 몸 위에 덩그러니 올려놓고 있었다.
작은 사나이는 캡틴의 몸을 발로 세차게 차며 비웃었다.
"꼴 좀 봐라! 우리들을 함정에 빠뜨리려다가 자기가 걸리다니! 이 자가 캡틴 퓨쳐라고 하는 사나이인가?"
그러나 캡틴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작은 사나이를 쏘아보았다.
"로지, 나는 널 알고 있다. 나쁜 지혜로서 유명한 화학자지. 너는 카라크에게 호르몬을 주사하여 거인으로 만들어 나쁜 일을 돕게 했었지. 5년 전에 체포되어, 카라크와 함께 명왕성의 위성에서 죄인을 보내는 케르베로스 별에 종신형으로 처박혔었지."
그러자 로지는 증오하듯이 말했다.
"그래 너는 알고 있겠지. 나를 붙잡은 것은 너니까 말이야. 그 사례를 톡톡히 갚아야겠어, 캡틴 퓨쳐!"
하며 허리의 원자총을 천천히 뽑았다.
그 때, 자위단의 하나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로지, 이놈을 죽여서는 안 된다. 자이로 박사의 명령을 잊어서는 안 돼."
그 사나이는 유독 살결이 희고, 얼굴 모양도 반반했다. 그러고 보니, 그 눈에는 표정이 없었다.
지구인 같지만, 과연 지구인인지 캡틴은 마음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로지는 투덜거리면서 권총을 도로 찼다.
"내가 자이로 박사에게 연락해 보겠어. 박사도 이 사나이를 우주선 밖으로 내던지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존이 외쳤다.
"모두 제가 잘못했어요! 그 때 소리치지만 않았어도……"
곧 텔레바이저에 자이로 박사가 나타났다.
자이로 박사는 로지의 보고를 듣고, 캡틴을 향해 거칠게 말했다.
"이 바보 같은 멍청이야! 하필이면 이 위험에서 태양계를 구출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인 나를 방해하려고 들다니!"
이미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캡틴은 그래도 비웃듯이 말했다.
"그런 엉터리가 내게 통할 줄 아느냐? 만약에 정말 큰 위험이 다가와서 너만이 구할 수 있다면 그 힘을 정부에 제공하면 어때. 네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태양계를 지배하고 싶기 때문이다! 경고하건대 반드시 그 야망을 부셔 버릴 것이다."
자이로 박사는 화를 냈다.
"나에게 사로잡힌 네가 도리어 경고라고! 캡틴 퓨쳐, 건방지구나!“
로지가 말했다.
"곧 죽여 버립시다!“
"아니, 죽여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다른 놈들과 함께 기지까지 데리고 와야 한다. '원수의 집'이 그 놈의 마음에 들 것이다."
"'원수의 집'에? 그건 좋군요."
로지는 의미 있게 빙그레 웃었다.
자이로 박사는 덧붙였다.
"그러니 알겠지,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어쨌든 캡틴 퓨쳐는 탈주의 명인이니까 말야."
"내게 걸린 놈은 아무도 도망치지 못해요."
로지가 가증오스러운 듯이 말하자, 자이로 박사는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로지가 명령했다.
"이놈들 셋을 아까 넣었던 창고에 다시 처넣어라."
카라크는 가볍게 캡틴 퓨쳐를 들어 메었다. 카라크는 굉장한 장사였다.
다른 사나이들은 존과 케인을 들쳐 메었다.
세 사람을 창고에 처넣은 로지는, 캡틴이 허리에 차고 있는 합금제의 벨트와 프로톤 권총을 빼앗았다. 그리고 로지는 작은 기계를 꺼내어 그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부웅 하는 소리가 났다.
그 때였다. 세 사람의 몸을 감고 있던 로프 뱀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프 뱀은 세 사람의 몸에서 멀어지더니 로지가 들고 있는 큰 자루로 기어 들어갔다.
재빠른 캡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서 문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동시에 입구의 문이 쿵 닫히고, 빗장이 내려지는 소리가 났다.
작은 사나이 금성인 켄스 케인은 겨우 일어서며 성난 소리로 외쳤다.
"정말 지독한 짓을 하는 놈들이군. 이 남극성 천문대에서 케페이드 성운의 발견자인 나를 마치 감자 자루처럼 취급하다니."
존이 말했다.
"나 때문이어요. 내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더라면……"
"이제 그런 말은 그만 됐어. 존은 놈들을 잡을 실마리를 찾아 내는 큰 공을 세웠으니까. 그보다도 나와 오토의 작전이 잘못됐어."
"그러고 보니, 오토는 괜찮은지요?"
"나도 그걸 걱정하고는 있지만, 오토니까…… 만약에 오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 원수는 반드시 갚겠어."
하며 캡틴이 입술을 굳게 다물자 켄스 케인이 말했다.
"그런데 이 방에서 어떻게 빠져 나가지요?"
그러자 캡틴은 빙그레 웃었다.
"케인 박사, 나는 이보다 더 위험한 고비를 몇 번이나 당했어요. 그러나 모두 뚫고 나왔습니다."
라고 말하고, 캡틴은 창 너머로 눈길을 보냈다.
타오르는 태양과 붉은 화성은 점점 뒤로 멀어져 갔다.
"아마도 태양계의 끝을 향해 가는 모양이다. 이 진로라면, 앞에는 천왕성과 명왕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이로 박사의 기지는 그 어느 쪽에 있을 것이다."
존이 물었다.
"저 자위단 학자들의 정체가 궁금해요. 로지와 카라크는 제외하고 정말 지구인일까요? 아까 놈들 중에 어느 놈의 손에 닿았을 때, 어쩐지 다른 것같이 느꼈어요."
캡틴은 눈썹을 모으며 말했다.
"어쩌면…… 아니, 지금은 그보다도 탈출할 것을 생각해야 돼."
그러나 합금제의 벨트도 빼앗기고 없다. 거기에는 비밀 주머니가 있어서 지금까지 절대절명의 순간에 캡틴을 구해 낸 여러 가지 기구가 넣어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곳을 탈출하는 데는 복도로 나 있는 문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창을 부셔버리면 앗 할 순간에 공기가 없어져서 죽고 만다.
그렇다고 밖에서 빗장을 지른 한 장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을 부수는 것은 도저히 가능할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캡틴은 끄덕이고 나서 제자리에 앉더니, 왼손의 큰 반지를 뽑았다. 그리고 주의 깊게 반지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케인은 초조한 듯이 물었다.
"대체 뭘 시도하는 거지요?"
"이 반지 속에 작은 원자력 모터가 있어요. 그걸 꺼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은 모터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요?"
캡틴은 빙그레 웃기만 하고, 아무 대꾸도 없이 분해를 계속했다.
이윽고 케인이 말했다.
"겨우 목성의 궤도를 넘은 모양이오. 탈출 계획은 됐겠지요?"
캡틴은 일어서며 대답했다.
"그래요. 그다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작은 원자 버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놈은 몇 분 동안에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지만 이 문과 빗장 정도는 불태워 버립니다."
그래도 케인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문을 부순다고 해도 어떻게 도망치지요? 이 우주선을 빼앗을 작정인가요?"
"적이 너무 많아요. 구명 보트를 훔쳐서 도망칩니다. 그리고 텔레바이저로 퓨쳐맨과 연락을 취하여 커밋 호를 이리 오게 합시다."
캡틴은 이렇게 말하고 문에 귀를 기울였다. 통로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버너의 스위치를 넣었다. 작기는 했지만, 굉장한 불길이 금속의 문 가장자리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깊어갔다.
4~5분이 지나자, 에너지를 모조리 사용해 버렸는지 불길은 픽 하고 불꽃을 뿌리고 꺼졌다.
캡틴은 끄덕이고 나서, 살짝 문을 밀에 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잘못 계산한 것일까. 바깥이 빗장을 덜 태운 것일까.
"그릴 리가 없다."
캡틴은 문에 어깨를 대고 힘껏 밀어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활짝 열렸다.
캡틴은 기뻐하며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구명 보트는 뱃머리 가까운 곳 오른편에 있다. 우주선이 천문대 옆에 내려왔을 때 보았어. 자아, 가자."
세 사람은 뱃머리 쪽으로 나아갔다.
캡틴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무기 로커는 어딜까?…… 아, 역시 있구나. 나의 프로톤 권총과 합금제의 벨트가 걸려 있다."
캡틴은 기쁜 듯 로커로 가까이 갔다. 그 때, 존이 비명을 질렀다.
"캡틴!"
뒤돌아보자, 자위단의 하나가 막다른 조종실에서 불쑥 통로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이쪽을 알아차리고 권총을 뽑으려고 하지 않는가!
캡틴은 무서운 속도로 무기 로커까지 달렸다. 오토로부터 평상시에 훈련받은 것이다. 눈에조차 보이지 않을 속도로 벽에 걸린 프로톤 권총을 뽑자마자 돌아서며 자위단을 향해 발사했다.
즉각 상대는 정신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빨리!"
캡틴은 벨트를 허리에 매면서 오른쪽의 작은 방으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도 뒤따랐다.
구명 보트로 통하는 둥근 문을 발견하자, 우선 존을 들여보냈다.
케인은 곧 뒤따르려다가 멈춰 서서 말했다.
"저 방으로 되돌아가야 해. 연구 노트를 거기 두고 왔어!“
하며 되돌아가려고 하자, 캡틴은 당황해 하며 그 팔을 불잡았다.
"정신 나갔어요? 자아, 빨리 타요."
"내게 명령하는 거요? 싫소. 그 노트를 찾아오겠소."
케인이 부득부득 주장하므로, 캡틴은 그 몸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 입구의 둥근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나서 벽에 붙어 있는 렌치를 사용하여 우주선의 중간에 박혀 있는 볼트를 뽑기 시작했다.
최후의 볼트가 빠지자, 캡틴은 서둘러서 앞자리의 조종 장치 앞에 앉아 레버를 조심스럽게 당겼다.
작은 구명 보트는 소형 로켓 엔진을 분사하면서 조용히 우주선을 떠나갔다.
캡틴은 보트를 크게 돌리며 방향을 잡았다.
 
진로를 태양으로
 
존은 기뻐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잘 되어 가다니, 캡틴?"
곧 케인이 화난 소리로 투덜거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요. 몇 주일 동안이나 걸려서 연구한 노트를 두고 오게 하다니! 나를 완력으로 끌어왔지요. 캡틴?"
"조용히 해 줘요. 이쪽은 그 정도가 아니오. 놈들은 프로톤 권총에 기절해 있는 사나이를 곧 발견 할거요. 그러면 되돌아와 우리들을 추적할 것이 틀림없어요. 그 우주선에 추적되면 당장에 추격 당하고 말아요."
캡틴은 딱 잘라 말하고 나서, 엔진의 스로틀을 완전히 열었다.
그 때, 보트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캡틴은 약간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에테르 난류다. 이건 좋지 않은데."
존이 외쳤다.
"캡틴, 놈들이 쫓아왔어요!"
뒤를 돌아보니, 무수한 별 사이로 아까의 우주선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캡틴은 끄덕이고 나서, 보트를 가로 세로 마구 비틀며 추적하는 자들을 혼란하게 했다. 그러나 적은 엄청난 속력이다. 존이 비명을 질렀다.
"가까이 와요!"
그 때 보트는 맹렬한 에테르 난류 속에 돌입했는지 마구 뒤흔들렸다. 보트의 로켓 분사 같은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 강한 힘이었다. 더욱이 적은 바로 뒤에까지 다가오고 있다. 그 때 존이 또 외쳤다.
"아니, 놈들이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적이 단념했어요!"
"아니 단념한 게 아니야. 놈들은 우리들처럼 잡히지 않으려고 되돌아간 거야."
캡틴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존은 되물었다.
"잡히지 않게라니요?"
"그렇다. 우리들처럼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말야."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
존은 두려운 듯 떨면서 중얼거렸다.
지구의 사르갓소스 바다와 같이 이 에테르 난류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면, 어떤 우주선도 탈출한 예가 없다. 우주선의 무덤인 것이다. 작은 사나이 케인도 아까의 연구 노트가 어쩌고저쩌고 하던 원기는 어디로 갔는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멍청하게 캡틴 쪽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털북숭이 생물
 
안드로이드 오토가 자위단의 한 사람과 우주선에서 굴러 떨어진 곳은 화성의 사막 위, 20미터 정도 되는 곳이었다. 어둠 속을 굉장한 기세로 떨어져 가면서, 오토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자기의 몸을 상대의 위에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그렇게 하면, 지상에 충돌될 때 상대가 조금은 쿠션의 구실을 해 줄 것이었다.
민첩한 오토였다. 그야말로 팔은 순간에 그것을 해 냈는데, 지상에 충돌했을 때, 제아무리 오토라지만, 정신을 잃었을 정도였다. 겨우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오토는 적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물론 상대는 즉사하였다. 그런데 그 시체를 본 오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내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일까?)
오토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체라고 쓰러져 있는 것은 조금 전까지 자기와 맞붙어 싸우던 사나이와는 비슷하지도 않은 전혀 틀린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짧은 털에 뒤덮여 있었고, 발은 뒤꿈치에서부터 앞쪽이 두 개로 갈라지고, 손도 손가락이 두 곳밖에 없다. 머리의 꼭대기는 평평하고, 눈꺼풀이 없는 검고 큰 두 개의 눈이 얼굴까지 빈틈없이 나 있는 흰털의 안쪽에서 멍청하게 보고 있었다.
이 생물은 가죽 벨트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붙어 있는 원통형의 기계는 충돌하였을 때, 가루가 되어 버렸다.
(나는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아까는 틀림없이 지구인이었는데.)
그러나 놀라고 있을 틈이 없다. 멀리 사라져 가는 로켓 엔진 소리에 오토는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오토는 이거 야단났구나 하는 난처함과 어떻게 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캡틴이 유괴를 당했단 말인가? 나와 함께 한 일이 실패를 하다니. 클라크 그 놈이 뭐라고 할지. 아무튼 곧 커밋 호로 되돌아가야 한다. )
오토는 꽤 무거운 털북숭이 시체를 어깨에 들쳐 맸다.
살아 있는 뇌 사이먼에게 조언을 부탁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티즈 시로 가까이 가는 것을 피하여 멀리 돌아서 커밋 호가 있는 장소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겨우 커밋 호에 되돌아와 보니, 그 중앙의 연구실에서는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이 로봇인 클라크와 함께 암흑성의 관측을 하고 있었다.
화성인으로 변장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사이먼도 클라크도 깜짝 놀란 듯이 오토를 보았다.
오토는 시체를 방바닥에 털썩 내던지고는 풀이 죽어 말했다.
"나야, 오토.“
사이먼이 곧 날카롭게 물었다.
"캡틴은 어디 있나?"
오토는 말이 막혔다. 더듬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저…… 놈들에게…… 자위단 놈들에게 납치되었습니다."
하면서 간단하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듣고 있던 클라크는 광전관으로 된 큰 눈을 환하게 비치면서 미쳐 날뛰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편이 좋다고 말했잖아. 모든 게 너의 책임이다. 캡틴이 납치되는 것을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구나?"
오토는 더 참을 수가 없어 큰 소리를 질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책임은 아니야. 나는 캡틴의 말대로 했어!“
"하라는 대로 했는데 우리들의 캡틴을 납치되게 했나? 꼼짝할 수 없었던 일도 아니지 않은가!“
사이먼도 차갑게 말했다.
"조용히 해! 그런 걸 가지고 다투어 봤자 소용없어. 그보다도 그 우주선의 뒤를 쫓는 일이 급하다."
그러자 오토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풀이 죽어 말했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우주선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놈의 시체를 짊어지고 왔어요. 무슨 실마리라도 되지 않을까요?"
하며 오토는 자신이 지구인과 함께 추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괴상한 생물로 변한 경위를 설명했다.
사이먼은 렌즈 눈으로 그 시체를 세밀하게 조사해 보았다.
"이런 생물이 있다니? 이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더욱이 살아 있을 때 지구인으로 보였다는 것도 모르겠어. 오토, 자네가 놈과 맞붙었을 때도 놈을 지구인처럼 느꼈나?"
오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 그렇지, 놈의 손을 잡았을 때, 몹시 털북숭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이놈은 어떤 방법으로 지구인처럼 보이도록 했던 거다."
"그럼, 왜 놈이 죽자 지구인처럼 보이지 않았습니까?"
"놈의 벨트에 붙어 있는 장치가 틀림없이 지구인으로 보이게 하는 원인이었을 거야. 그것이 가루가 되었기 때문에 원래대로 되돌아 온 것이다."
사이먼이 이렇게 말하자 오토는 다시 머리를 갸우뚱했다. 지구인처럼 보이게 하는 그런 기계 같은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은 또 다시 시체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X선으로 조사해 보았다.
이윽고 사이먼은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구나! 이 생물은 명왕성이나 그 근처에 살고 있는 놈이다."
오토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명왕성이라고요? 이런 것이 명왕성에 살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사이먼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명왕성은 아직 전부 탐험된 것은 아니지. 게다가 세 개의 위성과 전혀 알지 못 하는 곳이 있고. 더욱이 이 생물의 눈을 보아라. 저녁 무렵의 밝기 정도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털이 많고 뼈도 그다지 강한지 않다는 것은 기온이 낮고 천체의 크기가 중간 정도의 장소에서 살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천체라면 명왕성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놈은 태양계 밖에서 왔는지도 모르잖아요?"
오토가 반박하자, 사이먼은 조금도 변함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럴 리는 없어. 이 생물이 지닌 눈의 망막은 우리들의 태양이 내고 있는 자외선을 느끼는 것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니 말이야."
클라크가 외쳤다.
"그럼, 캡틴은 명왕성으로 끌려갔을 겁니다. 틀림없이 자이로 박사라고 하는 놈의 비밀 기지는 거기에 있어. 곧 출발합시다."
그러고서 5분 후, 클라크가 조종하는 커밋 호는 떠오르기 시작했다. 클라크는 도중에 레버를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커밋 호는 진짜 커밋 Comet '혜성'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것도 캡틴의 발명이다. 분사관에서 두터운 이온의 입자를 분출시켜, 그것이 선체를 싸고 길게 꼬리를 끈다. 얼른 보아서는 혜성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적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커밋 호는 위장을 한 그대로 굉장한 속도로 명왕성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그 동안에도 사이먼은 소형 망원경으로 암흑성의 관측을 계속했다.
오토가 초조한 듯이 말했다.
"캡틴에게 큰일이 일어나고 있을 텐데, 이렇게 태평스럽게 암흑성의 관측만 계속하고 있다니요."
사이먼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왜 커티스를 걱정하지 않겠는가. 내 자식 같은 커티스가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지. 그러나 이 관측은 커티스가 자이로 박사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건 그렇겠지요. 캡틴이 죽음을 당하지 않으면 말이지요."
오토가 비꼬자, 클라크가 옆에서 말했다.
"캡틴이 죽음을 당하다니 말도 안 돼. 곧 발견하여 구조하겠어!“
"그렇다면, 오직 좋을까……"
오토는 이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질렀다.
"앞쪽에 무엇인가 있다. 놈들의 우주선일지도 모른다!“
사이먼과 클라크도 긴장하여 앞쪽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색다른 모양의 우주선이 이쪽으로 점점 가까워오고 있었다.
사이먼이 말했다.
"자위단의 우주선은 아니다. 진로가 틀린다."
클라크가 외쳤다.
"이쪽으로 파고든다. 부딪칠 작정인가!“
 
