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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우주 스테이션-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 작
2021년 09월 22일 20시 11분  조회:771  추천:0  작성자: 강려
 우주 스테이션
ISLANDS IN THE SKY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 작
 
아서 클라크
1917년 영국태생 . SF 작가, 과학 평론가로 과학 해설과 소설 다같이 유명하다. "화성의 모래" "마른 바다" "은하 제국의 멸망"등
 
편집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 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 이학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책머리에
 
우선 달나라 여행을 생각해 봅시다.
지구에서 우주 스테이션까지, 그리고 우주 스테이션에서 달나라로 갈 것입니다.
돌아올 때에는 역시 우주 스테이션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중력이 작은 달이나 화성에 오래 체류했다면 지구의 중력에 견딜 수 있게 몸을 익숙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이 소설은 이런 이야기를 쓴 것으로 거의 논픽션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중력과 무중력의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점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분명히 SF인데도 논픽션처럼 현실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까닭입니다.
이 우주 스테이션은 여러분을 위해 장래에 마련될 우주 스테이션에 대해서 알기 쉽게 소설로 쓴 것이지, 전문적 과학 해설서는 아닙니다.
그 시대의 한 소년의 눈을 통하여 우주 시대가 오는 것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소설로서도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차 례>
 
항공 퀴즈···················· 6
부모님은 반대·················· 13
테스트····················· 17
우주 공항···················· 24
인력이여 잘 있거라··············· 31
우주 스테이션에 도착·············· 36
첫 날······················ 42
우주 훈련생··················· 51
샛별호····················· 58
유성이다···················· 65
수수께끼의 우주선················ 70
우주 해적···················· 76
광선총····················· 81
우주 영화···················· 84
죽음의 반사경·················· 89
우주 스테이션의 두뇌·············· 94
밀항하자··················· 101
우주 병원··················· 105
도깨비 식물·················· 113
괴물의 세계·················· 119
비상 산소 마개를 열어라············ 125
끝없는 우주로················· 129
우주의 미아로················· 132
죽음의 무인 우주선··············· 137
우주 스테이션이여 잘 있거라!·········· 143
우주 호텔··················· 148
화성에서 온 소년················ 151
고통스러운 인력················ 158
모두들 안녕·················· 162
지구의 모습·················· 164
언젠가는 꼭 가리라··············· 169
 
무기 없는 세계
 
이상한 교수·················· 177
조각이 난 잉크병················ 181
초정신 동력·················· 186
반하우스 작전················· 191
굉장한 성과·················· 196
교수의 행방·················· 201
나도 싸우자·················· 205
 
작품 해설··················· 209
 
등장 인물
 
로이 마샬 : 우주 여행을 꿈꾸고 있는 16세의 고교생. 항공 퀴즈에 우승하여 드디어 우주 스테이션에 견학 가는데 성공한다. 인류 과학의 최고를 모아놓은 우주 스테이션에서 우주 훈련생들과 친구가 되어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다.
토일 대령 : 우주 스테이션의 사령관이며 전에는 우주 탐험대의 대장으로서 훌륭한 활약을 한 사람으로 훈련생으로부터 최고의 존경을 받고 있다.
티모시 벤튼 : 훈련생의 리더. 항상 침착하고 믿음직한 청년으로 곧 졸업한다.
로만 바우엘 : 훈련생으로 대단히 농담을 좋아해 다른 훈련생을 즐겁게 해 준다.
데크스 당칸 :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기 배우로서 우주 영화 촬영을 위해 우주 스테이션에 온다. 촬영 중 사고를 일으킨다.
존 무어 : 화성에서 태어난 소년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러 지구로 오는 도중 우주 호텔에서 로이와 알게 된다.
짐 아저씨 : 원자력 회사의 고문 변호사로 로이의 아저씨. 로이에게 우주 스테이션에 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도와준다.
 
 
항공 퀴즈
 
방송국의 큰 텔레비전 스테이지에 나서니 관람석에 꽉 들어 찬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나는 같이 나와 있는 다섯 사람의 출전자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리고 조금 마음이 얼떨떨해졌다.
다섯 사람 모두 '우승하는 자는 나다' 라고 자신에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짐 아저씨가 말씀해 주신 것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떠한 때도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라."
<아, 그렇다. 조바심을 내도 별 수가 없다. 지거나 이기거나 이것은 게임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관람석에서 요란한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사회자인 엘마 슈미트가 무대에 나타났다.
나는 지난 번 예선에서 저 슈미트 씨를 만났었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아는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텔레비전에 자주 출연하는 사람이라서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붉은 불이 켜지고 대회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텔레비전을 시청하시는 여러분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방청하러 오신 손님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사회를 맡고 있는 엘마 슈미트입니다. 지금부터 세계 항공 회사 제공의 항공 퀴즈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관람석에서는 요란한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그리고 무대의 사방에서는 눈부신 조명이 의자에 앉아 있는 출전자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여기에 출전하여 주신 6명의 소년은 이 퀴즈 콘테스트에 응모한 5,000명의 소년 로켓 클럽 회원 중에서 승리한 가장 우수한 소년들입니다. 이 소년들은 비행기와 로켓에 대해서는 소년 박사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최종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녁은 우승자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드디어 퀴즈가 시작되었다.
슈미트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문제를 내었다. 우리들은 20초 이내에 대답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돌아온 문제는 쉬운 것이었다.
제트기의 최고 상승 기록이 얼마냐 하는 문제였다.
"21,000미터입니다."
라고 나는 곧 대답했다.
딴 소년들도 모두가 쉬운 듯 곧 대답하고 있었다. 맞는 대답을 하면 뒤에 있는 득점판에 불이 들어온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갔다. 골똘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이 몇 점을 득점했는지 득점판을 보고 있을 겨를도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기어이 나는 하나 틀려서 한 점 감점이 되고 말았다. 나 외에도 틀리는 소년이 있었으나 뉴워싱턴 대표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침착해야겠다, 침착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얼떨떨해지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대답하고 있는 동안에 이제 몇 문제 남지 않았다.
"자, 이제는 최종 문제입니다. 일 초 동안에 비행기 또는 로켓의 사진을 스크린에 비출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 동안에 어떤 형의 비행기인지 또는 로켓인지를 맞춰 주시면 됩니다. 준비되셨습니까?"
라이트가 스르르 꺼졌다. 우리들의 뒤쪽의 스크린에 계속 사진이 비치기 시작했다. 1초라면 대단히 짧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1초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긴장되어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됐다 라고 생각했다.
비친 사진은 100년 전의 아직 프로펠러를 사용하지 않던 시대의 비행기가 많았다. 나는 그전부터 역사를 대단히 좋아했다. 비행기의 역사도 상당히 공부해 놓았다. 그래서 구식 비행기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알고 있는 편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거의 딴 소년들은 실패하였다. 뉴워싱턴 대표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 소년은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던 비행기의 선조 라이트 형제의 복엽 비행기를 몰랐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 사진이 비쳤다.
"독일의 비행정입니다. 세계 최초의 대형 비행기입니다."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것은?"
사진이 바뀌어졌다. 그것도 아는 것이었다.
"B-52형 폭격기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슈미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 대회장의 조명등이 일제히 켜졌다. 나는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반갑습니다. 로이 마샬 군! 당신은 세계 항공회사 퀴즈에 우승하였습니다. 이리 나와 주십시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슈미트 앞으로 걸어 나갔다.
텔레비전의 카메라는 일제히 나를 따르고 있었다.
슈미트가 내 손을 잡아 번쩍 드니 대회장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로이 군은 본 퀴즈에서 우승을 했으므로 세계 어디든지 무료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뜻밖의 일에 입안이 바싹 마르고 얼떨떨했다. 정말로 우승한 것이다. 꿈같이 생각했던 것이 실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로이 군, 어디에 가고 싶은가요? 남극에서 북극 사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자, 희망을 말해 보십시오."
대회장은 또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용감하게 말했다.
"우주 스테이션에 가고 싶습니다."
그 순간 슈미트의 얼굴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더니 곧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나를 보았다.
대회장의 사람들 중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다. 내가 장난기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슈미트는 웃었다.
"하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요. 그러나 로이 군, 이 여행은 특별한 상으로 지구상에 한한 것입니다. 규칙을 지켜 주십시오."
모두가 와아 하고 웃었다.
그러자 도리어 용기가 났다. 나는 큰 소리로 짐 아저씨가 가르쳐 주신대로 말했다.
"나는 규칙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규칙에는 어디에라도 '지구의 표면'이라고는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지구의 어디라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스테이션에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슈미트는 웃음을 그치고 진지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대회장의 모든 사람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
"2054년에 미국은 세계 각국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지구의 영공 1,000 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우주 스테이션은 지구에 속한다고 협정서에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 1 우주 스테이션은 지구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슈미트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묘한 얼굴을 했다.
"로이 군! 아버님이 혹시 법률가가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슈미트가 그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법률가가 아니면 우주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나이 어린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게 되면 짐 아저씨에게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슈미트는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나를 설득시키려고 하였다. 세계 항공 회사에서는 우주 스테이션에 간다는 것은 전연 생각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래도, 나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더욱이 대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나의 편이 되어서,
"로이 군, 잘 한다!"
"세계 항공 회사는 약속을 지켜라!"
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만약 나의 희망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세계 항공 회사는 완전히 신용을 잃고 말 것 같았다. 드디어 슈미트는 굴복하고 말았다.
"로이 군은 정말로 머리가 좋은 소년이군! 좋습니다. 로이 군이 말한 대로 제 1 우주 스테이션까지 여행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대회장에서는 요란한 박수 소리와 환성이 뒤범벅이 되어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풀이해서 오직 한 가지 생각만 계속했다.
<드디어 우주 스테이션에 가게 되었구나!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우주 스테이션에!>
 
부모님은 반대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오늘 일을 이미 텔레비전을 보시고 알고 계시는구나 하고 느꼈다.
"로이, 이리 좀 온."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아버지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에게 한 마디도 의논을 하지 않고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로이!"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저는 무리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주 여행은 지금은 이미 절대 안전합니다. 우주 스테이션까지 가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입니다."
"어른으로서는 그러하다. 그러나 너는 아직 어린애가 아니냐?"
"저는 이미 16세입니다. 어린애가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옆에서 말씀했다.
"그러나, 그렇게 먼 곳에......."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어머니, 아프리카에 가도 5,000이나 6,000킬로미터가 되고, 남아메리카의 혼 곶(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길게 쑥 내민 육지)과 오스트레일리아까지는 1만 킬로미터 이상이 됩니다. 그런데 제 1 우주 스테이션은 단 800킬로미터 하늘에 오르는 것뿐이니 생각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나는 열심히 설명하고 부탁도 드렸다.
우주 여행이 시작된 지가 벌써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지구를 떠나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의 부모님도 역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정말 너의 우주열에는 손을 번쩍 들었다. 어릴 때부터 그러길래 그러나 좀 자라면 달라지리라 생각했더니 점점 더 적극적이구나."
아버지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도 말씀하셨다.
"정말로, 어째서 하늘에 올라가는 것을 그렇게 재미있어 할까? 지구에 있는 것이 더 즐겁다고 엄마는 생각하는데......?"
"어머니는 모르셔요. 지구는 우리들이 태어난 고향입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것은 틀림없지만 인류는 언제까지나 지구에만 눌러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신천지를 찾아서 지구를 떠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미국 사람의 조상들도 그러셨죠. 먼 유럽에서 새로운 대륙을 찾아서 아메리카를 개척했으니까요."
"로이, 너는 아무래도 완전히 짐에게 걸려들고 말았구나,"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짐 아저씨는 아버지의 동생이었다.
나는 짐 아저씨에게 염려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얼른 말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짐 아저씨는 단 내게 지혜를 빌려 주셨을 뿐입니다."
"봐라. 그렇지 않니? 정말 곤란한 분이시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자, 오늘 저녁은 늦었으니까 자거라. 이 문제는 좀 더 침착하게 생각하기로 하자. 알겠느냐, 로이?"
그래서, 그 날 저녁의 꾸중은 그것으로 끝났다.
나는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인사 드리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방은 로켓 발사 광경의 사진과 행성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내가 만든 로켓과 우주 스테이션의 모형도 있다.
나는 보통 때와 같이 책 옆에 두었던 천체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망원경은 푼돈을 저축하여 부품을 사서 나 혼자 조립한 자랑거리의 하나다. 나는 별이 총총한 하늘에 망원경을 조정하였다.
밤하늘에 총총 빛나고 있는 별들을 보고 있는 동안 아름다운 테를 쓴 토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성은 언제 보아도 굉장했다.
희미한 별들 중에 좀 다른 것이 하나 보였다. 극히 작고 계란형의 별이다. 잘 보고 있으니 그것이 천천히 지구의 둘레를 돌고 있었다.
그것은......그렇다! 우주 중계 스테이션 제 2호다.
8개의 우주 스테이션 중의 하나로, 하루에 지구를 네 바퀴 도는 것이다. 내가 갈 수 있을는지 모른다. 제 1 우주스테이션보다 더 멀리에 있다.
<지금 저 우주 스테이션에 가 있는 과학자도 틀림없이 이 지구상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또 마음이 울렁거렸다.
<과학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거기서 보는 지구와 우주는 어떨까?>
한참 동안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우주 스테이션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우주 스테이션은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잠깐 보고 있는 사이에 빨갛게 변화하는가 하면, 점점 빛이 희미해져 갔다. 몇 초 동안에 우주 스테이션의 모습은 캄캄한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구의 그늘로 들어간 것이다. 즉, 우주 기지는 밤이 된 것이다.
거기에 과연 내가 갈 수 있게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망원경을 놓고 침대로 갔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와 다투는 꿈을 꾸었다.
 
테스트
 
다음 날 나는 짐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짐 아저씨는 어떤 큰 원자력 회사의 고문 변호사이다. 그 회사의 일로 아저씨는 우주 여행을 여러 번 했다. 화성에 세 번, 금성에 한 번, 달에는 일 년에 네 번쯤은 갔다 오신다.
나의 말을 듣더니 짐 아저씨는,
"뭐라고? 형님이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좋아, 아저씨에게 맡겨 둬라. 2~3일 내로 잘 얘기할 테니."
부탁도 않은 말씀까지 해 주셨다.
며칠 후 짐 아저씨는 나의 집에 오셨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를 설득시켰다. 나는 짐 아저씨가 하늘 같이 높고 고맙게 보였다. 그리고 4~5일 후에 세계 항공 회사에서 편지가 왔다. 퀴즈 우승자의 특상으로 우주 스테이션에 가는 것을 허가한다고 정식으로 서류를 보내온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첨가해서 두 가지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 하나는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을지를 조사하는 특별 테스트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테스트에 떨어지면 우주 여행을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님의 일은 잘 되게 되었다. 어머니는 마지못해 여행 신청서에 사인을 하셨다. 다음 문제는 테스트 뿐이었다.
테스트는 존스 홉킨즈의 우주 의학 연구소에서 하게 되어 있다. 그 날 나는 부모님의 전송을 받아 가며 뉴욕 공항에서 출발했다. 탄 것은 회전 날개가 두 개 붙어 있는 대형 제트 헬리콥터였다. 한 번에 200명은 쉽게 탈 수 있었다.
나는 창 밑을 내려다봤다. 눈이 닿지 않는 먼 곳까지 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이 대 평야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까지는 수 백만 평방 킬로미터나 되는 대농장이었다.
그리고, 농장에서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농장은 20세기 말경에는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 인공 식료가 공장에서 계속 제조되었고 바다에서도 식품을 얻을 수가 있었다.
농장이 없어진 뒤에는 옛날 같이 수풀과 초원으로 부활되었다. 사람에 쫓겨서 숨어살던 동물들도 되돌아왔다.
그리고 아주 옛날 미국의 인디언이 살던 시대와 같은 대평원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나는 초원에서 들소의 무리가 천천히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았다.
1시간쯤 되어 존스 홉킨즈에 다다랐다. 우주 의학 연구소는 굉장히 크고 흡사 한 개의 도시 같았다.
나는 갑작스럽게 걱정이 되었다.
콘테스트에서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는 것보다 더욱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퀴즈 같으면 첫 문제쯤 틀려도 다음에 만회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의사가 단 한 번만이라도 틀렸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일생 우주 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맙게도 우주 의학 연구소 의사들은 모두가 친절하고 명랑했다.
그 덕택에 나는 침착성을 되찾게 되었다.
테스트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신체 검사, 또 하나는 멘탈 테스트(지능 검사)였다.
신체 검사는 항상 학교에서 받고 있어서 대개 같았으나 놀랄 정도로 세밀했다. 귀의 검사에는 특별한 음향 실험실이라는 곳에 넣어서 머리에 우주모 같은 것을 씌워 아주 가냘픈 소리를 구분하게 했다.
눈의 검사는 코를 만져도 모를 정도의 매우 어두운 시력 실험실에서 희미한 빛의 색깔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곤란한 것은 조그만 의자에 앉히고 빙글빙글 돌리는 테스트를 받을 때였다. 눈이 핑핑 돌아서 의자에서 내렸을 때는 넘어질 뻔했다. 속이 울렁거려 곧 토할 것 같았다.
<이것으로 불합격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었다. 시험관인 의사는 나의 파란 얼굴을 보고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한 테스트를 받고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도리어 신체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소년은 정상이다. 합격!"
이것으로 신체 검사는 끝났다.
그 다음은 멘탈 테스트였다. 벌벌 떨면서 담당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니, 갑자기 머리에 전선 같은 것을 휘휘 감아서 매주는 것이었다.
"잘 주의해서 듣거라, 로이."
시험관은 얼떨떨한 나를 보고 말했다.
"이번에는 너는 혼자 남는다. 그리고 불을 꺼서 어둡게 한다. 이쪽에서 지시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기만 하면 된다. 지시하면 하는 대로 해야한다. 알겠니?"
말이 끝나자마자 방이 캄캄해졌다. 이윽고 주위는 글자 그대로 암흑이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늘고 긴 붉은 광선이 앞쪽에서 흘러오고 있었다.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저쪽 방의 빛이 보였다.
<저 방에 무엇이 있을까?>
어디엔가 장치한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앞문을 넘어 와서 곧 서라."
나는 걷기 시작했다. 빛은 약하고 머리에 감겨 있는 전선이 마루 바닥에서 끌려오기 때문에 대단히 걷기 힘들었다.
문을 넘어서 걸음을 멈추는 순간 문이 철컥 닫혔다. 빛이 사라지고 사방은 또다시 캄캄해졌다. 오랜 시간 거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사실은 10분 정도였겠지!
나는 살며시 휘파람을 불어 보았다. 소리의 울림으로서 방의 넓이를 알려고 생각했다. 대단히 넓은 방 같았다.
갑자기 불이 켜졌다. 눈이 부시어 뜰 수가 없었다. 테이블이 있고, 책상도 있었다. 텔레비전이 있어서 그 저 쪽에는 나와 닮은 소년이 한 사람 서 있었다.
<이 방은 뭔가 이상하다?>
방 전체의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하였다.
<아, 아!>
나는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의 몸은 마룻바닥에서 5미터나 되는 공중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왈칵 넘어져 가고 있었다.
<넘어진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몸은 바람을 일으키고 거꾸로 넘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라도 마룻바닥에 부딪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았다.
나는 조금 전 바로 그 장소에 서 있었다.
<마술에 걸린 건가?>
라고 생각했을 순간 그 이유를 곧 깨달았다. 내가 넘어졌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은 실은 눈앞에 있는 큰 거울에 비친 나의 상이었다.
거울은 45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내가 천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실제는 벽이고 내가 똑바로 마룻바닥에 서 있었는데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가라!"
그때 또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앞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의 착각이라고 알고 있어도 나아가면 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되어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런 짓을 하다가는 불합격이 되겠다.>
나는 결심하여 마룻바닥 위를 기었다. 그러고 두 손과 두 발과 무릎을 써서 앞으로 나아갔다.
거울을 보니 수직된 벽이 딱 들어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몸 전체에 땀이 흘렀다. 2, 3미터 나아갔을 때 나는 또 고함을 지를 뻔하였다. 눈앞의 방이 빙글 1회전하고 이번에는 나의 발 밑에 있었다. 거울의 각도가 변해졌다.
나는 모든 힘을 다 해서 어떻게든지 방 저쪽으로 가려고 했다. 겨우 방 끝에 다다르게 됐을 때는 땀이 온 몸에서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어떠냐? 놀랬지?"
뒤쪽에서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그 시험관이 빙긋이 웃으며 서 있었다. 손에 긴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테스트는 끝났다. 소년의 머리 속의 반응은 그 전선을 통하여 모두 이 테이프에 기록되었다. 지금부터 이 테이프를 조사하여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결정한다. 왜 이런 테스트를 했는지 알겠느냐?"
"예....... 조금은 알겠습니다. 무중력 상태에 있을 때의 테스트이지요?"
내가 대답하니 시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위치 측정 테스트라고도 한다. 우주로 가면 위아래가 없게 되고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래도 거기에 익숙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우주에 가지 못하는 거다."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도중에서 두 번이나 고함을 지를 뻔했으니 불합격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쩐지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단 30분밖에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흡사 10시간이나 기다린 것 같았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시험관의 얼굴을 보자 나는 합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험관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잘 되었다. 로이, 너의 성적은 우수하다. 테스트는 모두 합격이다."
 
우주 공항
 
그로부터 3일 후 나는 제트 여객기를 타고 뉴기니 섬을 향해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퍽 많이 해 봤으나 혼자서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여객기의 스튜어디스가 굉장히 친절하게 해 주어서 조금도 심심하지가 않았다. 일이 없을 때는 여러 가지로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다.
뉴기니 섬의 큰 산맥 모습이 수평선 저쪽에서 보였을 때 나는 스튜어디스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로이, 저 산맥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어?"
"예, 해발 5000미터입니다."
"옛날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뒤떨어진 곳이었는데, 우주 여행이 시작되고 나서 갑자기 중요한 곳이 되었지. 왠지 알아요?"
"예, 뉴기니 섬이 적도 바로 곁에 있기 때문이죠. 적도에 가까우면 지구 자전의 속도, 즉 시속 1,600 킬로미터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는데 우주선이 날아오를 때는 그만큼 스피드가 이익이 되니까요."
나는 좋아하는 문제라서 쉽게 대답했다.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또 있는데......?"
"예, 산이 높기 때문이죠.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를수록 공기가 희박하죠. 그래서 우주선이 받는 공기의 저항이 적어지거든요."
"좋아요. 또 하나는?"
"또 하나?"
"그래, 왜 태평양 한 가운데의 뉴기니 섬에, 그것도 그 높은 산중에 우주 공항을 건설했는가를 생각해봐요."
"예? 아, 그렇지! 우주선이 출발할 때 굉장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죠. 우주 공항의 주위 수 십 킬로미터에는 그 소리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거든요. 그리고 연료 탱크를 버리기에는 넓은 태평양이 있어서 편리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뉴기니 섬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이윽고 솟아오른 높은 산 사이에 목적지인 우주 공항 '포트 고다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로켓을 발명한 고다드 박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공항이다.
산 사이에 하얗게 보이는 직사각형의 평평한 곳이
바로 그 공항이었다.
원자력으로 높은 산을 폭파시켜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그 둘레는 열대의 정글이 꽉 들어차 있었다.
제트 여객기는 저공 비행으로 나아갔다. 지상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격납고와 건물이며 로켓 발사장 등이 보였다.
드디어 여객기가 가볍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미 활주로를 달리고 있었다. 여객기를 내려서 높은 산의 차갑고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기어이 우주 여행의 출발점에 도착한 것이다. 신문 기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둘러쌌다.
"로이 마샬 군이죠? 어떤가요? 처음인 우주 여행의 감상은!"
그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할 줄 몰라서 꾸물거리고 있으니 딴 사람이 다시 물었다.
"무섭지 않은가요?"
"무섭지는 않지만......, 그러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대답하자, 모두가 와 웃었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카메라맨이 찰칵찰칵 사진도 찍었다.
우주선에 타기 전에 아직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었다. 첫째로 극히 엄밀하게 체중을 달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붉은 색의 알약을 받았다. 그것은 우주 여행 도중에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약인 모양이었다.
그 후 조그만 트럭이 나를 데리러 왔다. 발사장에 도착해 보니 승객은 나 혼자였다.
여객 우주선이 출발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모이지만 오늘 출발하는 것은 화물 우주선이라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탈 우주선은 시리우스 호였다.
물론 봄의 밤하늘에 빛나는 큰개자리의 으뜸가는 별인 시리우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시리우스 호는 이미 발사대에 끌어올려져 그 뾰족한 앞부분은 하늘을 직각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체의 아래쪽에는 큰 삼각형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이 날개는 지구에 되돌아올 때 공중을 활강해서 날아올 때 필요한 것이다.
나는 시리우스 호를 쳐다보았다. 우주선으로서는 작은 편이나 나에게는 정말로 굉장히 크게 보였다.
"자, 로이! 이쪽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라."
갑자기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뒤돌아보니 우주 비행사의 정복을 입은 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발사대의 엘리베이터를 타자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시리우스 호의 금속제 몸통 옆에 엘리베이터는 가벼운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포트 고다드 공항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원의 한 쪽에는 공항의 빌딩과 연료 탱크와 큰 창고 그리고, 공항, 제트기와 헬리콥터 등이 사용하는 비행장이 보였다. 그리고 아주 옛날 그대로의 산맥과 대 밀림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멈추었다. 그러자 시리우스 호의 몸통 일부가 천천히 열리더니 엘리베이터의 사이에 통로가 생겼다. 나는 통로를 걸어서 시리우스 호의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록(바람막이)을 지나서 밝은 전등이 켜진 선실에 들어가니 조종석에는 한 사람의 비행사가 남아 있었다.
"손님입니다. 선장님."
나를 데리고 온 비행사가 말했다.
선장은 일손을 멈추고 뒤돌아보더니,
"소년이 유명한 로이냐? 그래, 정말 똑똑하게 생겼군. 우주선에는 이번이 처음이라지?"
하고 물었다.
"예."
"걱정할 것은 없어. 우주선을 겁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좌석에 앉아서 안전 벨트를 매고 태연스럽게 있으면 단숨에 우주 스테이션까지 가버린다. 발사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다."
나는 조종석의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푹신푹신하고 긴 의자 같은 좌석인데 대단히 편한 좌석이었다. 그러나 태연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였다. 흥분이 된 모양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끝없이 넓은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은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그것이 지금 실현되려고 하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1억 마력의 힘을 가진 이 우주선이 나를 태우고 저 먼 하늘의 대기권 밖으로 날아갈 것이다.
나는 조종실을 두루 살폈다. 대체적인 모습은 지금까지 텔레비전과 사진으로 여러 번 보아와서 어떤 기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 가도 대개 알고 있었다.
비행사는 무전으로 발사 사령탑과 타협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점점 다가오는 출발의 시각을 알리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 왔다.
"발사 15분 전!"
"발사 10분 전!"
"발사 5분 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텔레비전과 영화로서 여러 번 보아왔지만, 이번에는 딴 사람의 일이 아니고 자신이 주인공의 한 사람인 것이다.
선장이 외쳤다.
"자동 조종으로 바꿔라."
그리고 붉은 큰 스위치를 넣었다.
"자, 이것으로서 안심이다. 나머지 한 시간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자동 조종 장치가 우주선의 조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비행사는 우주선이 예정대로 날고 있는가 어떤가를 주시하고 있으면 된다. 단 자동 조종 장치가 틀렸을 때는 곧 조종을 인계 받을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연결 램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주선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종사 앞의 레이더 스크린에는 가로 세로 비스듬하게 직선이 교차되고 있었다. 나란히 있는 표지 램프가 붉은 불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5초 전!"
"3초 전!"
"2초 전!"
"1초 전!"
나머지 램프가 녹색으로 변했다.
비행사가 외쳤다.
"발사다! 옆으로 누워라."
 
인력이여 잘 있거라
 
나는 좌석에 꼭 붙어 있었다. 뭔가 갑작스레 덮어 누르는 것 같았다. 양쪽 귀에 쾅 하고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1톤이나 되는 것 같이 무거워지고 숨을 쉬기가 대단히 힘이 들었다.
시리우스 호는 지금 보조 로켓 엔진을 써서 지구의 표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몸의 고통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몸이 가속도에 익숙해져갔다. 30초 지났을 때 갑자기 몸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보조 로켓의 분사가 끝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또 새로운 폭음이 들리더니 무게가 점점 가해져왔다.
그것은 메인 로켓이 가동하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텔레비전 스크린에는 지금 작은 빛의 점이 천천히 위에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시리우스 호의 상승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지구의 성층권을 벗어났다.
드디어 로켓은 지구의 인력을 이겨내고 인력은 우리들을 다시 지구의 인력권으로 끌어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웅웅웅......."
로켓 엔진 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선체가 벌벌 떠는 것 같았다.
<고장인가?>
나는 깜짝 놀라서 비행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런 곳에서 고장이 나면......? 시리우스 호는 또 지구의 인력에 끌어 당겨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성같이 타면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고장이 아니었다. 다 쓰고 난 보조 로켓을 떨어뜨리는 소리였다. 떨어져 버린 로켓은 태평양이나 남아프리카의 대 밀림 속으로 거꾸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선장의 뒤쪽에 있는 창으로 밖을 내다보려고 조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몸은 꼼짝도 않았다. 로켓의 추진력으로 인하여 신체의 무게가 보통의 3배 이상으로 무거워진 것이다.
나는 시험 삼아 팔을 들어올리려 하였다. 대단히 무거우나 못 올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어선다든지 좌석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너무 무리하면 뼈가 부러진다든지 정신을 잃는 수도 있다고 한다.
이윽고 로켓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 무서운 무게도 한꺼번에 없어졌다.
시리우스 호는 예정 궤도에 들어간 것이다. 적도 상공 800킬로미터의 높이다.
이번에는 우주선과 랑데부하는 것이다. 선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대단히 오래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실제로는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선장은 조종석에서 일어나 둥둥 떠올라갔다. 그리고 내 곁에 오더니 안전 벨트를 풀어 주면서,
"이 무중력 상태에 익숙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꼭 천천히 움직여라. 항상 무엇이든지 붙들고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하다."
나는 살며시 일어서 보았다. 몸이 붕 떠오르고 천장에 머리가 부딪칠 것 같았다. 반사적으로 의자를 붙들었다.
"물론 잘 알고 있겠지만 무중력 상태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조종 장치에라도 부딪치면 큰일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게가 없어져 있기 때문에 몸을 조금 밀어도 어디에라도 둥둥 떠가고 마는 것이다. 거꾸로 서든지 옆으로 눕든지 마찬가지다. 무중력 상태의 세계는 위아래가 없으니까.
"밖을 보고 싶거든 그 창으로 보아라."
선장이 가르쳐 주었다.
나는 공중을 헤엄쳐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눈 닿는 곳은 모두 푸르고 푸른 태평양이었다.
먼 저쪽은 희미하게 보이는 청색이 둥근 지평선으로 되어 있었다.
"어떠냐? 굉장한 광경이지? 조금 있으면 뉴질랜드에서 하와이까지 보인다."
이윽고 눈이 익숙해졌다. 태평양 이쪽 저쪽에는 점 같은 여러 개의 섬이 떠 있었다. 지구의로 보는 것과 같았다.
저 서쪽의 넓고 평탄한 바다의 색깔이 갑자기 변해서 밝은 녹색으로 되었다.
그것이 아시아 대륙으로, 출렁출렁 물결치는 검은 파도처럼 변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지구를 내려다보았다.
동쪽으로 남아메리카의 해안선이 보일 때 비행사가 말했다.
"자, 슬슬 상륙 준비를 해라. 엔진을 걸 테니 좌석으로 돌아가라."
좌석에 되돌아와서 텔레비전을 보니 새까만 스크린 한가운데 작지만 빛이 강한 별이 두 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선장에게 물어 보았다.
"저 별은 뭡니까? 한 개는 금성 같은데요?"
"그것이 바로 우주 스테이션이다. 지금 160킬로미터까지 다가왔다. 또 한 개는 우주 스테이션에서 출발하는 우주선이지. 우리들은 지금부터 스피드를 내서 저 스테이션에 따라붙어야 하는 거다."
엔진이 걸리자 무게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스크린에 작게 보이던 별이 갑자기 크고 밝게 빛났다. 우주선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조종석 위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쪽은 켄타우르스 호, 시리우스 호 말하시오."
선장은 곧 마이크를 쥐고 대답했다.
"이 쪽은 시리우스 호, 켄타우르스 호 말씀하시오."
"서로가 바빠서 잘 만날 수가 없네. 언제 또 만났을 때 장기라도 두어 볼까? 그러면 건강을 비네. 시리우스 호, 말하시오!"
"좋습니다. 켄타우르스 호, 무사한 항행을 빕니다. 통신 끝!"
선장은 스위치를 끄고 나를 보았다.
"저 우주선은 금성 행의 우주선인데 나의 친구가 선장이다. 굉장히 큰 우주선이라서 금성까지 한 달도 안 걸린다. 자 이번에는 우리에게 일거리가 있다. 도킹(우주 비행체끼리 우주 공간의 궤도 위에서 결합하는 일)은 자동 조종으로 안 되니까......."
제 1 우주 스테이션의 모습이 점점 크게 보였다. 그리고 5~6킬로미터의 거리에 있을 때 브레이크 엔진이 걸렸다.
우주선은 지금 우주 스테이션과 같은 스피드로 지구 둘레의 궤도를 돌기 시작한 것이다.
"자, 좌석을 떠나도 좋다. 우주 스테이션을 구경해봐라."
선장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나는 좌석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봤다. 그 순간 나는 눈이 캄캄해졌다.
 
우주 스테이션에 도착
 
우주 스테이션도 사진과 영화로 지금까지 수십 번 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것과는 대단히 차이가 있었다. 수 만 수십 만이라는 별들이 빛나는 캄캄한 대우주 그 한가운데, 널따란 원반의 형태를 한 커다란 것이 가볍게 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흡사 우주에 쳐놓은 거대한 거미집 같았다.
나는 무의식중에 숨을 죽였다.
테스트를 받을 때 위치 측정 테스트를 받은 이유를 알았다. 천천히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우주 스테이션을 보고 있으니 자연히 눈이 돌아서 자기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되는 것 같았다. 거미집의 이쪽 저쪽에는 크고 작은 형태의 공모양의 건물이 붙어 있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사람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두터운 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거미집의 중앙에는 가스 탱크 같은 큰 공 모양의 건물이 있고, 거기에는 텔레비전의 안테나 같은 것이 여러 개 나와 있었다. 우주 스테이션의 주위는 정말 볼 만 했다. 큰 원반의 이쪽 저쪽에는 시리우스 호 같이 날개가 달린 우주선과 분해 중인 우주선, 그 외 여러 가지 부분품이 흩어져서 떠 있는 것이었다. 흡사 거미집에 걸린 나뭇잎이나 파리 같았고, 우주복을 입은 몇 사람들이 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때때로 용접 가스의 불빛이 번쩍번쩍 비쳐서 사방을 밝게 해준다. 우주선 안에는 보통의 우주선과는 다른 모양을 한 것이 있었다. 첫째로 유선형이 아니며 날개도 있었다. 둥근 공 같은 선실과 연료 탱크와 엔진이 철골에 매어 있을 뿐이었다.
흘깃 보기에는 해골의 유령인가 할 정도로 이상한 곤충 같이도 보였다. 이 형의 우주선은 대개 우주 스테이션과 우주 스테이션의 사이를 왕복하는 수송용의 우주선이었다.
공기 없는 세계만 날게 되니 이것으로써 충분했다. 수송용의 우주선뿐만 아니라 진공의 행성과 위성, 예를 들면 달이나 수성 같은 곳에 가는 우주선도 거의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옛날 우리가 상상한 우주선은 어디를 가는 것이라도 반드시 유선형의 미사일 같은 형태였는데 그것은 좋지 않은 것이었다.
이 굉장한 광경을 보고 있으니 우주 스테이션에서 뭔가 작은 원기둥 같은 물체가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머리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으니 그 원기둥의 뒤쪽에 긴 팔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그것이 가늘고 긴 케이블(줄)을 끌고 있었다. 그리고 원통의 뒷부분에서 로켓 분사의 연기가 약간 보였다. 1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사이렌이 시리우스 호의 선실에 들려왔다. 내가 깜짝 놀라자, 비행사는 나의 태도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예항용(다른 우주선을 끌면서 하는 항행)의 케이블을 연결시켰단다. 케이블의 끝이 자석으로 되어 있어 연결된 순간 사이렌 소리가 나서 연결되었다는 연락을 하는 거다. 자, 곧 움직이기 시작한다."
약간 끌려가는 듯 느껴졌다. 우주 스테이션이 이 쪽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얼마 후 시리우스 호는 천천히 돌아서 우주 스테이션에 나란히 평행하게 되었다.
비행사는 버튼을 눌렀다. 진동을 제지하는 기계가 내려졌다. 우주 스테이션과 부딪쳤을 때 진동을 약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10분 후에 시리우스 호는 완전히 정지하였다. 착륙한 것이다.
"휴우, 이것으로 이제 끝났다."
선장은 즐거운 소리로 말했다.
"여행이 즐거웠었나? 아니, 좀 더 혼을 내어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슴이 두근거릴 대로 두근거렸습니다. 그 외 또 놀랄만한 것이 더 있나요?"
"그래, 있을 지도 모른다. 유성과 충돌한다든지, 우주 해적의 습격을 받는다든지, 우주인이 공격해 온다든지, 그 외도 SF 소설에 잘 나오는 것과 같은 큰 사건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나는 「우주 비행 입문」,「근대의 로켓」 등의 책을 열심히 읽었지요. 소설 같은 것은 읽지 않았습니다."
선장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나는 네 나이 때는 그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거짓말을 해도 안 속는다. 봐라, 너의 얼굴은 SF 소설을 읽었습니다, 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부끄러웠다. 실은 나도 SF를 대단히 좋아했다. 무의식중에 우쭐대는 것이 잘못이었다. 그 때 에어록에서 큰 소리가 들려 왔다. 이윽고 그것은 어린애가 젖을 빨 때와 같은 '쭉쭉'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에어록에 공기가 차 오르는 소리였다.
문이 슬며시 열렸다.
"자, 나가자. 천천히 움직여라. 나의 벨트를 붙드는 것이 좋다. 끌고 가주마. 됐어?"
생전 처음으로 동경하는 우주 스테이션에 가는데 남의 벨트를 붙들고 따라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선장은 힘을 주어 몸을 쓱 앞으로 밀어냈다. 나도 끌려서 공중에 떴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
에어록을 나서자, 넓은 광속 터널로 들어갔다. 이것이 그림에서 본 우주 스테이션의 원통 부분, 즉 통로였다.
벽과 천장과 마룻바닥에는 케이블과 파이프가 여러 개 장치되어 있었다.
이곳 저곳 '위험'이라는 붉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큰 이중문이 있었고, 터널의 중간에서 두 사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단히 쉽게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빨리 저렇게 잘 나아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너를 토일 대령에게 데리고 간다. 너를 보살펴 줄 사람이다."
선장이 말했다.
"어떤 분입니까?"
"걱정 마라. 곧 알게 될 테니까. 자, 다 왔다."
그것은 잠수함의 문 같은 둥근 금속제의 문이었다.
그 문에,
'훈련대 사령관 칼 토일 대령―들어오기 전에 노크하라.'
라고 쓰여 있었다.
선장은 나를 쌀가마니를 잡아끄는 것과 같이 붙들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존스 선장입니다. 승객 로이 마샬 군을 동행했습니다."
나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토일 대령을 바라보았다. 레슬링 선수와 같은 굉장한 몸매였다. 팔을 책상 위에 얹고 있는데 책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토일 대령은 책상 위의 서류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붉은 턱수염과 덥수룩한 눈썹이 보였다. 그리고 무슨 사고로 부상을 입었었는지 이마에 희미한 흉터가 남아있다. 정형 수술이 발달되어 있어서 보통의 흉터라면 대개 흔적도 남지 않는다. 대단한 부상이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소년이 세계 항공 회사 퀴즈 대회의 우승자인 로이인가?"
하고 사령관이 물었다.
무서운 얼굴 생김과는 전혀 다른 맑고 부드러운 소리였다.
"예!"
"소년의 소식은 잘 들었다. 존스 선장은 가도 좋소. 수고하셨소. 이 소년은 내가 맡겠소."
선장은 경례를 하고 나갔다.
토일 사령관은 내 고향과 학교, 집과 취미 등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내가 대답하자 책상 위의 서류에 기록했다. 그것이 끝나자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귀한 동물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더욱이 내 발은 마룻바닥에 꼭 붙어 있지 않고 중간에 떠 있었고, 잘못 움직이면 둥둥 뜰 것 같아서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 토일 사령관은 빙긋이 웃었다.
"마침 여기에는 너보다는 좀 나이 많은 우주 훈련생이 꽤 있다. 곧 수업이 끝나면 너를 훈련생들에게 소개시켜 주마."
토일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고 큰 팔로 책상을 꽉 눌렀다. 큰 몸집보다는 그 동작의 빠름에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순간 더욱 놀란 것은 토일 대령의 전신을 보았을 때였다. 토일 대령의 두 다리는 넓적다리 부분부터 끊겨져 있었다.
 
첫 날
 
그러나 토일 사령관은 대단히 활발하고 생기가 있는 동작으로 힘차게 공중을 헤엄쳐 가는 것이었다. 발이 없는 것쯤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럴 것이 발 같은 것이야 없다고 해도 움직이는 데는 별로 부자유스러울 게 없으리라. 공기 없는 세계에 익숙해지면 팔 힘만으로도 어디든지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니까.
실제로 토일 사령관은 물 속에서 헤엄치는 상어같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뒤따라가는 것이 대단히 힘들었다.
통로를 20미터쯤 지나자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문에는 「우주 비행 학교 분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이 제 1 우주 스테이션에는 약 100명의 승무원이 있는데 그 중 10명은 이 우주 비행 학교의 졸업생이다. 여기서 실제 훈련을 쌓고 졸업하게 되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우주 스테이션의 승무원이나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이다."
하고 토일 사령관은 말하면서 문을 열었다.
방안에 들어서자 키가 크고 나보다 5~6살 정도 나이가 많은 청년이 일어나면서 경례를 했다.
"벤튼 훈련생, 이 소년이 전에 말했던 지구에서 온 손님이다. 마샬이라고 한다."
"저는 로이 마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하고 훈련생과 악수를 했다.
"잘 오셨습니다. 로이 마샬, 사이좋게 지냅시다."
"됐다. 우주 스테이션에 있을 동안에는 네가 여러 가지로 돌봐 주어라. 벤튼 훈련생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훈련생의 지휘자이다."
대령은 말하고 나갔다.
"그러면 가장 먼저 우주 스테이션 안을 안내해 주마. 그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할까? 너는 우주섬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알고 있니?"
"우주섬이라니……? 우주 스테이션 말입니까?"
"아, 그렇다. 우리들은 여기를 우주섬 또는 그냥 섬이라고 부르고 있단다."
"그럼 지구에서 온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하고 수선하는 것이 임무겠죠?"
"그래, 그것이 이 섬의 중요한 일이지. 물론 딴 섬에는 기상 관측이라든지, 우주선(우주의 어떤 곳에서 발생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구 위로 내리쏘는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의 연구라든지, 텔레비전의 중계 등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 한 가지 더 이 우주섬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임무가 있다. 이리 와서 보렴."
티모시가 창가에까지 나를 끌고 가 주었다. 창에서 내다보니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큰 드럼통 같은 것이 캄캄한 하늘에 수많은 별을 배경으로 하여 떠 있었다.
그것은 가운데 있는 축을 중심으로 하여 천천히 돌고, 창들이 광선에 반사되어 번쩍이고 있었다. 축의 위쪽은 가늘고 긴 통으로 되어 있어서 그 끝에 크레인처럼 생긴 정체 모르는 것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우주선이 한 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것이 우주 호텔이다. 즉, 이 제 1 우주 스테이션은 사실은 2개의 스테이션으로 되어 있다. 왜 회전하고 있는지 알겠니 ?"
"예, 원심력(물체가 원운동을 하고 있을 때, 그 물체에 작용하는, 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힘)을 응용하여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해서죠?"
"맞았다. 저 드럼통의 제일 바깥쪽에는 꼭 지구와 같은 중력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별로 그 곳에 가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의 세계에 익숙해지면 중력 같은 것은 도리어 귀찮게 된다. 곧 너도 알게 될 것이지만."
"그런데, 어째서 일부러 중력 같은 것을 만드나요?"
"화성 같은 곳에서 지구에 가는 사람을 위해서다. 달은 지구의 6분의 1, 화성은 지구의 3분의 1의 중력 밖에 없다. 그런 약한 중력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갑자기 중력이 강한 지구에 가면 몸이 형편없이 되고 만다. 그래서 지구의 중력에 익숙하도록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축에 가까운 곳일수록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서서히 훈련할 수 있다."
"저렇게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어떻게 탈 수 있게 되어 있나요?"
"잘 봐라. 우주 호텔의 축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 우주선은 그 축의 끝에 앉는다. 그리고 승객을 통행하게 하는 것이다. 어때, 잘 되어 있지?"
"거기에 가봐도 좋습니까?"
"가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데리고 가겠는데......... 뭐 대단한 게 아니란다. 혹시 벌써 지구가 그리워진 건 아니겠지?"
"아, 아니어요."
나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 이제 겨우 도착했는데.......
티모시는 나를 우주 스테이션 내부의 여러 곳을 안내해주었다.
우주선의 수리 공장, 태양열 발전소, 방송국, 연료 탱크, 모든 사람이 쉬는 공동 침실, 식당 등. 지구에서 800킬로미터나 떨어진 우주 공간에 이렇게 웅장한 시설이 잘 되어 있구나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은 끝으로 에어록에 들어갔다. 에어록의 주위 벽에는 우주복이 열을 지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보니 나는 굉장히 우주복이 입고 싶었다.
"내가 여기에 있을 동안 우주복을 입어 볼 수 없을까요?"
티모시는 조금 생각하더니 손목 시계를 들여다봤다.
"지금 입혀 주마. 시간이 조금 밖에 없지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그렇게 바라고 원하던 것이 이렇게 쉽사리 이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말입니까? 우주복을 입자면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왜, 무서우니?"
"무섭지는 않습니다."
티모시는 우주복을 내리더니,
"실제로는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우주복을 입고 활동하기에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늘은 내가 끌어줄 것이다. 우주복 속에 있는 장치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 것! 알았느냐?"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실망했으나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모시는 나를 우주복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는 머리에는 투명한 플라스틱제의 우주모를 덮어 주었다. 대개 사람들은 우주복이라면 잠수복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주복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다.
달과 화성에서 입는 우주복은 대체로 잠수복 같고, 우주 스테이션용의 우주복은 발이 길었다. 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옷안에는 작은 좌석이 있고 턱 아래쪽에는 여러 가지 스위치와 버튼이 달려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손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이 장치를 사용한다. 티모시는 자신도 재빨리 우주복을 입더니 가는 나일론 끈으로 나의 옷과 자기의 옷을 연결시켰다.
"자, 간다!"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에어록의 안쪽의 도어가 꽉 닫혔다. 공기를 빼는 펌프의 소리가 들려 왔다.
"공기가 다 없어지면 바깥 도어가 열린다. 너는 가만히 있거라, 알았지? 1, 2, 3, 4, 5......."
티모시의 목소리가 스르르 작아지더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보니 티모시의 입술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된 것일까?...... 그렇다. 에어록 안이 진공이 된 까닭이다. 소리를 전하는 공기가 적어져서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바깥쪽 도어 위의 붉은 램프가 켜지더니 천천히 도어가 열렸다.
"됐나? 로이."
갑자기 티모시의 소리가 귀 옆에서 들렸다. 무선기의 스위치를 넣은 것이다. 나는 안심하면서 대답했다.
"예, 됐습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티모시의 우주복 밑에서 하얀 안개가 흘러 나왔다. 끈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 다음 순간, 우리들은 우주 스테이션 밖으로 뛰어나왔다.
머리카락이 꼿꼿이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공중으로 뛰어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우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지구가 하늘에 붕 떠 있었다. 여기는 지상 800킬로미터의 우주 공간이다.
눈이 아른거렸다. 자신의 몸이 지금 곧 지구를 향해서 거꾸로 떨어지는 기분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물론 떨어질 일은 절대 없지만 내 몸은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인력과 원심력으로 균형이 잡혀서 무서운 속도로 지구의 둘레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도 아래도 없는 우주이다. 갑자기 사방이 깜깜해졌다. 놀라서 사방을 돌아보니 지금까지 녹색과 청색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던 지구는 지금 깜깜한 원반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원반의 한쪽 끝이 아름다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이것은 지구의 저녁놀과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의 저녁놀이었다. 수천 킬로미터로 넓게 퍼진 아름다운 광선의 얼룩....... 그 저쪽에 눈부시게 녹아 내리고 있는 것 같은 태양!
내가 숨을 죽이고 보고 있는 동안 태양은 점점 까만 지구의 그늘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붉은 후광이 지구에 뻗쳤다고 생각했더니 곧 사라지고 말았다.
우주 스테이션은 지금 지구의 밤 쪽으로 들어갔다.
"굉장하다!"
나는 무의식중에 티모시에게 얘기를 걸었다. 그러나 티모시는 그렇게 감탄하지 않았다.
"응. 우리들은 이러한 광경을 한 시간 40분마다 보고 있어서 익숙해졌어."
그렇다. 이 우주 스테이션은 하루에 14회 반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 즉, 이러한 저녁놀은 하루에 14회 반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수십 회 아니 수백 회를 보아도 지겨울 것 같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의 정적! 캄캄한 지구의 표면을 달빛이 너른 바다에 반사되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우주 스테이션도 푸르고 흰빛으로 번쩍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 나는 기어이 우주에 와 있구나......!>
나는 감탄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우주 훈련생
 