우주선의 묘지
 
한편, 캡틴 퓨쳐들은 에테르 난류에 휩쓸려 점점 날려 갔다. 위험을 예측하고 방향을 바꾼 자위단의 우주선은 이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캡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이다. 이 난류가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추적자를 속이려고 생각한 것이……"
존은 캡틴을 믿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말했다.
"확실히 당신은 추적자를 보기 좋게 속였지 뭐여요. 사르갓소 바다에서라도 어떻게 탈출할 수 있겠죠."
그러나 캡틴은 말했다.
"존도 알고 있겠지. 이 에테르 난류는 모두 중앙의 소용돌이치는 데로 흐르고 있지. 이 흐름에 휩쓸리면, 무엇이나 거기로 빨려 들어가서, 아무리 버둥거려도 거의 탈출을 못한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다시 한번 해 보자."
캡틴은 스로틀 레버를 크게 열었다. 그러나 에테르 난류에서 빠져 나가는 데는 너무나도 힘이 약했다.
캡틴은 엔진을 멈추었다. 중앙으로 흘러 들어가기까지 속력을 절약해 두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캡틴은 구명 보트의 앞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중앙으로 흘러 들어올 작정이었다. 그러면……
그러나 캡틴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윽고 구명 보트는 이 때까지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상하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캡틴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주를 붙잡고 있어요."
두 사람은 당혹해 하며 지주를 붙잡았다. 그러나 다음의 흔들림은 더 심했다. 어느 쪽이 위인지 아래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얼마 동안이나 그런 상태가 계속되었을까. 갑자기 구명 보트가 저수지 속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주위가 조용해졌다.
케인이 창 밖을 보며 말했다.
"에테르 난류에서 겨우 빠져 나온 것 같구나."
존도 기쁜 듯이 환성을 질렀다.
캡틴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중심에 들어왔기 때문에 난류가 적어지고 조용할 뿐이다. 아무튼 소용이 없겠지만, 다시 한번 해 보자."
캡틴은 로켓을 분사하여 지금 온 쪽으로 뱃머리를 돌려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30초도 채 안 되어 뱃머리가 눈에 보이는 에테르 난류의 벽에 부딪쳤다. 그리고는 원래 장소로 튕겨지고 말았던 것이다.
"더 강한 에너지를 손에 넣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캡틴이 중얼거리자, 케인이 절망적으로 말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손에 넣지요?"
캡틴은 조용히 창 밖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있어."
그가 가리킨 저 멀리에는 무엇인가 큰 금속의 덩어리 같은 것이 보인다.
구명 보트가 그쪽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은 여러 가지 모양을 한 우주선의 잔해나, 크고 작은 여러 운석이 모인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존은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아 두려운 듯 물었다.
"저건 뭐여요."
"이 사르갓소 바닥에 끌려들어온 우주선들이야. 여기서 탈출에 성공한 우주선은 하나도 없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태양계에서 건설된 여러 가지 우주선이 눈에 띄었다.
한 때는 행성에서 행성으로 많은 사람들을 운반한 호화선을 비롯하여 대형 화물선, 정찰 우주정 등이 조용히 놓여 있는 것이다.
희미한 태양 빛에 비쳐 푸르고 희게 빛나는 그 모양을 보자 끝없는 공포가 엄습했다.
존이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호흡에 필요한 공기를 모조리 써 버렸을 테니까."
"그럼, 이 구명 보트의 공기 탱크가 텅 비게 되면 우리들도 죽는 거죠! 앞으로 겨우 이틀이나 견딜까요?"
"그래서 저 우주선 속에서 이 보트에 적당한 원자력 엔진을 찾아 내 여기서 탈출하려고 생각했던 거야. 부서지지 않고 보존되었고, 여기에 맞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존은 몸을 떨었다.
"저 죽음의 우주선 속에 들어가서 찾는 거여요?"
"응, 존은 케인 대장과 함께 여기 남아 있어 줘."
"아니, 저도 가겠어요."
그러나 케인이 말했다.
"나는 여기 남겠어. 남아서 두고 온 노트에 기록한 것을 다시 생각해 내어 정리해 볼 작정이다."
그리하여 캡틴과 존은 우주복을 입고 좁은 에어록을 빠져 나와 밖으로 나왔다. 곧 벨트에서 소형의 추진기를 빼내어 추진을 시작했다.
작은 로켓은 두 사람을 천천히 가까이 있는 난파선 쪽으로 밀기 시작했다.
처음의 우주선은 화물선이었는데, 뱃머리 쪽은 마치 거인이 손으로 움켜쥐어 뭉그러뜨려 놓은 것처럼 우글쭈글해 져 있었다.
"운석에 당했어. 너무 심해서 사용할 엔진은 찾아 낼 수 없어."
캡틴은 존에게 우주선의 무전기를 통해서 말했다.
다음의 우주선은 대형의 정기 여객선이었다.
우주선 안은 눈을 바로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화성인, 금성인, 지구인을 비롯하여 태양계의 남녀의 시체가 겹치어 얼어붙은 채로 뒹굴고 있었다.
엔진실로 내려가 보았다. 원통형의 거대한 원자력 엔진은 아무 상처가 없었으나, 캡틴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너무 크다. 다른 걸 찾아보자."
그 다음의 우주선은 우주 해적에게 당한 모양으로 보기에도 참혹했다.
존은 몸서리치듯 말했다.
"태양계에서 이러한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니!"
캡틴이 말했다.
"퍽 오래 전 이야기이다. 이 덩어리의 중심에 있는 것은 모두 구식의 우주선들뿐이다. 새로 난파된 우주선은 덩어리의 주위에 있을 것이 틀림없어. 그쪽으로 가 보자. 거기라면 새로운 타입의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쪽으로 가려고 할 때, 존이 갑자기 안쪽의 덩어리를 가리켰다.
"저건 뭘까?"
존이 가리킨 것은, 30미터 정도 길이의 회색 원통형의 물체였다. 아무래도 우주선처럼 보이진 않았다.
캡틴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뭘까? 아무리 봐도 이 태양계에서 만든 우주선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태양계 밖의 것일지도 모른다."
이 태양계 밖의 생물의 우주선이 여기까지 와서 난파되어 흘러왔다는 생각을 들자, 캡틴은 몹시 흥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좀 가까이 보자. 따라오겠어, 존?"
물론 존도 싫다고 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그 수수께끼의 원통으로 가까이 갔다. 그러나 곧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수수께끼의 원통의 저쪽에 다른 우주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우주선이라는 것은 몹시 작고 빈약했으며 구식 로켓 분사관이 몇 개나 나와 있는, 모양이 없는 것이었다.
존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마치 원시 시대에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런 걸로 우주 항해를 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러나 캡틴은 몸이 굳어져 가지고 말했다.
"나는 짐작이 가는 게 있어. 저건……"
캡틴은 뱃머리 쪽을 돌아보며 끄덕였다.
"역시 그렇구나. 파이오니아 3세 호다!“
"파이오니아 3세 호라고요? 그러면, 마크 칼의 우주선이 아닌가요. 처음으로 목성보다 앞쪽의 행성을 탐험한 마크 칼의 배가 여기에……"
캡틴은 거의 존경에 가까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래, 마크 칼의 우주선이다. 마크는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처음으로 내린 사나이다. 다시 명왕성을 향하여 날아가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여기에 죽어 있다니?"
수수께끼의 우주선 탐험은 뒤로 미루고, 두 사람은 파이오니아 3세 호의 입구를 억지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옛날의 소형 우주선에는 겨우 여섯 명의 사나이 밖에 타지 않았으며, 여섯 사람 모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이 우주의 개척자들은 자기들의 뒤를 이을 것을 믿고 여기서 죽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조종실의 좌석에는 웅크리고 앉은 채 약간 검게 마른 사나이가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정면의 유리 너머 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존이 말했다
"마크 칼이어요!“
마크 칼의 얼굴은 역사책에도 나와 있을 뿐 아니라 동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여 잘못 볼 리는 없다.
캡틴은 그 용감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에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는 것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들도 마크 칼처럼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에 갇혀 있는 것이다.
캡틴은 힘주어 말했다.
"마크 칼의 분함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도 나는 여기서 탈출하겠어."
 
문어 인간
 
캡틴은 말했다.
"자아, 여길 나가서 에너지를 찾으러 가자. 그 전에 저 수수께끼의 원통을 좀 조사해 보자. 태양계 밖의 우주선을 조사할 기회는 또 없을 테니까 말야."
연구가로서의 캡틴은 이럴 때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문이나 창 같은 것은 찾아 낼 수가 없었다.
존이 말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뭐 우리들의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걸요."
"걱정할 건 없어. 안의 생물이 살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어디에 입구가 있는 것일까? 어떻게 문을 찾아 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는……"
그 때였다.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한 점이 점점 넓어지면서 지름 3미터 정도의 둥근 구멍이 우주선 중간에 뚫렸다.
캡틴의 눈이 빛났다.
"이 문은 텔레파시의 작용을 한다! 내가 문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하자, 문이 열렸어! 이런 장치를 발명하다니, 어떤 생물일까! 자, 가자 존!"
"무서워요!“
존은 깜짝 놀라며, 캡틴의 뒤를 따라 마법의 구멍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빈틈없이 금속의 선반이 만들어져 그 하나 하나에 제비꽃 색깔의 램프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금속의 선반에 얼어붙어 누워 있는 기괴한 생물을 보았을 때, 존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무리도 아니었다.
마치 문어와 인간의 혼혈아 같은 생물이다. 두터운 비늘에 덮이고, 딱딱하게 솟아 나온 것이 등뼈에 줄지어 있고, 네 개의 팔은 마치 솟아 나온 촉수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 태양계의 생물은 아니다. 공기도 호흡하지 않는 것 같다. 겨우 선반에 하나하나 켜져 있는 제비꽃 색깔의 램프가 그 생물의 몸을 보존하는 모양이다.
벽에는 탱크가 나란히 서 있었다.
캡틴은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모두 비어 있었고, 본래는 붉은 액체가 들어 있던 모양으로 그 찌꺼기가 붙어 있었다.
"피가 이 탱크 속에 들어 있었어! 틀림없이 이 생물의 먹이는 혈액인 것 같다. 그것이 없어졌으니까 말이야."
원통의 뱃머리 쪽에는 제어판 같은 것이 있었다 레버와 스위치 같은 것도 태양계와는 전혀 달랐다. 캡틴이 그쪽으로 가까이 가자, 갑자기 제어반의 여러 가지 색깔의 램프가 일제히 켜졌다.
그와 동시에 그 제어판에 가징 가까운 선반에 드러누웠던 두 사람의 문어 인간의 위에 있는 제비꽃 색깔의 램프가 꺼졌다. 그리고 그 두 외계인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캡틴은 순간 긴장하여 외쳤다.
"알았다! 놈들은 먹이인 피를 모조리 먹어 치우고, 동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를 가진 생물이 우주선 안에 들어오면 탐지기가 움직이고, 지휘자인 두 사람을 눈뜨게 해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이 두 사람이 완전히 눈을 뜨면, 다른 제비꽃 색깔의 램프를 모두 끄고, 우리들의 피를 빨러 오는 것이다. 그 전에 제어판을 부숴 버려야……"
캡틴이 제어판으로 달려가며 이렇게 말했을 때, 존이 비명을 올렸다.
"캡틴!"
캡틴이 뒤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비늘 투성이의 촉수에 몸을 잡히고 말았다. 문어 인간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눈을 뜨고 말았던 것이다!
한 개의 촉수가 캡틴의 무릎을, 한 개는 목, 그 밖의 두 개는 가슴에 엉겨 붙어 있다.
더 무서운 것은, 또 하나의 문어 인간이 제어판에 다가서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동료들을 깨우려 하고 있는 거다.
존은 필사적으로 캡틴의 몸에 엉겨붙은 촉수를 떼려고 했다.
캡틴은 있는 힘을 다해서 허리의 프로톤 권총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하여 그것을 뽑아내자, 눈 깜짝할 사이에 제어판에 네 개의 손을 내밀고 있는 문어 인간을 향하여 발사했다.
순식간에 문어 인간은 검게 그을리고 말았다.
캡틴을 붙잡고 있던 문어 인간은, 캡틴의 몸을 들어올려 바닥에 집어던지려고 했다.
캡틴은 들어올려진 채로 두 발을 발사했다. 문어 인간이 쓰러지는 것과 통시에 캡틴도 바닥 위에 던져지고 말았다.
캡틴은 재빨리 일어섰다. 그리고는 선반 위에 잠들고 있는 다른 문어 인간에게 날카롭게 눈길을 보냈다.
천만다행으로 제비꽃 색깔의 램프 아래에서, 문어 인간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었다. 캡틴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위험했어! 우리들이 들어온 것을 알린 탐지기는 지휘자 두 사람만 깨운 거다. 다른 것들을 깨우는 것은 지휘자의 역할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피를 탐내는 생물은 우주의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주 공간의 추위도 진공도 문제가 안 되다니, 무서운 생물이다."
존은 몸을 떨었다.
"피가 먹이라니, 징그러운 생물이군요. 어서 여기서 나가지요, 캡틴."
캡틴은 더 자세히 이 문어 인간이나, 문어 인간을 낳게 한 과학을 조사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어물어물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들어왔던 둥근 구멍으로 즉시 밖으로 나왔다. 소리도 없이, 그 구멍은 점점 닫혀져 갔다. 캡틴은 그 수수께끼의 우주선을 향해 중얼거렸다.
"언젠가 또 여기 와서 조사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를 탈출하고 나서의 이야기지만."
캡틴은 될 수 있는 대로 난파선의 덩어리 가장자리에 있는 새로운 우주선을 찾았다. 그 일은 뜻밖에도 간단했다. 어쩌면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원자력 엔진 10개를 찾아서 구명 보트로 끌고 갔다.
그리 하여 힘을 다하여 10개의 원자력 엔진을 우주선 뒤쪽의 동력부에 끌어넣었다. 하나 하나 조심하여 바닥에 장치했다.
존은 숨가쁘게 이 어려운 작업을 도왔다.
겨우 작업이 끝나자, 존은 기름으로 새까맣게 된 얼굴로 진지하게 캡틴에게 물었다.
"이젠 정말 밖으로 나갈 수 있겠어요?"
"글쎄, 잘 빠져 나갈 수 있을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공간에 튕겨 나가든지 어느 쪽이겠지. 아무튼 이 원자력 엔진이 견디어 기계들이 제멋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다른 방법은 없어. 자, 두 사람 모두 준비는 됐겠지요. 엔진을 발동시킵니다."
캡틴은 이렇게 말하고, 엔진의 스위치를 넣었다.
굉장한 소리가 작은 구명 보트를 압도했다. 그와 동시에 맹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당장에 우주선이 제각기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캡틴은 출력을 더욱 높였다.
그리고 더 이상 우주선이 지탱하지 못할 것같이 생각 될 때, 캡틴은 분사관의 스로틀 레버를 열었다.
그 순간 세 사람은 굉장한 기세로 좌석에 눌렸다. 그와 동시에 구명 보트는 눈이 돌아갈 정도의 속력으로 앞으로 날아갔다.
난파선의 덩어리는 즉시로 까마득하게 멀어져 갔다.
이윽고 에테르 난류가 소용돌이치는 벽에 부딪칠 예정이다. 캡틴은 굳은 얼굴로 스로틀 레버를 꽉 틀어쥐었다.
그 순간 에테르 난류의 벽은 구명 보트를 튕겨 보내려고 했다.
"실패할 것인가!“
그러나 갑자기 얻어맞은 로켓은 마구 부딪쳐 갔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그 벽을 뚫었던 것이다.
몇 분 동안인가, 점점 약해지는 에테르 난류 속을 나아갔다.
갑자기 튕기는 것처럼 구명 보트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서, 무서운 기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캡틴은 얼른 뒤에 장치한 원자력 엔진의 스위치를 껐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존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외쳤다.
"당신은 저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를 탈출한 최초의 인간이에요!“
캡틴은 침착하게 말했다.
"목성 쪽으로 진로를 잡자. 그리고 퓨쳐맨을 불러, 자이로 박사를 추적해야 한다."
 
커밋 호
 
구명 보트는 하얗게 빛나는 목성을 향하여 계속 나아갔다.
앞쪽을 지켜보고 있던 캡틴이 갑자지 기쁜 소리를 질렀다.
"앗, 퓨쳐맨이 왔다!“
존도 케인도 얼른 캡틴이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작은 혜성이 하나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었다.
"작은 혜성이 하나 보일 뿐, 아무것도 없잖아요."
라고 케인이 말하자, 캡틴은 싱긋이 웃었다.
"저게 무슨 이름의 혜성인지 알고 있나요?"
케인은 안타까운 듯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는 혜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궤도를 지나는 혜성은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캡틴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저건 혜성이 아니오. 커밋이라는 이름의 우주선입니다. 퓨쳐맨은 혜성처럼 위장을 해서 날고 있는 겁니다."
존이 물었다.
"이 구명 보트에는 텔레바이저가 없는데요. 어떻게 우리들이 여기 있는 것을 알려 주나요?"
"스토퍼를 걸어야겠어. 자, 그럼 붙잡고 있어요."
캡틴은 스로틀을 열었다.
구명 보트는 굉장한 기세로 커밋 호를 향하여 급강하하고 있었다.
클라크와 오토가 깨달은 것은 그 때였다. 그리고 캡틴은 서로 부딪칠 만할 곳에서 크게 손을 흔듦과, 동시에 뱃머리를 쑥 올려 층돌을 피했다.
캡틴은 말했다.
"모두 알고 있었을 거야. 어쨌든 무엇이라도 놓쳐버릴 것 같은 퓨쳐맨은 아니니까 말야."
그대로였다. 커밋 호는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이윽고 커밋 호와 구명 보트는 나란히 멈추어 섰던 것이다.
캡틴과 존과 케인은 우주복을 입고, 옆에 떠 있는 커밋 호에 옮겨 탔다.
로봇 클라크는 귀가 멀 것 같은 큰소리를 지르며 달려 왔다.
"캡틴! 무사했군요. 물론 나는 캡틴이 반드시 무사하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만, 그 놈의 실수가 원인이지만 말이에요."
그 놈이라고 불린 안드로이드 오토는 열심히 듣고 있었다.
"어떻게 탈출했습니까?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을 몇 명이나 해치웠습니까?"
캡틴은 웃었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 사람을 죽이지 않고 탈출하려니까 고생한 거야. 그보다도 우주의 사르갓소 바다를 빠져 나오는 것이 큰일이었어."
그 말을 들은 사이먼은 깜짝 놀란 것처럼, 렌즈의 눈을 캡틴 쪽으로 돌렸다.
"사르갓소 바다라고! 용하게 빠져 나왔군."
그리하여 캡틴은 그 동안의 겪은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힘주어 말했다.
"아무튼 자이로 박사를 한시바삐 퇴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2, 3일 되면 태양계에서 큰 소동이 일어난다. 나는 자이로 박사의 기지가 천왕성이나 명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먼이 말했다.
"커티스, 명왕성이야."
하며 털북숭이의 수상한 시체를 조사한 결과를 이야기 해 주었다.
"좋아요. 곧 커밋 호를 출발시킵시다. 그래, 그 목표는 명왕성입니다!“
캡틴이 말하자, 클라크는 기쁜 듯이 쿵쿵 크게 발소리를 울리면서 조종실로 들어갔다.
금성의 천문 대장 케인이 달했다.
"나도 명왕성으로 가는 건가요?"
"그래요. 자이로 박사를 빨리 해치우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명왕성에 도착하면 곧 금성 행을 탈 수 있으니까요."
케인은 중얼거리며 불평을 했다.
그러는 동안 클라크는 이미 출발을 시켰다. 커밋 호는 굉장한 속력으로 명왕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캡틴은 끄덕이며 사이먼 쪽을 보았다.
"암흑성을 관측해 두었습니까?"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은 괴로운 듯 대답했다.
"관측하기는 했으나, 그런데 전혀 알 수가 없어. 확실히 암흑성은 굉장히 크다. 그런데 아무리 계산해 보아도 그 크기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질량이 작다."
"왜 그럴까요? 더 큰 관측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응, 명왕성으로 가면 탈타로스 천문대의 기구를 빌려 다시 한번 조사해 볼 작정이야. 그러나 이 암흑성에 대해서만은 알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캡틴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그 크기에 비해서 그렇게 작은 질량이라면 확실히 큰일입니다."
이윽고 커밋 호 안에서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퓨쳐맨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로 되어 있는 식사도, 존과 케인에게 있어서는 이제까지 경험한 일도 없는 기이한 것이었다.
캡틴과 존과 케인 앞에는 진공 냉장실에서 꺼내온 식료로서 지구의 냉동 고기, 화성의 사막 사과, 목성의 우주 빵, 금성의 포도주가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그 밖의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오토는 화학 약품의 액체를 꿀꺽 마시면 끝난다.
사이먼은 몸이 없기 때문에 영양을 취할 필요도 없다. 소형 방사기에서 보내는 진동에 위해 피로를 제거하면 된다.
커밋 호를 자동 조종으로 전환시킨 클라크는 두터운 가슴에 붙어 있는 뚜껑을 열고, 구리로 된 작은 덩어리를 안에 넣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클라크는 뚜껑을 닫고서는 나머지 구리 조각을 달의 개 이이크에게 주었다. 이이크는 얼른 그 구리 조각을 먹어치우고는 만족스럽게 눈을 빛내고 있다.
존은 깜짝 놀라며 클라크에게 물었다.
"이이크는 어떤 금속이라도 먹나요?"
클라크는 자기가 귀여워하고 있는 애완견이 존의 눈에 들었으므로 아주 기분이 종은 모양이었다.
"어떤 금속이라도 먹어요. 나의 몸은 아주 단단한 금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씹지 못하지만요. 좋아하는 것은 구리입니다. 그리고 금과 은도 좋아하지요."
그러자 오토가 밉살스럽게 끼어 들었다.
"이놈은 나의 변장용의 은 튜브에는 정신이 없어요. 그 때문에……"
존은 금팔찌를 빼어서는 이이크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걸 먹어."
클라크가 말했다.
"이놈은 소리를 듣지 못해요. 그 대신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러면 알 수 있죠."
그래서 존이 클라크의 말대로 하자, 이이크는 기뻐하며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팔찌를 먹어치우고 난 이이크는, 갑자기 이상한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클라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이이크는 병이 납니다."
오토가 말했다.
"병이라고? 취한 게 아냐?"
모두 큰소리로 웃었다.
이 달의 개 이이크는 후에 큰 공을 세우고 캡틴들을 구원하는데, 그 때는 누구 하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기묘한 식사가 끝나자, 캡틴은 금성에서 만들어진 줄이 스무 개가 되는 기타를 켜면서 창 밖을 지켜보고 있었다.
존은 그 모습을 보며, 캡틴이 명왕성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제부터의 싸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마법사
 