새 학교에 전학했을 때나 다른 지방에 이사를 왔을 때 그 곳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하여 당황하는 법이다.
우주 스테이션에 도착한 날, 나도 그렇게 당황했었다. 처음에 나는 어린애가 된 것 같이 의지할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하여도 주의 깊게 조심하지 않으면 엉뚱한 일이 일어나고 말 것 같았다. 무중력 상태의 시계에 아직 익숙하지 못 한 때문이었다. 조금 뒤돌아보는 순간 힘을 조금 썼더니 몸 전체가 빙글빙글 돌아서 정지하지 못 할 때도 있었다. 정지시킬 수가 없어서 손목을 다친 일도 있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나를 친절히 지도해 주시고 돌봐 주시는 분은 토일 사령관과 열 사람의 훈련생들이었다.
토일 사령관은 훈련생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옛날에는 우주 탐험대의 대장으로 훌륭한 활약을 하신 분이라고 한다. 이마의 큰 흉터는 우주에서 로켓 엔진의 폭발로 얻은 상처라고 한다. 두 발을 잃은 것은 제 1회 수성 탐험 때였다고 한다. 그러한 고통을 받고서도 토일 사령관은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이 우주 스테이션에 훈련 사령관으로 오셨을 때도 여기면 양발이 없어도 훌륭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0년 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티모시 벤튼은 훈련생 중에서도 제일 나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항상 침착했다. 늠름한 모습에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모두가 티모시의 말을 잘 들었다. 다른 훈련생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로만 바우엘 훈련생은 유쾌하고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만난 날 즉시 이런 말을 했었다.
"너, 이 우주 스테이션에서 제일 곤란한 문제는 무엇인지 아니?"
"아뇨. 모릅니다."
"쥐야. 생물학 연구실에서 빠져 나온 놈이 불어나서 어느 사이에 우주 스테이션 안에 퍼지고 말았다."
"정말입니까?"
"너무 믿지 마라, 로만이 말하는 것을......."
로니 조단이라는 훈련생이 말했다.
그러나 로만은 상관없이 계속 말했다.
"하여튼 쥐란 놈은 작기 때문에 어디라도 기어들어 갈 수가 있어. 공기를 보내는 통기관을 집으로 삼고 있어 벽에 귀를 대면 저들이 떠드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지. 지금은 없애 버렸지만......."
"어떻게 해서 없앴습니까?"
"그것이 나의 멋진 아이디어였지. 어떻게 했는지 알겠니?"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고 하겠지."
로니 훈련생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서투른 짓이지. "
로만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고양이는 무중력 상태의 세계에서는 쓸모가 없다구. 쥐란 놈은 예사지만. 개도 아무렇지도 않으나 쥐를 못 잡잖아. 거기서 이 어르신네가 올빼미를 가져 왔단다. 올빼미 덕택에 즉시 장난꾸러기 놈들을 전멸시킬 수가 있었어."
"정말로 훌륭한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감탄하고 있자, 로만은 시치미를 뚝 떼고 한숨을 쉬면서
"그런데, ...... 쥐는 없어졌으나 대신 올빼미가 불어나서....... 벽에 귀를 대보렴. 올빼미 우는소리가 들릴 테니."
나는 무의식중에 그 말대로 귀를 벽에 대려고 하였다. 주위에 있던 훈련생들이 와 하고 웃었다.
깨끗하게 속아버린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우주 스테이션 안에 쥐나 올빼미가 집을 지을 수가 없었다. 나는 멋지게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때도 항상 잠자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지도자인 티모시 벤튼이었다.
티모시는 항상 공부하고 있었다. 아무도 티모시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강의는 하루에 3시간, 토일 사령관과 다른 기술 장교가 선생이 되어 천문학과 물리학과 우주 비행 기술을 가르쳤다.
나도 같이 강의를 들었으나 어려워서 반도 몰랐다. 강의가 끝나면 언제든지 30분 동안 자습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은 대단히 즐거웠다. 훈련생들이 우주에서 보고들은 것을 여러 가지 얘기해 주었다.
훈련생들은 모두 1년 이상 이 우주 스테이션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 동안 한번밖에 지구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훈련생들의 얘기 중에는 조금 과장된 것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로만은 농담을 좋아하여 나를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너무 지나친 농담을 하여서 나중에는 잘 걸려들지 않았으나 우주에서만 할 수 있는 농담이기에 아무래도 자주 걸려들곤 하였다. 어떤 날 오후도 그러했었다.
로만은 불쑥 내게 이렇게 말하였다.
"로이, 공기를 호흡할 수 있나 없나를 테스트하는 데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고 있나?"
"호흡을 못 하면 숨이 가쁘니 곧 알게 되죠."
"그래선 안돼. 공기가 없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신을 잃어서 어쩔 도리가 없어. 옛날부터 하고 있는 대단히 간단한 방법이 있지. 불을 켜 보면 된다. 그 불이 꺼지면 산소가 없는 걸 알 것이다."
"예, 옛날에 광산에서 하던 방법이죠."
"그렇다."
로만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냈다.
"아니, 대단히 옛날 성냥 같은 것을 가졌군요."
나는 놀라면서 말했다.
성냥 같은 것은 이미 지구에서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로만은 거기엔 대답하지 않고,
"여기에는 물론 불이 탈것이다. 그러나 만약 공기의 정화 장치가 고장이라도 나 있으면......."
하고 말하면서 성냥을 그었다. 불이 붙었다. 그런데 그 불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벌겋게 위로 타오르지 않고 둥근 불덩어리가 되어서 타고 있었다.
그러더니 불은 곧 꺼지고 말았다.
"한 번 더 해 볼까? 틀림없이 성냥이 젖은 건 아닌데......?"
로만은 또 성냥을 켰다.
그래도 매 마찬가지였다. 불은 둥근 덩어리가 되어 곧 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곧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된 셈인가......?
"여기서 나가자! 공기가 나빠지고 있다."
나는 외치며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훈련생들은 한 사람도 일어서지 않고 빙긋이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티모시가 불쑥 일어서서,
"걱정하지 마라, 로이. 간단한 트릭(속임수)이다."
하고 말하더니 로만의 손에서 성냥을 뺏어 들고,
"너도 성냥이 꺼진 것은 탄산가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 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으면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류가 뭔지 알고 있지?"
"예, 열이 공기와 물 등의 물질로 인해 좌우 상하로 흐르는 현상이지요."
"맞다. 대류가 일어나지 않으면 산소가 모자라서 불은 꺼진다. 봐라, 이렇게 하면 탈것이니까."
티모시는 성냥 한 개를 켜더니 손에 들고 있지 않고 살며시 놓아두었다. 그랬더니 성냥은 흡사 로켓과 같이 연기를 내면서 타오르며 공중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완전히 타버리고 말았다.
"알았지? 여기에는 틀림없이 산소가 있다는 것을."
"아니, 또 농담이었군요."
내가 말하니 티모시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 지금은 성냥개비였으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야. 우리들은 산소를 마시고 탄산가스를 낸다. 대류가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들의 머리 주위는 탄산가스로 꽉 차고 만다. 봐라, 좀 숨이 가쁘지 않니?"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높은 산에 올라갈 때와 같이 숨이 가빴다.
"이것으로써 공기는 언제든지 움직이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겠지? 자, 로만! 이젠 통풍기의 스위치를 넣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모두 쓰러진다."
티모시가 급히 로만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로만은 머리를 긁적이며 시키는 대로하였다. 아까 살짝 통풍기의 스위치를 꺼놨던 것이다.
 
샛별호
 
훈련생의 하루 일과는 물론 공부뿐만이 아니었다. 운동도 자주 했다. 그러나 중력 없는 우주 스테이션에서는 지상과 같이 아무 것이나 다 할 수는 없었다. 하여튼 무게가 없기 때문에 축구도 정구도 잘 되지 않는다.
공을 차려고 하거나, 라켓을 흔들려고 해도 신체가 빙빙 돌고 만다. 복싱도 안 된다. 조금만 맞으면 몸이 멀리 날아가고 말기 때문에 승부를 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운동이라면 레슬링밖에 안 된다. 이 레슬링도 지구에서의 것과 대단히 틀린다. 서로가 공중에 떠다니면서 싸우기 때문이다. 상대편의 몸을 다섯까지 헤아릴 때까지 마룻바닥이나 천장에 눌러 붙이고 있으면 이기는 것이지만 아무튼 중력이 없기 때문에 요령만 알면 간단하게 튕겨 올라갈 수가 있다.
승선 훈련도 있었다.
어떤 날이었다. 휴식 시간에 누군가가 말했다.
"가노파스 호가 출발한다!"
우리들은 일제히 둥근 창으로 뛰어 갔다. 가노파스 호는 화성행 정기 우주 항로 최대의 우주선인데 200명의 승객이 탈 수 있다고 한다. 정비하기 위하여 이 우주 스테이션에 잠깐 머물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정비가 끝나고 출발하려는 것이었다.
가노파스 호는 보통의 우주선과는 형태가 전혀 틀렸다. 언뜻 보기에는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도넛 같았다. 그 테가 있는 곳에 조종실과 선실이 있었다.
우주에서 우주선이 출발하는 것은 지구를 떠날 때와 같이 그렇게 웅장하지는 못했다. 공기가 없어서 물론 굉장한 소리도 나지 않을 뿐더러 무서운 연기도 불꽃도 나지 않았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분사관에서는 가냘픈 안개 모양의 연기가 흘러 나왔다. 큰 방열기의 날개가 분홍색으로 되더니 다음에는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차차 속도가 빨라져 갔다.
가노파스 호는 천천히 회전하면서 점점 멀리로 떠나갔다. 목적지는 멀고 먼 화성이다. 떠나고 있는 큰 우주선을 보고 있을 동안 나는 견딜 수 없어,
<저런 우주선을 타고 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곁에 있던 로만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다음에는 우주선에 밀항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요 녀석,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 SF에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안 되니까. 경비원이 파수를 보고 있고, 들키면 큰 벌을 받는다."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조금 놀랐다. 때마침 밀항을 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량이나 산소 같은 것을 승무원 수대로 밖에 싣지 않고, 더욱이 계산 밖의 사람이 타고 있으면 연료의 계산이 맞지 않아 우주선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마는 수가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밀항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겠네요?"
"그렇고 말고. 첫째로 우주선에는 숨을 장소가 없으니까."
나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마음속으로는 실망했다.
어렵게 우주에 왔는데 어떻게 하든지 좀 먼 곳까지 우주 여행을 하고 싶었다.
"로이, 그렇게 우주선에 타고 싶으냐?"
티모시가 물었다
"예, 물론이죠."
"그러면 태워 줄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단 샛별 호다. 내일 우리들은 샛별 호로 승선 훈련을 한다. 토일 사령관에게 부탁하여 너도 같이 가도록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멋진데, 꼭 부탁해요."
나는 티모시에게 달려들 것 같이 하면서 말했다.
샛별 호는 우주 비행 학교의 훈련선이다. 원래는 훌륭한 우주선으로 금성에 제일 먼저 갔었다. 역사적인 우주선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구식이 되어서 연습용으로 개조되었다.
연습용이건 말건 우주선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갑니까? 제 2 우주 스테이션까지...... 그렇지 않으면 달까지?"
"아냐, 미안하지만 샛별 호는 오르지 않는다. 타서 조종의 흉내를 내는 연습을 할 뿐이야. 100년 전의 우주선이라서 정말로 날지는 않을 거야."
"아니, 안 날아요?"
나는 실망했다.
"그러면 안 탈래?"
"아니, 타겠습니다!"
나는 당황하면서 말했다. 훈련생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로켓 어린애라고 하는 것은 마치 너를 두고 말한 것 같아."
로만은 또 놀려댔다.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들은 우주 스테이션의 연결관을 걸어서 연락선 종달새 호에 탔다. 연락선은 우주 스테이션의 가까운 연락과 가벼운 것을 운반하는 데 쓴다.
소형의 우주선이다. 종달새 호는 12명을 태워서 최대 시속 50킬로미터로 난다.
종달새 호는 기분 좋게 날아서 곧 우주 스테이션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샛별 호에 가까이 갔다.
그 곳은 거의 쓸 수 없게 된 오랜 우주선의 정류장이었다. 분해시켜 뼈다귀만 남아 있는 것과, 엔진은 떼어내고 껍데기만 있는 것이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말하자면 우주선의 묘지였다. 그러나 오래 되었다 해도 우주선의 금속은 번쩍거리며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지구 같으면 이미 녹슬고 말았을 텐데 여기는 진공 상태라 언제까지라도 녹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이 안에는 우주 여행의 역사에 있어서 훌륭한 공로를 세운 유명한 우주선이 많이 있다."
티모시가 설명해 주었다.
"저기 맨 끝에 있는 것이 화성에 처음으로 갔던 마즈 호다. 세 번째의 형편없이 분해된 것이 목성의 위성에 인류의 깃발을 세운 주피터 호다. 그늘에 있는 것은 최초로 토성을 일주한 새턴 호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쓸 수 없게 되어 분해되고 만 것이다. 이것이 우주선의 운명이야."
"그러면 샛별 호도 언젠가는 그렇게 됩니까?"
내가 물으니 로만이 말했다.
"그렇지. 그러나 당분간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중요한 연습선이니까."
샛별 호에 도착하니 우리들은 안으로 안내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이 우주선은 용감한 다섯 사람을 태우고 2년이나 걸려 금성에 갔다온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 것 같았다.
100년 전이라면 우주 여행은 거의 시작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그 때는 아직 달에도 기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그리고 딴 행성에도 인류는 닿지 않았다. 말하자면 우주 개척 시대였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 다섯 사람들....... 얼마나 용기와 인내가 필요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흘깃 조종실의 벽을 보니 거기에 사람의 이름이 페인트로 쓰여 있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을 알고 티모시는 내 곁으로 와서,
"이것은 그 당시의 승무원 이름이다. 모두 두 번 다시 지구에 돌아오지 않을 각오였어. 그래서 자기들의 이름을 조종실 벽에 써 놓았던 것이었단다."
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감명 깊게 그 글자를 새삼스럽게 보았다. 그 오래된 문자에서 우주 여행의 기틀을 세운 사람들의 강하고 굳센 정신이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티모시가 조종석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직 신제품같이 훌륭하지? 연료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금성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단다."
나는 부러웠다.
"벤튼 씨는 우주선의 조종을 할 수 있겠지요?"
"하고 말고. 나는 곧 졸업이야. 그러면......."
라고 말하면서 티모시는 조종석에 앉으며 계산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자기의 우주선을 조종하는 앞날 일을 생각하겠지.
<나도 우주 비행 학교에 다녀서 훈련생이 되고 싶다!>
나는 돌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그렇게 하기로 하자. 지구에 되돌아가면 우선 짐 아저씨께 의논하고, 다음에 아버지와 어머니께 승낙을 받는 거다.>
"로이, 너도 조종석에 앉혀 줄까?"
티모시가 말했다.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앉아도 좋아요? 벤튼 씨!"
"좋다 마다. 조종 장치를 만져 봐도 좋아. 연료가 들어 있지 않으니 안심해."
나는 좌석에 앉아서 겁을 내면서 「메인 엔진 점화」라고 쓰인 버튼을 만져 보았다. 그러자 머리 위에 붉은 불이 켜졌다.
가슴이 울렁거리며 뛰었다.
 
유성이다
 
토일 사령관은 대단히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어려운 강의도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토일 사령관의 강의는 빠짐없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유성의 강의는 특별히 재미있었다.
유성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먼지 같은 것, 즉 먼지가 지구의 인력에 끌려서 떨어져 와서 공기 중을 지나게 될 때 공기와의 마찰로 타게 된다. 그것이 바로 밤하늘을 흐르는 유성이다.
대개의 유성은 바위 덩어리보다 작다. 그러나 때로는 몇 킬로그램이나 아니 몇 톤이나 되는 큰 것이 있다. 이것이 공기 중에서 다 타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운석이다. 때로는 수백 톤 수천 톤이 되는 대 운석이 떨어지는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는 아주 옛날 이러한 운석이 떨어진 자국의 큰 구멍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우주 비행이 시작되었을 때는 유성의 위험이 대단히 걱정되었다. 유성은 속도가 대단히 빨라서 만약 이것이 단단한 물체에 부딪치면 굉장한 열을 낸다. 그 때문에 보통의 금속으로서는 아무리 강하고 두꺼워도 흡사 마분지 같이 뚫리고 만다. 이러한 유성이 만약 우주선과 우주 스테이션에 맞으면 단번에 파괴되고 만다."
토일 사령관은 조용히 듣고 있는 훈련생들의 얼굴을 살펴보고 말을 계속 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 여행을 해 보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운석은 넓은 우주에서는 그렇게 많이 흘러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굉장히 강한 금속이 발견된 까닭도 있다."
토일 사령관은 교실 벽을 탕탕 두드려 보이면서,
"이 우주 스테이션의 바깥쪽 벽은 수천 번 유성 테스트를 하여도 끄떡없었다. 강한 금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유성 같으면 대체로 튕겨 나간다. 그런데......."
토일 사령관은 흑판에 그림을 그렸다.
"만약 큰 유성이 부딪쳐서 바깥쪽의 벽이 부셔져도 안쪽 벽이 막아 주게 되어 있다. 우주 스테이션은 전부 이중벽으로 되어 있어서, 안쪽 벽에서 공기가 새는 것을 막고 있을 동안에 바깥쪽 벽을 수리할 수가 있다."
훈련생들은 노트에 적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특별히 큰 유성이 이중벽을 뚫을 지도 모르고, 수백 개의 유성들이 한꺼번에 부닥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때에도 주의하고 있으면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
토일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고 책상 위에 두었던 한 개의 원반을 들어올려 보였다. 둘레에 고무 테가 달려있는 쟁반 같은 것이었다.
"이 원반은 직경 20센티미터의 구멍을 막을 수가 있다. 이것을 구멍 위에 덮어씌우는 거다."
토일 사령관은 원반을 우리들에게 돌려주었다.
"잘 보고 나서 다음 사람에게 돌려라. 질문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라."
서너 사람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 때 나는 우연히 교실에 티모시가 없는 것을 알았다. 항상 질문에는 맨 먼저 손을 드는 것은 티모시였다. 그 때 돌연 대폭발이 일어났다. 우주 스테이션 전체가 날아가 버릴 만큼 굉장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슛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우리들은 벽을 보았다. 벽에 큰 구멍이 뚫리고 그 속으로 교실 안의 공기가 무서운 힘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유성이다!"
일어서려는 순간 나는 무서운 공기의 흐름에 밀려서 흔들흔들했다. 모두 다 일어섰다. 그러나 너무나 돌연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라서 일어서 있을 뿐이었다. 1초나 2초 후에 훈련생들은 정신을 되찾고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그 원반은 로만의 책상 위에 있었다. 모두가 그리로 달려갔다. 딴 사람보다 재빨리 로만이 원반을 들어 올렸다.
"모두들 비켜라!"
그리고 구멍 쪽으로 달려가더니 즉시 심한 공기의 흐름에 빨려 들어가 벽에 사정없이 부딪치고 말았다. 로만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에 빨려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돌연 슈슈하는 소리가 멎었다. 로만은 원반으로 겨우 구멍을 막았다. 그 때 나는 토일 사령관이 책상 쪽을 향해서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더욱이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를 띠며 손에는 스톱 워치를 들고 있었다.
"아, 그랬구나!"
딴 훈련생들도 안 모양이었다.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로만은 벽에 부딪쳐서 아픈 팔꿈치를 비벼가며, 찡그린 얼굴로 되돌아왔다.
"바우엘 훈련생,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너는 훌륭한 행동을 하였다. 너는 벽을 막는데 정확하게 5초 걸렸다. 상당히 민첩한 행동이었다. 이 방은 30초면 진공이 되는 것이다."
사령관이 말했다.
"그런데 사령관님, 연습이라도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로만은 불쾌한 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너희들은 언제 진짜 유성과 부딪힐 지 모르니까."
"무엇으로 구멍을 뚫었습니까?"
누군가가 물었다.
"폭약을 장치하여 폭발시켰다."
"그렇지만 만약 구멍을 막는 것이 실패하면 모두가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걱정은 없다. 그 구멍 바깥쪽의 주위에는 미리부터 공기를 막는 파이프를 달아 놓았다. 저기를 넘겨다봐라. 그 파이프 마개 있는 곳에 벤튼 훈련생이 우주복을 입고 서 있다. 너희들이 10초 이내에 구멍을 막을 수 없으면 마개를 막아서 공기의 흐름을 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티모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재빠른 행동을 하면 진짜 유성에 부딪치게 되더라도 간단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토일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제일 앞에 앉아 있는 칼 핫세 훈련생 쪽을 보았다.
"너만 좌석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
칼은 일어서서 똑똑한 소리로 대답했다.
"예, 큰 유성과 충돌한다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닙니다. 사령관님이 유성 얘기를 하시는 도중에 바로 유성에 부딪힌다는 것은 너무나 우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것은 어떤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지 않았던 것입니다."
"음……."
토일 사령관은 이 말에는 기가 꺾인 것 같았다. 모두 입을 딱 벌리고 칼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칼 같이 냉정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수수께끼의 우주선
 
우주 스테이션의 일과는 이렇게 하여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너무 즐거워서 시간이 가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아니 지구에 집이 있다는 것마저 잊고 있었다. 그러나 1주일 째 되던 날 우주 스테이션 우체국에서 어머니의 편지와 소포가 왔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편지에는 지구가 그립지 않니! 감기에 걸리지 않았니 하는 항상 어머니 같은 걱정만 잔뜩 늘어 놓으셨다. 언제까지라도 어린애 취급을 하려고 하시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우주 스테이션에서도 지구에 있을 때와 같이 감기도 걸리지 않고 조금도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써서 우주 우체국에 보냈다.
"편지와 소포가 한 몫에 오는 것은 정말 부럽다. 로이!"
훈련생들은 모두 부러워하였다. 우주 우편물은 우편 우주선으로 가지고 오는 것인데 요금이 너무 비싸서 소포 같은 것을 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편지도 잘 오지 않았다.
소포에는 맛있는 과자가 듬뿍 들어 있었다. 이것을 즐겁게 모두가 나눠 먹었다.
지구에서 방영되는 텔레비전 영화를 보는 것도 훈련생들의 즐거움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주 탐정단 드라문트」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는 대단히 인기가 있었다.
이 드라마는 밀수 우주선을 추적하기도 하고 우주 해적을 잡기도 해서 매회 대활약을 한다. 보면서 너무나 아이들 장난 같아서 웃을 때도 많았다. 아무튼 우주 여행의 이치에 맞지 않는 것과 천문학적으로 틀리는 것이 예사로 나오니 곤란했다. 그러나 보고 있는 동안은 재미가 있어서 언제든지 자기도 모르게 보게 된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오락실의 대형 컬러 텔레비전 앞좌석은 꽉 차고 만다.
때마침 요사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악한 블랙 쟈비스의 우주선 「밤의 여왕 호」가 우주 스테이션을 급습하는 장면이었다. 우주에서 설치고 다니는 동안 연료가 떨어졌다. 그래서 우주 스테이션의 연료를 훔치려고 하는 것이다.
"정말로 이런 우주 해적이 나온 일이 있어요?"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칼에게 물어 보았다.
"있을 턱이 없지. 우선 우주선의 건조에는 굉장한 비용이 들고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니 해적들은 아무래도 만들 수가 없고 연료도 살수가 없어."
칼은 곧 그렇게 대답하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 그러는 칼도 매일 저녁 이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훈련생은 대개가 그러했다. 그 중에서도 베다 홀버크라는 네덜란드에서 온 소년은 대단한 텔레비전 광이었으며 우주 해적이 대한 것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악한이 우주선을 타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 이 태양계를 날고 있는 우주선이 수백 개나 있으니 그러한 일이 절대로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베다는 자주 그런 얘기를 했다.
블랙 쟈비스가 우주 스테이션에서 연료 탱크를 훔치려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 나서 베다는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이 우주 스테이션에 블랙 쟈비스와 같은 우주 해적이 습격을 해 오면 어떻게 되나?
베다는 그런 것을 사실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뜻밖의 일이 일어나서 우리는 모두 그 이야기에 말려들게 되었다.
이 제 1 우주 스테이션에는 정기 항로의 우주선 외에 한 달에 서너 번 특별한 임무를 가진 우주선이 온다. 여러 가지 과학 조사를 하기 위한 우주선이라든가 가끔 해왕성이나 명왕성 같은 곳으로 가는 탐험대의 우주선이 도중에서 오는 수도 있었다.
그러한 우주선이 왔을 때는 우주 스테이션의 우리들은 곧 알게 된다. 우주선의 승무원이 우주 스테이션에서 쉬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5일 전에 온 중형 우주선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우주선은 모두 우주 스테이션의 관리국에 제출하기 때문에 이름과 어떤 우주선인가를 알 수가 있다.
이름은 시그너스 호, 중형 화물 우주선, 승무원 2명. 그러나 그 외의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베다는 이 시그너스 호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승무원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오락실에 있길래 이야기를 걸었더니 통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디서 오셨소? 무엇 때문에 오셨소? 라고 물어도 빙글빙글 웃고만 있었다. 이상하다."
베다가 너무나 심각한 투로 얘기하기에 모두가 점점 마음에 거슬렸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시그너스 호가 우주 스테이션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정박하고 있는 것도 좀 이상했다. 여느 때 같으면 더 가까이 머물러 있을 텐데.
"그놈들이 세심한 주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멀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그놈들이 우주 해적인가 뭔가 하는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베다는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설사 우주 해적이라 해도 그 우주선에는 2명밖에 없다. 이쪽은 우주 스테이션만 해도 100명 이상이 된다. 공격해 봐야 뻔한 일이 아니나?"
로만이 반대했다.
"틀림없이 어디서인가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파수꾼이다. 오락실에서 신문만 읽고 있는 것도 그렇게 하여 남모르게 정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까지도 어쩐지 수수께끼의 우주선 시그너스 호가 어딘가 수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일이었다. 베다가 오락실에 모여있는 우리들에게 급히 달려와,
"야, 큰일이다! 여러분, 증거를 잡았다!"
라고 속삭였다.
"무슨 증거냐?"
"물론 시그너스 호의 수상한 증거지. 내가 지금 방송국에 갔다 왔다. 그랬더니 시그너스 호가 계속 지구와 연락하고 있다고 통신기사가 말하더라."
"왜 그것이 수상한 증거냐? 어떤 우주선이라도 지구와 연락하잖아."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암호 전파라고 하던데......."
"암호 전파라고?"
"그렇고 말고. 그것도 특별한 암호라서 전혀 뜻을 모른다고 하던 걸."
모두 조용해졌다. 베다는 흥분하면서 말했다.
"내가 요전부터 말했잖아.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혹시 밀수라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화성과 금성에는 마약 환자가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수가 적으니 장사가 안 된다."
티모시가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 그놈들은 어떤 행성에서 새로운 마약을 발견하여 그것을 지구로 밀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얘기다."
"흡사 텔레비전 드라마 같군,"
비꼬면서 로만이 말했다.
"그러나 조사할 필요는 있다. 내가 가보마. 누가 따라오지 않으련?"
베다가 똑똑히 말하면서 모두를 돌아봤다. 아무도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따라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데리고 가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왜? 모두 무서우냐?"
"무섭지 않아. 시시하니까!"
로만이 대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칼 핫세가 일어섰다.
"내가 간다. 단, 나는 우주 해적을 믿지 않는다. 이미 해적 소동에 싫증이 났으나 베다가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간다."
"언제 갈 것인가?"
티모시가 물었다. 칼이 조금 생각하더니,
"이 우주선의 승무원은 오후가 되면 우편을 받으러 우체국으로 온다. 그래서 그 동안은 우주선은 비어있다. 더구나, 그 동안은 일식이 된다. 그 때를 기다려서 가만히 가보자."
우주 스테이션의 일식은 지구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동안 50분간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절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쪽이 시그너스 호를 발견하는 것도 극히 곤란하게 된다. 재빨리 그것을 깨달은 티모시가 물었다.
"어떻게 하여 갈 작정이냐?"
"수리 공장에서 삐빠를 빌려서 가겠다."
베다는 곧 대답했다.
삐빠라는 것은 소형 전파 탐지기다. 우주 스테이션 가까이에서 무엇을 찾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티모시, 가도 좋지?"
베다가 다짐했다.
티모시는 생각에 잠겼다. 이럴 때는 지휘자인 티모시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좋다. 그 대신 꼭 행방을 계속 무전으로 보고해라.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는 틀림없이 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알겠지?"
 
우주 해적
 
이윽고 우주 스테이션은 태양의 그늘에 들어가고 주위는 캄캄하게 되었다.
베다와 칼은 에어록에서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얼마 후 베다의 긴장된 소리가 무전기로 전해 왔다.
"도착했다.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없다."
"둥근 창으로부터 안을 볼 수 없을까?"
티모시가 말했다. 침묵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가쁜 숨소리와 우주복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빵빵' 하는 큰 소리와 베다의 '아!'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칼이 말했다.
"조심해라. 베다!"
"넘어졌다. 걱정 마. 누가 봐도 운석이 부딪쳤다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거야."
베다가 말했다. 또 조금 있으니 우주선의 선실로 기어가는 것 같다.
삭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실 안은 안 보인다. 캄캄하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지금 안으로 들어간다. 그 쪽은 만사 오케이냐?"
"오케이! 두 용의자는 오락실에서 장기를 두고 있다. 로만이 파수를 보고 있다. 양쪽 다 비슷해서 좀처럼 승부가 안 나는 모양이다."
티모시가 이상하게도 농담을 하였다.
"함정인지 모르니 주의하라. 경험 있는 우주 해적이 우주선을 온통 비워 놓고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을 리 만무하다. 광선총을 겨누고 있는 로봇이 에어록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야! 너무 겁주지 마라!"
베다들은 더욱 주의하면서 에어록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자주 덜그럭 덜그럭 하는 소리가 난다. 에어록을 여는 모양이다.
"에어록이 열렸다. 들어간다."
베다가 말했다. 그리고 또 침묵이 흘렀다. 너무 조용했다. 이쪽이 점점 불안해졌다. 그 때 베다가 어떤 말을 했다.
그런데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우리들은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우주선의 벽이 전파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무전기의 음향을 올리자 소리는 다시 똑똑하게 들려왔다.
"조종실은 이상 없다."
조금 실망한 소리였다.
"되돌아오라."
"아니 이번에는 창고를 조사해 보겠다."
"자,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티모시는 긴장된 소리로 말했다.
"베다, 너희들이야말로 해적과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주인에게 허락도 없이 딴 사람의 우주선 안을 뒤지고 있으니까! 불법 침입을 한 사람에게는 어떤 벌을 받는지 알고 있어?"
베다는 대답이 없었다. 의논하는 동안에 해치우는 것이 좋다고 결심한 모양이다.
베다의 소리가 났다.
"원통하다. 창고에 자물쇠가 걸려 있다. 이렇게 되고 보면 단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단념 않겠다."
라고 말한 것은 칼이었었다.
우리들은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하던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두는 것은 남자답지 못해. 열쇠라는 것은 대개 두 개 있어. 그리고 그 것은 대체로 어딘가 안전한 장소에 숨겨 두는 것이다. 야, 여기에 있다."
칼은 즉시 열쇠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자, 잘 됐다. 가자."
베다가 반가워서 고함을 질렀다.
"남의 것에는 절대로 손대면 안 돼. 대강 보고 곧 돌아 오라."
티모시는 초조해졌다.
대답은 없었다. 문을 여는 모양이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한참 계속되었다. 발자국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베다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 왔다.
"칼! 보라, 보라, 이것을!"
"떠들지마. 귀청이 떨어지겠다."
"어떻게 되었어? 무엇이 있단 말이야?"
우리들은 마이크 앞에 몸을 쭉 뻗치면서 모두가 외쳤다.
"떠들지 마라."
티모시는 큰 소리로 모두를 꾸짖었다.
"자, 베다. 무엇이 있는가, 똑똑히 말해."
베다가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창고 안에는 무기가 꽉 차 있다."
베다는 헐떡거리면서 말했다.
"그렇다. 벽에 걸린 총만 해도 20자루 정도 된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형의 총이다. 총구가 다르고 붉고 녹색의 실린더가 붙어 있다."
"칼! 베다가 날 속이려고 하는 게 아냐?"
티모시가 칼을 불렀다.
"아니, 베다가 말한 대로다. 아무래도 이것은 말로만 듣던 광선총 같다."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베다가 반 울상이 되어 말했다. 자기의 추리가 옳았다는 것을 안 순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모르게 되었다.
"서둘지 마라."
티모시는 결정적으로 명령했다.
"아무 것도 손대지 마라. 잘 보고 자세히 말해. 그리고 곧 돌아와!"
베다가 막 말하려고 할 때였다. 어디서인가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뭐냐, 저것은?"
칼이 질린 소리로 말했다.
"연락선이 도착했다. 그 놈들이 되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좋지?"
"도망쳐라!"
티모시는 날카롭게 말했다.
"에어록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나와서 갈 때와는 딴 방향으로 되돌아오라. 일식은 앞으로 10분 남았다. 어두우니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안 된다. 너무 늦었다. 놈들은 이미 들어오고 있다. 지금 문을 들어서고 있다."
 
광선총
 
한 순간 아무도 무엇이라고 말해야 좋을 지 몰랐다. 그러나 곧 티모시가 힘차게 말했다.
"침착해라! 둘 다. 나와 무선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도 그렇게 간단하게 손을 쓰지는 못 할 거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붙잡히거나 죽지 않을까?>
"나는 광선총을 가져오겠다."
베다가 급작스럽게 말했다.
"사용 방법을 몰라도 위협할 수는 있잖아. 너도 한 자루 가지고 있거라!"
"주의해라."
티모시가 고함쳤다.
과연 침착한 티모시의 얼굴도 긴장되어 파랗게 질렸다. 그러면서도 급히 로니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로니, 너는 토일 사령관을 불러내고 지금까지 생긴 일을 말해라. 빨리! 그리고 누가 망원경으로 시그너스 호를 잘 감시하는 거다."
명확하게 명령했다. 로니와 딴 두세 사람이 힘차게 나아갔다.
"놈들은 지금 조종실로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 놈들의 모습이 보인다. 네 사람이다.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있다. 잘 됐다. 무기도 가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우리 쪽이 유리하다."
베다는 갑자기 기운이 난 모양이었다. 마치 텔레비전 영화의 주역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겠지.
"이쪽에서 나가 보자. 여기서 들키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 칼, 가자!"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기다렸다. 두 사람이 가진 광선총이 불을 뿜어서 적을 쓰러뜨릴 것인가? 아니 적이 두 사람을 습격할 것인가?
베다의 소리가 늠름하게 들려왔다.
"손들어! 너희들은 뭐냐?"
기어이 시작했구나 하고 우리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귀를 기울였다.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시그너스 호의 광경이 똑똑히 머리 속에 떠올랐다.
많은 해적들의 바로 정면에 버티고 서서 광선총을 들이대고 있는 두 사람의 용감한 모습이......! 그러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상대가 껄껄 웃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은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한층 더 심해져 갔다. 4명의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리 좋아서 저렇게 큰 소리로 웃어대는 걸까?
누군가가 뭔지 얘기를 걸어 왔으나 웃음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우리들은 뭐가 뭔지 몰라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겨우 웃음소리가 멈추어졌다. 그리고 유쾌한 큰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자, 됐어. 너희들 그런 장난감은 치워 버려라. 그런 것으로는 머리라도 두들기지 않으면 쥐새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 너희들은 우주 스테이션의 훈련생이지? 우리들은 21세기 영화 회사 직원이다. 나는 제작 조수인 톰 존슨이다."
"뭐, 뭐라구요......?"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 광선총은 이번에 새로운 우주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만든 장난감 총이다. 그런 것에 속다니 정말 통쾌하다. 감독님이 굉장히 좋아하겠는데....... 하하하......."
그리고 또 왁자지껄 웃어댔다. 이번에는 이쪽에서도 배를 쥐고 웃어댔다. 어떻게나 우스웠던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달려온 토일 사령관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그 이유를 듣더니 토일 사령관도 통쾌하게 웃는 것이었다.
 
우주 영화
 
베다와 칼은 형편없이 놀림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국 재미를 본 것은 그 두 사람이었다. 21세기 영화 회사 직원들은 두 사람을 완전히 인기 좋은 사람 취급을 하고 굉장한 음식 대접을 해 주었다.
두 사람이 돌아오더니 콧대를 높이며 그 음식이 맛있었다는 얘기를 떠들썩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식사 중에 들은 얘기를 하였다.
"21세기 영화사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우주 영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왔다나. 지금까지의 우주 영화는 모두가 모형이나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실제로 우주에서 촬영하기로 해서 오게된 것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왜 그렇게 말하질 않았을까?"
"그 것은 딴 영화 회사에 비밀로 하기 위해서였대. 만약 딴 회사에서 알게 된다면 다투어 가며 올 것이 아니겠느냐는 거야. 그래서 모든 것을 비밀로 하기로 했던 것이래."
"그러면 배우들과 카메라맨은 어디 있지?"
로만이 물었다.
"곧 뒤따라온대. 시그너스 호는 선발대로서 그 영화에 사용할 도구를 가지고 먼저 온 것이래. 그 광선총은 켄타우르스별의 행성에 살고 있는 괴우주인을 쏘기 위한 총이라더라. 그 괴우주인이 입을 여섯 벌의 우주복도 있었다."
칼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이틀 후 배우들이 탄 우주선이 온다더라. 그 배우가 누군지 아니? 데크스 당칸이래!"
베다가 비밀을 살짝 가르쳐 주는 것처럼 말했다.
"데크스가 온대? 정말이야? 근사한 일이다. 곧 사인을 받아야겠어."
데크스 당칸은 현재 굉장히 인기 있는 텔레비전의 배우였다.
이 소동의 근원이 된 「우주 탐정단 드라문트」에 출연하고 있는 것도 이 배우다. 그리고 로만은 데크스의 대단한 팬이었다.
로만의 소지품 상자에는 여러 텔레비전 영화에 나오는 데크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배우와 카메라를 실은 우주선 오손 웰즈 호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계속해서 제 3의 우주선도 도착했다. 곧 촬영 준비가 시작됐다.
우리들은 강의와 훈련이 없을 때는 곧 우주복을 입고 우주에 날아가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카메라와 조명 기구가 내려지고 썰매 같은 소형 우주선에 실렸다. 이것이 공중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우주선은 공중에서 세트 설치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는 동안 이쪽저쪽에 이상하게 부풀어 오른 것과 망대와 미사일 발사대를 만들어 놓으니 보기에도 이상야릇하였다.
"도대체 저것이 뭘까?"
"저것이 알파 켄타우리의 우주 전함의 모형이래. 좀 이상한 모양이지?"
"정말!"
"야, 저것을 봐라! 데크스 당칸이 우주복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어."
보니까 정말 데크스가 기사에게서 우주복의 사용법을 연습 받고 있었다. 그렇게 잘 하지 못했다. 나도 요전까지는 잘 하지 못했으니 큰소리 칠 건 아니지만.......
"영화의 영웅도 진짜 우주에서는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지?"
"그거야 처음이니 할 수 없잖아."
로만이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를 위해서 변명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우주 촬영의 날은 다가왔다. 촬영은 우주 스테이션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생각지도 않게 그 광경을 특등석에서 구경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초 영화 회사 사람들은 우주에서 촬영하는 것은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생각대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중 조명 방법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진공의 우주 속에서는 빛이 난반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도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태양 광선을 받고 있는 데는 하얗게 빛나고 그늘에서는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즉 물건의 형태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전체를 보이게 하려면, 그늘 부분을 밝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태양 광선에 뒤지지 않는 강한 빛의 조명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회사에서는 큰 골치를 앓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부러 우주까지 왔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 누군가가 거울을 사용할 것을 생각해 냈다. 큰 거울로 태양 광선을 반사시키면 훌륭한 조명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알맞은 것이 있었다. 태양 발전용의 거대한 반사경이었다.
물론 현재는 원자력 발전이 발달되어서 사용하지도 않으나 30년 전에는 우주 스테이션의 전력은 모두 이 태양 발전을 이용하여 얻어진 것이었다.
반사경은 직경이 100미터나 되는 엄청나게 큰 거울이었다.
그 거울은 유리 대신에 얇은 나트륨의 작은판을 수만 장 모아서 만든 것이다.
나트륨은 태양 광선을 아주 잘 반사한다. 그런데 이 나트륨 판에 태양 광선이 부딪치면 그 빛이 한 초점에 모여서 강력한 에너지를 내게 되어 있다. 그 힘으로 터빈과 발동기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21세기 영화 회사는 그 반사경을 조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탁해 왔다.
그 사용은 허락되었다. 그리고 토일 사령관은 훈련생들이 전부터 이 영화 촬영의 현장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모두를 데리고 반사경의 조종실로 가서 함께 구경하기로 했다.
우리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날 강의는 전보다 빨리 마치고 토일 사령관과 우리들은 종달새 호를 타고 촬영 장소로 급히 갔다.
우주에서 운동회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한가운데는 그 야릇한 괴우주선이 있고 그곳을 둘러싸고 몇 대의 카메라 우주선과 각종 기계가 떠서 배우와 기사, 그 조수들이 수십 명이 이쪽 저쪽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반사경이 떠 있었다. 반사경의 뒤쪽에는 가늘고 길다란 원통형을 한 조종실이 있었는데, 여기에 거울의 위치와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가 붙어 있는 것이다. 팔방으로 창이 있어서 어디든지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들의 특등석이 된 것이었다.
 
죽음의 반사경
 
종달새 호에 우리들은 조종실의 에어록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공기가 있어서 귀찮은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들은 각기 창 옆에서 바깥 구경을 하였다. 곁에서 보니 반사경은 굉장히 웅장했다.
나는 큰 거울의 테에 앉은 한 마리의 파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촬영이 시작되어, 카메라가 일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손 웰즈 호의 에어록이 천천히 열리더니 우주복을 입고 광선총을 가진 데크스 당칸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데크스가 타고 있는 우주선이 파괴되어서 탈출하는 장면이다."
베다가 설명했다. 데크스는 열심히 용감한 행동을 해 보이고 있었다.
"데크스는 아직 우주복의 조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데크스가 부상을 입어서 저런 거야."
베다가 너무 두둔하자 모두가 웃었다.
촬영은 한참 움직이게 되었다. 영화 장면에 맞추어서 반사경은 여러 방향으로 변동되었다. 영화 감독이 무선으로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라고 말해 오면 티모시가 조종 장치를 써서 원하는 방향으로 변경시키는 것이다.
그러던 중 태양이 지구 저 쪽에서 반쯤 얼굴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캄캄했던 태양의 표면에 희미하게 멕시코 만 같은 그늘이 보였다.
"됐다. 여기서 20분 휴식하자."
감독이 명령했다.
"이 장면은 알파 켄타우르스 행성의 곁이라고 되어 있어서 지구가 똑똑히 찍히면 재미가 없다."
또 베다가 설명했다.
그 때 데크스의 소리가 무전을 통해서 들려왔다.
"나는 담배를 피웁니다. 우주복을 입으면 나는 항상 담배가 피고 싶어집니다."
내 뒤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저렇게 큰 소리로 떠들고 있어. 우주복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취하고 만다."
"휴식은 20분이죠? 감독님, 그 동안 나는 잠깐 수염 좀 깎고 오겠습니다. 좋지요?"
데크스가 말했다.
"좋아. 그 대신 시간에 맞춰 와야 해."
감독도 데크스의 억지스런 행동에 골치를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데크스는 제트 장치를 써서 이쪽으로 향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너무 빠르다. 부딪치면 반사경이 깨지잖아."
그 순간 토일 사령관의 우레 같은 소리가 귓전에서 크게 울렸다.
"저 바보 같은 녀석! 멈추라고 말해! 새까맣게 타 버릴 거야."
사령관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치를 알 때까지는 2~3초 걸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이 거대한 반사경의 초점에는 무서운 열과 빛이 모여 있다. 만약 거기에 어떤 것이 닿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데크스는 그 초점을 향해서 유유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인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죽음의 위험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 반사경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데크스, 데크스! 코스를 바꿔라!"
그러나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데크스는 여전히 똑바로 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데크스는 무전기의 소리를 듣고 당황해서 제트 장치의 조종이 잘 되지 않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령관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티모시, 거기를 비켜라. 모두 뭐든지 꽉 붙들어라. 거울을 돌린다!"
나는 옆 기둥에 꽉 매달렸다. 토일 사령관은 몸을 빙 돌면서 단숨에 티모시가 비워 둔 그 조종석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리고 관측창 너머로 점점 다가오고 있는 데크스 당칸의 모습을 보았다.
머리 속에서 재빠르게 계산하고 있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손끝을 확 펴더니 자동 제어 로켓의 발사 스위치를 연달아 눌렀다. 나는 100미터 저쪽의 거울 가에서 로켓이 번쩍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거대한 거울 전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반동으로 우리들은 한쪽 벽으로 쏠리고 말았다. 물론 우리들이 있는 조종실도 같이 돌고 있었다.
태양과 지구와 별들이 우리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실제로는 이 쪽이 돌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토할 것처럼 울렁거리고 눈이 핑 돌았다. 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또 부릉부릉 조종실이 열렸다.
토일 사령관이 거울이 도는 것을 중지시키기 위해서 이번에는 반대쪽의 로켓을 발사한 것이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이미 일은 끝난 후였다. 물론 데크스는 무사했고 초점에 닿기 전에 반사경의 방향이 바뀌어 겨우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 대신 반사경은 형편없이 되어 버렸다. 본디 급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의 충격으로 거울은 형편없이 으스러지고 만 것이다. 나트륨의 작은 파편이 우주 가득 흩어져서 이 소동을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이 소동으로 그 날의 촬영은 끝장이 났다. 데크스는 너무 무서워서 그 후 당분간 신경 쇠약에 걸려 우주에 못 나오게 되었다. 얼마 후 촬영이 끝나자 영화 회사는 짐을 챙겨 또 먼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우리들의 토일 사령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2~3배로 더 하여졌다. 어떠한 급한 사고가 일어나도 서둘지 않고 떠들지 않고 바른 행동을 하는 우리들의 사령관 토일 대령!
반대로 로만의 데크스 당칸에 대한 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로만의 소지품 상자에 있는 데크스 사진은 없어지고 그 대신 토일 사령관의 사진이 붙게 되었다.
 