커밋 호는 명왕성의 수도 탈타로스를 덮고 있는 큰 돔의 원형의 지붕으로 점점 가까이 갔다. 돔에서 멀지 않은 북쪽에 우주항이 있다. 거기에는 지구의 황혼 정도의 불빛 속에서 등대가 빛나고 있었다.
돔의 저쪽에는 눈이 아플 정도의 설원이 펼쳐지고, 그 저쪽에는 등을 내놓은 산맥이 우뚝 솟아 있었다.
드디어 착륙이다.
추위도 더위도 모르는 클라크는 태연한 것 같지만, 추위가 가장 싫은 오토는 실망한 듯 바깥 경치를 보고 있었다.
존과 케인도 좁은 조정실에 들어와서는 걱정스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착륙하자 캡틴은 커밋 호의 문을 열었다.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가 커밋 호 안으로 휙 들어 왔다.
캡틴이 말했다.
"클라크를 데리고 가겠다. 너무 춥다. 다른 사람은 남아 주게 ."
"어디로 가세요?"
하고 존이 물었다.
"우선 먼저 행성 경찰 본부로 가서 상세하게 물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사이먼들이 돔의 서쪽 탈타로스 천문대에 가면 우리는 자이로 박사를 추적한다."
캡틴이 말하자, 존이 말했다.
"그럼 나도 데리고 가 주세요. 여기 행성 경찰의 사령은 에즈라가 아니에요?. 기억하고 계시죠?"
"기억하고 말고. 에즈라 아저씨가 있다면 존도 와라."
에즈라 가아니는 행성 경찰 중에서도 실력자이며, 캡틴과도 함께 일한 사이였다.
캡틴과 존과 그 수상한 시체를 짊어진 클라크는 극심하게 추운, 저녁처럼 어둑어둑한 명왕성에 내려섰다. 달의 개 이이크는 여전히 클라크의 목에 매달린 채였다.
명왕성의 하늘에는 하늘 끝 가까이에 가장 큰 위성인 케이론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나머지 두 개의 위성 케르베로스와 스틱스는 지평선 너머에서 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케이론에는 매우 질이 좋은 모피가 되는 짐승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지구의 사냥꾼들이 달려드는 사냥터이기도 했다.
케르베로스는 유형 위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듯이 태양계의 흉악범이 갇혀 있는 형무소가 있다.
다만 스틱스는 표면이 모두 물로 덮여 있기 때문에, 거기에 착륙하거나 기지를 설치한 지구인은 하나도 없다.
세 사람은 이윽고 전자동에 의해 자동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을 빠져, 탈타로스 시의 돔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훈훈했고, 아토믹 램프가 주욱 열 지어 거리를 비치고 있었다.
다른 행성의 도시에 비하여 주민의 수는 적었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지구인과 명왕성인 밖에는 없었다.
그 명왕성인은 지구인과 흡사하나, 그 큰 몸집과 얼굴까지 검은 털로 온통 덮여 있고 마치 두 개의 동굴처럼 뻥 뚫린 구멍 안쪽에 형광 빛을 던지는 눈이 빛나고 있었다.
길다란 털에 덮여 있기 때문에 이 돔에서는 무덥고 괴로워서 명왕성인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래서 옛날부터의 명왕성의 가죽 조끼 앞을 넓게 열어 놓고 있다.
이윽고 행성 경찰의 표시가 붙어 있는 이층 건물 앞에 도착했다.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입구에 서 있는 경관이 불렀다.
"잠깐만!“
경관은 특히 클라크를 수상하게 지켜보았다.
캡틴은 손을 들어, 그 반지를 보여 주었다. 커밋 호에서 여기로 오는 동안에 원자력으로 수리해 놓은 것이다.
"캡틴 퓨쳐!“
반지를 본 경관은 깜짝 놀라며 큰소리를 질렀다.
안쪽에서 사령의 마크를 붙인 희끗희끗 머리가 센 사나이가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캡틴 퓨쳐! 그리고 클라크와 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에즈라는 진심으로 기쁜 듯이 캡틴의 손을 잡았다.
"자네가 온 걸 보니,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난 게 틀림없겠군."
에즈라가 이렇게 말하자 캡틴은 웃으면서 말했다.
"에즈라 아저씨도 많이 늙었군요. 지금 대 사건이라고 하면 무엇인 줄로 생각되나요?"
에즈라는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응…… 대 사건…… 설마 자이로 박사에 대한 건은 아니겠지."
"그겁니다. 자이로 박사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에즈라는 캡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캡틴의 눈에는 보통이 아닌 결의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 이 명왕성에 자이로 박사의 기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어쨌든 이 명왕성 근처에 놈의 기지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캡틴은 자위단의 하나가 죽는 즉시로 털북숭이의 생물로 변한 경위를 말해 주었다.
"그 놈을 조사한 결과, 명왕성 근처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그 시체입니다."
클라크는 시체의 포장을 풀었다.
나이 많은 에즈라 사령은 그 흰털에 덮여 있는 생물을 열심히 조사했다.
"나는 이런 놈을 여기서 본 일이 없어. 물론 명왕성의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지는 않지만."
하고 에즈라는 중얼거렸다.
캡틴은 물었다.
"명왕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누굽니까?"
에즈라는 생각하면서 말했다.
"글쎄, 행성 지리학자로서 지금 명왕성 조사단의 단장을 하고 있는 커얼 로머가 가장 좋지. 로머는 지금 탈타로스에 있을 거야. 곧 부르지."
몇 분이 걸리지 않아서 커얼 로머가 왔다.
커얼 로머는 40세 정도의 지구인으로서, 보기에 학자다운 지적인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이 기후가 극심한 명왕성을 조사했기 때문에 피부도 붉고 검게 단단해 보였다.
로머는 그 괴물의 시체를 조사하는 동안 점점 난처한 얼굴로 변해 갔다.
"나는 이러한 생물이 명왕성에 있다는 말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물로 움직이는 빙하의 저쪽 빙원은 아무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이처럼 지성을 가진 생물이라면 우리들 귀에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캡틴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세 개의 위성에는 어떨까요?"
"그거라면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물에 덮여 있는 스틱스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유형 위성인 케르베로스의 대부분과 케이론의 많은 부분은 조사가 끝나지 않고 있으니까요. 케르베로스라면 형무소장 랜드르 레인, 케이론이라면 모피상의 빅터 그림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에즈라가 끼어 들었다.
"그림도 레인도 지금 용무가 있어서 탈타로스에 와 있지. 좋아, 두 사람을 불러 보자."
캡틴은 끄덕였다. 그리고 형무소장인 레인에게는 그것과는 관계 없이 만나보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대로 탈주할 수 없다는 형무소에서 자위단에 참가하고 있는 로지와 카라크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먼저 모피상의 그림이 왔다. 그림은 뚱뚱하고 간사스러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캡틴은 한눈으로 싫은 작자라고 생각했다.
그림은 시체를 보더니 큰 소리를 질렀다.
"바쁜 시간에 이렇게 왔는데. 이건 뭐야, 이런 건 케이론에 없는 것만은 확실해요. 게다가 명왕성 안에 있을 리가 없어요."
캡틴이 물었다. .
"어떻게 그렇게 확실히 단언할 수 있소?"
"할 수 있지요. 우리가 고용한 사냥꾼들은 어떤 조사단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곳까지 갔으니까 말이오."
로머가 반대했다.
"그렇지만 자네의 부하들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곳도 있을 거야."
그림은 코웃음 쳤다.
"그럼 당신들이 나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겁니까? 뭐 좋아요. 나는 바빠요. 이런 이상한 시체와 마주 서 있을 시간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고, 그림은 얼른 본부를 나가고 말았다.
다음으로 온 것은 케르베로스의 형무소장인 랜드르 레인이었다.
레인은 가장 흉악한 범인을 가두어 놓는 형무소의 소장이라고는 생각한 수 없을 만큼 신경질적이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나이였다.
레인은 말했다.
"이름은 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캡틴 퓨쳐. 우리 형무소에 많은 악당들을 보내 주셔서……"
"잠깐만, 기다려 줘요. 내가 보낸 놈들 중 둘은 거기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키 작은 동물학자인 로지, 또 한 사람은 키 큰 카라크입니다."
레인은 분명히 말했다.
"로지와 카라크라면 몇 달 전에 탈주했습니다. 나의 형무소에서의 최초의 탈주자입니다.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는지 아직 모릅니다."
캡틴은 그 이야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레인은 괴물의 시체를 보고 머리를 흔들었다.
"이런 생물이 케르베로스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요. 나는 형무소 외의 것은 자세히 모르지만, 간수들은 조사를 했으며 간수들로부터 이런 생물이 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캡틴은 레인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거짓말을 하는 것 갈지는 않았다.
형무소장 레인이 돌아가자, 캡틴은 에즈라 사령에게 물었다.
"이 시체를 명왕성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누가 없을까요?"
에즈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라면 안성맞춤인 놈이 이 건물 안에 있어. 사버라고 하는데, 어떤 용무로 빙원으로 갈 때 그 안내를 시키고 있지."
사버는 틀림없이 표준적인 명왕성인이었다.
뾰족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검은 긴 털에 덮여 있었다.
형광을 내보내는 코고 둥근 눈은 로봇인 클라크를 무서운 듯이 바라보았다.
사버는 혀가 잘 돌지 않는 지구어로 말했다.
"빙원으로 가는가?"
"아니, 너는 이런 놈을 그 전에 본 일이 있는가?"
하면서 늙은 사령은 흰털에 덮여 있는 괴물의 시체를 가리켰다.
그 때, 사버는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마법사다!“
캡틴은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너는, 이 생물을 그 전에 본 일이 있는가?"
그러니까 사버는 무서운 듯이 그 시체를 지쳐보면 말했다.
"나, 전에 본 일 없어. 그러나 들은 일은 있어. 할아버지 킬리가 마법사에 대해 말했어."
캡틴은 명왕성의 말로 말을 걸었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 생물에 대해 말해 주었는가?"
캡틴이 명왕성의 말을 알고 있는 것을 알자, 사버는 줄줄 지껄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지구인이 오기 전에는 마법사가 자주 나타났던 모양이야. 굉장히 나이 많은 할아버지 킬리가 젊었을 때 말야. 그 놈들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은 모양이야."
캡틴은 열심히 물었다.
"너의 할아버지는 그 마법사가 어디에서 왔다는 걸 이야기 해 주었는가?"
"아니, 나도 묻지 않았지만."
캡틴은 실망했으나,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했다.
"너의 할아버지 킬리는 아직 살아 있는가?"
"그래, 모두와 함께 아이스 타운에."
"그 아이스 타운이라는 건 어디에 있는가?"
"움직이는 산이라든가 지옥의 바다라고 당신들이 말하는 얼음 바다의 북쪽이야."
캡틴은 에즈라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그 아이스 타운의 사버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에즈라가 말했다.
"잠깐만! 움직이는 산 저쪽은, 지구인이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곳이야."
"그래도 가겠습니다. 경찰의 가벼운 로켓을 빌려 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버를 길잡이로 데리고 가고 싶은데요."
"그건 괜찮지만……"
에즈라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캡틴은 주저하지 않고 존, 클라크, 사버의 세 사람을 데리고 돔을 나가 급히 커밋 호로 갔다.
커밋 호에 들어가자, 캡틴은 사이먼에게 이제까지의 경위를 설명해 주고 나서 말했다.
"나와 클라크는 이 사버의 안내를 받아, 이제부터 아이스 타운으로 향합니다."
"신납니다! 역시 내가 따라가지 않고서는."
클라크가 환성을 올리자 캡틴은 꾸짖었다.
"그 대신 이이크는 두고 가야 한다."
"이이크 말입니까? 할 수 없지요. 오토에게 시중을 부탁할 수밖에."
그러자 혼자 남게 된 오토가 화를 터뜨렸다.
"웃기지 마. 그 따위 놈의 시중을 들어 줄 수는 없어."
두 사람은 또 여느 때처럼 시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이 꾸짖었다.
"그만둬! 커티스, 그럼 우리들은 탈타로스의 천문대에 가서 암흑성의 관측이나 할까."
"네, 존과 오토를 조수로 하여 암흑성의 정체를 규명해 주기를 바랍니다."
"알았어. 조심해서 갔다 와라."
그리고 나서 10분 후, 캡틴과 클라크와 사버는 우주 공항에서 날씬하고 가벼운 로켓에 올랐다. 곧바로 북쪽으로 향해 출발했다.
즉시로 거품 같은 모양을 한 탈타로스 시는 보이지 않았다.
빙원의 한가운데에는 꽤 너비가 넓은 급류가 북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버가 말했다.
"저것이 죽음의 강이야, 소금물이 흐르고 있지만. 저 흐름을 쫓아가면, 얼음 바다로 나가요."
캡틴이 끄덕이고, 전방에 솟아 있는 은빛의 산맥을 가리 켰다.
"사버, 저게 움직이는 산인가?"
사버가 말했다.
"우리들 아이스 타운 사람은 저걸 무거워한다. 몇 번이나 우리 종족의 거리나 마을을 멸망시켰으니까."
이윽고 움직이는 산이 가벼운 로켓의 바로 아래에 왔다.
이 움직이는 산이라는 것은 높이 3천 미터나 되는 얼음의 덩어리가 거의 남서의 방향을 천천히 움직여 가는 것이다. 지구의 빙하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속도도 몇 배 나 된다.
그 때, 클라크가 큰 소리를 질렀다.
"캡틴, 위를?"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최후의 날 자위단'의 마크를 붙인, 검은 색깔의 우주선이 이쪽을 향해 급강하해서 오지 않는가!
캡틴은 이를 갈았다.
"잠복하고 있었구나."
곧 경로켓을 옆으로 들이밀었다.
그러나 그 때는 벌써 우주선의 원자 포가 불을 뿜고 있었다.
경로켓의 뒷 부분과 분사관이 날아갔다. 그리고 수백 미터 아래의 빙원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검은 색깔의 우주선은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급상승하여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사버가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이제는 틀렸다! 경로켓이 움직이는 산이 오고있는 앞쪽을 향해 떨어졌다!“
움직이는 산
 