우주 스테이션의 두뇌
 
이렇게 매일 지내고 있는 동안 벌써 3주간이 지나갔다. 요사이는 거의 아주 옛날부터 이 우주선에 살고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무중력 상태에도 완전히 익숙해졌다. 공중에서 휭휭 날아다니는 것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무 튜브에서 물을 빨아 당기는 것도 예사였다. 처음에는 중력 상태를 잊고 물을 컵에 부으려고 하다가 공중에 흩어버리곤 했었다.
그리고 목욕은 절대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물은 한 장소에 가만히 모여 주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이러한 우주 스테이션 안에서의 경험을 전부 적어 두었다. 그것이 어느 사이에 네 권이나 되었다.
지구에 돌아가서 훌륭한 리포트(보고서)를 써서 학교에 낼 작정이다.
우주 생활에 익숙해짐에 따라 나는 혼자서 이쪽 저쪽을 갔다올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멋진 일은 우주 천문대였다. 거기에는 강력한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서 쓰지 않을 때는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망원경을 눈에 대고 지구를 살피고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지루하지 않았다. 지상 800킬로미터의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경치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있는 광경이었다.
이 우주 스테이션은 적도 바로 위를 돌고 있어서 아래 경치는 흡사 큰 지구의가 빙빙 들고 있는 것과 같았다. 지금 만주와 한국, 보르네오, 수마트라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가 보이는가 하면 곧 넓고 넓은 태평양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는 동안에 멕시코 만에서 남아메리카의 리우데자네이루 근처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넓게 펼쳐진 정글 사이로 흐르는 아마존 강도 보였다.
잠시 후 이번에는 대서양을 지나고 홍해에서 아프리카 대륙 남쪽의 마다가스카르 섬 근처까지가 한눈에 보였다. 아프리카의 정글에 초점을 맞추고 배율을 올리니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동물의 모습까지 똑똑히 보였다.
달과 그 외의 행성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지구에서 단 8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인데 여기서 보는 달과 별은 지구에서의 수십 배나 잘 보였다. 이것은 방해가 되는 공기가 없는 까닭이다.
달의 산맥은 손을 뻗치면 닿을 정도로 똑똑하고 선명하게 보였다. 달의 세계에는 밤이 되니 군데군데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빛이 보였다. 그것은 달에 설치된 기지의 등불이다. 때로는 그 기지에서 갑자기 강한 밝은 빛이 빛날 때가 있었다.
보고 있는 동안 그것은 점점 커져서 그 것으로 인해 아름다운 달의 밤 경치에 푸른빛을 띤 흰색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우주선이 기지를 출발하는 것이었다. 우주선이 점점 높이 떠오르면 빛도 자연히 약하게 되고 드디어 달의 표면은 또 어둠으로 되돌아갔다. 그 우주선은 우주 속의 갓난 별과 같이 번쩍번쩍 빛을 내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30시간이 지나면 우주선은 우주 스테이션의 궤도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마치 옆 마을에라도 온 것 같은 가벼운 기분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출입 금지 장소 외에는 대개 어디든지 가 보았다. 출입 금지 장소는 첫째가 원자력 발전소다. 강한 방사능이 있어서 갈 수가 없었다.
둘째는 식료품과 여러 물건들을 쌓아놓은 창고이고, 셋째는 중앙 관리국이었다.
나는 이 중앙 관리국에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앙 관리국은 우주 스테이션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우주 스테이션 안의 통제뿐만 아니라 이 근처를 나는 우주선은 모두가 이 곳의 명령으로 움직이고, 물론 지구와는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어떻게 해서든지 꼭 한 번 보고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친절한 티모시도 그것만은 아무래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 관리국의 직원들은 매일 우주 시간으로 9시가 되면 커피를 마신다. 그런데 바로 그 커피를 운반하는 것이 훈련생의 역할이었다. 나는 그것을 노렸다.
어느 날 기어이 그 기회가 왔다.
훈련생들이 대단히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나는 또 한 번 티모시에게 부탁했다.
"부탁입니다. 잘 할 테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바쁠 때 이런 대수롭지 않는 일에 손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잖아요?"
티모시는 나의 본래의 목적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안돼!' 라고 말했지만 끝내는 허락했다.
"그럼 부탁할까? 주의해야 된다."
그렇지만 이 일은 실제로는 대단히 쉬웠다.
커피는 우유통 같은 둥근 그릇에 들어 있으며 튜브로 빨아 당기게 되어서 절대로 흘리지 않게 되어있고, 물론 무겁지도 않았다. 항상 통로에 서있는 무서운 얼굴을 한 경비원도 내가 커피 그릇을 가진 것을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넓은 중앙 관리국 방안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커피를 건네주고 처음으로 나는 사방을 살펴보았다. 방의 세 벽은 두터운 유리로 되어 있었고, 천장은 돔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전체가 질서 정연하게 정돈되고 놀랄 만큼 깨끗했다.
한가운데는 아주 큰 유리가 놓여진 책상이 있었다. 유리판 밑에 붉고 푸르고 오렌지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신호등이 이곳 저곳에 있고,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지구와 우주 스테이션과 이 근처에 날아오는 우주선의 코스 등을 한눈으로 볼 수 있도록 나타내주고 있었다.
둘레에는 여기저기 여러 군데 라디오 같은 기계와 텔레비전 같은 기계 그리고 나로서는 어디 쓰이는 지 모르는 크고 복잡한 기계가 많이 있었다. 그 앞에는 한 사람씩 이어폰과 마이크로폰을 단 사람들이 앉아서 뭔가 바삐 마이크로폰에 이야기하고 있었고 스위치와 다이얼을 움직이고 있었다. 보고 있으니 굉장히 바쁜 모양인데도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도 옆을 돌아볼 새가 없었고 다른 사람과 잡담할 틈이 없었다.
수만 킬로미터를 떨어져 있는 우주선의 항로를 지시한다든지, 지구와 달의 기지와 연락을 한다든지, 우주 스테이션 안에 있는 각종 장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나를 조사하는 등 산더미같이 많은 일을 조금도 쉬지 않고 척척 해치우고 있었다. 내가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뒤돌아보니 한 기사가 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훈련생이 아니지?"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꾸지람을 듣는 줄 알았다.
"예, 저 훈련생 대신에......."
"좋아, 당황하지마, 로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알고 말고. 너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 유명한 분이 일부러 중앙 관리국까지 오셨으니 조금 안내해 드릴까 생각하는데......."
"정말이십니까?"
기사는 빙그레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그 복잡한 기계 앞에 섰을 때 기사는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이 것이 하보크다."
"하보크라니요? 뭡니까?"
"자동 궤도 계산기다. 전자 계산기의 일종이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
"보고 있거라."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 그 기계 앞의 좌석에 놓여 있는 오퍼레이터를 향해서 말했다.
"지금부터 4시간 후에 금성을 향해서 출발할 우주선의 우주 비행 데이터를 만들어라."
오퍼레이터가 끄덕였다. 그러더니 그 양손이 가볍게 춤을 추는 것 같이 앞에 널려 있는 버튼의 열 위를 왔다 갔다 했다.
하보크 위에 붙어 있는 신호등이 번쩍번쩍 몇 번인가 색깔이 변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버저의 소리가 나더니 오퍼레이터 앞의 기계에서 테이프가 나타났다.
"이 테이프에는 지금 문제의 답이 나와 있다. 금성에 갈 우주선의 각도, 스피드, 연료, 궤도, 시간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사람이 한다면 수백 시간도 더 걸린다."
조금 후에 중앙 관리국을 나왔을 때 나는 멍청해졌다. 머리 안에는 여러 가지 기계와 신호등으로 빈틈없이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인류의 지혜가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밀항하자
 
나의 우주 스테이션 생활은 거의 막바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기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있었지만 가슴이 철렁하거나 아슬아슬한 사건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실망했다.
지구를 떠날 때 나는 뭔가 굉장한 사건이 일어났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잘못이었다. 우주 스테이션은 장난기 있는 모험의 장소는 될 수가 없었다.
우주 여행을 정확하고 안전하게 컨트롤하기 위한 곳이라서 별다른 사건 같은 것은 있을 까닭이 없으며 있어도 안될 일이었다.
우주 스테이션은 이 외에도 일곱 개나 있었다.
첫째로 조금 외곽의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이 두 개의 지구 관측 스테이션이다.
조금 외곽이라고 하지만 지구 모습 전체를 관측하는 데는 상당히 먼 거리에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지구에서의 거리가 10,000킬로미터나 되는 두 개의 관측 스테이션이 지구를 6시간 반마다 한 바퀴씩 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지구의 북극이나 남극 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극과 북극의 주위를 돌게 한 것이 극지 관측 스테이션이다.
이 세 가지 우주 스테이션의 역할은 주로 기상 관측과 천체 관측이다. 이 바깥쪽 지구에서 24,000킬로미터의 거리에 유명한 우주 생물학 연구소가 있다. 우주 병원도 돌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인력이 없는 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지구에서 할 수 없는 무중력 치료법으로 병을 고치고 있다.
그리고 그 저 쪽 제일 먼 외곽에서 돌고 있는 것은 세 개의 큰 우주 중계 스테이션이다.
지구와의 거리는 35,000킬로미터이며 지구의 둘레를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돈다.
이 세 개의 스테이션은 지구에서 보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이 보여서 정지 위성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조금만 생각하면 곧 알 수 있다. 지구의 자전 스피드와 스테이션의 공전 스피드가 같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지구 전체의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중계를 하는 것이다. 한 개는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의의 상공에, 또 한 개는 유럽과 아메리카의 상공에, 그리고 나머지 한 개는 태평양 상공에서 서로가 연락을 취하며 지상의 어떤 곳이라도 자유로이 통신하게 되어 있다. 나는 어떻게 하든지 이러한 먼 우주 스테이션에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안 될 일이었다.
나의 비행기간은 일 주일 밖에 남지 않았고 그 동안에 그 스테이션에 가는 우주선이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나를 태워줄 까닭이 없다.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때마침 내가 로니와 샛별 호에 있을 때였다. 당번으로서 우주 스테이션에 타고 있던 티모시가 급한 무전 연락을 해 왔다.
"잘 들어라, 로이.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티모시의 소리는 보통 때와 전혀 달랐다. 티모시가 이렇게 크게 흥분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들만으로 샛별 호를 운전하는 거다. 세 시간 내에 출발 준비를 한다."
"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나도 곧 그 쪽으로 간다. 그 동안 샛별 호 안을 정돈해다오."
그로부터 우리들은 서둘러서 조종 장치의 테스트와 정비를 시작했다.
나도 거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샛별 호로 어딘가에 날아간다는 것은 확실했다. 20분이 지나자 에어록이 열리더니 티모시와 베다와 로만이 들어왔다. 배터리와 연료를 가지고 왔다.
"티모시, 샛별 호는 어디로 가는가요?"
"우주 병원에 간다."
"우주 병원에? 무엇 하러?"
"급한 환자가 생겼다. 우주 호텔에 유숙하고 있던 화성행 우주선의 승객 한 사람이 중태이다. 10시간 내에 수술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그래서 우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왜 우리가 가게 되었습니까?"
로니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우주 병원에 가는 우주선이 바로 얼마 전에 출발했어. 우주 스테이션의 우주선은 다 다른 데에 나가 있어 불러들일 겨를이 없다. 그래서 내가 토일 사령관에게 샛별 호로 가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요? 환자가 운이 좋습니다."
"시원찮은 소리하지마!"
드디어 정비도 완전히 끝났다.
로만이 모두가 보고 있는 데서 엔진의 시운전을 했다. 스위치를 넣으니 휙휙 뒤로 당겨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계기판의 바늘이 작동하여 핑핑 움직인다. 만약 조금이라도 엔진의 성능이 나쁘면 우주 비행을 포기해야 된다.
아무튼 100년 전의 우주선이다. 만약 우주 공간에서 고장을 일으키면 큰일이 난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없게 되었다. 엔진의 성능은 좋았다.
"오케이. 자, 출발!"
샛별 호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5분 뒤에 우주 스테이션의 바로 옆에 정지되었다.
환자가 운반되었다. 의사도 탔다. 끝으로 토일 사령관도 탔다.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는 같이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화가 났다.
<이렇게 열심히 거들었는데 무엇 때문에 언제든지 같은 행동을 한 나를 이럴 때만은 빼돌리려 할까?>
나는 티모시나 사령관에게 불평을 터뜨리러 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 그런 말을 해도 '안 된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장나므로 나는 결심했다.
<출발할 때까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자. 출발한 다음에 살그머니 모두들 앞에 나오는 거다. 나는 밀항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서도 '내려라' 라는 소리는 안 들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우주선의 작은 창고에 숨었다. 시간이 대단히 긴 것 같았다. 먼데서 고함치는 소리와 여러 가지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조금 있으니 연료 탱크에 연료를 넣는 펌프 소리가 들려왔다. 펌프 소리는 멎었다. 그런데도 우주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여러 번 하품을 하였다. 평온하고 너무 조용해서 졸음이 올 때였다. 돌연 굉장히 큰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창고 전체가 심히 흔들렸다. 엔진이 걸리는 소리였다.
샛별 호가 막 출발하려는 것이었다.
 
우주 병원
 
무게가 없는 상태에서 무게 있는 상태로 되돌아왔다. 마룻바닥에 온 몸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인력이 없는 세계의 생활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중력이 있는 세계는 좋지 않았다.
엔진의 울림은 대단했다. 귀를 손으로 막아도 귀가 멍할 정도였다. 창고에는 방음 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100년이나 지났나 하고 생각했을 때 겨우 울림이 약해졌다. 그리고 곧 조용해졌다. 나의 계획은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드디어 샛별 호는 우주 병원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중력이 없는 우주선 안을 헤엄쳐서 조종실 쪽으로 나아갔다. 도어를 열고 살며시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로이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로만이 놀란 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누구도 출발하니까 내려라 하는 소리를 않아서......깜짝 놀랬습니다."
토일 사령관은 잠자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겁이 났다.
"로이, 다치진 않았니?"
이윽고 토일 사령관이 말했다.
"예."
"지금까지 어디 있었지 ?"
"창고에 있었습니다. 로만의 일을 거들었습니다."
"정말인가? 로만?"
사령관은 로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로만은 곤란한 얼굴로,
"예, 정말입니다. 출발할 때 로이를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로만은 나를 감싸주는 말을 했다.
로만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했다. 나는 나아가서 정직하게 고백하려고 했다. 그 때 토일 사령관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안 된다고 해도 여기까지 왔으니 방법이 없잖아. 지금은 아무 말 않기로 하자."
"고맙습니다. 사령관님,"
나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며 말했다.
토일 사령관 앞이 아니었다면 돌아서 펄떡펄떡 뛸 뻔하였다. 티모시와 로만이 나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모두가 반가워해 주었다.
 
환자는 한쪽 벽에 움직이지 않도록 들것에 눕혀서 가죽끈으로 꼭 묶어 놓고 있었다. 마취를 시킨 모양이었다. 눈을 꼭 감고 자고 있었고, 젊은 의사가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시계를 들여다보고 수시로 주사를 놓았다.
"저 환자는 무슨 병입니까?"
나는 티모시에게 물었다.
"화성에서 지구에 올 때 급히 인력이 세어져서 심한 위병을 일으켰다. 자주 있는 병은 아닌데 가끔 이런 골치 아픈 나쁜 병이 있단다."
"생명엔 지장이 없겠습니까?"
"위태롭지만 괜찮을 거다. 우주 병원에 예정대로 도착만 된다면......."
샛별 호가 우주 병원에 도착하는 데는 3시간 30분 걸린다. 나는 창 밖으로 지구를 보았다. 지구는 천천히 점점 작게 보이고 있었다. 우주 스테이션에서는 하늘 전체가 지구 같아 보였다. 지금은 그 반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쪽에 지중해가 보인다.
조금 지나자 중국과 뉴질랜드가 이쪽과 저쪽의 지평선에 나타났다.
나는 언제까지나 정신없이 지구를 보고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지구는 기어이 둥근 공의 형태가 되었다.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작은 공 위에 살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한없이 계속되는 캄캄한 우주! 그리고 그 안에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별, 별, 별.......
지금 우리들의 샛별 호는 지구에서 24,000킬로미터 고도에서 우주 병원의 궤도로 들어가려고 한다.
"전윈 좌석에 앉아라. 메인 로켓 분사 일 분 전!"
티모시의 소리가 실내에 힘차게 들려왔다. 나는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었다.
우주 병원의 궤도에 맞추기 위해 브레이크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쾅! 쾅! 쾅!
로켓이 불을 뿜었다. 중력이 점점 되돌아왔다. 순식간이었다. 중력은 또 적어졌다. 토일 사령관은 조종석에서 일어나 전망창 쪽으로 헤엄쳐 왔다. 나도 뒤따라갔다,
"아! 저 아름다운 꽃 같은 것은 무엇입니까?"
캄캄한 우주 바닥에 큰 수정으로 만든 꽃 같은 것이 훤히 떠 있었다. 태양을 향해서 번쩍번쩍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저것이 우주 병원이다."
토일 사령관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잘 보아라. 우주 병원은 투명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해 주기에 자세히 보니 나도 알 수가 있었다. 병원의 벽은 투명했다.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모습과 복잡한 기계가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우주 병원은 직경 150미터이다. 우주 스테이션 안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그 안에 300명 이상의 환자와 100명 이상의 의사가 있다. 인류가 건설한 가장 훌륭한 병원이지."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 샛별 호는 점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전원 자기 위치로 가라. 상륙한다!"
티모시가 명령했다.
로켓 트랙터가 가까이 접근하여 왔다. 그리고 와이어 로프를 샛별 호에 부착시켰다.
로프에 끌려 샛별 호는 서서히 우주 병원 쪽으로 달려갔다.
여러 사람의 모습이 비로소 똑똑히 보였다. 환자와 의사가 섞여서 텔레비전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방송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도대체 왜 저렇게 잔칫집 같이 떠들고 있을까?
우리들은 연락 튜브를 통과해서 우주 병원으로 갔다. 의사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환자가 앞섰다. 환자가 운반되었을 때 우리들은 몇 사람의 카메라맨과 신문 기자와 아나운서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정말 반갑습니다! 기어이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려. 이 대모험을 무사히 치른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 사람의 아나운서가 토일 사령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대모험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게 떠들지 마십시오."
토일 사령관은 조금 언짢은 소리로 대답했다.
"대모험이 아닙니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백 년 전의 낡은 우주선으로 위험한 우주 여행을 하셨으니까요. 굉장합니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것을 알면, 훈련생들에게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항상 완고하십니다 토일 사령관!"
한 신문 기자가 농담을 했다.
토일 사령관도 쓴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이번 우주 여행은 훈련생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한 것입니다. 나는 감독만 했을 뿐입니다. 훈련생들은 훌륭히 해냈습니다. 이제는 어떤 우주선을 타도 안심입니다. 칭찬해 주십시오."
카메라맨은 일제히 번쩍번쩍 사진을 찍었다. 텔레비전 카메라도 열심히 우리들을 찍고 있었다.
<전국의 텔레비전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방영하고 있을 거다.>
생각하니 갑자기 나의 얼굴은 벌겋게 되었다. 어느새 그들은 우리들을 영웅시하고 있었다.
 
도깨비 식물
 
우리들은 2일간 우주 병원에서 쉬게 되었다. 왜냐하면 정기 우주선이 떠나는 것이 없었고 샛별 호를 사용하는 것을 토일 사령관이 절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번쯤은 모험을 할 수 있으나 두 번은 안 된다. 샛별 호는 엄격한 검사를 받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쓸 수가 없어."
사령관은 단호하게 말했다.
샛별 호의 연료실의 온도계는 기분 나쁠 정도로 올라가 있었고 딴 곳도 고장을 일으킬 만한 곳이 대여섯 군데가 있었다. 정말 100년 전의 우주선을 사용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우리들은 우주 병원을 구경했다.
지구에서도 병원은 대체로 훌륭하고 깨끗했으나 아마 여기만큼 모든 시설이 완비된 곳은 없을 것 같았다. 더욱이 이 우주 병원에는 중환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중환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심한 중환자라도 여기에 오면 발달된 우주 의학의 치료로 거의 완치되기 때문이었다. 지구와 달라 세균이 거의 없고 공기와 습도가 환자에게 꼭 알맞게 조절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중력의 상태이므로 지구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갖가지의 수술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환자들 중에는 지구에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 아주 불쌍한 사람도 있었다. 심장병 환자로 심장이 약해져서 이 우주 병원 안에 있을 동안에는 정상이나 지구와 같이 중력이 강한 곳에 가면 즉시 쇠약하여 죽고 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지구보다 인력이 약한 행성, 즉 달의 식민지나 화성에 가서 살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새 생활을 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있었다.
환자들은 대단히 명랑했다. 병원에는 도서관도 있고 영화관과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오락 센터 등 여러 가지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맨 먼저 도서관에 가 보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거기에 있는 관리원이 좌석의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그 카드에 자기가 읽고 싶은 책명을 써서 도서 선발기의 구멍에 넣고 좌석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약 1, 2분 후에 좌석 옆의 구멍에서 마이크로 필름으로 된 책의 필름이 튀어나온다. 그것을 독서기에 걸고 주사 안경(미래의 책은 종이에 인쇄한 오늘날의 책과는 달리 모두 대단히 작게 촬영된 마이크로 필름 식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보기 위한 안경을 말한다)을 쓰면 눈앞에 책의 페이지가 나타난다. 스피드는 자유로 조절할 수 있고 눈도 피로하지 않다. 귀로 듣고 싶으면 다른 스위치를 누르면 아름다운 소리로 책을 읽어 준다. 그러나 읽혀서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졸음이 오기 때문에 그리 좋지 못하다.
이러한 우주 병원은 3분의 2가 병원이 차지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우주 생물학 연구소로 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유명한 생물학자가 모여서 우주에서 생물의 여러 가지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제 9 통로의 생물학 제 2 교실에서 홉킨즈 박사라는 유명한 학자와 만날 약속을 했다. 제 9 통로라는 곳은 잘 몰랐으나 곧 찾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잘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우주 병원은 우리들의 제 1 우주 스테이션보다 몇 배나 더 넓은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빙빙 돌며 찾는 동안에 똑같은 곳으로 나오곤 하였다. 마침내 돌아갈 길을 잃고 말았다.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데......."
티모시가 참다못해 말했다.
"그러나 묻고 싶어도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잖아."
로만이 투덜거렸다.
이 통로에 들어서고 부터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더구나 너무 조용해서 우리들은 약간 불안해졌다.
그 때, 옆길을 넘겨다보던 베다가,
"아, 저기 있다. '생리학 제 2 연구소'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들이 가는 곳은 생물학 제 2연구실이다."
티모시가 주의를 시켰다.
"같은 거겠지. 들어가 보자."
베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건 뭐냐? 여름의 생선집 모양, 비린내가 나잖아?"
"그런데다 무척 어두운데......?"
우리들은 사방을 돌아봤다.
어둠침침하여 안은 희미하게 보였다. 마룻바닥은 질벅질벅 물이 있고....... 공기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리고 베다가 말한 것과 같이 이상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동물원과 식물원을 같이 섞어 놓은 것 같이 좋지 않은 냄새였다.
"이 곳은 아주 기분 나쁘다. 이 곳이 아닌 모양이다. 딴 곳을 찾자."
로니가 뒷걸음치면서 말했다.
"조금 기다려."
로만이 어둠침침한 속을 뚫어지듯 보고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에 뭔가 나무 같은 것이 있다. 봐라! 방 한가운데 말이다."
로만이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기에 우리들도 뒤따라갔다. 우주 스테이션 안에는 물론 식물이 없었다.
훈련생들은 오랫동안 식물을 보지 않아서 나무라고 하니 곧 호기심이 일어났다. 우리들은 그 나무 앞에서 멈춰 서서 그것을 보았다.
"이상한 나무다!"
정말로 이상한 나무였다. 나무라기보다 무섭게 큰 풀이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금속제의 큰 화분에서 길다란 가지가 뻗어서 천장에 닿을 것 같았다. 잎사귀는 한 장도 없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게 되어 제일 위쪽에서 가지가 열 개쯤 늘어져 있었다.
가지에는 호스 같은 것이 많이 붙어 있었다.
"이것이 나무일까?"
"나무다. 그 화분 안을 보아라. 물이 항상 거기에 흘러내리도록 되어 있잖아."
티모시가 그것을 깨닫고 말했다.
정말 습기가 많고 마룻바닥에는 물이 적셔 있었다.
나는 사방을 둘러봤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방의 주위가 희미하게 보였다. 유리 상자와 병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다. 마치 열대의 정글 속 같았다.
"야, 숨이 가쁘지 않아?"
누군가가 말했다.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지구의 식물이 아니다. "
티모시가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은 살며시 그 식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 때였다. 그 식물의 줄기가 갑자기 휘청하고 구부러지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긴 가지가 마치 맹수를 노리는 회초리 같이 휙 하고 날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지는 나의 발꿈치와 손목에 감겼다. 나는 고함을 치려고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것은 나무가 아니다. 뭔지 모르는 무서운 생물이다. 그리고 나의 손과 발에 감긴 것은 가지가 아니고 그 생물의 촉수였다.
 
괴물의 세계
 
나는 힘껏 날뛰었다. 그러나 몸이 공중에 둥둥 떠 있어서 손발을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힐끗 보니 딴 사람들도 똑같았다. 그러던 중 발이 바닥에 닿았다.
나는 발로 마음껏 힘차게 바닥을 찼다. 나의 몸은 무서운 힘으로 천장 쪽으로 날아갔다. 가느다란 촉수는 그 바람에 떨어졌다 그 대신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 뻔하였다.
나는 조명 장치를 붙들고 살펴보았다. 모두들 무사히 빠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달려들었던 촉수는 아주 맥이 없었다. 이것이 지구였더라면 더 간단히 뿌리치고 달아났을 거다.
"이것은 도대체 어떤 도깨비일까?"
티모시가 최후의 촉수 한 개를 몸에서 떼어놓으면서 말했다.
"하여간 이 괴물의 방에서 나가자."
로만이 말했다. 그리고 슬슬 벽을 따라 문 쪽으로 나아갈 때였다. 갑자기 조명이 커졌다. 그리고 누군가의 소리가 났다.
"왜 여기서 떠들고 있느냐?"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어느 사이에 문이 열리고 거기에 흰옷을 입은 사나이가 서 있었다.
"너희들은 카스바트를 해친 건 아니겠지?"
로만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오히려 해를 입은 것은 이쪽입니다. 이런 꼴을 당한 것은 난생 처음입니다. 우리들은 홉킨즈 박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랬더니 이놈이......, 이 화성의 괴물 놈이......!"
사나이는 갑자기 웃어댔다. 그리고 문에서 쑥 들어오더니 그 괴물 앞으로 헤엄쳐 갔다.
"위험하다!"
티모시가 놀라 말했다.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보고 있었다. 사나이가 가까이 갔을 때 또 그 덤불 같은 촉수가 꿈쩍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나이의 손과 발과 몸에 휘감아들었다. 그런데도 사나이는 예사였다. 손으로 얼굴을 가릴 뿐 달아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얼굴을 서로 쳐다보았다.
"카스바트는 그리 영리하지 못하다. 곁에 가까이 오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붙잡는단다."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좋습니까? 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걱정할 것 없다. 이놈은 사람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손을 곧 놓을 거다!"
촉수는 보고 있는 동안에 원 위치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것이 도리어 놀란 것 같았다. 우리들은 어처구니없어 그 사나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나이는 또 재미있게 웃어댔다.
"이놈은 그리 힘이 강한 놈이 아니야. 붙잡혀도 달아나려고 하면 간단하게 달아날 수가 있어."
"그렇다고 하면 이런 괴물을 이런 곳에 놓아기르는 것은 위태롭지 않습니까? 이것은 어느 행성에서 잡아온 것입니까?"
"들으면 놀랄 거다. 그러나 그것은 홉킨즈 박사의 설명을 들어라. 나는 박사의 조수다. 너희들이 늦어져서 마중을 왔다. 여기에는 항상 문에 자물쇠로 잠겨 있을 텐데 누가 열어 놓았지?"
조수는 홉킨즈 박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놀란 우리들 일행은 지금부터 보는 생물학 연구소도 무섭고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이곳은 우주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의 하나였다. 홉킨즈 박사는 웃으면서 우리들을 맞아들였다. 우주 생물학 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연구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로 해 주었다.
"지구에서는 우리들 인간이 나면서부터 인력과 싸우고 있다. 그러므로 심장은 항상 피를 머리에서 발로, 발에서 머리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심장이 혹사당하지 않을 때는 자고 있을 때뿐이다. 그러니 심장은 항상 피로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심장뿐만 아니라 딴 내장도 모두 같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보다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지."
"얼마만큼 오래 살 수 있습니까?"
"지금 연구 중에 있어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대개 사람은 100년에서 130년은 충분히 살게 될 것이다."
홉킨즈 박사는 우리들을 표본실에 안내해 주었다. 표본실의 사방 벽은 거의 유리로 만든 상자로 되어 있었다. 상자는 한 개 한 개마다 그 생물의 이름을 쓴 카드가 붙어 있는데 그 안에는 곤충인지 식물인지 그렇지 않으면 짐승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어느 하나를 보았을 때 나는 그만 무의식중에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파리다! 그런데 이 파리는 어느 행성의 파리입니까?"
왜 내가 그렇게 떠들었는가 하면 파리의 길이가 자그마치 30센티미터가 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홉킨즈 박사가 재미있게 웃었다.
"지구의 파리지. 무중력 상태에서 특별한 호르몬은 주었더니 이렇게 크게 자랐다. 지구에서라면 이 파리는 날개를 들어올릴 수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날을 수 있습니까?"
"물론인지. 날을 때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 광경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쳤다. 30센티미터나 되는 파리가 그 큰 날개를 펄럭이며 달려든다면 흡사 거인 나라에 갔던 걸리버와 같이.......
"그런데 여기에 조금 재미있는 것이 있다. 여러분. 이것을 보아라."
홉킨즈 박사는 큰 영사 현미경을 조절하였다. 이것은 영화와 같이 스크린에 비치는 현미경이었다.
"눈으로 보아서는 보일까말까한 작은 미생물이다."
박사가 그렇게 말하면서 스위치를 누르니 스크린이 환해졌다. 작은 물방울이 크게 확대되어서 비쳐졌다. 그 물방울 안에는 작은 생물이 꾸물꾸물 헤엄치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가는 촉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자,
"아! 조금 전에 바로 그 괴물이다."
"그렇다. 물이 고인 곳에 자라는 히드라라는 미생물이지, 큰놈이라도 3밀리미터 정도이다."
"이것이 그 굉장한 괴물이었습니까?"
"그렇지. 놀랬지? 카스바트의 몸체를 크게 키우는 것은 우주 의학이 시작된 후의 귀중한 실험인 것이다. 그것이 우주 의학상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왜 그러한 실험을 하십니까?"
"왜라고? 크면 클수록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지.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생물학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 덕택에 생물학은 대단히 진보되었다."
우리들은 한번 더 카스바트를 보러 갔다.
이번에는 조명을 밝히고 보았다.
카스바트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은 알았지마는 그래도 우리들은 너무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려했다. 티모시가 쇠고기 한 덩어리를 던져 주었다. 그랬더니 카스바트는 촉수로 움켜쥐고 그것을 휘청휘청한 몸 꼭대기로 가지고 갔다. 순식간에 쇠고기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
"히드라 미생물은 독을 가지고 있다. 촉수에 독이 나오는 가시가 붙어 있어서 거기에 찔리면 마비되고 만다. 물론 이 카스바트는 독이 없도록 하여 두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까 너희들은......?"
박사는 그렇게 말하고 빙긋이 웃었다. 우리들도 한 번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날 밤 나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무서운 독을 가진 대괴물 히드라가 수천 마리 나타나서 지구의 도시를 공격하는 꿈이었다. 나는 한 마리의 히드라에게 붙들려서 잡혀 먹힐 지경에 이르렀을 때 겨우 꿈에서 깨어났다.
 
비상 산소 마개를 열어라
 
우리들을 태우고 갈 정기 우주선이 도착하기 전 날 기쁜 뉴스를 들었다.
즉, 그 환자의 수술이 성공하여 곧 완쾌된다는 뉴스였다. 우리들은 모험을 한 보람이 있다고 크게 기뻐했다.
그 다음 날 우리들은 제 1 우주 스테이션으로 출발했다. 우리들이 타고 있는 것은 우주 관측 스테이션 안을 나는 연락용 우주선이었다. 이 우주선은 밖에서 보면 아주 이상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타는 곳은 큰 계란형인데 여기에 연료 탱크와 로켓의 모터가 세 개의 쇠파이프처럼 길쭉하게 달려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주선이라 하기보다는 곤충 같았다. 물론 공기 없는 우주 공간을 날기 때문에 별 이상이 없었다.
눈으로 보는 겉치장보다 실용적인 것이 더 중요했다. 조종사와 토일 사령관은 코스에 대해서 상의를 하였다.
나는 관측창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았었다. 우주선이 우주 병원의 궤도를 벗어나 지구 쪽으로 내려올 때 바깥 경치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우주 병원은 흡사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과 같이 아름답게 우주에 떠 있는 것이다. 그 안에는 수백 개나 되는 병실과 많은 연구실과 정밀한 기계를 장비한 수술실이 있었으며, 그 속에 수백 명이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보면 움직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에 13,000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의 둘레를 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어떻게 우주 스테이션이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지 그 이론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실제로 보고 있으니 참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우연히 전에 어머니에게 그 이론을 설명해 드렸던 때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모양이었다.
"그건 이런 것이어요. 어머니, 우주 스테이션은 항상 엄청난 속도로 지구의 둘레를 돌고 있거든요. 그런데 돌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원심력이 작용되고 있죠. 저 실 끝에 돌을 달아매고 빙빙 돌릴 때와 같은 거죠."
그러자 어머니는 얼굴을 찡그리셨다.
"나는 돌을 실에 매달아서 돌려 본 일은 없으니까 너도 집안에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어요. 어머니, 학교에서 물리 시간에 배운 거지요. 선생님의 말씀은 '돌은 실에 매어져 있어 달아나지 않는 것이다. 즉 원심력이 작용되고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원심력은 바로 실로서 당기고 있는 힘과 맞선다. 마찬가지로 우주 스테이션은 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구의 인력에 당겨져 있어서 달아나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물리학의 법칙은 틀림이 없다. 한 번 알맞은 스피드를 내게 되면 나중에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언제까지나 계속 돌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공기의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에 맨 실이 짧으면 빠르고 세게 돌지 않으면 안 되지만 실이 길면 길수록 천천히 돌게 된다. 이것과 같은 이론으로 지구 가까이에서 돌고 있는 우주 스테이션은 빨리 돌고 먼 것일수록 천천히 돈다고 하셨어요."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만약 어떤 잘못이 있어서 그 스피드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게 큰 것이 수십 개가 하늘을 날고 있으니 만약 잘못되어 한 개라도 떨어지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달은 절대로 안 떨어지지요? 그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로이! 달은 안 떨어지지. 달은 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그 이론을 정말로 알게 된 것은 우주 스테이션에 와서부터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큰 우주 스테이션이 우주에 붕 떠 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지구도 마찬가지다. 태양도 모두가.......
나는 어느 사이에 깊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잠이 오는 것일까? 어제는 푹 잤는데 너무 긴장되어서일까? 아니 너그럽게 맘먹자. 하여간 우주 스테이션에 도착할 4시간은 할 일이 없으니까. 아니 4시간이 아니지. 4일 간이었지. 어떻게 되었든 대단한 일이 아냐.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다. 아이 졸려.......>
나는 겨우 눈을 떴다. 뭔지 잘 모르지만 옅은 분홍색이 보였다.
<이상하다......?>
나는 좌석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붕 하고 몸이 떠올랐다. 그 때 갑자기 토일 사령관의 날카롭게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몇 킬로미터 멀리서 들려 오는 소리같이 희미한 소리였다.
"비상 산소의 마개를 열어라! 산소가 떨어져 가고 있다."
<산소, 산소라니 뭐지?>
 
끝없는 우주로
 
나는 우주 스테이션의 통풍관 안을 바람이 강하게 흘러오는 곳을 거슬러가며 나아갔다. 언제 우주 스테이션으로 되돌아왔는지, 왜 이런 통풍관 속에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통풍관 속에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되게 되어 있었다. 통풍관은 우주 스테이션 속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공기의 통로이다. 무턱대고 들어가면 공기가 탁해지거나 환기 장치가 망가질 염려가 있다.
그런데 나는 열심히 통풍관 속을 걷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바람이 부딪히니 아주 숨이 가쁘다. 돌연 나는 손잡이를 놓쳐 바람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멈춰지질 않는다. 그리고 우연히 앞을 보니, 내 눈앞에는 송풍기의 큰 프로펠러가 붕붕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었다. 저것에 빨려 들어가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몸 전체가 가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언제든지 있어야 할 안전망이 없었다. 송풍기는 무서운 괴물같이 큰 입을 딱 벌리고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살려 주셔요!
 
"이제는 되었다. 조금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조금 더 산소를 마시도록 해라."
누군가의 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갔다. 숨쉬는 것이 그 순간부터 부드러워졌다. 나는 놀라면서 눈을 떴다. 머리를 들려고 하니 무척 아팠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티모시가 내 곁에 앉아서 산소 흡입기로 산소를 공급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여요?"
내가 물었다.
"이제 되었어. 환기 장치가 고장이 나서 산소가 부족했다. 그래서 너는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딴 사람들은?"
"우리들은 곧 산소 흡입기를 사용해서 살았다. 네가 먼저 정신을 잃은 까닭에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부끄러워졌다.
"이런 일은 자주 있습니까?"
"거의 없어. 그런데 그럴 때에는 틀림없이 경보 버저가 울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왜 버저가 울리지 않았는지 나중에 잘 조사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우주선에는 복잡한 기계와 장치가 많이 있어서 때로는 고장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우주 여행이 시작된 것이 아직 백 년 밖에 안 된다. 모든 것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로만이 성실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 이러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되어 우주 여행은 점점 완전하게 되는 거다."
그러는 동안에 출발의 준비가 끝났다. 엔진의 소리가 나자 우주 병원의 모습은 점점 작은 장난감 같이 되어 갔다. 반대쪽 지구는 작은 탁구공 같이 보였다. 이 넓은 대 우주를 그렇게 작은 곳까지 어김없이 날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은 궤도를 따라 제 1 우주 스테이션을 향해서 긴 곡선을 그리며 낙하하고 있는 것이다. 곧 지구는 커다란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 때까지 3시간 30분간 우리들은 가만히 앉아있을 뿐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우주의 미아로
 
언제쯤 되었을까? 나는 조종사가 작은 소리로 '아니!' 하는 것을 들었다. 조종사는 분주하게 위치 측정 장치의 키를 두드리고 있었다. 뭔가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나온 계산의 답을 보더니 조종사의 얼굴빛은 종잇장과 같이 하얗게 되었다.
<이상하다. 뭔가 사고가 일어났다!>
나는 계속 조종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직 아무도 딴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갑자기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내 바로 앞에 있는 전망창 앞으로 갔다. 거기에서 지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나도 깜짝 놀랐다. 거기에서 보인 지구는 아까보다도 훨씬 작아 보였다.......
우주선은 지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정상 코스라면 지금쯤은 상당히 가까워져야 했고, 따라서 크게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계산에 잘못이 있었단 말인가?>
이윽고 조종사는 이쪽을 돌아보더니 낮은 소리로 토일 사령관을 불렀다.
"토일 사령관님, 할 말이 없습니다. 나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우주선은 궤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토일 사령관은 벌떡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모두 놀란 얼굴로 수군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났나?"
"침착하라! 떠들지 마!"
티모시의 지시로 모두는 또 조용해졌다. 토일 사령관은 빠르고 정확하게 명령했다.
"가장 가까운 우주 중계 스테이션을 불러내라. 내가 이야기할 테니."
조종사는 곧 무전기를 향해서 호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기는 연락 우주선 PRX 305호. 여기는 연락 우주선 PRX 305호. 제 1중계 스테이션, 응답을 부탁한다."
그랬더니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제 1 중계 스테이션. PRX 305호, 말씀하시오."
"본선은 원인 불명의 사고로 궤도를 벗어났다. 즉시 본선의 현재 위치를 알려 다오. 이상."
"알았습니다. 그대로 기다리시오."
이윽고, 제 1 중계 스테이션에서 회답이 왔다.
"궤도를 벗어난 원인은 속도를 지나치게 냈기 때문입니다. 지금 PRX 305호는 지구에서 약 5만 킬로미터 지점을 초속 15킬로미터로 비행 중입니다. 그대로 나아가면 궤도를 탈출하고 맙니다."
토일 사령관은 입술을 깨물었다.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로만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로만은 무엇인가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우주선이 지구의 인력권 외로 튀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 계산 잘못으로 스피드를 너무 냈기 때문에 지구의 인력보다 우주선의 스피드 쪽이 강해지고 말았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아직은 잘 몰라. 잘못하면 광대한 우주 속으로 튀어나가고 말게 될지도 몰라."
"큰일이다."
"큰일이지. 우리들은 지금 조난 당하고 있는 중이야. 이 우주선은 연락용의 우주선이어서 연료나 산소를 여유 있게 싣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 우주의 미아가 되면 아마 구조되기 힘들 거야. 우선 산소가 없어지게 되면 모두가 질식하여 죽게 되기 때문이지."
나는 내 자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일까? 숨이 막혀서 죽다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는 갑자기 조종사가 원망스러워졌다.
<이렇게 된 책임은 계산 잘못을 한 조종사에게 있다. 첫째로 우주선의 조종사가 스피드와 진로의 계산을 틀리게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어.>
언제 왔는지 티모시가 속삭였다
"괜찮다. 로이.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여기는 지구 바로 옆이다. 구조할 우주선이 날아올 거다. 더욱 우리들의 토일 사령관이 함께 계시잖아."
나는 토일 사령관을 보았다. 사령관은 조종석에 앉아서 중계 스테이션과 이야기를 계속하는 한편 계산기로 복잡한 계산을 하기도 하면서 태연하게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었다. 난 도리어 부끄러워졌다.
"조종사의 실수를 너무 책망하면 안 된다. 우주선의 조종은 정말 틀리기 쉽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오늘의 실수도 틀림없이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티모시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 지나자 토일 사령관은 중계 스테이션과의 의논을 끝냈다. 우리들은 토일 사령관의 옆으로 모여들었다.
"우리들은 지금 탈출 속도로 달을 향해 가고 있다. 약 40시간이면 달의 궤도를 통과하게 된다."
토일 사령관은 우주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엔진을 조금 사용하면 달의 인력권 내에 들어갈 수가 있다."
"잘 됐어요. 달에 착륙하게 되는 거로군요?"
로만은 들뜬 기분으로 말했다.
"아니, 착륙은 할 수 없다. 연료가 부족해서 달의 인력을 이길 수가 없어. 그러나 달의 인력권 내에 들어가지 않으면 우주 공간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
토일 사령관은 조용해진 모두들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갑작스레 빙긋이 웃었다.
"자, 이것은 지금까지 받은 훈련의 응용 문제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나? 벤튼 훈련생, 어떠냐?"
티모시는 곧 대답했다.
"예, 달의 기지에 연락하여 구조 우주선을 불러, 연료를 보급 받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그러나 만일 달의 기지에 우리들을 구조할 수 있는 우주선이 없다면 어떻게 하지?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구조선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티모시는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그 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조종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다. 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을까? 토일 사령관, 하파르코스의 연료 발사 기지에 연락해서 연료 탱크 로켓을 발사시키도록 할 수 없습니까?"
"그렇다. 나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곧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조종사는 기운을 되찾아, 곧 달과 연락을 시작했다. 나는 티모시에게 설명하여 달라고 재촉했다.
"달에는 여기저기에 연료 기지가 있다. 연료의 보급을 받을 우주선이 달의 주위의 궤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우주선과 같은 궤도에 연료 탱크를 발사해 준다. 거기서 우주선과 탱크가 도킹하여 그 연료를 싣는 것이다. 하여튼 조종사는 훌륭하다. 우리 보단 제일 먼저 그 것을 깨달았으니."
티모시는 조종사 쪽을 보았다. 그 눈에는 하루라도 빨리 제 구실을 할 우주선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불덩어리와 같이 활활 타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고, 게다가 뜻밖에도 달 바로 곁에까지 가게 되어서 아주 기뻤다.
<조난 만세!>
 
죽음의 무인 우주선
 
지구는 점점 작아지고 그 대신 달은 점점 커져 갔다. 40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눈앞에 달이 굉장히 크게 보였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에서 본 '바다'와 뾰족하게 우뚝 선 산들과 큰 분화구가 지금 눈앞에 흩어져 있다.
고요의 바다와 꿈의 바다도 아페닌 산맥과 거대한 코페르니쿠스 화산도 보였다.
우리들은 관측대의 망원경을 빌려서 하파르코스 기지 근처를 살펴보았다.
달의 세계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알폰스라든가 프톨레마이오스 등의 유명한 크레이터(분화구)가 겹쳐 있는 것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 때마침 그 곳은 새벽이었다. 햇빛은 크레이터의 바깥쪽 산을 비추어 빨갛게 빛나고 뒤쪽에는 까만 그림자가 걸쳐져 있었다. 그 그림자 부분에 군데군데 노르스름한 불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루나 시티로서, 달세계의 큰 돔(반구형의 둥근 지붕) 도시이다. 지금 어둠에 덮여 있는 쪽에 큰 화학 실험과 우주 공학 실험실이 있는 것이다.
이윽고 나는 어두운 평야 안에 똑바로 널려 있는 등불의 행렬을 찾아냈다. 그것이 하파르코스 연료 발사 기지였다.
"잘 될까? 탱크와 이쪽 우주선이 충돌하는 일은 없겠습니까?"
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레이더와 전자 계산기가 정직하게 유도한다. 절대로 틀림없다."
조금 후 우주선이 달의 뒤쪽으로 날기 시작하였다. 지구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이 달의 뒤쪽을 처음으로 본 것은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자동 행성간 스테이션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부터 우주 비행이 이렇게 진보하게 되었다.
"지구가 보인다."
이윽고 또 앞쪽으로 왔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아름답다."
정말로 지구는 참 아름다웠다. 남극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태평양은 태양의 빛을 받아서 흡사 불의 바다와 같았다.
<저 태평양 한가운데서 나는 우주선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
기지에서 연료 탱크 로켓을 발사한 것을 무전으로 알려 왔다. 모두는 좌석으로 되돌아갔다. 랑데부하기 위하여 엔진을 걸었다. 이미 연료는 거의 다 떨어져 조금이라도 낭비하면 큰일이다. 만약이라도 실수하면 살아날 수가 없다. 토일 사령관은 자신이 조종석에 앉았다. 모두 긴장되어 조용히 레이더의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계산된 시간이 되었다. 스크린 한가운데 희미하게 작은 점이 나타났다. 그것이 점점 커져서 드디어 연료 탱크 로켓의 형태로 변했다.
모두는 '와'하고 환성을 올렸다. 이윽고 연료 탱크 로켓에 우주선이 도킹했다. 로만과 티모시 두 사람은 우주복을 입고 진공의 우주로 나갔다.
연료 탱크 로켓에서 이쪽 연료 탱크에 파이프를 이어서 연료를 옮겨 넣었다. 두 사람이 되돌아오자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최후의 위험은 끝이 났다. 연료 탱크 로켓을 떨어뜨리고 우리들은 제 2 중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산소가 조금 모자라서 거기서 산소를 보급 받고 우리들의 우주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나의 우주 여행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엔진이 정지되고 나는 레이더를 보게 되었다. 연료 탱크 로켓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스크린을 보고 있으니 빈 연료 탱크 로켓은 차츰 우주선의 뒤쪽 방향으로 떨어져 갔다. 몇 번인가 달의 주위를 돌고 있는 동안 달의 인력에 당겨져 마지막으로 달의 표면을 향해 떨어져 가는 것이다. 점점 작아져가는 붉은 점을 보고 있으니 차츰 그것은 희미해지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레이더의 유효 범위에서 벗어나고만 것이다. 스위치를 끄려고 할 때였다. 희미한 붉은 점이 또 스크린의 끝 쪽에 나타났다.
<우주선이겠지. 그러나 우주선이라면 이렇게 가까이 오면 무전으로 연락할 것인데. 설마 딴 우주에서 온 우주인의 우주선일까?>
설마 라고 생각했으나 나는 점점 마음에 거슬렸다. 더욱 그것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우주선에서 800킬로미터나 가까운 곳까지 오고 있었다.
나는 티모시에게 이 일을 알렸다.
티모시가 레이더를 조종하더니 곧 말했다.
"유성일지도 모르지. 하여간 무전으로 신호를 보내보자."
티모시는 무전으로 연락을 취해 보았다. 그러나 상대는 답이 없었다.
티모시가 그 물체의 진로와 스피드를 계산했다. 그것은 얼마 안 되어, 3킬로미터 떨어져서 이쪽 우주선을 스쳐갈 것을 알았다.
"야, 정말 유성이 아니다. 봐라!"
관측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로만이 말했다. 나는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많은 별의 무리를 배경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둥근 통 같은 것이 보였다. 사람이 만든 우주선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대단히 오래된 우주선이다. 유선형이고 꼭 옛날의 대포 같잖아."
나는 말했다.
"하여간 사령관에게 보고하자."
사령관은 곧 이쪽으로 와서 한참동안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나더니 말했다.
"저것은 잘 조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까이 가서 조사해 보자."
우주선은 코스를 변경해서 그 물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200미터쯤 가까이 가서 다시 한 번 더 잘 관찰했다.
확실히 우주선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무전으로 연락해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수수께끼의 우주선이었다.
"작은 편이다. 옛날의 미사일 같아."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티모시가 말했다.
"음. 그 전체가 아주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자."
이윽고 작은 우주선의 아주 가까이 까지 다가갔다.
전체의 형태를 알게 되었다.
"앗!"
모든 사람은 일제히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 이유는 그 정체 불명의 붉은 우주선 한가운데에 까만 색으로 무서운 마크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골 밑에 굵은 뼈다귀를 두 개를 엇갈려서 그린 마크! 무서운 죽음의 마크다. 그리고 그 마크 밑에는 똑똑하게 다음과 같은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위험! 가까이하지 마라!
 
-방사능 폐기물-
 
원자력 위원회
 
우주 스테이션이여 잘 있거라!
 