최후의 그 순간까지 머리를 재빨리 움직여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캡틴이다.
사버가 어물거리고, 클라크가 밖으로 던져지지 않으려고 달라 불고 있는 동안에 로켓 몸체의 꼬리 쪽에 닿고 있었다.
분사관은 날아갔으나 이 로켓의 동력원인 원자력 엔진은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았다. 캡틴은 도중에서 끊어져 있는 출력 파이프를 재빨리 떼어냈다. 그리고 곧 조종석으로 되돌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의 행동이다.
클라크가 비명을 올렸다.
"캡틴, 이제는 틀렸습니다!“
로켓은 심하게 상하 좌우로 돌면서 어제 얼마 아니던 빙원에 충돌한다.
캡틴은 조절판을 힘주어 잡고 있다. 그리고 빙빙 돌면서 벌어져 가는 로켓 몸체의 꼬리 부분이 아래를 향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다!“
조절판을 활짝 열자, 원자력 엔진에서 굉장한 원자 불길이 아래로 향하여 뿜어 나왔다.
그 맹렬한 기세 때문에 하마터면 끝장이 날뻔한 로켓 몸체에 굉장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몸체는 빙글 돌았다. 그 때문에 브레이크의 효과는 없어졌으나, 낙하의 속도는 충분히 늦추어졌다. 그래도 굉장한 기세로 빙원에 부딪혔지만, 다행히 캡틴이 비틀거리며 곧 일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캡틴은 역시 비틀비틀 일어선 클라크와 사버에게 말했다.
"자위단의 우주선은 이제 우리가 죽은 건으로 생각하고 안심하고 가버린 모양이다."
사버가 말했다.
"이젠 정말 죽을 거다. 저것을!"
무엇인가 부딪치는 우박 같은 소리가 점점 이쪽으로 가까이 온다.
캡틴은 외쳤다.
"움직이는 산이다!“
높이 3백 미터나 되는 얼음 산맥, 움직이는 산이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이다. 이제 몇백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1분 동안에 몇 미터의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인다.
"도망쳐라! 뛰지 않으면 당한다!“
"그래봤자, 움직이는 산에서 도망칠 수는 없어!"
사버는 절망적인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달려가는 캡틴과 클라크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캡틴은 이런 절대 절명의 위기에도 달리면서 언제나의 습관대로, 왜 자위단에게 습격당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자기가 명왕성에서 자이로 박사의 기지를 찾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불과 몇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 본부의 에즈라 사령, 그리고 행성 지리학자인 커얼 로머, 케르베로스의 형무소장인 랜드르 레인, 케이론의 모피상 빅터 그림 등 네 사람이다.
에즈라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 중에 자이로 박사가 있었던 것일까? 확실히 세 사람 모두 자이로 박사와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 그런데 그 흰 털북숭이 생물이 인간으로 둔갑하고 있었던 것은?
그러므로 그 세 사람 중 누군가가 자이로 박사로 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클라크가 얼음산의 으르릉 으르릉거리는 소리 속에서 큰 소리를 질렀다.
"얼음에게 잡히고 말아요!“
"더 빨리!“
이윽고 사버가 외쳤다.
"소용없어! 앞을 봐!“
그대로였다. 달빛 속에서 가는 쪽을 보고 있던 캡틴은 당장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가고 있는 쪽에는 죽음의 강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강기슭까지 이른 캡틴은 언뜻 보고도 강을 헤엄쳐서 건널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은 소용돌이치며 굉장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사버는 이제 틀렸다고 단념한 모양이었다.
"하느님의 뜻이다! 이제 이것으로 끝장이다!“
캡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우리들에게 끝장은 없다! 클라크, 저기 있는 얼음 덩어리를 강속에 밀어 넣어 주게! 물에 뜨면 얼른 거기로 뛰어올라야 한다. 저 강의 속도라면 얼음산이 밀려오기 전에 강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 거다!“
그야말로 캡틴이었다. 어떤 곤란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그 순간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캡틴의 말에 힘을 얻어 사버까지 강속에 절반을 내민 모양을 한 얼음덩이를 밀기 시작했다.
이런 때 발휘하는 클라크의 힘의 굉장함이란! 이윽고 천천히 얼음 덩어리는 물 쪽을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뛰어올라라! 얼음 덩어리가 물에 뜨기 전에."
세 사람은 급히 미끌미끌 미끄러지는 얼음을 향하여 뛰어 올랐다.
캡틴과 사버가 우선 무사히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클라크는 좀 뒤늦게 오르는 바람에 얼음의 가장자리에서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캡틴은 얼른 클라크의 손을 꽉 잡으며 있는 힘을 다해 끌어 올렸다.
그리고 나서 캡틴은 두 사람에게 외쳤다.
"얼음 위에 손을 걸 수 있게 구멍을 뚫어라."
사버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벌써 저렇게 가까워졌다. 우리가 하류로 도망치기 전에……"
캡틴은 격려했다.
"위험하기는 하나 괜찮다!"
라고 말하면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얼음의 산맥은 수십 미터 앞에까지 다가오고 있다. 세 사람은 소용돌이치며 용솟음치며 물보라를 올리고 있는 급류의 위를, 얼음 덩어리 위에 붙어 있다. 두터운 방한복을 입은 캡틴, 강철을 차갑게 달빛에 빛내고 있는 클라크, 털북숭이 사버의 세 사람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이제는 얼음의 절벽은 불과 수십 미터까지 다가왔다. 얼음벽 위쪽에서는 끊임없이 얼음덩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좀더!"
급류는 마치 세 사람의 위기를 느꼈는지 한층 흐름을 빨리 했다. 그리고 얼음의 산맥이 강 속에 무너져 내리는 위험한 고비에서, 세 사람을 태운 얼음 덩어리는 얼음 산맥으로부터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갔다. 캡틴은 큰 소리를 질렀다.
"살았다!"
뒤돌아보니, 얼음 산맥은 강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금도 방향을 바꾸지 않고 강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전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윽고 움직이는 산은 멀리 상류의 저쪽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흐름은 점점 빨라질 뿐이었고, 조금도 그 속도를 늦출 것 같지 않았다.
캡틴은 말했다.
"이래 가지고선 얼음에서 내릴 수가 없겠는데."
그러자 사버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흐름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얼음의 바다에 나가기까지 더욱 빨라질 뿐이다."
"뭐라고? 얼음의 바다라면 지옥의 바다를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랬었지, 죽음의 강은 지옥의 바다로 통한다고. 그 지옥의 바다 저쪽에 너희들의 일족이 살고 있지?"
캡틴이 말하자, 사버는 두려운 듯 말했다.
"그건 그래. 그러나 이젠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이윽고, 앞쪽은 면도칼로 끊어 놓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폭포다! 단단히 잡아라!"
하나의 어려움이 지나니까 또 하나의 어려움, 또 하나의 어려움! 그러나 캡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자아, 간다. 저쪽은 바다인 모양이다."
폭포의 가장자리에서 흐름은 물보라를 올리고 있었다. 얼음 덩어리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다음, 지옥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빠른 기세로 떨어져 갔다. 필사적으로 겨우 손에 잡힐 만한 것에 달라붙은 세 사람은, 이윽고 얼음 덩어리의 흔들림이 약해진 것을 느꼈다.
흠뻑 젖은 캡틴은 한숨을 쉬고 나서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얼음 덩어리는 달빛에 비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살았다!"
클라크가 외쳤다.
그러나 사버는 겁을 먹고 말했다.
"빨리 기슭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돼. 이 바다에는 무서운 괴물이 우글거리고 있으니까."
세 사람은 노 대신 손으로 저었다. 물 속은 얼어붙을 듯이 차갑다. 얼음 덩어리는 천천히 기슭으로 가까이 같다. 캡틴은 이제 사버의 할아버지 킬리를 만난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차가운 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킬리를 만나면 마법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이로 박사의 기지는 반드시 거기에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클라크는 손으로 노를 젓던 것을 멈추고 가리켰다.
"저건, 캡틴?"
가리킨 쪽에는 기분 나쁠 정도로 바싹 이쪽으로 가까이 오는 잔물결이 있었다. 사버가 외쳤다.
"비부르이다! 가장 크고 위험한 괴물이다!"
괴물은 갑자기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아득한 옛날의 지구에 살고 있던 공룡 브론토 사우루스와 흡사한 놈으로 털로 뒤덮여 있었다.
뱀같이 긴 목 끝에 달려 있는 머리의 붉은 눈은 굉장히 빛나고 어금니를 내밀고 달려들었다.
어느 사이에 손에 들고 있던 캡틴의 프로톤 권총이 불을 뿜었다.
파랗고 하얀 빔은 물 아래쪽을 향해서 빠르게 달렸다. 비브르의 가죽에서 찍 소리가 나며 작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물론 비부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격이었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성난 비부르는 굉장한 소리를 지르며 물을 헤치면서 돌진해 왔다.
사버가 비명을 올렸다. 저놈의 가죽은 너무 두꺼워 어떤 무기도 튕겨 보낸다.
캡틴은 이번에는 오른쪽 눈을 겨누고 발사했다.
빛나고 있던 오른쪽 눈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비부르는 굉장한 소리를 지르며, 물갈퀴가 붙은 앞발로 미친 것처럼 얼굴을 할퀴었다.
그 때, 사버가 외쳤다.
"우리를 구하러 온다!“
캡틴이 바라보자, 저 멀리에 횃불을 달아 올린 작은 배의 무리가 이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
이번에는 클라크가 외쳤다.
"캡틴, 괴물이!“
당황하며 뒤돌아보니, 비부르는 심한 아픔으로 미친 듯이 날뛰며 또 다시 이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는 중이었다. 캡틴은 얼른 비부르의 오른쪽 눈의 자리에 쾡 하니 뚫린 구멍을 향하여 발사했다.
적중되었다. 빔은 바로 비부르의 뇌에 닿았던 것이다. 비부르는 튕긴 것처럼 벌떡 일어섰다가 앞으로 퍽 쓰러졌다.
그런데 그 때, 괴물의 굵은 앞발이 세 사람을 태운 얼음을 뒤집어엎었다.
세 사람은 얼어붙을 것 차가운 물 속에 던져지고 말았다.
물 속 깊이 들어간 캡틴은 프로톤 권총을 케이스에 넣고, 필사적으로 물을 헤치며 수면 위에 얼굴을 내놓았다.
사버도 물을 헤치면서 다가오는 배 쪽으로 큰소리로 부르짖고 있었다. 그러나 강철로 된 클라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알았다. 돌멩이처럼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가까이 다가온 배에서 털북숭이 손이 내밀어졌다. 캡틴과 사버는 배 위로 끌어올려졌다.
사버는 배에 타고 있는 키가 작고 퉁퉁한 사나이에게 빠른 말로 뭐라고 지껄였다. 그리고 나서 캡틴을 보고 말했다.
"이 사나이는 우리들 종족의 족장 고르르이다. 모두 고기를 잡으러 왔단다. 그러다가 비부르가 누군가를 습격하는 것을 알고 와 주었다."
고르르는 존경하는 얼굴로 말했다.
"비부르를 퇴치하다니,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다."
캡틴은 말했다.
"한 사람이 가라앉았어. 구해야겠는데, 당신들의 힘을 빌리고 싶다."
사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벌써 죽고 말았어!“
캡틴은 웃었다.
"클라크는 죽지 않는다. 아무튼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닻줄을 빌려주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죽 닻줄을 받아서, 그것을 두 줄로 함께 모았다.
몰려온 여섯 척의 구리로 만든 작은 배에 타고 있는 명왕성인들은 캡틴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르르가 불안한 듯이 말했다.
"좋지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오래 여기 있을 수 없다."
"곧 된다. 이 정도면 밑바닥까지 닿을 거다."
캡틴은 이렇게 말하고, 보트에서 작은 원자력 램프를 꺼내어 로프 끝에 매달았다.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램프를 끝에 맨 그대로 천천히 물 속으로 내렸다.
바다 밑바닥에 있는 클라크는 이 램프를 발견하면 그리로 올 것이다.
한 동안 캡틴은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버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물어물하다가는 눈보라를 만난다."
마침 그 때, 로프를 아래에서 당긴다.
"됐다! 클라크가 로프를 붙잡았어. 도와 줘."
캡틴과 명왕성인은 로프를 당기기 시작했다.
상대는 클라크이다. 힘껏 로프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20센티, 30센티 위로 끌어올렸다. 이윽고 클라크는 머리와 어깨를 바다 위에 드러냈다. 캡틴은 손을 내밀어 클라크를 배 위에 올려 주었다. 그 때 캡틴은 껄껄 웃기 시작했다.
클라크는 정말로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신부가 몸을 장식한 것처럼, 해초를 가득 온 몸에 걸치고, 게다가 바다 밑의 진흙으로 온통 얼룩 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클라크는 한심한 모양이었다.
고르르는 곧 돛을 올리게 하고, 북동으로 진로를 잡았다.
캡틴의 흠뻑 젖은 옷은 차가운 바람을 맞아 빳빳하게 젖어 있었다. 그래도 캡틴은 태연했다. 그 태연한 얼굴은 몇 번의 위기를 넘어온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윽고 고르르가 소리 높이 외쳤다.
"쿠른의 항구다!“
작은 배는 크게 돌아, 높이 솟은 곶을 스쳐 작은 포구로 들어갔다.
사버가 말했다.
"바로 저기가 내 고향 쿠른 마을이야."
상륙한 캡틴과 클라크는 얼음 언덕의 아래를 돌아가듯 계속되는 길을 따라갔다.
이윽고 일행은 작은 계곡으로 들어갔다.
거기가 사버들의 아이스 타운이었다.
마을의 건물은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적당한 틀 속에 물을 넣으면 즉시로 얼기 때문에 집을 만드는 것은 간단했다.
고르르는 캡틴과 클라크와 사버를 매우 큰 네모진 건물로 데리고 갔다.
고르르는 말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다. 당신들은 나의 귀중한 손님이므로 여기로 데리고 온 거다."
캡틴은 사버에게 속삭였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너의 할아버지 킬리를 만나고 싶다."
그러자 사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여기 있을 거다. 고르르는 가족의 한 사람이야."
안내된 넓은 방도 모든 것이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의자 위에는 모피가 깔려 있었다.
방에는 열 명 정도의 남녀가 있었다.
고르르가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명령하자 사버가 캡틴의 소매를 당겼다. 캡틴은 당기는 대로 방구석에 안내되어 갔다.
"나의 할아버지 킬리다."
킬리는 비부르의 두터운 모피로 온몸을 덮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을 들고 힘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버입니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하는 지구인을 데리고 왔어요. 이 사람은 마법사에 대해 듣고 싶답니다."
킬리는 되물었다.
"마법사라고? 그 놈들은 지구인들이 오는 바람에 벌써 숨어버리고 없어."
캡틴은 말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듣고 싶은 것은 그 마법사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까운 곳입니까?"
"아니야. 놈들은 이 근처에 살고 있는 건 아니야. 놈들은 날아다니는 배로 왔었어. 굉장한 지혜와 힘을 가지고 있었단 말야. 상대를 착각하게도 하고, 아무튼 자기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진짜 정체는 흰털이 나 있는 놈들이지만."
바로 그거라고 캡틴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옛날부터 자기의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니, 굉장히 진보된 생물이다.
캡틴은 물었다.
"그런데 대체 놈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놈들은 위성에서 온 거야. 하늘을 나는 배로 말야."
"어느 위성입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세 개의 위성 중 어느 것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러면 어느 달일까? 물에 덮여 있는 스틱스를 제외하고, 케르베로스나 케이론의 어느 쪽이다.
캡틴이 또 물어 보았다.
"그 외에 기억나는 것은 얹습니까?
킬리는 미안한 듯이 대답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놈들이 우리들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 뿐이야. 뭐라고 하더라, 옳지. 자기들 입에 맞는 코발트인가가 들어 있지 않다고 했어."
캡틴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코발트라고요? 그러면 놈들은 코발트염이 가득 포함되어 있는 천체에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그 괴물의 뼈는 굉장히 푸른 빛깔을 띠고 있었어. 그래, 코발트 때문임이 틀림없어."
캡틴은 뛰어오르고 싶도록 그 발견이 기뻤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왜냐 하면 케르베로스와 케이론의 두 개의 위성 중 코발트염이 가득 포함되어 있는 쪽을 확인하면 된다."
클라크가 옆에서 말했다.
"그러나 모피상 그림도 형무소장 레인도 그런 생물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느 쪽인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
캡틴은 의미 있게 말했다.
곧 캡틴은 포켓 텔레바이저를 꺼내어 오토를 불러내었다.
캡틴은 오토가 나타나자 말했다.
"유도 전파를 그리로 내보낼 테니 곧 커밋 호로 이리로 와. 우리들의 경로켓은 추락하고 말았어."
"곧 가겠습니다!"
오토는 이렇게 대답하며, 아주 흥분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일까? 오토의 태도가 이상한데."
"이이크가 무사하면 좋겠는데요."
클라크도 자기 나름대로의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캡틴과 클라크는 명왕성인들에게 대환영을 받았다.
식사가 끝나자 캡틴과 클라크는 눈보라치는 큰 거리로 나왔다.
이윽고 희미한 낮은 소리가 들렸다.
커밋 호가 왔다.
커밋 호가 착륙하자 캡틴은 고르르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클라크와 사버를 데리고 올라탔다.
오토가 조종석에서 뛰어왔다. 오토의 눈은 심한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높은 소리를 질렀다.
"사이먼이, 사이먼이 자위단 놈들에게 납치되어 갔습니다."
그래! 그래서 텔레바이저로 호출했을 오토가 당황해 하였구나.
"사이먼이 납치되었다고? 언제 일이냐?"
"캡틴으로부터의 연락이 들어오기 좀 전입니다. 사이먼은 케인과 함께 천문대의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고 있었고, 나와 존은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묘한 슈우슈 하는 소리가 나고, 그리고 모두 방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지요. 눈도 보이고 귀도 들려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었으나,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나이들이 나의 옆을 지나서 반사경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얼떨결에 쓰러졌기 때문에 사나이들이 어떤 자들인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사이먼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으나, 확실히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모두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참 후에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틀림없이 문틈으로 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갔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때는 사이먼이 없어졌음을 알았습니다."
"탈타로스 시로 되돌아가야 한다. 전속력으로!“
캡틴은 명령했다. 그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자기를 아버지 대신 길러 준 사이먼이었다.
캡틴은 입술을 깨물고 있다. 커밋 호는 남쪽으로 전속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캡틴을 죽여라
 