다음 순간 토일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좌석에 앉아라! 엔진 시동!"
엔진은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분사되었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우주선은 붉은 색의 무인 우주선을 스쳐 지나갔다.
"가이거 카운터를 해 봐야겠군."
토일 사령관이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위험은 없을 거다. 하여간 우주 스테이션에 돌아가면 방사능의 검사를 받아 보자!"
"그 무인 우주선은 언제부터 저렇게 우주를 헤매 다니고 있는 것입니까?"
로만이 물었다.
"저렇게 무계획한 일을 한 것은 1970년대일 것이다. 그 때는 아직 방사능의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었다. 그래서 우주에 내던진 것이 잘못 생각이었다. 우주 여행이 이렇게 빨리 발달될 줄이야 생각조차 못 했었으니까."
"요사이는 달의 크레이터 같은 곳에 모아서 파묻어 버립니까?"
"그렇다. 이것은 곧 원자력 위원회에 보고해서 처치시켜야 하겠다. 로이 마샬! 큰 수훈이다. 너는 우주 안전을 위해 훌륭한 일을 생각했다."
나는 조금 즐거웠다. 이것은 후일의 일이지만 토일 사령관의 보고로 그 방사능 우주선은 곧 붙들려 달의 크레이터에 묻혀지고 말았다. 그때 알았지만 이 우주선은 1981년에 폐기한 것으로서 70여 년 동안 우주를 헤매고 있었다.
이 발견을 제일 좋아한 분들은 천문학자들이었다. 이 우주선의 움직임을 조사해 보면 태양과 지구와 달과의 인력에 대해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여러 가지 알 수 게 된다고 했다.
하여간 이러한 사건이 있었지만 우리들은 단 5~6분밖에 늦지 않고 무사히 제 2 우주 중계 스테이션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 중계 스테이션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여러 가지로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것은 모두 도넛같이 둥근 형이었는데 이것은 평평한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고, 지구 쪽에는 창살형으로 되어 있었다. 곁에 가보니 거기에는 작은 반사경이 수백 개가 붙어 있었다. 그것이 지구에서 오는 통신을 받기도 하고 보내기도 하는 장치였다. 이 중계 스테이션은 딴 두 개의 중계 스테이션과 함께 지구상의 전파 통신과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방송을 중계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조금이라도 고장이 나면 지구 중의 통신이 흐트러지고 만다고 한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구의 최전선이다. 12시간 뒤 우주선은 또 출발했다. 그 실패한 우주 조종사는 내리고 대신 딴 조종사가 탔다. 소문에 들으니 그 조종사는 사문 위원회에 의해 벌을 받았다고 한다. 우주 여행의 규칙은 대단히 엄했다. 엄하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제 1 우주 스테이션으로 돌아오는 도중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우주 섬에 도착하자 마치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남아있던 훈련생들은 스테이션의 에어록까지 마중을 나왔다.
곧 환영회가 열렸다. 모두가 나를 훈련생과 똑같이 대해 주었다. 나는 한없이 기뻤다. 될 수 있으면 더 오래 여기에 있고 싶었다. 여러 가지 배우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나의 우주 스테이션 생활은 끝나가고 있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미 지구로 되돌아왔어야 했다. 다만 저번에 샛별 호에 타서 되돌아오는 도중 그 사고가 있고 해서 지금까지 머물러 있게 되었으나 이번만은 다음의 지구행 정기 우주선에 타야 되었다. 드디어 최후의 날이 다가왔다.
그 날 나는 하루종일 우주 스테이션에 있는 동안 쓴 일기와 기념품을 정리했다. 가장 훌륭한 선물은 훈련생들이 준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름다운 우주 스테이션의 모형이었다.
남은 것은 친절히 보살펴주신 여러 분들과 나누어야 할 이별의 인사뿐이었다.
토일 사령관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 때와 다른 것은 토일 사령관은 조금도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토일 사령관을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게 되었다.
"걱정만 잔뜩 끼쳐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는지 말이 막혀 이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토일 사령관은 빙긋이 웃었다.
"지금 네가 밀항한 연료비를 세계 항공 회사에 청구할까 어쩔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대단한 금액이 된다. 어떻게 할까?"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일 사령관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로이, 우주 스테이션의 승무원과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서 지원하는 젊은 사람이 대단히 많다. 그러나 그 중 정말로 우주에 알맞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는 3주일간 지켜보고서 네가 우주의 일에 알맞는 소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는 2~3년 후 우주 비행 학교에 입학할 생각이 있거든 나에게 편지를 내다오. 너를 반갑게 추천해 주마."
"정말입니까? 사령관님!"
"그렇고 말고."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나는 하늘에라도 오르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지금부터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 너는 이 우주 스테이션 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경험했다. 고생스러운 일은 거의 없었다. 게으름을 부리면 여기에는 올 수 없다. 열심히 공부해 다오, 로이."
토일 사령관은 책상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힘껏 잡았다. 그 순간 나는 지금까지 토일 사령관의 발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토일 사령관 자신은 발 같은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강한 의지와 결심만 있으면 어떠한 일에도 지지 않는다는 무엇 보다 좋은 교훈이었다.
<그렇다! 나는 반드시 하겠다. 훈련생이 되어서 꼭 이 우주 스테이션으로 돌아오겠다.>
에어록에 도착해 보니 거기에는 또 한 가지 나를 놀라게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티모시와 로니들이 종달새 호로 나를 우주 호텔까지 데리고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곧 바로 우주선에 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짐을 종달새 호에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굉장히 많은 짐이구나!"
로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짐의 제한이 있어서 이렇게 많은 짐은 가져갈 수 없는데....... 로이의 일이니 특별히 부탁하여 용서해주도록 하지."
종달새 호는 곧 우주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짐을 내리고 두 사람은 또 종달새 호로 되돌아갔다.
"자, 그러면 잘 가! 또 만나자!"
티모시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건강하게 잘 지내."
로니도 말했다.
나는 '꼭 훈련생이 되어서 다시 오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가슴이 메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구에 왔을 때는 우리 집에 꼭 놀러 오셔요."
"물론. 가고 말고, 로이."
"베다와 로만과 칼!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도 안부를 부탁해요!"
"잘 가라, 로이!"
종달새 호는 우주 호텔을 떠났다. 그리고 보고 있는 동안 우주 스테이션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잘 있어요, 티모시! 잘 있어요, 우주 스테이션!>
 
우주 호텔
 
정복을 입은 보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나르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열심히 짐을 날라주었다.
우주 스테이션에서는 무엇이든지 자기의 일은 자기가 하는 버릇이 되어 있는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보이는 내 짐을 복도의 벽 앞에 놓더니 버튼을 눌렀다. 작은 소리가 나며 복도가 움직였다. 그러더니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벽 쪽으로 밀려갔다. 원심력이 작용하여 또 중력이 되돌아온 것이었다. 우주 호텔은 인력을 만들기 위하여 빙빙 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복도가 우주 호텔과 같은 속도가 될 때까지 돌지 않으면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었다.
얼마 안 되어 버저가 울렸다. 나는 복도를 걷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중력이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복도 끝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나는 조금 놀랐다. 이 세상에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무중력 상태의 세계에는 어떤 곳에도 오르내릴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가자 거기에는 큰 홀로 되어 있었다. 홀의 끝에 있는 훌륭한 책상 위에 큰 주의서가 붙어 있었다.
'여기의 인력은 지구의 3분의 1'
여기는 화성에서 오는 사람들과 화성으로 갈 사람들에게 꼭 알맞은 인력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대개 화성에서 돌아온 사람같이 재미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거기에서 눈에 띈 것은 세면장이었다.
나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흘러내려 세면기 안에 담겼다. 인력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미 완전히 인력이 없는 세계에 익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물이 나오면 목욕탕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옆의 작은 방문을 열어 보니 그곳은 정말로 깨끗한 목욕탕이 있었다. 나는 곧 뜨거운 물을 틀어내서 목욕을 하였다.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3주일만의 목욕이었기에 더 좋았다.
목욕을 마치고 조금 있자, 차임벨 소리가 나더니 아름다운 여자의 소리가 천장 쪽에서 들려왔다.
"저녁 식사시간입니다. 방으로 가져갈까요? 그렇지 않으면 식당으로 오시겠습니까?"
나는 깜짝 놀랐지만 곧 대답했다.
"방에서 먹겠습니다."
보이가 식사를 가지고 왔다. 우주 스테이션의 식사보다 사치스럽고 맛이 아주 좋았다.
먹고 나니 또 보이가 와서 식탁을 치우면서,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고 나갔다. 나는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보았다.
조금 전까지는 밝게 조명이 켜져 있었던 복도가 완전히 캄캄해졌고 조용했다.
여기에는 똑바로 밤과 낮의 구별이 있었다. 지구와 같이 하루는 24시간으로 되어 있고 밤이 되면 이렇게 조명을 어둡게 한다고 한다. 아침이 되면 또 밝아지는 것이었다.
나는 오래간만에 부드러운 침대에 들어갔다. 피로해서 곧 잠이 들 줄 알았더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인력 때문이겠지.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인력이라도 인력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 온 나로서는 숨쉬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
 
화성에서 온 소년
 
아침이 되어 보이가 깨울 때까지 계속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는 우주 호텔의 견학에 나섰다.
첫째로 느낀 것은 마룻바닥이 경사가 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보니 어쩐지 비스듬히 서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실은 그 사람들이 보면 이 쪽이 비스듬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이 우주 호텔이 큰 원통형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상상하자면 거대한 큰북을 생각하면 좋았다. 큰북의 동체의 안쪽 모서리에 서서 머리를 북의 중심을 향하는 것이다. 그러면 동체는 둥글게 되어 있어 마룻바닥이 비스듬히 되어 보이는 까닭이다. 큰북의 동체는 빙빙 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넘어지거나 뒹굴지 않는가 하면―이미 여러분들은 알 것이다. 원심력이 작용되어 몸이 큰북의 동체에 떠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통에 물을 넣어 휘돌리면 물통이 거꾸로 서도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우주 호텔은 세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가장 축에 가까운 곳이 '인력 3분의 1 층'이며, 내가 서 있는 곳이다. 그 바깥쪽은 '인력 3분의 2의 층'이며, 가장 바깥쪽은 '지구 인력과 같은 층'으로 되어 있었다.
호텔의 손님들은 대개 '인력 3분의 2 층'에 있었다.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사람은 한꺼번에 무거운 중력의 세계로 가게 되면 신체에 해롭기에 지구의 인력보다 조금 약한 곳에서 신체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 곳에 들어가 보았다. 엘리베이터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꾸불꾸불한 계단이었다. 손잡이를 꽉 쥐고 천천히 내려가니 몸이 점점 무겁게 되어 갔다. 한 발자국 내려설 때마다 1킬로그램씩 불어 가는 기분이었다. 겨우 '인력 3분의 2 층'에 다다랐을 때는 숨이 차서 완전히 녹초가 되고 피로해 지고 말았다. 조금 쉬고 걷기 시작했는데 마치 어린 아이 걸음같이 겨우 발을 떼어놓을 정도였다.
<이래서야 어디 지구에 되돌아갈 수 있겠는가?>
나는 생각했다. 나의 동작이 꼴불견이라 모두들 힐끔힐끔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른 사방을 돌아보니 모두가 나와 똑같았다.
모두 숨을 헐떡거리며, 절룩절룩 절거나, 조금 걷다가는 주저앉아, 흡사 큰 병을 치르고 갓 나온 사람들 같았다. 나는 무의식중에 웃고 말았다. 모두가 무거운 인력에 익숙해지려고 대단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지구에는 못 간다. 그래서 열심히 인력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에서 되돌아온 사람들은 거의가 서로 친해져 있었다. 화성에서 두 달이나 걸리는 오랜 우주 여행을 하였기 때문이겠지. 나는 흔들거리면서 매점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내가 유성의 조각을 보고 있을 때 옆으로 한 소년이 다가왔다. 여동생 같은 여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있었다.
"야! 안녕? 너는 우주선에서는 없었지?"
소년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응. 저쪽 우주 스테이션에서 왔어."
"이름이 뭐지?"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지구에서는 실례지만 여기에서는 보통이었다.
우주에서는 쓸데없는 형식은 필요 없었다.
"나는 로이 마샬. 너는?"
하고 말했더니 여자아이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아니, 당신에 대해서는 우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달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방사능 우주선을 찾아내기도 하여 굉장한 모험을 하셨다지요?"
"뭐, 그렇지도 않은데......."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나보다 더 많은 오랜 우주 여행을 한 사람 앞에서 뽐내는 것이 싫었다. 소년은 말했다.
"나는 존. 이 둘은 여동생 루비와 메이다. 우리들은 지구에는 처음이야."
"너희들은 그럼 화성에서 태어났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고향인 미국으로 간다."
지구를 모르는 소년 소녀가 있다니.......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들이 지구의 집으로 돌아가는 선물을 사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까? 존 오빠!"
루비가 말했다.
"그 플라스틱의 별자리 표가 좋겠어."
"나라면 이 유성의 모형으로 하겠는데. 그러나 너무 비싸서 안 되겠다."
내가 말을 하자 존이 갑자기 물었다.
"얼마 가지고 있니?"
나는 놀랐으나 호주머니의 돈을 헤아려 보았다.
"모자라는 돈은 내가 빌려주지. 지구에 돌아가서 갚아 줘."
존은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고 돈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것도 화성식이겠지. 나는 남에게 돈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존의 기분을 생각해서 시키는 대로 하였다.
그리고 세 남매는 나를 그들의 부모에게 데리고 가서 소개해 주었다.
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우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열중하였다. 아무튼 존들에게 듣는 화성의 이야기들은 신기한 것뿐이었고 그 반대로 지구의 이야기는 존에게는 모르는 것뿐이기 때문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존은 대단히 사진 기술이 훌륭했다. 큰 앨범 여러 권에 사진이 가득 차 있었다. 화성의 훌륭한 큰 돔 도시의 광경과 붉은 대사막의 사진을 보자, 나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있는 것은 화성의 대식물 지대의 풍경이었다.
상당히 높은 언덕 위에서 아래의 큰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이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상한 형태를 한 화성의 식물이 수십만 수백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여기는 수백만 년 전 옛날에는 바다였어."
존이 설명했다.
"바다라니......? 화성에는 바다 같은 것이 없다고 하던데......?"
"지금은 없어. 그러나 아주 옛날에는 바다가 있었다는 증거가 많이 있었다. 이 근처에는 옛날의 바다 생물의 화석이 많이 나왔단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 이것을 봐라. 로이."
존의 아버지인 무어 씨는 또 한 장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키가 크고 색다른 식물이 저 먼 지평선까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는 무어 씨와 두 사람의 화성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이 공기초라는 것은 정말 색다른 풀이다. 땅 속의 광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드는 특별한 성질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풀을 여러 군데 심어 놓고 있다. 이리하여 조금 있으면 화성의 공기가 점점 불어 간단다."
"아니! 무어 씨는 산소 마스크를 하지 않으셨네요."
나는 놀라면서 외쳤다.
"너는 언젠가는 깨달으리라고 생각했다. 공기를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뒤의 일이지만, 공기초가 있는 곳이면 2~3분은 괜찮다."
"그렇습니까?"
나는 감탄했다. 그리고 화성은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되어갈 것으로 믿었다.
나는 존에게 물었다.
"지구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니?"
"여행이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다. 화성에도 영화관이 있어서 지구의 영화를 자주 보았다. 대개는 짐작할 수 있지만."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으나 겨우 참았다.
존으로서는 지구의 크기를 잘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화성은 지구에 비하면 6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행성인데 인간과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은 극히 좁다. 거기에 비해 지구는 대단히 넓다. 나 역시 아직 지구의 한 일부분 밖에 모르고 있지 않는가!
"너희들은 어떤 곳에 가고 싶지?"
루비와 메이에게 물었다. 루비는 곧 대답했다.
"수풀요. 숲이 보고 싶어요. 화성에는 그런 곳은 없으니까. 숲 속을 산책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작은 새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날아다니고 있고......."
"화성에는 작은 새들도 없어요. 공기가 희미해서 날지 못해요."
메이가 서글프게 말했다.
존이 말하였다.
"나는 바다가 보고 싶어. 요트라는 것을 타 보기도 하고 고기도 잡아보고 싶어. 그러나, 로이! 바다가 너무나 커서 가운데 가면 육지가 보이지 않는다지? 그것이 정말이야? 허풍이 아니지?"
"물론 정말이지."
존은 부르르 떨었다.
"굉장하구나. 그렇게 물이 많다니....... 빠질 것 같아서 무섭구나. 배를 타면 배멀미를 한다지?"
"응,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지구에서는 이미 배는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어. 2, 3백 년 전에는 어디를 가든지 배였는데, 지금은 우주선과 제트기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해수욕장에 가면 요트나 보트를 빌릴 수가 있어. 자신이 저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그러나 괜찮을까? 아무튼 지구의 바다에는 무서운 괴물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사람 같은 것은 집어삼킨다고 하잖아?"
"안심해. 그런 것은 여간 깊은 데가 아니면 하나도 없으니까."
"육지에 있는 동물은 어떤 것이지?"
메이가 물었다.
"굉장히 큰 것이 있다지요? 호랑이와 사자 같은 것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라고 책에서 읽은 일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만나면 잡혀 먹히잖아요?"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좀더 자세히 알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인력
 
그리하여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는 지구의 3분의 2의 인력에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인력이 있는 것을 잊고, 물을 테이블 위에 엎지르기도 하고, 계단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하는 웃지 못할 실수를 했으나, 이제는 그런 일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내일이면 지구행 우주선에 타게 될 우리들은 '지구와 같은 인력의 층'에서 하루를 지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것이 곤란한 일이었다.
나는 주의하여 또 꾸불꾸불한 계단을 내려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가운데부터는 한 발자국마다 무게가 더해 왔다. 제일 아래에 다다랐을 때는 발에 힘이 없어 주저앉을 뻔하였다. 이것이 보통 지구 인력과 똑같은 것일까? 이렇게 무거운 인력이 있는 지구에서 지금까지 예사로 살아왔었던가! 달리기도 하고, 짐을 가지고 다닌 일들이 흡사 거짓말 같았다.
그래도 무어 씨의 가족들은 나보다 훨씬 더 심했다. 무리가 아니었다. 모두가 지구 3분의 1의 인력 밖에 없는 화성에서 오래 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우리들은 쉬지 않고 수없이 여러 번 걷는 연습을 계속 했다. 열심히 한 까닭에 그럭저럭 인력에 익숙해졌을 때 나와 존은 전부터 듣고있던 '소용돌이치는 풀'에 가보았다. 이 '소용돌이치는 풀'은 '지구와 같은 인력의 층'의 명물이었다.
이 풀의 물은 한가운데는 쑥 들어가고 바깥쪽은 높이 올라가 있어 흡사 소용돌이치는 것 같이 보였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었다. 이 층은 꼭 우주 호텔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물은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은 알아도 실제로 이 풀에 들어와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풀의 가운데에서 머리를 내어보니 둘레의 수면이 비스듬히 점점 높아져 있었다. 꼭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서 지금 곧 물 바닥에 끌려들어 가고 말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물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리 있어 보아도 중심은 절구통 밑바닥처럼 푹 들어가 있는 그대로였다.
우리들은 재미가 있어서 조금 뛰어 놀았다. 풀이 재미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사실은 풀 속은 인력이 약간 약해져 있기 때문도 있었다.
놀고 있을 때, 스피커는 출발 시간이 가까웠음을 알려 주었다.
"정기 우주선에 타실 손님은 각자 짐을 가지고 우주 호텔의 큰 홀로 모이십시오. 재차 말씀드립니다. 정기 우주선을 타실 분은......."
이윽고 큰 홀에 모였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유쾌하던 존과 루비가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는 걱정이 되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나 존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존뿐만 아니라 무어 씨와 어머니와....... 그러고 보니 화성에서 온 사람들 모두가 슬픈 듯이 보이잖아......!>
"드디어 지구에 가는군요."
"응, 당분간 고향인 화성과도 이별이다."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던가......? 모두가 화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별이 안타깝겠지. 이 사람들에게는 고향이 지구가 아니고 화성인 것이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인 화성! 맘대로 뛰어 놀고 생활했던 화성을 이별하고 생활과 습관, 그리고 모든 것이 익숙하지 못한 지구에서 살아야 된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지구에.......>
나는 그들이 무척 애처롭게 생각되었다. 이상하게도 나까지 슬퍼지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도 기어이 우주와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구나!>
 
모두들 안녕
 
'인력 3분의 1의 층'에는 5명 정도의 승객이 우주선에 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 때는 나 혼자 뿐이었는데 갈 때는 일행이 많았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호텔 쪽에서 모두에게 여러 가지 팜플렛을 나누어주었다.
뭘까? 하고 생각하면서 보니 그것은 지금부터 가게되는 지구에서 해야 할 여러 가지 주의와 충고 등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이런 것은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우주 여행의 기념이 되겠기에 고맙게 받아 두기로 했다.
에어록에는 한 번에 10명밖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모두가 우주선에 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모두 타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탄 것 중에서 가장 큰 우주선이었다.
큰 승객용의 선실에는 양쪽과 중앙으로 3열의 자석이 줄지어 있었고, 좌석 한 개 한 개에는 안전 벨트가 달려 있었다.
나는 기분 좋게 창 옆 좌석에 앉게 되었다. 출발까지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본 우주선은 5분 후에 출발하여 곧 지구로 향하겠습니다."
나는 창으로 우주 호텔과 저쪽에 떠 있는 그리운 우주 스테이션을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지구의 인력이 작용할 수 없을 정도의 맹렬한 스피드로 우주의 궤도를 날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스피드를 낮추어 지구를 향해서 날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대기권 내에 들어가면 천천히 글라이더와 같이 공기층을 활공하면서 내려간다. 이 스피드가 너무 빠르면 공기와 마찰하여 우주선이 타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밤하늘을 흐르는 유성처럼 불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다보았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발사 5초 전. 안전 벨트를 다시 한 번 조사해 보십시오.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스피커가 최후의 주의를 시켰다. 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스피드로 몸이 좌석에 억눌리고 말았다. 출발이다. 보고 있는 동안 우주 호텔이 점점 우주선 뒤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 천천히 도는 큰 드럼통 같은 모습이 은모래를 펼쳐 놓은 별 하늘 안으로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그 저쪽에 우주 스테이션의 모습이 잠깐 보였다.
<잘 있거라. 티모시, 로만, 토일 사령관 여러분, 모두 안녕!>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목안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아서 입을 꽉 다물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아마 우주 스테이션에서도 그 전망대의 망원경으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우주 스테이션도, 우주 호텔도, 우주선의 큰 날개 사이로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구의 모습
 
그러는 사이에 엔진이 정지되었다. 우주선 안은 조용해졌다. 또 한 번 무게가 없어졌다. 떨어지는 우주선과 같은 스피드로 몸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게를 느낄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대개 사람들은 팜플렛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나는 하늘의 별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지구에 가면 공기의 방해로 이렇게 아름다운 별 하늘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무게가 없는 세계도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다시 한 번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싶었으나 규칙을 위반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참았다.
큰 날개의 끝에 달려 있는 보조 로켓으로부터 번쩍번쩍 붉은 불꽃이 튕겨 나왔다. 하늘의 별이 천천히 돌기 시작하였다. 우주선이 뱃머리를 지구 쪽으로 돌렸기 때문이었다. 실내의 스피커에서 또 방송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우주선은 지금 적도 800킬로미터 상공에서 시속 3만 킬로미터로 지구를 향해 강하하고 있습니다. 30분 후면 대기권에 들어갑니다."
"저것이 바다야? 로이!"
나의 옆에 앉았던 존이 놀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지금 보이는 것이 지구에서 가장 큰 태평양이라고 하는 바다야."
나는 곧 설명했다.
"넓지. 네가 있던 화성을 전부 집어넣어도 남을 정도로 넓단다."
존은 놀라서 눈을 휘둥거릴 뿐이었다.
"그 외에도 대서양, 인도양, 남극해 등 큰 바다가 여러 개 있지.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가 더 넓단다."
"그러나......, 그러면 비가 많이 오면 육지가 가라앉지 않을까?"
"괜찮다, 존."
나는 웃음을 터뜨릴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그러나 존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화성에는 큰 호수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 똑바로 앉아 봐라. 저기에 보이는 것은 남아메리카 해안이다. 이 정도이면 지구에서 300킬로미터도 안 떨어져 있을 거야."
우주선은 조용한 넓은 하늘 동쪽을 향해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팜플렛 같은 것을 읽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 창가에 모여서 차츰차츰 변해 가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있다. 남아메리카 해안선을 쓱 내려오니 앞에 넓은 아마존의 끝없는 정글이 계속되고 있었다. 존이 작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렇다. 여기에는 화성에서 상상도 못할 대자연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몇 만 평방 킬로미터나 펼쳐져 있는 무성한 열대 수림, 그 밑을 흐르는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강과 내,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여러 가지의 동물들.
나 역시 새삼스럽게 지구가 정말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주는 넓다. 그러나 이 지구 같이 인간과 생물이 살기 좋은 행성은 거의 없다. 그 지구에서 태어난 우리 인간들은 정말 행복하다. 이윽고 남아메리카 대륙을 지나서 아마존 강의 하구 가까이 왔다.
대서양이 보일 것인데 두꺼운 구름에 싸여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로 하구 근처에는 무서운 폭풍우가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름 사이로 때때로 눈을 뜰 수 없게 하는 번갯불이 일어났다. 나도 폭풍우를 그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열대의 폭풍우다. 화성에는 이런 폭풍우가 없지?"
나는 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물론, 비는 오지 않지. 그러나 때로는 사막에서 무서운 모래 바람이 일어나거든. 번갯불도 한두 번 본 일은 있어."
"비구름이 없는 데도 번갯불이 일어나?"
"모래가 전기를 띠고 있지. 그렇게 자주는 없어도 간혹 있어."
폭풍우 위를 넘어가자 대서양이 보였다. 대서양은 마침 저녁놀로 온통 가득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존이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저녁놀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주선이 지구의 밤하늘로 날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곧 눈앞에는 어둠이 가려졌다. 그것은 뭔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갑자기 무서운 소리가 우주선의 둘레에 일어났다. 그 것은 무엇이 우주선에 스쳐 가는 좋지 않은 소리였다.
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강해져 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존이 놀라서 소리쳤다.
"공기가 선체에 부딪치는 소리야."
"괜찮을까?"
"걱정 마. 누구나 처음에는 놀라지만 괜찮아."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태연스럽게 말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겁이 났다. 틀림없이 나의 얼굴도 파랗게 질렸을 것이다. 지금 우주선은 8만 미터의 고도에서 두터운 공기층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공기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존은 물론 나 역시 몰랐었다. 그러나 공기는 지금 무서운 스피드로 나는 우주선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공기는 짙어지므로 그만큼 우주선의 스피드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들은 그 때마다 좌석에서 튕겨나올 것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에는 지구를 한 바퀴 더 돌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달이 없는 캄캄한 밤중을 우주선은 계속 비행하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인도양을 날고 있을 텐데 어두워서 전혀 알 수 없었다. 공기의 마찰 소리만으로 우주선이 날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나는 우연히 창 밖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붉은 불꽃이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창가에 머리를 대고 그 불꽃을 잘 관찰했다. 그것은 어두움 속에서 번쩍번쩍 타서 아름다운 핑크 색으로 사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그 불꽃은 지상에서 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두워서 몰랐지만 그것은 우리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의 날개가 빨갛게 무서운 불꽃을 튀기면서 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꼭 가리라
 