커밋 호는 탈타로스 시의 돔이 아니라 천문대의 바로 옆에 착륙했다.
돌아올 때의 비행은 겨우 수십 분이었다, 캡틴에게는 몇 시간이나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캡틴은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사이먼! 살아 있어 주오."
커밋 호에서 뛰어 나가자, 캡틴은 사버에게 말했다.
"자네는 이제 돌아가도 좋아. 덕분에 살았다."
그리고 천문대의 입구로 달려갔다.
안에서 존이 달려나왔다. 그 뒤로 에즈라 사령과 케인이 따라왔다. 존은 창백했다.
캡틴은 갑자기 물었다.
"여기 들어온 것은 자이로 박사가 아니었소?"
그러자 금성의 천문 대장인 켄스 케인이 빠른 말로 대답했다.
"그렇소. 틀림없이 자이로 박사다. 나는 바로 옆에 뒹굴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들을 수가 있었지. 놈들은 캡틴이 어느 정도의 자위단 일을 알고 있는지를 알려고 했던 것이오. 사이먼이 대답하지 않으므로 살아 있는 뇌의 순환 펌프를 잠그겠다는 위협을 했소. 그래도 사이먼이 대답하지 않자, 데리고 가버렸지. 로지와 카라크도 함께였어."
캡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이로란 놈, 사이먼에게 고문을 가하다니! 그 놈은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내가 타고 있는 경로켓에 기습을 하면서 자기는 여기 와서 사이먼을 납치한 거다."
그런데 캡틴은 여기서 놀란 것처럼 입을 다물고, 그리고 나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사이먼이 하던 암흑성의 관측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자이로에게 곤란한 일이 알려지게 되기 때문이었을까……"
켄스 케인이 말했다.
"나는 왜 자이로 박사가 다시 한 번 나를 납치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놈은 당신을 납치하여, 태양계의 위기를 겁내서 어딘가에 도망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도망쳤다고 생각한 당신이 여기에 나타났으며, 그래서 그 때는 늦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놈들의 사정이 좋아진 까닭도 있습니다."
그리고 캡틴은 천문대 안을 자세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곧 캡틴의 날카로운 눈은 방바닥에 불어 있는 흰 진흙 같은 것을 발견했다.
캡틴은 에즈라에게 말했다.
"이 가까운 곳에 이런 흰 초산염을 포함한 토지가 있습니까?"
"들은 일이 없는데?"
"그럼, 커밋 호에서 이것을 분석해 봅시다. 모두 함께 갑시다."
커밋 호의 작은 실험실에 들어가자 캡틴은 곧 그 초산염의 분석에 착수했다. 태양계 최고의 과학자 캡틴 퓨쳐의 솜씨는 훌륭했다. 이윽고 대형 전자 현미경에서 눈을 뗀 캡틴은 큰소리로 말했다.
"역시 이 흰 초산염은 명왕성의 것이 아니라, 위성에서 운반해 온 것이다."
케인이 이상한 듯이 말했다.
"어떻게 그런 걸 알지요?"
"이 땅 속에는 어떤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박테리아는 기온이 낮은 이 명왕성에서는 살 수 없어요. 좀 따스한 위성이라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요. 에즈라씨, 레인과 그림과 그리고 행성 지리학자인 로머를 불러 주지 않겠습니까?"
에즈라의 눈이 반짝였다.
"자이로 박사의 기지는 위성의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군. 좋아, 불러오겠어."
그리고서 에즈라는 곧 되돌아왔다. 데리고 온 것은 그야말로 학자다운 그 커얼 로머 혼자였다.
에즈라는 말했다.
"내가 한 발짝 늦어서 레인은 케르베로스로 되돌아갔어. 그림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어."
캡틴은 입술을 깨물었다. 로머에게 초산염의 표본을 보여 주며 물었다.
"이런 것을 케르베로스나 케이론에서 본 일이 있습니까?"
로머는 의아한 듯이 말했다.
"케르베로스의 형무소 근처에 있었다고 생각되요. 그러나 자신은 없습니다. 그 곳에는 불과 며칠밖에 머무르지 않았으니까요. 형무소장 레인이 케르베로스에 착륙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에즈라도 덧붙였다.
"레인은 행성 경찰의 방문을 좋아하지 않아."
캡틴은 일어서서 팔짱을 끼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틀림없이 자이로 박사는 마법사가 지구인으로 보인 것처럼 누구인가로 변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누구인지? 캡틴은 이제까지 만난 인간, 지구인 중 하나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캡틴은 모두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유형 위성인 케르베로스에 갔다 오겠습니다. 레인에게서 꼭 들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클라크와 오토는 나를 따라와. 존, 존은 여기 남아서 에즈라씨와 함께 그림의 거처를 찾아 주기를 바란다."
"알았어요."
존은 끄덕였다.
그러자 금성인의 켄스 케인이 진지하게 말했다.
"사이먼은 훌륭한 과학자다. 그 사나이를 구출하는데 나도 무엇인가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케인은 금성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한 말은 깨끗이 잊어버린 것 같았다. 캡틴은 금성인 천문학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암흑성이 나타나서 주위의 항성의 위치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관측해 주기를 바랍니다."
"좋아요, 하지요."
네 사람은 곧 커밋 호로 내려갔다. 그리고 케인은 또 천문대로, 존과 에즈라와 로머는 탈타로스 시의 돔을 향하여 굉장한 눈보라 속을 걷기 시작했다.
커밋 호는 조절판 레버를 완전히 열어놓고 급상승을 해 갔다. 그리고 불과 몇 초도 안 되어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
쳐다보니 케르베로스가 흰 원반처럼 떠 있었다. 케이론과 스틱스는 명왕성 뒤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다.
커밋 호는 그 케르베로스를 향하여 전속력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조종석에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전방을 지켜보고 있는 캡틴에게 오토가 말을 걸었다.
"당신은 레인이나 그림의 어느 쪽이 자이로 박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캡틴이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있으니까, 오토는 다시 계속했다.
"레인임에 틀림없어요. 천문대의 진흙이 케르베로스의 것이라면."
클라크의 광전 눈도 분노로 기분 나쁠 정도로 불타고 있다.
"레인이 정말로 사이먼에게 고문을 가하거나, 유괴한 것이 밝혀지면 이 내가 엄하게 사례를 해 주겠어!“
오토가 되받았다.
"내가 놈을 처치한 다음에 말기지."
"뭐라고, 네 다음이라고? 사이먼이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은 너 때문이야. 저번에도 너는 형편없는 실수를 저지른 주제에."
"뭐라고? 바보 로봇인 주제에 무슨 소릴 하고 있어!"
또 여느 때와 같은 시비가 시작되자, 그 때까지 가만히 있던 캡틴이 꾸짖었다.
"그만두지 못해? 그 따위 시비를 하고 있을 때는 아니잖아. 사이먼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태양계 전체가 뒤집어질지도 모르는 소동이다."
오토와 클라크는 입을 다물었다.
케르베로스는 점점 커져갔다.
캡틴은 그 전에도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다. 또 몇십 명의 악당을 이 곳으로 보내기도 했다. 캡틴이 붙잡는 범인은 보통 범인이 아니었고, 종신형으로 모두 여기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이윽고 커밋 호는 형무소로부터 7, 8백 미터 되는 곳에 착륙했다.
"클라크는 여기 남아서 커밋을 지켜다오."
라고 캡틴이 말하자, 당장 클라크는 불만을 드러냈다.
"오토는 데리고 가면서 나를……"
"아니, 오토도 곧 돌아온다. 어쨌든 커밋 호를 비워놓을 수는 없진 않느냔 말야."
이렇게 말하고서, 캡틴은 오토를 데리고 검게 치솟은 형무소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몸에 붙어 있는 중력기를 벌써 조정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캡틴은 걸으면서 주위에 주의 깊게 눈을 돌리고 있었다.
형무소의 새까만 문 옆에 이르렀을 때, 희고 부드러운 바위를 찾아 냈다. 캡틴은 그 부드러운 초산염의 바위 조각을 주웠다.
"탈타로스 천문대에서 본 것과 같다.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야!“
캡틴은 또 주위를 살폈다. 눈에 띄는 생물이라고 하면, 바위 사이를 쪼르르 재빨리 달리는 조그마한 위성 도마뱀뿐이다.
"오토, 저 위성 도마뱀 한 마리를 잡아서 커밋 호에 가지고 오너라."
오토는 입을 삐죽거렸다.
"위성 도마뱀을 잡기 위해서 나를 데리고 왔나요?"
"도마뱀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잡히지는 않아. 그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어."
오토를 남기고 형무소의 건물 옆에까지 오자, 눈이 부실만큼 밝은 서치라이트가 캡틴을 비추었다.
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라! 누구인가? 여기는 출입 금지 구역이다."
캡틴은 조용히 왼손을 들고 말했다.
"캡틴 퓨쳐다. 형무소장 랜드르 레인을 만나러 왔다."
"캡틴 퓨쳐라고?"
간수는 캡틴의 왼손에 끼고 있는 빛나는 반지를 보았는지 깜짝 놀라며 말투까지 달라졌다.
태양계 정부는 일체의 정부 기관에 캡틴 퓨쳐에게 협력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간수가 말했다.
"곧 소장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캡틴은 엄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들어가고 싶다!“
캡틴의 엄한 목소리에 눌린 간수는 곧 문을 열었다. 부웅 하는 원자력 모터의 소리와 함께 거대한 정문이 열렸다.
캡틴이 안으로 들어가자, 철컥 문이 닫혔다. 이렇게 되면 탈출 같은 건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캡틴은 간수의 안내로 소장실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랜드르 레인은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캡틴 퓨쳐! 규칙을 지켜 주지 않으면……"
하고 매우 불안한 듯이 말한다.
"규칙 같은 건 이럴 때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나는 자이로 박사의 뒤를 쫓아온 겁니다."
레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자이로 박사라고요? 설마 여기에 자위단의 기지가 있다는 건 아니겠지요?"
"아직은 모르지만, 명왕성인은 당신에게도 보여드린 털북숭이 생물이 위성에서 날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케이론에 틀림없소. 간수들로 누구 한 사람 그런 생물은 본 일이 없다고 하니까요."
레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캡틴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간수에게 직접 물어 보고 싶은데요. 그런데 그 전에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소. 로지와 카라크는 어떻게 여기를 탈출했지요?"
"그건, 어느 날 아침 탈출하여……"
캡틴은 눈썹을 모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기록을 보여 주시오."
"기록 말입니까?"
레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서류를 넣어놓은 큰 캐비닛 쪽으로 갔다.
거기에는 수천 개의 금속제 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그 각각의 가장자리에 정리 번호가 빛을 내고 있었다. 죄수의 번호였다. 죄수가 형무소에 있는 동안은 특수한 방사선으로 서류 케이스의 번호가 빛을 내는 장치로 되어 있는 것이다. 레인은 빛을 내지 않는 서류가 몇 장 있는 것을 깨달았다.
"빛을 내지 않는 서류 번호의 죄수는 모두 탈주했나요?"
레인은 당황하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놈들이 형무소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탈주하면, 그 서류의 빛이 사라지면서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경계가 엄중한데, 어떻게 탈주했지요?"
"네, 그것이 전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정부에 보고는 했겠지요?"
레인은 괴로운 듯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 되면 나는 목이 잘려요. 그래서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설마 당신이 보고하지는 않겠지요?"
캡틴은 어이가 없었다. 가장 위험한 악당을 놓치고도 자기의 파면이 걱정되어 정부에 알리지 않다니.
"보고하고 말고요. 이젠 당신 같은 무책임한 사나이의 말을 신용할 수 없어요. 간수들을 불러 줘요. 그 사람들에게 물어 보겠어."
레인은 울상이 되며 가엾게 말했다.
"할 수 없지요. 불러오지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레인이 나간 뒤, 캡틴은 다시 캐비닛 속의 서류를 조사해 보았다.
어느 것이나 이름난 악당이다. 그것이 몇 10명이나 한꺼번에 잇달아 모습을 감추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수상하다.
"이건 레인이 보고도 모른 척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악당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때 밖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캡틴은 얼른 창가로 달려갔다.
죄수가 갇혀 있는 큰 건물에서 간수가 뛰어나오며, 큰소리로 떠들어 대고 있다.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간수의 뒤에서는 죄수 무리가 한꺼번에 몰아 닥치고 있었다. 손에는 간수에게서 빼앗았는지 원자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감시탑 위의 간수를 쓰러뜨렸다.
지휘자인 듯한 사나이가 외쳤다.
"사무소다! 거기에 캡틴이 있다."
뒤따르던 죄수들이 일제히 외쳤다.
"캡틴 퓨쳐를 죽여라!“
캡틴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곧 깨달았다.
이 곳에는 캡틴이 불잡은 악당들이 수두룩히 있는 것이다. 캡틴이 온 것을 알려 주고 선동을 하면, 복수를 하려고 몰려올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구인, 화성인, 토성인, 또 그 외의 행성들의 악당들은 저마다 떠들어 대고 있었다.
"캡틴 퓨쳐를 죽여라!“
 
코발트
 
캡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렌드르 레인의 짓이다!“
캡틴은 곧 문을 잠그고, 창문의 금속제 셔터를 내렸다. 그리고 포켓 텔레바이저를 꺼내어 스위치를 넣었다. 오토와 클라크를 불러내려고 생각한 것이다. 두 사람이 구원을 와서 프로톤 권총을 사용하면……
죄수들은 문을 두들기며,
"얌전히 나와라, 캡틴 퓨쳐!"
커밋 호는 응답하지 않았다.
캡틴은 곧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형무소의 건물을 모든 전파를 통하지 안도록 방사선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정말 위급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캡틴은 여느 때처럼 냉정했다. 어떻게 여기를 빠져 나갈 방법은 없을까 하고 재빨리 생각했다.
벨트에 붙어 있는 기계를 사용하여 자기를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와락 이 방에 들이닥치면, 가령 보이지는 않는다 해도 눈치를 채지 않게 방에서 나갈 수는 없다.
죄수들은 원자총을 사용하여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제 몇 초의 여유도 없다. 이 같은 순간에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일까?
캡틴은 소장의 방안을 날카로운 눈으로 둘러보았다.
거기 한쪽 벽에는 두터운 금속의 문이 있고, 무기 창고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렇다. 무기 창고에는 총이나 탄환, 원자 폭탄까지도 있을 것이다. 캡틴은 그 문으로 달려갔다.
문은 원자 불꽃에도 끄덕하지 않는 아주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앞에는 수학자가 고안해 전 조합식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자물쇠에는 네 가지 색깔로 구분된 20개의 단추가 붙어 있었다. 자물쇠를 열려면 색깔로 맞추는 것과 번호순으로 단추를 눌러야 한다. 단추로 짜 맞추는 데는 수백만 가지나 된다.
그 중에서 어떻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런데 캡틴은 이 자물쇠를 만든 수학자보다도 수학에 정통하다. 캡틴은 벨트에서 작은 금속의 톱날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두 장으로 접어서 자물쇠를 가볍게 두들겼다.
캡틴은 귀를 기울이며 그 울려나오는 음향으로 재빨리 도형을 그렸다.
밖에서는 죄수들의 함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캡틴은 얼음 같은 냉정함을 지키며 잇달아 도형을 그리며 복잡한 계산을 계속했다.
드디어 뒤에서는 문의 일부가 깨지고 있었다. 지휘자인 듯한 사나이가 떠들어댄다.
"드디어 맞췄다!“
하며 캡틴은 벌떡 일어섰다. 드디어 짜 맞추기를 알아 낸 것이다.
캡틴은 재빨리 20개의 단추를 복잡한 순서로 눌렀다. 그 얼굴은 자신에 넘쳐 있었다.
일 초도 걸리지 않아 자물쇠는 철커덕 소리를 냈다.
캡틴은 힘을 주어 무기 창고의 문을 열었다. 그 때 입구의 문이 부서지면서 피에 미친 죄수들이 흉악한 인상의 지구인에게 이끌려 와아 하고 들이 닥쳤다.
그런데 죄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놀라며 그 자리에 말뚝처럼 멈춰서 버렸다.
무기 창고의 입구에 캡틴이 빙그레 웃으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캡틴의 프로톤 권총은 자기들의 가슴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기 창고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휘자인 듯한 그 흉악한 지구인은 마구 기쁜 함성을 질렀다.
"끝내 하고 말았어! 저놈이 캡틴 퓨쳐다! 누구도 손대지 마! 내가 만족될 때까지 놈을 요리할 테니까."
"놈을 해치워라!“
죄수들은 그의 사기를 돋구어 주었다.
그러자 지휘자는 손에 원자총을 든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캡틴은 프로톤 권총을 그쪽으로 돌리려고 하지 않는다.
지휘자는 떠들어댔다.
"나를 기억하고 있나, 캡틴 퓨쳐!“
"물론이다. 내가 너를 처넣었으니까 알고 있고 말고, 너는 루카스다. 너는 무기를 목성인에게 몰래 팔아 돈을 끌어 모으고 싸움을 선동한 악당이지.“
캡틴은 차디차게 말했다.
루카스는 비웃었다.
"잘도 말해 주는구나. 죽기 전에 무엇인가 해 둘 말은 없는가?"
캡틴은 날카롭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가? 나는 무기 창고에 프로톤 권총을 겨누고 있다."
"그게 어떻다는 거지?"
"만약에 내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이 속에 있는 원자 폭탄이나 탄환에 명중한다. 그러면 이 형무소는 단번에 날아가 버린다."
루카스와 다른 죄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 마셨다.
루카스는 위세를 부렸다.
"그,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런 일을 하면, 너 역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캡틴은 싱긋 웃고 나서 말했다.
"하고 말고. 너희들은 내가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대로였다. 태양계의 사람이라면 캡틴이 한다고 하면 틀림없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이다. 캡틴은 또 말했다.
"너희들처럼 사람을 마구 죽이고 악당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놈들을 다시 풀어놓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어떤 일이라도 한다. 내가 함께 죽는다고 해도 물론이다. 자아, 10초 이내에 무기를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이 방아쇠를 당겨 버리겠다."
숨가쁜 싸움이었다. 그러자 한 죄수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덜커덕 방바닥에 내던졌다. 죄수들은 그를 따라 일제히 무기를 버렸다. 캡틴 스스로도 이 싸움이 성공할지 어떨지 자신이 없었다. 다만 이 악당들을 다시 세상에 자유로이 풀어놓을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캡틴은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엄숙하게 말했다.
"간수를 불러라 그리고 너희들은 모두 항복했다고 말해라."
완전히 기가 꺾인 죄수들은 캡틴이 말한 대로 얌전히 감방으로 끌려갔다.
캡틴 그제야 마음을 놓고 중얼거렸다.
"허허. 자칫하면 어떻게 되는가 했지. 이번에는 레인의 차례다."
하며 캡틴은 레인을 찾으러 방을 나갔다.
레인은 큰 감방의 어두운 북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캡틴은 차갑게 말했다.
"레인, 무슨 짓이냐? 죄수들을 선동하여 나를 해치우려 하다니. 너의 계획은 실패했다."
레인은 중얼거렸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죄수들이 제멋대로……"
"변명해도 소용없다! 간수에게 물어 보면 당장에 안다. 그보다도 모든 걸 자백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좋다. 끝까지 숨기면, 이 형무소에 처넣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죄수들이 너를 어떻게 취급하리라고 생각하나?"
레인은 완전히 겁을 먹어버렸다.
"자백하겠습니다. 내가 선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는 필요 없다. 다만 한 가지 듣고 싶은 일이 있다. 탈옥한 죄수들의 일인데, 네가 모든 것을 해 주었지?"
"네…… 내가 밤에 몰래 했습니다. 위에는 케이론으로 싣고 갈 우주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레인의 짓이었다. 더군다나 벌써 또 하나의 위성 케이론에 보냈다니, 수수께끼는 드디어 풀린 것만 같다.
"그럼, 모피상의 그림한테로?"
"그렇습니다. 그림으로부터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림은 사냥꾼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위험한 곳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죄수를 사냥꾼으로 석방해 주면, 대금을 준다고 했습니다."
레인은 겁을 먹은 채 이렇게 말하고 나서 변명조로 덧붙였다.
"여기 가두어 놓는 것과 별로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놈들은 케이론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탈타로스 시나 어디에 모습을 나타내면, 곧 붙잡히게 되니까요."
"그런 건 이유가 되지 않아. 어쨌든 그래서 로지나 카라크가 지금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캡틴은 간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간수장에게 척척 명령을 내렸다.
"레인을 곧 체포해라. 새로운 소장이 올 때까지 자네가 소장 일을 맡아 보라."
그리고 간수들에게 질문했다.
"자네들은 이 케르베로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그렇다면 이런 생물을 모르는가?"
캡틴은 흰털이 온 몸에 나 있는 기묘한 생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간수들은 다만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여기는 그런 생물은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레인이 말한 것 중에서 그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여기 과연 없다고도 할 수는 없다. 캡틴은 실망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캡틴은 서둘러서 커밋 호로 되돌아왔다. 오토와 클라크는 캡틴의 이야기를 듣고 마구 화를 냈다.
클라크는 강철의 주먹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캡틴을 죽이려 하다니! 곧 형무소로 가서 레인을 때려눕히지 않고서는 분이 안 풀려."
"그럴 사이가 없어, 클라크. 그보다 오토, 위성 도마뱀을 잡았나?"
"네. 당신이 그런 위험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위성 도마뱀을 쫓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도마뱀이 필요했습니까?"
캡틴은 자기가 발명한 분석 장치에 작은 도마뱀을 놓으면서 말했다.
"나는 이 도마뱀의 뼈에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는지 알고 싶었던 거다."
오토는 외쳤다.
"그랬습니까. 캡틴? 마법사의 뼈에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같은 행성에 사는 생물에도 당연히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분석 장치에서 몸을 일으키며, 캡틴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대로다. 그러나 이 도마뱀에는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케르베로스에는 마법사가 없다는 뜻이지."
오토는 그래도 주장했다.
"그러나 레인이 자이로 박사가 틀림없죠? 발자국의 흰 초산염이 증거가 아닙니까?"
캡틴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레인이 자이로 박사가 아니라는 증거야. 그 정도는 여기 오기까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어."
"이 오토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천문대에 있던 것은 우주복의 구두 자국이다. 가스를 마시지 않으려고 자이로 박사가 입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케르베로스는 대기가 있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까 자이로 박사가 일부러 입고 케르베로스에서 온 것처럼 한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속임수를 썼던 것이다."
"그랬어요? 그럼 여기가 아니니까 놈들의 기지는 케이론이다."
오토가 말하자, 캡틴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렇게 될 것 같구나."
"그렇다면 뻔하군요. 레인이 로지와 카라크를 넘겨 준 것은 그림이라고 하니까, 자이로 박사의 정체는 그림임에 분명하군요."
"음, 지금쯤은 에즈라 아저씨와 존이 있는 곳을 찾아 냈을 거다. 곧 명왕성으로 되돌아가자."
이윽고 커밋 호는 새벽이 되어 오는 탈타로스 시의 돔의 바로 옆에 착륙했다
캡틴은 천문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에 가기 전에 케인을 만날 생각이었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자, 케인은 서둘러 다가왔다.
캡틴은 금성의 천문 대장 케인에게 초조하게 물었다.
"부탁한 암흑성 주위에 있는 항성의 위치를 알아 냈습니까?"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끝났지. 어느 항성도 이전 위치에서 변동이 없어요."
캡틴은 신음했다.
"뭐라고요, 변동이 없다고요…… 그렇다는 건 그 암흑성은 이 때까지와는 달리……"
캡틴은 곧 탈타로스 시로 되돌아갔다. 가는 도중 캡틴이 너무도 깊이 생각에 잠겨 있으므로 클라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케인의 관측이 그렇게 중대했나요?"
"아아, 엉뚱한 걸 이야기해 주었다."
캡틴은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고 말았다.
캡틴이 행성 경찰 명왕성 본부에 가자, 에즈라 사령은 벌떡 일어서서 캡틴을 맞이했다. 에즈라는 그 동안 몹시 여위어 있었다.
캡틴은 물었다.
"모피상 그림의 기지를 알았습니까?"
"경관들이 모두 조사에 나섰으나 아직 몰라요. 케이론으로 돌아갔는지도 몰라. 그보다 캡틴, 큰일이 일어났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지리학자인 커얼 로머가 잡혀서 아마도 죽음을 당한 것 갈아요."
하며 에즈라는 이렇게 설명했다.
로머는 그림의 거처를 찾아 냈다면서 텔레바이저로 연락해왔다. 그런데 그 보고 도중 스크린이 찢어지는 것 같은 섬광이 비치더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그 후 그림의 뒤를 쫓고 있던 존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어리석은!“
캡틴이 이렇게 외쳤을 때, 흥분한 경찰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등에는 몹시 당한 털북숭이 명왕성인을 메고 있었다.
캡틴은 그것을 보고, 다시 놀랐다.
"사버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사냥꾼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길을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서둘러서 캡틴은 사버의 옆으로 다가갔다.
사버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확실했다.
캡틴은 심한 분노로 목소리조차 떨리고 있었다.
"정신 차려, 누구에게 당했어, 사버?"
사버는 형광의 눈을 멍청히 뜨고 중얼거렸다.
"자이로 박사의…… 졸도. 그 놈…… 당신의 친구의…… 여자…… 붙잡고…… 나를 쏘았어…… 창고 속에…… 그 놈들…… 나 죽었어…… 하고 생각하…… 여자가 데리…… 갔어…… 그래도…… 나는…… 길에…… 기어 나왔어……"
바즈라가 외쳤다.
"자이로란 놈, 사이먼에 이어 존을 유괴했던가! 그 창고에 쳐들어가서 수색을 해라!“
캡틴도 에즈라를 뒤따르면서 클라크에게 명령했다.
"사버를 치료해 주게, 클라크!“
에즈라들을 태운 로켓 차는 사버가 발견된 근처의 창고로 달렸다.
경찰이 말했다.
"여기입니다. 이 창고는 바로 얼마 전 그림의 회사가 빌린 것입니다."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지구인인 듯한 시체가 하나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몹시 검게 그을린 사체였다.
캡틴은 곧 원자총에 당한 무참한 시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찾고 있는 듯 했으나 찾지 못한 모양이다.
에즈라가 말했다.
"커얼 로머의 시체다. 그림을 알아 낸 것은 좋았으나, 그 때문에……"
캡틴은 주위를 조사한 끝에 바닥 위에 있는 비밀 문을 발견했다.
안으로 뛰어들어간 캡틴은 이윽고 되돌아왔다.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아래의 터널은 돔의 밖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에즈라가 신음하듯 말했다.
"그러면 자이로란 놈, 사이먼과 존을 기지로 데리고 갔구나! 그림이 자이로라면, 그 기지는 케이론이 된다."
캡틴들은 서둘러서 경찰서로 되돌아왔다.
클라크는 명왕성인인 사버의 위에 엎드려 있다가 캡틴이 온 걸 알자, 한 마디 했다.
"이젠 틀렸습니다."
사버는 희미하게 눈을 뜨더니 캡틴을 지켜보며 숨가쁘게 중얼거렸다
"나…… 당신…… 좋아…… 지구인 중에서도……"
그리고서 사버는 눈을 감았다.
캡틴은 가슴 속에서 무언인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꾹 누르며, 사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슬픔을 잊어버리려는 듯이 에즈라에게 물었다.
"명왕성의 위성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어디에 가면 입수할 수 있나요?"
"명왕성 조사단에 있을 거다. 단장인 로머는 이제는 없겠지만."
그 때였다. 텔레바이저로 연락하고 있던 경관이 놀란 소리를 질렀다.
"자이로 박사의 방송이 끼어 들어왔습니다!“
캡틴들은 텔레바이저에 서둘러 다가갔다
스크린에는 온통 검은 색인 키 크고 기분 나쁜 자이로 박사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자이로 박사는 노려보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태양계의 주민에게 고한다. 이것이 최후의 기회다. 은하 쪽으로 눈을 돌리고 확인하는 것이 좋을 거다. 이제 암흑성은 바로 저기에 다가오고 있다. 이제 하루나 적어도 이틀 이상 늦으면, 나의 힘으로도 태양계를 파멸로부터 구할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정부에 맡길 수는 없다.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 일어나서 정부의 모든 권한을 나에게 넘기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태양계는 최후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이로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에즈라가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저놈! 이렇게 되면 태양계의 사람들은 무서움에 미쳐버린다. 정부도 앞으로 24시간을 견딜지 어떨지……"
 
흉계에 걸리다
 
캡틴은 서둘러서 클라크와 오토를 데리고 명왕성 조사단의 사무소로 갔다. 이제는 어물어물할 수도 없다. 캡틴은 제 2의 위성 케이론에 대한 자료를 전부 빌려서 보았다. 기록에 커얼 로머는 두 번이나 홀로 케이론을 탐험한 적이 있다. 모피상 그림은 4, 5년 전 케이론 전부를 태양계 정부에서 빌리고는 맹수 콜렛을 잡아 그 값비싼 모피를 팔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캡틴이 필요로 하는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토가 불안한 듯이 말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데서 시간을 보냅니까? 그 자이로 박사의 정체가 그림이라고 안 이상, 곧 케이론으로 쳐들어갑시다."
클라크도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 사이먼이 어떤 변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캡틴 역시 사이먼의 일이 걱정되어 마음이 급했다. 그러나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두는 것이 좋다. 자료들을 본래의 선반에 도로 놓기 신작했을 때, 밖은 몹시 시끄러웠다.
"뭘까?"
캡틴이 말하자, 창가에 다가선 오토가 외쳤다.
"명왕성 정부 빌딩 앞 공원에 많은 군중이 모여 있습니다."
세 사람은 얼른 밖으로 나가 보았다. 저쪽 공원은 군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의가 지구인들이었으나, 털북숭이 명왕성인이며 다른 행성인도 좀 섞여 있었다.
지휘자인 듯한 사나이가 외쳤다.
"우리들은 즉시로 태양계 정부의 전권을 자이로 박사에게 넘기고, 이 태양계의 위기를 구할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떠들어댔다.
"그렇다!“
"찬성이다!"
"어물어물하다가는 때를 놓친다."
"지사를 끌어내어 와라! 그리하여 지사에게 정부가 전권을 자이로 박사에게 넘기라고 해야 한다."
군중은 정부 빌딩으로 몰려갔다.
에즈라 휘하의 다섯 명의 부하 경관이 그 군중 앞을 막아섰다.
에즈라는 침착한 태도로 외쳤다.
"지사는 여기 있지 않다. 1천 6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에리시아 시에 가 있다."
지휘자인 사나이가 외쳤다.
"그렇다면 명왕성 정부 빌딩을 점령하자. 그리고 자이로 박사에게 넘겨야 한다!“
에즈라는 원자 권총을 손에 쥐고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있는 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그 따위 자이로 박사의 엉터리 방송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정신들이 있는가."
사람들은 와아 떠들어댔다.
"뭐가 엉터리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암흑성은 가까워 오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버티고 서 있는 에즈라들을 대항해서 정부 빌딩을 점령할 만한 용기는 없는 것 같았다.
캡틴이 말했다.
"에즈라에게 맡고 있으니 안심이다. 그보다 우리는 서둘러 커밋 호로 돌아가자."
돔 너머는 대낮인데도 검은 원반 모양을 한 암흑성이 똑똑히 보였다. 확실히 저것이 충돌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자꾸 날마다 커 가는 암흑성을 다시 보았을 때, 자기의 그 생각이 정말로 정당한 것일까 하고 자신이 없어진다.
캡틴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저것 이외에는 암흑성의 수수께끼를 풀 해답은 없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암흑성 주위의 항성의 위치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증거다.)
커밋 호에 되돌아오자, 캡틴은 명령을 내렸다.
"케이론으로 직행이다."
조종석에 뛰어든 오토는 크게 기뻐했다.
"재미있게 되었다!"
1시간 남짓하여, 케이론은 눈앞에 크게 다가왔다. 커밋 호는 그 주위를 크게 돌아서 낮 부분으로 나왔다.
고도를 3백 미터로 낮추어 아래의 동태를 살폈다.
황폐하기는 했으나, 생물은 살고 있었다. 케이론 사슴의 떼는 커밋 호의 폭음에 놀라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다리가 여섯이며, 회색을 띠고 있다.
사슴의 뒤에는 역시 여섯 개의 다리와 큰 어금니를 가진 생물이 있었다.
"저건 위성의 멧돼지다. 콜렛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오토가 중얼거리자, 캡틴이 명령했다.
"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커얼 로머의 지도에 의하면, 북극에서 150킬로미터 정도 남쪽에 그림의 모피 창고가 있을 것이다."
요트가 북서로 진로를 잡았을 때, 곧 클라크가 큰 소리를 질렀다.
"콜렛이다!"
콜렛이라는 것은 지구의 로키산맥에 사는 회색곰과 흡사했다. 다만 케이론의 생물이 모두 그러하듯이 다리가 여섯 개이며, 맨 앞의 다리 두 개로 물건을 할퀴거나, 찢는 데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회색곰과 다른 것은 태양계에 널리 알려진 그 사나움이다.
콜렛은 큰 머리를 들고, 커밋 호를 향하여 어금니를 드러내며 사납게 짖어댔다.
오토가 말했다.
"저 정도니까 그림이 형무소의 죄수를 사냥꾼으로 고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보통 사냥꾼이라면 도망칠게 틀림없어."
이윽고 저 멀리에 나직한 집이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그림의 창고다, 오토."
창고 근처에서 우주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착륙하자, 캡틴은 오토에게 명령했다.
"나와 클라크가 들이닥치면 위성의 멧돼지를 잡아 줘. 나중에 코발트 검출 시험을 할 테니까."
"이전에는 도마뱀이더니, 이번에는 멧돼지 사냥입니까?"
하고 오토가 중얼거렸다.
캡틴과 클라크는 담벽에 둘러싸인 그림의 기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이크는 클라크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공기는 엷었으나, 명왕성처럼 춥지는 않았다.
문은 열려 있었다.
캡틴과 클라크는 문을 지나 중앙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모피가 쌓여 있는 방에 들어갔다.
안에는 목성인이 하나, 화성인이 둘, 지구인이 셋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캡틴들이 들어가자. 당황하여 원자총을 뽑으려 했다
캡틴은 프로톤 권총을 들이대면서 외쳤다.
"총에서 손을 떼라!"
사나이들은 얼른 총을 놓았다.
"클라크, 놈들의 총을 구부리고 치워라."
클라크는 즉시 아주 간단히 사냥용의 원자총을 한데 묶어 구부린 후 구석으로 치웠다.
캡틴은 엄하게 말했다.
"그림은 어디 있나?"
지느러미 같은 팔을 가진 목성인은 캡틴이 끼고 있는 반지를 보고 얼굴색이 변했다.
"캡틴 퓨쳐다!“
"그대로다. 그림은 어디 있나?"
라고 말하며, 캡틴은 노려보았다.
"사장은…… 사장은…… 사무소에 있습니다. 이쪽, 이쪽입니다."
목성인은 캡틴과 클라크를 문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문을 열지 않고 소리쳤다.
"사장, 캡틴 퓨쳐가 면회입니다."
캡틴과 클라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방은 시멘트의 벽으로 둘러싸이고, 천장에는 굵은 철봉이 끼워져 있었다.
캡틴은 얼른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문은 찰깍 하고 닫혔다. 이어 자물쇠 소리가 뒤에서 크게 울렸다.
"큰일났다. 흉계에 걸려들었다! 클라크 부숴 버려라!"
클라크의 힘이라면 그런 문 같은 건 부수지 못할 것은 없다. 클라크가 이이크를 바닥에 내려놓고 문에 어깨를 갖다댔을 때, 그 이이크가 무엇에 놀랐는지 클라크의 어깨에 기어오르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캡틴은 긴장했다,
"이이크가 뭔가 텔레파시로 위험을 느낀 모양이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캡틴은 시멘트벽의 하나가 갑자기 스르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천천히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괴물이 이쪽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캡틴은 외쳤다.
"콜렛이다! 놈들의 흉계는 이거였어!“
이 콜렛은 다른 행성의 동물원에 팔려고 사로잡은 것임에 틀림없다.
콜렛은 거기에 인간과 로봇이 있는 것을 깨닫고는 멈춰 섰다. 그리고 건물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의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캡틴은 프로톤 권총의 출력을 최대로 하고 괴물을 향해 발사했다.
총은 틀림없이 콜렛의 옆구리에 명중되었다. 그런데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성난 콜렛은 그 몸집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빠른 동작으로 캡틴에게 달려들어, 맨 앞쪽의 두 다리로 캡틴의 몸을 붙잡았다.
콜렛의 무서운 턱이 쩍 열리며, 뜨거운 숨이 훅 캡틴을 얼굴을 덮쳤다.
아아, 위급한 순간이다.
그러나 캡틴은 아무도 흉내를 낼 수 없을 만큼 날쌔게 콜렛의 앞발을 피했다.
다만 캡틴의 옷소매는 콜렛의 발톱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다.
캡틴은 한 번 더 프로톤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상대는 역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굉장히 큰 성난 소리를 내며 캡틴을 다시 습격했다.
그 때였다. 로봇 클라크가 콜렛의 뒤에서 달려 든 것은.
클라크는 튼튼한 팔로 상대의 굵은 목을 꽉 졸랐다.
클라크는 확실히 컸다. 그러나 콜렛에 비하면, 꽤 작아 보인다. 그를 뿌리치려고 몸을 비트는 콜렛에게 매달려, 클라크는 있는 힘을 다해 괴물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클라크가 콜렛에게 매달려 있으므로, 캡틴은 프로톤 권총을 발사할 수 없었다.
이이크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마루 바닥에 몸을 움츠리고 이를 덜덜 떨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클라크는 여전히 콜렛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콜렛은 버둥거리며 몸부림치고 있다.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거대한 털북숭이 콜렛은 뻗었다. 콜렛의 목이 부러진 것이다.
클라크의 눈은 붉게 빛나며 캡틴을 쳐다보았다. 캡틴도 클라크를 쳐다보았다.
말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부모를 잃은 아기 캡틴을 키울 때부터, 이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캡틴과 퓨쳐맨의 사이는 굳게 맺어 주고 있었다.
캡틴은 들어왔던 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클라크에게 말했다.
"끌을 가지고 이 문을 열어 보라고."
클라크는 가슴에 붙어 있는 작은 로커에서 몇 개의 날카로운 끌을 꺼냈다. 그리고 자기의 손가락을 떼어 내고 끌을 붙였다. 기계 인간의 장점이다.
클라크는 문 둘레의 시멘트벽에다 당장 큰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거기에 손을 넣어 문의 자물쇠를 벗겼다.
클라크가 말했다.
"저놈들을 혼내 주겠어. 자아, 갑시다."
캡틴들은 서둘러 여섯 명의 사냥꾼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섯 명은 당황하여 도망치려고 했다.
"서라!“
캡틴은 도망쳐 가는 여섯 명의 머리를 향해 일부러 빗나가게 프로톤 권총을 한 발 발사했다.
즉시 여섯 명은 도망치려다가 말고, 떨면서 되돌아왔다.
캡틴은 자신을 흉계에 걸려들게 한 목성인을 노려보았다.
"잘도 흉계를 꾸며 우리들을 죽이려 했구나. 누가 명령했지? 그림이냐?"
목성인은 움츠리며 말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우리들을 또 다시 체포하러 온 줄 생각했기 때문에…… 사장은 없습니다. 아직 명왕성에서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캡틴은 다른 다섯 명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 말에는 거짓이 없는 듯 다섯 사람도 두려운 듯 캡틴을 보고 끄덕였다.
그래서 캡틴은 말했다.
"형무소의 소장 레인의 도움을 받아 함께 탈옥한 놈들은 어디 있나?"
"다른 사람들은 사냥 나갔습니다. 우리들은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겁에 질려 있는 목성인이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끄덕였다.
캡틴은 또 물었다.
"너희들과 함께 로지와 카라크도 탈옥했지?"
"네, 그러나 로지와 카라크는 여기 와서 곧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여기 왔을 때, 커얼 로머라는 학자가 조사를 위해서 여기 있었을 텐데. 알고 있나?"
"로머 씨가 여기 있는 동안은 우리들이 발견되지 않도록 사장이 잘 해 주었습니다."
점점 수수께끼가 풀려갔다.
캡틴은 여섯 명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이 곳을 떠나겠다. 보아 하니 우주선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겠지. 행성 경찰이 와서 너희들을 형무소에 되돌려보낼 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한다."
하고 커밋 호로 돌아갔을 때, 오토는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오토의 앞에는 프로톤 권총으로 마비된 위성 사슴이 뒹굴고 있었다.
오토는 캡틴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소매가 찢어져 있군요."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캡틴은 경위를 말해 주었다.
오토는 외쳤다.
"그럼, 내가 위성 사슴을 쫓고 있는 동안에 클라크는 사람으로서는 낼 수 없는 힘으로 콜렛과 일 대 일로 싸우고 있었군요."
클라크는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하다가, 오토가 잘해 주었다는 눈초리를 했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캡틴은 얼른 위성 멧돼지를 대상으로 X선 스펙트럼 검사를 시작했다.
오토는 말했다.
"그 놈의 뼈에 코발트가 가득 포함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어요. 벌써 놈들의 소굴이 케이론 어디인가는 확실하니까요."
캡틴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검사를 끝내고 나자 큰 소리로 말했다.
"이놈에게 코발트가 검출되지 않았어. 마법사가 케이론에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그런 어리석은!“
오토가 말하자, 클라크도 거들었다.
"명왕성인의 킬리 아저씨가 명왕성의 위성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케르베로스가 아니었으니까 케이론입니다."
그러나 캡틴은 이미 둘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해답은 하나밖에 없다?
 
"알겠어. 케르베로스에도 케이론에도 마법사는 살고 있지 않다. 허나 명왕성에는 위성이 세 개 있다."
오토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설마 스틱스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거기는 물로 뒤덮여 있으니까, 생물이 살 수 없어요."
캡틴은 상관없이 말했다.
"오토, 커밋 호를 상승시켜라! 그리고 스틱스로 향한다."
"그, 그런 어리석은 일을!“
요트가 말하자, 클라크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캡틴의 명령을 따라라!“
오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커밋 호를 출발시켰다.
커밋 호가 곧장 스틱스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동안 캡틴은 열심히 추리해 보았다.
아무튼 스틱스 외에 그 흰털의 괴수가 살고 있을 만한 곳은 없다.
그러는 동안 캡틴은 문득 어떤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로커에 가서 엉망진창으로 찌부러진 작은 장치를 가져왔다.
그것은 오토와 껴안은 채로 화성에 떨어진 그 흰털의 괴물이 벨트에 붙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구인인 것처럼 위장할 수 있는 장치가 틀림없다
엉망진창으로 찌부러져 잘 알 수는 없었으나, 그 장치는 무엇인가 특별한 역선을 방사하는 작용을 하는 것 같았다.
캡틴은 그 찌부러진 기계를 커밋 호에 있는 여러 가지 측정기를 사용하여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본래 어떤 역선을 방사하고 있었는지를 캐내려고 했다.
그 동안에도 스틱스는 점점 커 갔다.
클라크는 이이크를 안고 앉아서는, 그 명왕성의 위성 스틱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토는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조절판 레버를 쥐고 있었다.
마침내 캡틴은 엉망진창으로 찌부러진 기계가 본래 방사하고 있던 역선을 탐지하는 소형의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캡틴은 중얼거렸다.
"이놈으로 나의 추리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캡틴이 옆으로 다가 갔을 때, 조종석에 있던 오토가 말했다.
"스틱스에 가도 헛일입니다. 지금까지 착륙한 우주선은 한 척도 없으니까요. 북극에서 남극까지 물에 잠겨 있지요."
캡틴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걸 확인하려고 하는 거야."
커밋 호는 드디어 제 3의 위성 스틱스에 다가갔다.
물로 뒤덮여 있을 정도니까, 이 위성에 대기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커밋 호가 내려가기 시작하자, 대기가 쉬이쉬이 소리를 냈다.
이윽고 수백 미터 아래의 끝없는 녹색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흰 파도가 일렁였다.
오토는 화가 난 듯이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어딜 봐도 육지는 안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렇지만 곧 알게 돼."
캡틴은 이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조금 전에 만든 탐지 장치를 꺼냈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장치에서 작고 붉은 광선이 흘러나왔다
캡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역시 여기에는 강력한 역선이 작용하고 있다! 이제 수수께끼는 풀렸다! 자이로 박사의 비밀 기지의 수수께끼가 말이야. 그리고 그 이상의 비밀도."
"무슨 소릴 하고 있습니까, 캡틴?"
오토가 물었으나, 캡틴은 오토의 말을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캡틴은 지금 자기가 푼 수수께끼에서, 자이로 박사의 큰 음모를 파괴하러 가는 것이 과연 좋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사이먼을 구출해 내는 것이 자기의 임무라고 캡틴은 결심했다.
캡틴은 결심하고 말했다.
"오토, 바다에 박아라!“
놀란 듯이 오토는 큰소리로 되물었다.
"바다 속에라고요? 그런 짓을 하면 아무리 커밋 호라도 버티지 못합니다. 저 사나운 파도에 긁히거나 암초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언제부터 내가 말하는 것을 신용하지 못하게 되었어, 오토?"
캡틴은 웃으면서 그러나 엄숙하게 말했다.
오토는 입을 삐죽했다.
"이, 나 말입니까? 캡틴이 하라고 하면 태양 속에라도 박아 넣을 나입니다요."
그러면서 오토는 조절판을 열고 심한 파도가 용솟음치는 바다를 향해 급강하시켰다.
커밋 호가 흰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큰 파도를 향해 돌진하자, 클라크도 걱정스러운 듯이 캡틴을 얼핏 쳐다보았다.
커밋 호는 휘익 바닷속으로 돌진해 갔다.
그 때였다. 놀랄 사이도 없이 주위의 바다가 사라지고 없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커밋 호는 넓고 넓은 수백 미터의 상공에서 육지를 향해 날고 있는 것이었다.
오토는 재빨리 육지에 박히지 않으려고 커밋 호를 수평으로 되돌렸다.
육지는 저 멀리 지평선까지 두텁고 거대한 백색의 밀림으로 빽빽이 덮여 있었다.
여우한테 홀린 것 같아 오토가 외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건?"
클라크도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바다는 대체 어딜 갔죠, 캡틴!“
캡틴은 말했다.
"바다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어."
오토는 외쳤다.
"그러나 캡틴 당신도 보지 않았어요!“
"우리들이 본 것은 착각이었어. 그 마법사가 자기의 모습을 지구인으로 보이게 한 것처럼, 어떤 역선을 사용하여 바다처럼 보이게 했던 거야."
클라크와 오토는 어이가 없어 멍해졌다. 그러자 캡틴이 설명 해 주었다.
"나는 케이론과 케르베로스에 마법사가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여기 스틱스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스틱스는 바다로 덮여 있었어."
클라크와 오토는 끄덕였다.
캡틴은 계속했다.
"명왕성의 킬리 할아버지는 그 흰 털북숭이 생물이 상대를 착각하게 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 또 오토도 지구인이라고 생각한 상대가 그 흰털 북숭이의 생물이라는 것을 발견했지. 그래서 어쩌면 자기들이 살고 있는 것을 위장하기 위해, 바다가 있는 것처럼 이쪽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캡틴은 그 역선 탐지기를 두 사람에게 다시 보여 주었다.
"나는 찌부러진 기계가 어떤 역선을 방사하고 있었는가를 조사해서, 대체로 그 가능성을 알아 내어. 그리고 그 역선을 알아 내는 탐지기를 서둘러서 만들었지. 그리고 여기 상공에서 스위치를 넣자, 아니다 다를까, 그 역선이 방사되고 있었던 거야. 역시 그 바다는 환상이었던 거야."
오토가 반론했다.
"그러나 이 위성은 지구인이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부터 바다로 덮여 있었어요."
캡틴은 끄덕였다.
"그대로다. 그러나 킬리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았나. 마법사들은 지구인이 와서부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말야. 마법사는 지구인이 왔기 때문에 자기들의 위성을 위장해 버린 거야."
오토와 클라크는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엷은 커튼과 같은 반투명의 것이 상공을 덮고 있었다.
오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서 모두 한 사람 남김없이 이 위성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인가!“
캡틴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아니, 한 사람도 남김없이 라는 뜻은 아니야. 적어도 단 한 사람은 착각이라고 간파하고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그림이다! 그래, 자이로 박사로 둔갑하고 있는 그림이 틀림없다. 이제는 속지 않는다!“
캡틴은 탐지기를 주의 깊게 보면서 재빨리 계산했다. 그리고 나서 오토에게,
"조금 서쪽으로 진로를 돌려라. 역선이 방사되고 있는 근원은 그쪽 방향이다. 반드시 거기에 마법사의 도시와 자이로 박사의 비밀 기지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클라크가 물었다.
"거기에 사이먼이 잡혀 있는 거죠?"
캡틴은 끄덕였다. 그리고 걱정되는 듯이 말했다.
"무사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이먼을 찾아 내어 구출하는 일이다. 고도를 최하로 내리고 속도를 늦추라."
30분 가량 가자, 산림 저쪽에 흰 돌로 된 많은 뾰족한 탑이 있는 것이 보였다.
뾰족탑 주위에는 가느다란 금속의 기둥이 모여 있고, 그 꼭대기에는 거대한 공이 붙어 흰 빛깔을 내고 있다.
캡틴은 말했다.
"착륙해라! 너무 접근하면 위험하다."
커밋 호는 거대한 칡의 밀림 속에 착륙했다.
주위는 조용했다.
캡틴이 말했다.
"자아, 저 부분을 정찰하자! 이런 장소니까 감시원을 남기지 않아도 되니까 모두 가자."
캡틴의 뒤를 오토와 클라크가 따랐다. 클라크의 어깨에는 이이크가 달라붙어 있었다.
오토는 클라크에게 불평을 했다.
"사이먼을 구출하러 간다는데, 이런 중대한 시기에 달의 개를 데리고 가는 거냐, 너는?"
클라크는 변명을 했다.
"이이크는 케이론에서 콜렛을 만나고 나서부터 좀 겁을 내고 있어. 그러니 두고 갈 수는 없어. 그리고 이이크는 절대로 방해는 안 돼."
"방해가 안 된다고? 너 같은 금속 덩어리도 나에게는 방해가 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클라크가 데리고 가는 게 좋겠어. 오토, 이이크가 남아서 커밋 호를 통째로 씹어버리면 곤란하잖아."
캡틴들은 흰 숲 속을 걷기 시작했다. 흰 숲은 머리 위의 3미터 정도나 솟아 있어 매우 기분이 나빴다. 때때로 털이 많은 작은 동물이 일행이 지나가는 길을 싹 가로질러 가기도 했다.
클라크의 어깨에 앉아 있는 이이크는 파란 가지를 물어뜯고는 씹기 시작했다.
클라크가 깜짝 놀라며 속삭였다.
"이이크가 식물을 먹다니, 처음이야."
캡틴이 말했다.
"그 가지에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야. 자, 가지가 부러진 데가 빛나고 있잖아. 이로써 마법사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솟아 있는 뾰족한 탑에 가까워짐에 따라 캡틴들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나아갔다.
캡틴은 희미하게 흰빛을 내는 가느다란 금속의 기둥 위에 있는 공을 보고 말했다.
"저것이 바로 이 위성이 바다에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역선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요트가 속삭였다.
"누군가가 있다!“
"풀 속에 숨어라!“
캡틴은 흰 풀숲으로 뛰어들면서 말했다. 클라크와 오토도 뒤따랐다.
캡틴은 살짝 머리를 내놓고 발소리가 나는 쪽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10명 정도의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틀림없이 흰 털북숭이의 마법사였다.
그 마법사들은 역시 흰털에 덮인 지구의 캥거루처럼 두 발로 깡충깡충 뛰는 동물을 타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스틱스인에 틀림없다.
아무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은 종족이다.
스틱스인의 안장에는 금속의 투망인 듯한 것이 있었다.
캡틴은 말했다.
"사냥을 가는 것인가? 틀림없이 지금 타고 있는 것 같은 동물을 잡아서 길들일 거다."
스틱스인들은 세 사람 바로 앞을 지나 멀리 갔다.
캡틴들은 또 전진을 시작했다.
이윽고 칡나무 아래로 스틱스인의 도시가 똑똑히 보이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 도시는 그다지 크지도 않고, 어디나 낡은 석조 건물뿐이다. 도시 사이를 흰 털북숭이 스틱스인이 오가고 있다. 그 중의 몇 사람은 깡충깡충 뛰는 동물의 등에 타고 있었다.
캡틴은 허리의 벨트에 손을 붙은 채 각오한 듯이 말했다.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장치를 사용하여 저기 갔다 오겠어. 그리고 사이먼들을 구출해 올 테니까,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주게."
오토가 반대했다.
"그것으론 10분도 가지 못해요. 저기까지 절반도 못 가서 모습이 드러나고 맙니다!“
"걱정 마.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니까."
캡틴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클라크의 어깨에 앉아 있는 이이크가 무서운 듯이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텔레파시로 무엇인가 느낀 것이다.
캡틴은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생물을 타고 있던 10여 명의 스틱스인들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스틱스인이다, 조심해라!“
캡틴은 이렇게 외치면서 얼른 프로톤 총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이미 스틱스인들이 와락 달려들었다. 그리고 투망을 캡틴들을 향해 던졌다. 상대를 마비되도록만 하는 세기로 맞춘 프로톤 총을 사용하여, 캡틴은 즉시로 두 사람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이미 투망이 공중에 크게 퍼지고 있었다. 투망은 캡틴과 클라크와 오토의 세 사람 위로 떨어져 내렸다.
더욱이 두 번째, 세 번째의 투망이 그 뒤를 이었다.
 
캡틴과 자이로 박사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었다.
오토가 화가 나서 외쳤다.
"털북숭이놈들, 우리들을 물고기처럼 그물로서 잡으려 하다니! 그 물고기가 어떤 것인지 그물에서 나오면 알려 주겠어!“
캡틴은 오토에게 말했다.
"침착해, 오토. 이 그물은 아무리 해도 찢지 못해. 이중 삼중으로 씌어졌으니까. 기회를 기다리자. 반드시 올 거다."
이렇게 격려는 하지만, 캡틴은 이처럼 간단히 생포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클라크는 걱정이 되는 듯 말했다.
"캡틴, 이이크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이크는 스틱스인이 나타나자 몸을 날려 숲 속으로 숨어버렸다.
오토가 노려보면서 내쏘았다.
"이 판국에도 달의 개 이이크를 걱정하고 있는 거냐! 사이먼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는가. 태양계 정부가 쓰러져 가고 있는 데도 걸핏하면 이이크, 이이크야!"
캡틴은 쓴웃음을 지으며, 클라크를 위로했다.
"이이크는 잡힌 것이 아니니까, 어떻게 혼자로도 잘할 거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들보다 나은 형편이 아닌가."
스틱스인들은 강제로 캡틴들을 나직하고 튼튼한 건물의 둥근 방에 넣었다.
거기에는 예상한 대로 세 명의 사나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세 명이라는 것은 물론 자이로 박사와 형무소를 탈주한 작은 사나이 로지, 큰 사나이 카라크였다.
캡틴들이 자이로 박사 앞에 끌려오자, 자이로 박사는 우선 스틱스인을 칭찬했다.
"이놈들을 생포하다니, 큰 공을 세웠다. 잘 했다! 이놈들은 너희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적이다. 자, 가도 좋아. 이제는 우리가 맡겠어"
스틱스인들은 방을 나갔다. 캡틴은 얼른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죽 늘어선 고라사이트제의 투명한 큰 케이스 속에 행방불명이 된 과학자들이 마치 냉동되어 있듯이 서 있는 것을 알았다.
케이스 중 하나에는 존도 있었다. 존은 캡틴 쪽으로 눈을 돌린 채로 굳어 있었다.
캡틴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케이스의 옆에 아직 살아 있는 뇌 사이먼도 있었다.
오토도 곧 알아차렸는지 소리쳤다.
"사이먼, 놈들이 당신을 고문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러나 사이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
다만 그 렌즈의 눈은 의미 있게 발성 장치 쪽을 보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 것이 틀림없다.
검은 옷을 입은 자이로 박사는 캡틴에게 크고 거만한 소리로 말했다.
"겨우 마주볼 수 있게 되었구나, 캡틴 퓨쳐!“
캡틴은 분노의 눈으로 노려보면서 차갑게 대꾸했다.
"마주볼 수 있게 될 것은 이게 처음은 아니야."
"전에 만났을 때는 지금처럼 착각을 이용한 변장이나 목소리를 만들어 하지는 않았었지."
오토와 클라크, 그리고 로지와 카라크도 이 두 사람의 대결을 침을 삼키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쪽의 자이로 박사는 이제 태양계 정부를 탈취하려는 괴인이며, 저쪽의 캡틴 퓨쳐는 태양계를 몇 번이나 구원한 정의의 사나이다. 자이로 박사는 여전히 거만한 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너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었어. 네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작은 사나이 로지가 울부짖듯 소리쳤다.
"지금도 안심해서는 안 되요. 이놈이 살아 있은 동안은 결코 안심할 수 없어요. 자, 지금 당장 해치워야 해요!"
자이로 박사는 머리를 내저었다.
"그건 안 돼! 스틱스인들은 우리들이 이미 사람을 둘이나 죽인 것을 몹시 언짢게 생각하고 있어. 더 이상 살인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로지, 걱정할 건 없잖아. 이놈들도 '원수의 집'의 진열품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니까."
캡틴은 비웃었다.
"하고 싶으면 해도 좋아. 이런 시시한 진열품을 만드는 것으로 안심이 된다면 말이야. 명왕성의 탈타로스 천문대에서 오토들에게 사용한 가스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짓이 과연 더럽고 비겁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어."
캡틴의 욕설에 자이로 박사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태양계 정부의 지도자가 되고도 충분한 사람이다. 지금이야말로 태양계의 주민은 나를 지도자로 해야 한다고 정부와 맞서고 있지 않은가. 암흑성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캡틴은 엄숙하게 말했다.
"거짓말은 집어치워. 그것이 허위라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 자이로, 나는 암흑성의 정체를 알고 있다!"
"정체를 알고 있다니?"
자이로 박사는 몹시 놀란 모양이었다.
캡틴은 침착하게 끄덕이며 말해 주었다.
"알고 있었지. 암흑성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그것도 착각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야."
자이로 박사는 크게 놀라며, 캡틴을 노려보았다.
로지는 더욱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에 죽여버리는 것이 좋다고 하잖아요. 이놈은 악마보다 더 눈치가 빠른 놈입니다. 우리들의 계획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오토까지 큰소리를 질렀다.
"정말입니까, 캡틴?"
"정말이고 말고. 저렇게 크게 보이지만, 사실은 있지도 않은 거야. 태양계 밖에 우주선을 보내 몇 주일이나 걸려 천천히 돌아오게 한다. 그 우주선의 위에, 이 행성이 바다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장치를 싣고, 엄청나게 큰 암흑성이 가까이 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는 거야."
캡틴의 설명을 듣고 오토가 말했다.
"알았어요. 그래서 어느 천문학자도 그 암흑성의 질량을 계산했지만 제로에 가까웠던 거였군요."
"그렇다. 어느 천문학자도 알지 못하고 말았지만, 나는 금성의 천문학자 캔스 케인에게 부탁하여, 암흑성 주위의 항성의 위치를 관측하게 했어. 왜냐 하면 그 암흑성에 정말 질량이 있다면 아인슈타인 박사의 학설처럼 그 옆을 지나는 빛은 좀 구부러질 테니까. 빛이 구부러지면 항성의 위치도 조금 변하게 되지. 그러나 관측 결과 케인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짜 질량이 없는 것이 되고, 다만 환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추리를 하면 대답은 하나밖에 없어. 우주선에 장치를 실어 착각을 일으키게 한 것이라고."
자이로 박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캡틴 퓨쳐,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우수한 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나의 계획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암흑성이 있는 곳까지 가서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공격하지 않았지?"
캡틴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이야말로 망설였던 일이다.
"그렇게 하면 네게 잡혀 있는 살아 있는 뇌 사이먼이 위험하다. 그를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지."
자이로 박사는 비웃었다.
"동료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기 몸의 위험조차 외면했는가. 자기 몸만 위험하게 한 것이 아니지. 이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도 암흑성으로 위장한 우주선은 점점 태양계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당황한 주민들은 나를 지배자로 내세우려 하고 있는 거다."
여기서 자이로 박사는 다시 비웃으며 계속했다.
"내가 지배자가 되면 나는 단지 우주선을 태양계에서 멀리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계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지. 이 나의 착각을 일으키는 굉장한 힘을 이제부터라도 사용해 간다면 아무도 내게 반항하지 못한다."
캡틴은 경멸하듯 말했다.
"너는 지금 그 착각을 일으키는 힘을 네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가! 거짓말은 집어치워. 그 힘은 옛날 스틱스인이 발명한 것이지 않은가!"
"그것까지 알고 있는가. 그래도 어떻게 착각을 일으키는지, 그 비밀은 알지 못하겠지."
캡틴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웃기지 마. 그건 사물에 반사되는 빛을 바꾸는 역선으로 일으킨다. 보통 인간이 상대방에게 사람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그 사람의 몸에 광선이 부딪쳐서 보통 반사의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역선에 의하여, 인간의 몸에서의 반사 대신, 돌멩이로부터의 반사처럼 보이게 바꾸어 버리면 상대의 눈에는 인간이 아니라 돌멩이처럼 보이는 거다. 네가 그렇게 변장할 수 있는 것도, 스틱스인이 지구인으로 보인 것도, 이 위성이 바다에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인 것도, 모두 같은 이치다."
"너야말로 캡틴 퓨쳐다!“
드디어 자이로 박사도 손을 든 모양이다. 캡틴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 너는 어떻게 스틱스인을 한패로 해서 그 중요한 비밀을 캐냈는가?"
하고 물었다.
그리고 보니 스틱스인은 자이로 박사가 두 사람이나 사람을 죽인 일을 불미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시간을 끌어 스틱스의 지배자를 만날 수 있다면 자이로 박사의 음모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이로 박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알고 싶은가? 너는 사로잡힌 몸이다. 어차피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야기해 주지. 나는 이 위성에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전설에 이끌려 여기 왔다. 그리고 바다의 위장을 뚫고 보기 좋게 착륙했다. 그러나 곧 스틱스인에게 붙잡혔다. 스틱스인은 살인이나 전쟁을 몹시 싫어하는 종족이라 나를 귀중하게 취급해 주었어. 그들은 지구인에게 정복되어 식민지가 되지 않을까 해서, 바다에 덮여 있는 듯이 위장할 정도로 싸우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걸 이용하여 태양계를 지배하려고 생각했다. 지구인은 이 위장을 발견해 침략해 올 것이다. 그리고 스틱스인을 노예로 만들어 버릴 것이 틀림없다고 위협했지. 그걸 피하려면 스틱스인은 친구인 내가 이 태양계의 지배자가 되는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게 했지. 그래서 놈들은 착각을 일으키는 비밀을 나에게 건네 주고, 우주선의 건조를 도와 주었던 것이다. 그 밖의 일은 네가 상상한 대로다."
캡틴은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척하면서 사실은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윽고 그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스틱스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들에게 자이로의 흉계를 말해 줄 수 있다면.
"이놈은 당신에게 이야기를 시켜 시간을 끌기만 합니다. 리모르 왕이 옵니다!“
자이로 박사는 갑자기 긴장해서 말했다.
"이놈을 리모르 왕과 이야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서둘러서 그라사이트 케이스에 넣어 버려라."
로지와 카라크는 움직이지 못하는 캡틴을 들어서는 줄지어 있는 케이스의 하나에다 간단하게 처넣어 버렸다. 캡틴은 케이스가 닫혀지자 몸부림쳤다. 그 때문에 투망이 매우 느슨해졌다.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씨익하며 가스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찌르는 것 같은 냄새였다. 그리고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움이 등골을 타고 내려왔다고 생각하자마자, 온 몸의 힘이 빠지고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오토도 같은 운명이 되어, 케이스 안에서 꼼짝 못하게 되어 있었다. 로지는 클라크를 가리키며 물었다.
"로봇은 어떻게 합니까? 놈은 호흡을 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움직일 수 없게 할 수 있다. 이놈의 전기 신경 계통은 여기다."
하며 자이로 박사는 원자 권총을 들고, 클라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클라크의 목 아래를 겨누어 쏘았다.
즉시로 클라크의 광전 눈은 빛을 잃고 말았다.
그 때, 보석을 박은 벨트를 한 키 큰 사나이가, 스틱스인 몇 명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아마 리모르 왕인 것 같았다.
리모르 왕은 그 광경을 보고는 서투른 지구어로 말했다.
"또 포로인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 나는 이런 방법을 좋아하지 않아. 우리들은 이 가스를 병의 치료에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이로 박사는 점잖게 대답했다.
"이제 조금만 더 참아 주십시오, 계획이 성공하면 이놈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캡틴은 자이로 박사가 자기들을 자유롭게 놓아줄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리모르 왕은 발끈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포로의 일만이 아니다. 당신은 지구인과 명왕성인을 마구 죽이고 있다. 우리들은 피를 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종족이다. 나는 살인을 해서까지 당신의 계획이 성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도 피를 흘리는 일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이제 이 이상은 절대로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폐하, 내 계획이 실패하면 더 많은 피가 흐르게 됩니다. 지구인은 노예로 쓸 적은 숫자만 남기고, 나머지 스틱스인을 하나 남기지 않고 죽일 것이니까요."
자이로 박사가 이렇게 말하자, 리모르 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다. 당신의 말은 틀리지 않겠지. 그러나 빨리 계획을 끝내길 바란다."
"앞으로 5, 6시간 이내에 내가 태양계 정부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위성에 지구인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자 리모르 왕은 찌푸린 얼굴로 줄지어 있는 케이스를 언뜻 보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나갔다.
캡틴은 분했다. 리모르 왕과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자이로 박사의 음모를 즉시로 무너뜨리고, 스틱스인을 동료로 만들 수 있을텐데.
그 때, 로지가 텔레바이저가 있는 곳에서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박사! 화성의 뉴스 방송을 잡았습니다. 들어 주십시오."
스크린에 화성인 아나운서가 나타나서 매우 흥분한 투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제 어느 행성에서도 육안으로 똑똑히 암흑성이 보입니다. 태양계 최후의 날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정부를 자이로 박사에게 넘기라고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카슈 대통령은 만약 정부를 자이로 박사에게 넘겨도 이 위기가 구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캡틴 퓨쳐가 이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쓰고 있다, 캡틴 퓨쳐를 믿고 겁내지 말라는 현명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캡틴 퓨쳐의 이름을 꺼내도 사람들을 달랠 수는 없습니다. 금성과 수성의 행성 위원회는 자이로 박사를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안건에 찬성했습니다. 천왕성도 그것에 따를 것입니다. 몇 시간 후에는 다른 행성들도 찬성하게 될 것입니다."
텔레바이저의 스위치를 끄며, 자이로 박사는 뽐내듯이 외쳤다.
"드디어 나는 승리했다! 로지, 우주선을 준비해라. 착각 장치를 실은 우주선을 뒤쫓아 옮겨 타라. 만약에 모든 행성 위원회가 나를 대통령으로 할 것을 결정하면 암흑성의 진로를 조금씩 바꿔라. 그리고 내가 태양계의 위기를 구원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다."
자이로 타사와 로지와 카라크는 캡틴 쪽을 비웃듯이 보고는 서둘러 집을 나갔다.
캡틴은 어쩔 수 없이 다만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우주선이 이륙하는 발사음이 밖으로부터 들려왔다. 자이로 박사가 출발한 것임에 틀림없다.
캡틴은 분했다. 자이로 박사의 음모가 계획대로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캡틴은 음모를 저지할 수 없는 것이다.
 
암흑성을 추적하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깥이 어두워진 것으로 보아, 몇 시간이 지난 것은 틀림없다.
캄캄해지기 전인데 우주선이 되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자이로 박사를 그 암흑성에 보내고 되돌아온 것일 게다.
생각은 뻔한데 몸은 움직일 수가 없으니. 꼭 지옥에라도 있는 것 같았다.
카슈 대통령이 열심히 시간을 끌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것만 같다. 캡틴 퓨쳐가 어떻게 이 수수께끼를 풀어 주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는……
캡틴은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악문다. 이제까지도 몇 번이나 절체 절명의 위기를 뚫고 나왔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떤 방법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 때였다. 캡틴은 문틈으로 무엇인가 작은 것이 두려워하며 엿보는 것을 깨달았다.
이이크다, 달의 개 이이크다!
이이크는 어쩌다 도망치기는 했어도 자기들의 뒤를 쫓아온 것임에 틀림없다.
이이크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클라크를 보자, 기쁜 듯이 다가왔다.
그러나 클라크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알고는 슬픈 듯이 클라크의 얼굴을 할퀴기 시작했다.
순간 캡틴의 머리에 어떤 생각이 번득였다.
그렇다! 자기는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생각하는 일, 기도하는 일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이크에게 텔레파시로 명령할 수 있다.
캡틴은 힘차게 눈을 감고 마음을 집중시켜, 이이크를 마음 속으로 불렀다.
(이이크 이리 와라, 이리로.)
그러자 이이크는 갑자기 클라크의 얼굴을 할퀴는 것을 그만두고, 캡틴 쪽을 쳐다보았다.
잘 되었구나! 캡틴은 다시 텔레파시로 이이크에게 명령했다.
(이이크, 이리로 와라!)
이이크는 천천히 캡틴이 들어가 있는 그라사이트의 케이스 쪽으로 걸어왔다.
(이이크, 이 케이스의 밑을 씹어 보아라. 네가 좋아하는 귀금속이 많이 들어있다. 맛있게 먹어 봐라!)
이이크는 순간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라사이트의 케이스의 밑바닥에 코를 비볐다. 그러나 곧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캡틴은 필사적으로 불렀다.
(참 맛있다! 먹어 봐라.)
마침내 이이크는 뾰족한 입으로 씹기 시작했다. 끌처럼 날카로운 이빨이다. 간단히 씹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이크는 문득 씹는 것을 그만두고 성난 것처럼 캡틴을 지켜보았다. 맛있다고 했는데, 조금도 그렇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캡틴은 초조하게 되풀이했다.
(더 깊이 씹어 보아라. 그러면 가장 좋아하는 은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씹어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으나, 아무튼 해 보자는 듯 이이크는 다시 한번 씹어 보았다.
그와 동시에 씨익 하고 가스가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이크는 이렇게 맛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는 듯 캡틴을 보았다.
(됐다, 고맙다, 이이크!)
가스가 빠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캡틴은 다시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캡틴은 투망을 벗길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되었다. 곧 케이스의 문을 비틀어 열고 밖으로 나왔다.
캡틴은 곧 오토가 들어 있는 케이스에 다가가서 비틀어 열었다.
오토는 자유롭게 되자, 거칠게 중얼거렸다.
"나는 영원히 이 속에 처넣어진 채로 있게 될 줄만 생각했어요. 이 원수는 꼭 갚겠어!“
뒤이어 구출된 존은 울먹이면서 말했다.
"오 캡틴, 당신이 반드시 구출해 주리라고 믿고 있었어요!"
"존, 오토를 도와서 다른 사람들을 꺼내 주지 않겠어?"
캡틴은 이렇게 말하고, 자기는 살아 있는 뇌 사이먼에게 다가갔다. 몸을 굽히고 발성 장치를 수리했다. 곧 접속이 되었다.
사이먼은 말했다.
"잘 했어, 커티스. 그러나 이제는 늦은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커밋 호로 쫓으면 이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그 전에 클라크를 구출하지 않으면……"
캡틴은 곧 클라크의 목의 덮개를 벗기고 전기 신경 계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트에서 공구를 꺼내서 절단된 배선을 주의 깊게 이었다.
그 순간, 클라크와 광전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덜컥덜컥 소리를 내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캡틴? 어떻게 케이스에서 나왔나요?"
"이이크 덕택이야. 케이스를 씹도록 텔레파시로 부탁했지."
이이크는 벌써 클라크와 어깨에 기어올라가서 즐거운 듯이 촐랑대고 있었다. 클라크가 큰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이라고? 좋아, 상으로 먹고 싶은 대로 은을 먹여 주겠어."
그 동안에도 오토와 존은 케이스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꺼내어 자유롭게 해 주었다.
캡틴은 사이먼에게 말했다.
"곧 출발하자, 암흑성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우주선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 때 오토가 외쳤다.
"스틱스인들이 옵니다!“
"좋아. 곧바로 뛰어 커밋 호로 가자."
캡틴은 이렇게 말하며 자유롭게 된 천문학자들에게로 돌아섰다.
"당신들은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스틱스인은 당신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일이 성공하면 곧 돌아올 겁니다."
스틱스인의 한 사람이 입구에 나타났다.
케이스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온 것을 본 스틱스인은 놀라서 뒤돌아 소리쳤다.
"박사, 죄수가 도망쳤어!“
캡틴은 즉시로 출력을 가장 낮게 한 프로톤 권총을 쏘고는 클라크와 오토에게 외쳤다.
"가자! 존, 너는 사이먼을 데리고 와!“
존은 얼른 사이먼의 케이스를 들고 캡틴의 뒤를 쫓았다.
거리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서치라이트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 속을 털북숭이 스틱스인들이 와와 함성을 지르며 건물 쪽으로 몰려왔다.
캡틴은 외쳤다.
"뚫고 나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단, 권총의 출력은 최하로 내려라!"
캡틴과 오토는 상대방을 마비시킬 정도로 출력을 낮춘 권총을 사방팔방으로 발사하면서, 스틱스인 선두의 무리 속으로 돌진했다.
그 뒤에 사이먼을 안은 존, 그리고 후방은 클라크가 맡았다. 클라크의 목에는 이이크가 달라붙어 있다.
캡틴과 퓨쳐맨들은 점점 늘어나는 스틱스인들을 향해 필사적으로 프로톤 권총을 발사했다. 그래도 뒤에서 계속 쫓아오는 스틱스인들이 있으면 클라크가 주먹으로 쳐서 쫓아버렸다.
겨우 커밋 호가 있는 흰 숲에 닿았다. 그렇게 거리를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스틱스인이 전쟁을 싫어하는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캡틴들이 커밋 호에 도착하자, 발소리를 듣고 우주선 안에서 스틱스인 경비원 두 사람이 뛰어나왔다.
캡틴들은 즉시로 프로톤 권총으로 두 사람을 쓰러뜨리고 우주선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조종석에 뛰어들자, 캡틴은 사이클로톤의 기동 스위치를 넣었다.
"빨리 이륙해 줘요, 스틱스인들이 와요!“
오토가 재촉했으나, 캡틴은 싱긋 웃고 나서 조절판 레버를 열었다.
커밋 호는 튕긴 듯이 상승을 시작했다, 그리고 즉시로 반투명의 위장층을 단숨에 뚫고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스틱스의 표면에는 거센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눈부신 별의 한 가운데는 그 암흑성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캡틴은 그 방향으로 진로를 정확하게 잡았다.
"저 암흑성을 쫓아서 착각을 지워버리겠어! 태양계의 사람들에게 위기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려 주는 거다."
하고 캡틴은 외쳤다.
자이로 박사의 정체
 
커밋 호는 대단한 작은 흰 점으로 되고 그 대신 환상의 암흑성은 점점 커 갔다. 존이 큰소리를 질렀다.
"저것이 착각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진짜여요!"
캡틴은 싱긋 웃었다.
"저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곧바로 돌진해 보이겠어."
"괜찮겠지요?"
클라크가 걱정스럽게 말했으나, 캡틴은 마치 자폭이라도 하는 것처럼 암흑성을 향하여 스피드를 올렸다. 새까만 암흑성이 정면 가득히 앞을 막고 있었다. 검고 거친 표면이 눈앞에 다가왔다. 충돌한다!
존이 가느다란 비명을 올리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커밋 호는 그 새까만 표면에 마구 부딪치며 뚫고 나갔던 것이다!
아무런 충격도 없었다.
역시 암흑성은 환상이었던 것이다.
다만 반투명의 층이 어디까지나 커밋 호를 감싸는 것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캡틴은 그 중심부에 반짝이는 금속 덩어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것이 착각을 일으키는 근원인 우주선이다! 자이로란 놈은 저기 있다."
커밋 호는 급상승하여, 그대고 상대의 우주선을 향하여 급강하했다.
"오토, 프로톤 포 준비!“
오토는 눈을 빛냈다.
"우주 끝까지 날려버리겠어!“
"잠깐만, 스틱스인도 타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우주선 꼬리를 겨누어 움직이지 못하게만 해. 사격!"
급강하하여 가는 커밋 호에서 푸르고 하얀 광선이 휙 상대방 우주선의 꼬리를 습격했다.
"명중!“
요트가 손뼉을 쳤다.
꼬리의 분사관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적은 즉시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캡틴은 오토에게 명령했다.
"우주복을 입어라! 저쪽에 옮겨간다. 클라크도 따라와라!“
캡틴은 속력을 낮춘 상대의 우주선 뒤에 커밋 호를 바싹 붙였다. 속도를 같게 한 다음 자동 조종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토와 클라크를 데리고 에어록을 지나 우주 공간으로 나왔다. 재빨리 우주 유영을 하여 즉시 상대의 선체 한복판에 닿았다.
"에어록의 문을 열어라. 클라크."
캡틴은 우주복의 무전기로 외쳤다.
클라크는 명왕성의 위성에서 보여 준 것처럼, 손가락 중 두 개를 드릴로 바꾸어 몇 초도 되지 않아 금속제의 선체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 구멍에 손을 넣어 굉장히 센 힘으로 문을 비틀어 열었다.
캡틴 일행은 에어록 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서 캡틴은 스위치를 밀어 안쪽의 문이 열리자마자, 재빨리 클라크와 오토를 거느리고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기다리고 있던 원자총의 빔이 캡틴 일행을 습격했다! 자이로 박사와 로지와 카라크가 몇 미터 앞에 서 있었다.
세 사람의 뒤에는 5, 6명의 스틱스인이 몹시 떨면서 있었다.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온 것은 실로 순간의 일이었다. 원자총의 빔이 번쩍하는 순간 클라크는 캡틴을 옆으로 밀쳐 버렸다. 원자 빔은 캡틴 대신 클라크에게 명중했다.
그러나 클라크의 강철 가슴에서 단지 불꽃만 일어났을 뿐 그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캡틴은 이렇게 외치며 프로톤 권총을 발사하면서 앞으로 돌진했다.
"이놈아!“
자이로 박사는 미친 듯이 외치면서 캡틴을 향해 비어 있는 원자총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너무나 날뛰는 통에 캡틴의 프로톤 권총의 빔은 자이로 박사의 몸을 스쳤을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이로 박사가 엉망이 된 원자총을 흔들어대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잇던 프로톤 권총이 날아갔다.
이제 어쩔 수도 없었다. 캡틴은 재빠르게 자이로 박사에게 몸을 날리며 손으로 상대의 목을 졸랐다.
자이로 박사는 원자총으로 맹렬하게 캡틴의 머리를 계속 갈겼다.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을 뻔했으나, 캡틴은 손을 늦추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자기가 지게 되면 누가 태양계를 구할 것인가.
갑자기 자이로 박사의 미친 듯이 갈기는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이 맥없이 떨어져나갔다.
캡틴이 끝내 승리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로지는 오토의 프로톤 권총에 당하고, 키라크는 클라크에게 얻어맞아 쓰러져 있었다.
오토가 달려 왔다.
"박사 놈은 죽었습니까?"
캡틴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었다. 죽일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쪽이 죽게 될 뻔 했으니까."
상대가 아무리 지독한 악당이라고 할지라도 피를 싫어하는 캡틴은 얼굴을 돌렸다.
곧 마음을 가다듬고, 우주선 속을 둘러보았다. 캡틴에게는 아직 남은 일이 있는 것이다
떨고 있는 스틱스인들과 옆이 큰 원통형의 장치가 있었다.
캡틴은 스틱스인들에게 안심하라는 몸짓을 하며 가까이 갔다.
"너희들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곧 그 장치를 멈춰 주게. 지금 당장."
그것이야말로 환상의 암흑성을 만들어 내는 기계임이 틀림없다.
스틱스인들은 당황해 하며 장치인 레버의 스위치를 조작했다.
캡틴은 얼른 창 밖을 보았다. 그러자 순간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정도로 그 반투명한 것이 싹 사라져 버렸다.
캡틴은 자이로 박사를 죽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을 후회하면서도 싸움을 끝낸 기쁨을 느끼며 말했다.
"태양계의 사람들은 별안간 암흑성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므로 당황하고 있을 거야."
거기에 우주복을 입은 존이 사이먼을 안고 들어왔다.
존은 그 착각을 일으키는 장치를 벨트에 단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이로 박사를 보기 위해 왔다.
"자이로 박사는, 아니 그림은 죽었나요?"
캡틴은 무거운 마음으로 말했다.
"음, 그런데 이 사나이는 모피상의 그림이 아니야."
오토가 외쳤다.
"뭐라고요? 그럼, 누구란 말입니까? 형무소장 레인도 아니고, 로머는 죽었으며, 남은 것은 그림만이 아닙니까?"
캡틴은 대답 대신 자이로 박사의 벨트에 있는 장치에 손을 가져가더니 스위치를 돌렸다.
그러자 지구인을 능가하는 자이로 박사는 일순에 사라지고, 거기에는 중년의 그야말로 학자다운 사나이가 쓰러져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이런 일이? 커얼 로머는 이미 죽었는데요!“
캡틴은 더욱 우울한 듯이 대 답했다.
"그래 로머다. 로머는 죽지 않았다. 저 검게 그을린 시체야말로 실은 빅터 그림이었던 것이다."
어이없어 하는 모두에게 캡틴은 다시 우울한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자이로 박사가 레인임을 입증했던 그 흰 흙의 발자국이 반대로 레인이 자이로 박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그 전에도 말했었지. 그러면 남는 것은 그림과 로머, 두 사람뿐이다. 나는 그 시체를 조사하러 갔을 때, 시체의 주위에 포켓 텔레바이저 같은 잔재가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로머는 텔레바이저로 연락하고 있을 때, 원자총인가 그 어떤 것으로 당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시체는 누군가? 로머가 아니라면, 필경 그림이 아닌가. 그래서 그 시체는 그림에 틀림없다고 추리했던 것이다."
존은 눈이 휘둥그래져 가지고 듣고 있었다.
"왜 그림은 살해됐나요?"
"아마 빌린 창고를 조사하는 동안 그 비밀 터널을 발견했을 거다. 그래서 거기가 자이로 박사의 비밀 거처라는 것을 깨달은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로머는 그림을 죽이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기를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할 나쁜 흉계를 생각해 내었을 거야."
모두는 너무나도 훌륭한 캡틴의 추리에 탄복하고 말았다. 캡틴은 계속했다.
"더욱이 로머는 명왕성의 위성을 탐험했기 때문에 그 흰 흙을 입수할 수도 있었고, 로지와 카라크를 졸개로 끌어넣을 수도 있었지. 아무튼 로머는 나쁜 짓에는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나이다."
존이 말했다.
"이 악의 천재인 자의 음모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캡틴 당신이기 때문이어요!“
캡틴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퓨쳐맨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난 어느 날 저녁의 일.
명왕성의 탈타로스시의 우주 공항에서는 막 커밋 호가 이륙하려 하고 있었다.
캡틴과 퓨쳐맨은 에즈라 사령과 존과 금성의 천문 대장 켄스 케인과 작별 인사를 찬고 있었다.
캡틴은 말했다.
"케인 씨, 왜 우리들과 함께 가지 않나요? 커밋 호의 스피드라면 그렇게 멀리 도는 것은 아닌데요."
"그렇고 말고요. 나는 당신과 천문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는데."
사이먼이 이렇게 말하자, 케인은 천만에 라는 듯한 이야기 투로 말했다.
"나는 정기선으로 돌아가겠어요. 당신과 함께라면 또 어떤 사건에 휩쓸려 들어갈지 모르는 걸요."
그래서 모두 크게 웃었다.
행성 경찰의 본부 명령으로 남게 된 존은 슬픈 듯이 말했다.
"저도 함께 가고 싶어요. 그러나 새로운 위성과 스틱스인의 뒷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요."
캡틴은 끄덕였다.
"그렇고 말고. 그 사람들은 지나치게 다른 종족과의 교류를 경계한다. 내가 한 달이나 여기 남아 있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지만."
그러나 그 캡틴의 노력으로 겨우 스틱스인은 바다에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위장을 풀고, 태양계의 일원이 될 것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오토와 클라크는 또 이이크의 일로 시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캡틴은 싱긋이 웃고 말했다.
"지구에 되돌아가면, 사이먼과 둘이서 이 둘을 얌전히 있게 하는 방법을 실험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사이먼이 말했다.
"캡틴, 이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네 ."
그러자 작별이 섭섭한 듯 존이 말했다.
"끝내 작별이군요. 이것만은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어요. 태양계 전체의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어요."
캡틴은 곤란하다는 듯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천만에, 나는 다만 모험이 즐거울 뿐이야. 그럼 안녕. 다시 우주의 어딘가에서 만나요!“
에즈라 사령이 말했다.
"또 큰 사건이 일어나면 싫어도 만나게 돼."
이윽고 커밋 호는 굉장한 분사를 남기고 마구 상승해갔다.
존은 커밋 호가 별의 바다 저쪽으로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전송을 했다.
에즈라 사령은 위로하듯이 말했다.
"캡틴은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캡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캡틴도 말했듯이 이제 곧 만나게 되요."
"그건 알고 있지만."
존도 역시 우주 개발 경쟁이 심해지는 지금, 캡틴을 필요로 하는 큰 사건이 계속 잇달아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건에 자기도 가담하게 되면, 또 캡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캡틴과 퓨쳐맨은 저 북극의 거대한 신호가 부르면 반드시 출동할 것이다. 힘있고 믿음직하게 태양계의 사람들을 위해서 출동하는 것이다.
그 때는……
 
<끝>
 
우주괴인 자이로 박사
SF 세계명작 49
 
인 쇄      1977년 12월 10일
발 행      1977년 12월 15일
역 자      박홍근
조 판      이우 인쇄사
오프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이우 인쇄사
제 본      서문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록 제 2-213호
      전화 (26) 1975, (25) 7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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