언젠가 나는 밤하늘에 붉은 불덩어리가 되어 타 내려가는 우주선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
어른들도 떠들기 시작했다. 날개의 불꽃을 본 모양이었다. 실제로 그 불꽃을 보고 있는 동안 점점 커져서 날개 전체가 어둠 속에서 빛날 정도가 되었다.
그때 또 그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여러분, 제발 조용히 해 주셔요. 지금 날개가 타고 있는 것은 조금도 무서운 일이 아닙니다. 공기의 마찰로 열을 내고 있을 뿐이며, 우주선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게 되어 있으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전해 드린 팜플렛에도 쓰여 있습니다."
나는 부끄러워졌다.
<아무튼 팜플렛을 읽었어야 하는 건데.......>
드디어 우주선은 밤의 세계를 빠져 나와 다시 낮의 세계로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태평양은 지금 새벽녘이었고, 태양은 바다 저 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그 장엄한 광경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잊게 하고 말았다. 나는 우주 스테이션에서 태양이 지구에서 떠오르고 진다는 것을 무심코 보았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아무래도 태양이 '떠오른다' 든지 '진다' 든지 하는 느낌이 안 들었다.
<아무래도 해가 뜨고 지고 하는 훌륭한 광경은 지구에서나 봐야 그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구나.>
우주선은 지금 지구를 완전히 한 번 돌고 두 번째 돌게 되는 것이다. 스피드도 전의 반쯤으로 줄었다. 브라질의 대밀림이 보일 때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밀림을 지나고 아마존 하구에 들어섰을 때는 아직도 전의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밤이 왔다. 우주선의 날개가 어두움 속에서 또 붉은 불꽃을 튀겼다. 낮 동안에도 타고 있었지만 태양의 빛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곧 착륙을 하게 된다. 이번이 우주 여행의 마지막 코스가 된다. 스피드도 보통의 제트기와 같은 정도가 되었다.
동아프리카 해안은 빛의 행렬로 굉장히 아름답게 보였다. 인도양을 지나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은 조종사가 공항에서 보내는 유도 전파를 따라서 차츰차츰 고도를 낮추어 가며 뉴기니 섬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뉴기니 섬에 도착할 때는 거의 스피드가 떨어질 것이다. 그 때 스피커에서 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사나이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 우주선의 선장입니다. 오랫동안 피곤하셨지요? 20분 이내에 착륙하겠습니다."
이 소리를 듣지 않아도 거의 우주 공항에 도착할 때가 됐다는 것을 공기 마찰의 소리로 알고 있었다. 날개의 불꽃도 거의 꺼지고 있었다.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상공을 지날 때도 여전히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때때로 어두운 지상의 밝은 등불의 행렬이 보이곤 했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이었다.
"저기 켰다 꺼졌다 하며 움직이고 있는 불꽃은 뭐지?"
존이 물었다.
"그건 바다를 달리고 있는 배야."
"저것이 배라고......?"
"지금 본 우주선은 뉴기니 해안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스피드는 시속 약 1,500킬로미터, 곧 우주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스피커에서 선장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주선이 가볍게 기우뚱하는 것 같았다.
그 아래 눈부신 빛의 행렬이 쫙 깔려 있었다.
"저기다! 저것이 우주 공항이다, 존."
나는 존의 귓전에 속삭였다. 신호탄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르더니 밝고 아름다운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 흩어졌다. 그 빛으로 공항 둘레의 산들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얀빛의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높은 산이다. 충돌하지 않을까?"
존이 숨가쁘게 말했다. 화성에는 이런 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러한 긴 여행을 하고 마지막 판에 저런 산에 충돌하면 큰일이다. 어쨌든 잘 착륙해 줬으면.......>
우주선이 언제 착륙했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 그럴 정도로 천천히 착륙했다.
창 밖에는 활주로의 양쪽 조명이 무서운 힘으로 반사하며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천천히 정지되었다.
나는 잠깐동안 좌석에 앉은 채로,
<이미 지구에 도착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존의 얼굴을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
스튜어디스가 와서 좌석의 안전 벨트를 푸는 것을 도와주었다. 좌석에서 일어나서도 모두는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화성에서 온 사람들은 지구가 낯선 곳이었다. 우리들은 제일 나중에 천천히 내렸다. 나는 존의 짐을 반쯤 들어주었으나, 존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 짐을 들고 한 손으로는 좌석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무거운 지구의 인력 안에서 제대로 걸을 자신이 아직은 없는 모양이었다.
"힘을 내라. 조금 있으면 화성에 있을 때와 같이 뛰어다닐 수 있게 될 거야."
나는 살며시 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빨리 그렇게 되면 좋지만....... 절름발이가 지팡이를 잃은 기분이야, 로이."
출구에 나올 때 무어 씨와 어머니를 보니 약간 긴장이 된 것 같았다. 마음속에는 '화성으로 되돌아가자' 라고 애들이 아우성칠지 몰라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것 같았다.
루비와 메이는 예상외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우주선의 큰 날개 밑으로 나왔다. 높은 산의 차가운 공기가 싸늘하게 얼굴을 스쳐 갔다.
<바람이다. 지구의 바람이다. 거의 한 달만에 쏘이는 진짜 바람이다.>
갑자기 나는 즐거워졌다. 정말 고향에 되돌아왔다고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들은 우주선을 떠나서 공항으로 왔다. 맞으러 온 버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버스로 공항 호텔에 가서 오늘 저녁은 거기서 자게 되는 것이었다.
버스에 타기 전에 나는 다시 한 번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았다.
<이 한달 동안 나의 집이었던 우주 스테이션은 저기에 있다. 토일 사령관과 티모시와 로니와 로만도 있다. 사이좋게 지냈다. 딴 훈련생들도....... 나는 저기에 언제쯤 가게 될까?>
뒤를 돌아보니 존도 역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주 호텔은 안 보인다. 지금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
하고 말해도 존은 대답이 없었다.
존은 저 동쪽을 보고 있었다. 동쪽 하늘에는 지금 날이 샐 무렵이었다. 지평선의 그 높은 곳에는 여러 가지 별들에 섞여서 빨갛게 번쩍이는 루비 같은 별이 있었다.
"나의 고향이다."
존이 말했다. 목 메인 가냘픈 소리였다.
<화성이다!>
나는 존에게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거기에는 많은 용감한 사람들이 고통을 이겨내고 화성을 인간이 사는 세계로 건설하기 위하여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토일 사령관을 생각했다.
<그렇다. 언젠가는 나도 훈련생이 되어서 또 저 우주 스테이션에 가겠다. 그러나 그 때의 우주 스테이션은 나에게 최초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나는 더 먼 곳에 간다. 화성에도 간다. 토성에도 가자. 아니 보다 먼 넓은 우주라도!>
나는 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오랫동안 그 붉게 빛나고 있는 화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끝>
 
 
무기 없는 세계
THE REPORT ON THE BARNHOUSE EFFECT
 
커트 보네것 KURT VONNEGUT 작
 
 
이상한 교수
 
나의 졸업 논문을 당당할 교수가 반하우스 교수라고 결정되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이거 큰일 났군!>
하고 굉장히 걱정을 했다.
반하우스 교수는 심리학 교수로서 전쟁에 출전하기 전에는 정말 훌륭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돌아온 다음부터는 전혀 성격이 변해 자주 휴강을 하는 등 성실하지 못 했다.
거기다가 수업에도 전혀 성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가끔 교정에서 마주칠 때 쳐다보면 의욕에 찬 모습은 조금도 없고 멍청해 보였다. 그런데 그 교수가 나의 졸업 논문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내가 얼마나 맥이 풀리고 우울해졌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교수의 연구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보잘 것 없고 마구 흐트러져 있었다.
몇 달 동안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연구실 안은 먼지투성이였다. 그 뿐만 아니라 반하우스 교수는 책상 앞에 걸터앉은 채 자고 있었다.
교수는 내가 들어오는 것을 겨우 알아차린 듯 눈을 떴다. 피로한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아니, 밤에 잠이 잘 안 와서....... 내가 졸업 논문을 보아줄 학생이 자네인가?"
"예, 그렇습니다. 폴 스코트입니다."
하고 대답은 했지만, 이런 교수에게 지도를 받아 가지고는 도저히 졸업 논문을 제대로 완성할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앞섰다.
그런데 반하우스 교수는 이런 나의 불안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질문을 불쑥 하는 것이었다.
"스코트 군은 전쟁을 좋아하나?"
"아닙니다. 전쟁 같은 것은 아주 싫어합니다. 죽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요."
교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구도 전쟁은 좋아하지 않지. 그러나 이대로는……. 자네는 또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잘못하여 핵탄두의 로켓 발사 버튼을 누르기라도 하게 되면 그 즉시로......."
"그럼 어떻게 하면 전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세계의 여러 나라가 군대와 군비를 전부 없애버리면 되겠지요. 그러나 그런 단계는 지금의 세계 형편으로서는 무리이지요."
이렇게 말했을 때, 반하우스 교수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자네도 그런 의견인가! 틀림없이 그렇다. 스코트군, 군비에 쓰는 돈을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하여 쓴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살기 좋을까? 나는 이 1년간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교수가 심리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에 마음속으로 매우 난처해졌다.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반하우스 교수는 또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스코트 군, 자네는 마술을 믿는가?"
나는 별 우스갯소리를 다한다고 생각하고 교수의 옆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나 교수는 아주 태연해 보였다.
"마술이라고요? 마술 하는 것 말입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되물어 보았다.
반하우스 교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자, 마술을 보여 줄까?"
하며 교수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뜻밖에도 두 개의 주사위였다.
"이 주사위를 흔들어서, 두 개의 주사위의 합계를 2로 만들어 보일까?"
"2로 만든다는 것은 주사위를 둘 다 1을 내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 주사위야, 2를 만들어라!"
하고 말하며 반하우스 교수는 주사위를 굴렸다.
아니나 다를까. 놀랍게도 두 개의 주사위는 다같이 1이 된 것이었다.
"정말 멋있게 하십니다. 교수님! 언제 연습하셨습니까?"
나는 이렇게 감탄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반하우스 교수를 경멸했다. 대학 교수가 겨우 노름의 흉내를 내다니....... 그러나 교수는 여전히 주사위를 흔들었다.
두 번이나 흔들었는데 두 번 다 주사위의 합계가 2, 즉 각 주사위가 1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교수님, 이 주사위는 미리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 아닙니까?"
반하우스 교수는 머리를 설레설레 내흔들었다.
"아니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야. 이렇게 세 번이나 계속해서 2를 내는 것은, 약 4만 7천 회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거야."
나는 점점 더 어이가 없어서 비꼬듯 말했다.
"교수님, 돈을 걸고 이 주사위를 흔들면 단번에 부자가 되겠습니다."
반하우스 교수는 잠시 동안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곧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왜 2를 내는가? 손도 대지 않았는데 말야. 좋아! 됐어. 그것보다 자네의 졸업 논문을 봐줘야지."
 
조각이 난 잉크병
 
나의 졸업 논문 제목은 '쥐를 전류가 통한 금속판 위를 걷게 해서 음식물이 있는 곳까지 가게 하는 실험의 관찰' 이었다.
반하우스 교수는 내가 염려한 것과는 달리 매우 잘 지도해 주었다.
이따금 멍청할 때가 있었지만, 확실히 뛰어난 심리학자였다.
나는 첫날 이외에는 전쟁 이야기나 주사위 놀음도 다 잊어버리고 열심히 실험에만 정신을 쏟았다.
그러나 반하우스 교수는 가끔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던졌을까?"
라든지,
"과학이 진보되면 인간은 정말 행복하게 될까?"
하는 등의 말들이었다.
내가 깜짝 놀라 교수를 바라보면 교수는 슬며시 눈길을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교수의 연구실에 드나들기 시작한 후 한 달쯤 되는 어느 날 아침이었다.
반하우스 교수는 돌연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주사위를 굴리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하니까 말야."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요. 교수님은 훌륭한 학자이십니다. 조금은 이상한 데가 있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반하우스 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아주 정직하군. 자, 오늘은 쥐를 쉬게 하고 그 대신 재미있는 실험을 자네에게 보여주지. 내가 조금도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실험이다. 왜냐하면 자네 같으면 이 비밀을 털어놓아도 안심이 될 것 같아서야."
또 어떤 이상한 실험을 하시려나 하는 호기심에서 나는 얼른 쥐를 통 속에 집어넣었다.
반하우스 교수는 연구실 문에 열쇠를 채우고 커튼을 쳤다. 그러자 연구실은 어두컴컴해졌다.
반하우스 교수는 책상 위의 잉크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겠나? 이 잉크병을 똑똑히 보고있게나. 만일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곧 정신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나는 잉크병을 보았다.
교수가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으므로 아무 것도 이상한 데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실험을 하려는 걸까?>
교수는 연구실의 전등을 켜고 가서 천천히 말했다.
"자, 잉크병을 보고 있게나."
하고 말하고 나서 교수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 순간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잉크병은 붕붕 몹시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음에는 몹시 꿈틀거렸다. 그 힘으로 잉크가 책상 위로 튀어 올라왔다.
빈 잉크병은 더욱 심한 소리를 내는 순간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심한 빛을 내다가 드디어 두 조각으로 깨어졌다.
"교, 교수님! 이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는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외쳤다.
반하우스 교수는 근심에 싸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주사위를 2밖에 안 내는 힘과 같다. 그러나 이런 것은 아직 아이들 장난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자, 자동차를 타고 여기에서 8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한 번 가 보자."
나는 마치 최면술에라도 걸린 듯 교수의 뒤를 따라서 자동차를 탔다.
반하우스 교수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어느 빈 정원이었다.
그 정원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벼락이 떨어진 듯 커다란 떡갈나무가 두 동강이 나 있었고 작은 나무들은 뿌리만 남아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정원의 큰돌들이 가루가 되어 있었다.
"이, 이것도 마술입니까?"
내가 놀라며 묻자, 반하우스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잉크병을 두 쪽으로 낸 것과 마찬가지이지. 그것도 내가 연구실에서 이렇게 되기를 생각했을 뿐인데 놀라운 일이 이렇게 일어나다니."
"생각할 뿐으로!"
나는 이렇게 되새기면서 조금 전에 잉크병이 두 조각이 난 것을 생각했다.
 
초정신 동력
 
연구실로 되돌아와서 도깨비에게라도 홀린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반하우스 교수가 말을 꺼냈다.
"자네도 조금은 알겠지. 내가 어째서 멍청한가를.......무슨 생각을 골똘히 생각하면 그것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질문했다.
"교수님의 힘은 자석의 힘 같은 것입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나는 초정신 동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세계에서 나 혼자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나는 그 이상한 교수를 새삼스럽게 슈퍼맨(초인)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반하우스 교수는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나는 보통의 인간이지 초인이 아니다. 자, 그러면 내가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지."
그러면서 교수는 초정신 동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반하우스 교수가 자신이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세계 제 2차 대전 때였다고 한다. 전쟁을 싫어하는 반하우스 교수는 육군에서 장교로 임명해 주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병사로서 입대했다.
어느 날 동료 병사가 교수에게 주사위 놀이를 하자고 제의해 왔다. 노름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교수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끝내는 주사위 놀음에 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 젊은 병사가 우스개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이겨라, 자 7을 내라!"
그런데 그 말대로 주사위의 수는 7이 나왔다.
그리고 10회를 계속 해서 7을 냈다. 그리하여 동료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따게 되었다.
심리학자인 교수는 곧 그 일을 분석해 보았다. 같은 수가 10회 계속해서 나오는 기회는 놀랍게도 약 6,600만 회에 한 번이었다.
반하우스 교수는 스스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옆 침대의 병사에게 주사위 한 쌍을 빌렸다.
<자, 한 번 더 7을 내 보자.>
하고 생각하며 주사위를 굴렸더니, 역시 7이 나오는 것이었다.
<한 번 더!>
교수는 10회를 계속해서 7을 내었다.
보통의 사람 같으면 곧 잊어버리고 말 것인데, 심리학자인 반하우스 교수는 어떻게 되어서 그렇게 되는가를 골똘히 생각해 본 것이었다.
<조금 전의 경우나 지금의 경우나 같은 데가 있다. 그것은 내가 열심히 7이 나오도록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을 내려고 생각하면 과연 3이 나올 것인가?>
교수는 마음속으로 3을 원하면서 주사위를 던졌다. 2와 1, 즉 3이 나왔다.
<어찌된 셈인가? 내게 이러한 힘이 있다니.>
나는 이야기 도중에 물어 보았다.
"놀라운 힘입니다, 교수님. 그런데 교수님은 그 일을 모든 사람에게 알렸습니까?"
반하우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학자이기 때문에 더 연구를 거듭해 보고 그 일이 학문상으로 어떠한 것인가를 밝힐 때까지는 발표할 수가 없는 것이야."
그런데 반하우스 교수는 그 때부터 초정신 동력을 여러 가지로 실험해오던 도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 힘은 사용하면 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후 5개월이 지난 다음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병사들이 굴리는 주사위를 자기가 원하는 숫자로 나오게 할뿐만 아니라, 제대 2년 전에는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벽돌로 쌓은 굴뚝에서 자유로이 그 벽돌을 빼낼 수가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굉장한 힘을 가진 반하우스 교수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벌써 제대한 후 2년이 지났다. 나의 초정신 동력은 점점 강해져갔다. 그 정원에서 스코트 군이 본 것도 나의 힘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나의 힘은 히로시마에 던진 원자폭탄의 몇 십 배 이상의 위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저, 정말입니까?"
"그럼. 그래서 나는 더 곤란하게 생각하지. 원자 폭탄의 힘을 인류 평화를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인간들이 나의 이 초정신 동력을 잘 이용해 줄까? 걱정이 되는구나. 잘 이용만 한다면 사막에 물을 넣어 줄 수도 있고 하루 밤에 섬을 만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반하우스 교수에게 나는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교수님, 그 초정신 동력은 누구라도 가질 수 있습니까? 예를 든다면 나에게도!"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사위를 2, 3회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수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은 내가 발견한 심리학의 공식을 공부하고 훈련하면 그 힘을 가지게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좋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큰 일이 생긴다. 지구를 정복하는 것도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비밀로 해 두는 것은 서투른 일입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그 힘을 평화를 위하여 사용하게 된다면 인류는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잠자코 반하우스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코트 군이 그렇게 말할 것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러면 결심을 하겠다. 이것은 국무 장관에게 보낼 편지이다. 읽어보아라."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국무 장관님!
나는 조금도 돈이 들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굉장한 힘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원자력보다 더 귀중한 것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 힘을 인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반하우스.
 
"자, 이제부터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이 되면 좋겠는데……."
반하우스 교수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반하우스 작전
 
그로부터 5일이 지난 후 굉장한 소동이 일어났다. 교수와 나는 미국 정부의 비밀 연구소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20명의 병사가 밤낮으로 우리들을 호위해 주었다. 또 매일같이 대통령을 위시해서 정부와 국무성의 고위 관리들이 찾아와서 반하우스 교수의 마술 실험을 구경했다. 그 중에서도 육군의 파커 장군과 카스텔 국무 장관이 제일 열심이었다.
"만약 이것이 정말이라면 원자 폭탄보다도 더 굉장한 것입니다. 원자 폭탄은 뒤에 방사능이 남기 때문에 사용하기 곤란합니다. 게다가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으니 얼마나 경제적입니까?"
파커 장군이 말을 하자 카스텔 국무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반하우스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이 발견한 심리학의 공식을 보고서로 작성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국무 장관은 교수와 같은 힘을 가진 인간을 더 많이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파커 장군과 카스텔 국무 장관의 이야기를 기분 나쁘게 듣고 있던 교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곧 작성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5년 정도는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원자 폭탄의 대신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지고 나의 힘을 평화적 목적에 사용하도록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군과 국무 장관은 평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단지 보고서가 곧 작성 안 된다는 것에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카스텔 국무 장관과 파커 장군이 또 찾아왔다.
두 사람 모두가 지나치게 흥분되어 있었다. 카스텔 국무 장관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교수! 굉장한 뉴스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당신의 초정신 동력이 실전에 어느 정도 유효한가를 전 미국의 육․해․공군을 동원시켜 대 실험을 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통령은 이 실험을 일부러 교수의 이름을 따서 반하우스 작전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되면 당신은 우리 나라에서 대통령 다음 가는 인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하우스 교수의 얼굴에는 조금도 기쁜 표정이 없었다. 도리어 몹시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런 교수의 표정에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이 파커 장군은 말을 계속했다.
"굉장한 작전입니다. 표적이 될 함대가 지금 캐롤린 제도로 항해 중입니다. 120척입니다. 그리고 10대의 로켓이 발사될 준비가 완료되어 있고 그리고 무전으로 조종되는 제트 폭격기 50대가 참가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카스텔 국무 장관이 엄숙하게 말했다.
"대통령의 명령을 전합니다. 다음 주 수요일 11시에 초정신 동력을 사용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표적함을 격침시키고 지상을 습격하기 전에 로켓을 격추시키고 제트 폭격기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반하우스 교수는 불쾌한 듯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커 장군은 비웃듯이 말했다.
"겁이 나시는 모양이군요? 교수에게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요?"
반하우스 교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어렵고 쉽고 는 해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그것보다는 나는 그러한 작전에 참가하고 싶지가 않은 것뿐입니다."
파커 장군은 의아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교수님이 발견한 힘 때문에 정부가 이만큼 큰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교수는 파커 장군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러한 작전에 그만큼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는 것이 아깝지도 않습니까? 거기에다가 당신들의 생각은 전부 전쟁을 위한 것뿐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 힘을 오직 평화를 위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거절하겠습니다."
파커 장군은 화가 치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강한 무기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겠소? 적은 이쪽에 무서운 힘이 있다는 것을 알면 공격해 오지 않을 것이 아니겠소?"
"그렇게 되면 상대국에서도 지지 않으려고 군비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의 희망은 이 힘을 말라붙은 땅에 비구름을 옮겨 비를 오게 한다든지, 전기를 일으킬 댐을 만든다든지 하는 평화로운 일에 사용하게 해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것은 단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세계의 사람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전쟁 같은 것은 저절로 없어질 것입니다."
카스텔 국무장관은 난처하다는 듯이 반하우스 교수를 쳐다보았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나 파커 장군이 말하는 것이나 다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적국에 에워싸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이 군비를 증강하지 않으려고 해도 상대국이 군비를 증강한다면 하는 수 없지 않습니까? 더욱이 이 작전은 대통령께서 직접 결정하셨습니다. 이제 와서는 도저히 변경할 수 없습니다."
반하우스 교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서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니 나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다음 나에게 말했다.
"나는 곧 자야겠다. 시간이 될 때까지는 깨우지 말게나, 스코트 군."
그 말만 남긴 채 반하우스 교수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굉장한 성과
 
반하우스 작전의 날은 아침부터 대단히 요란스러웠다. 연구실의 넓은 방안에는 세 대의 텔레비전이 설치되었다.
한 대의 텔레비전은 로켓이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기지를 비치고 있었다. 다음 텔레비전은 바다에 떠 있는 함대가, 끝의 텔레비전에는 제트 폭격기가 날게 되어 있는 알류샨열도의 상공을 비치고 있었다.
"작전 개시 90분 전, 제트 폭격기는 출발했습니다."
하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구경을 하고 있던 정부의 고관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이 작전은 극비리에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였다. 반하우스 교수가 들어 왔을 때는 작전 개시 10분전이었다. 교수는 중앙에 있는 의자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인지 아주 기운이 있어 보였다. 도리어 초조한 태도로 방안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파커 장군 쪽이었다.
알류샨열도의 관측원의 보고가 들어 왔다.
"제트 폭격기가 나타났습니다!"
곧 파카 장군은 로켓 기지에 명령했다.
"로켓 발사!"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큰 전자 시계를 쳐다보았다.
<10시 59분 50초>
파커 장군은 흥분된 소리로 외쳤다.
"5…4…3…2…1, 정신 동력 시작……."
지금까지는 침착하게 앉았던 반하우스 교수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교수의 초정신 동력 때문인지 텔레비전의 화면이 흐트러지고 무선 전화도 들리지 않았다. 교수는 일 분간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윽고 한숨을 쉬더니 눈을 떴다.
파커 장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있는 힘을 다 하셨습니까?"
"예, 다 했습니다."
곧 텔레비전의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방안의 사람들은 그 놀라운 광경에 입을 딱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다.
알류샨열도 상공에는 불꽃에 싸여서 떨어지는 폭격기의 연기가 여러 줄로 보였다. 한 대도 날고 있는 것은 없었다. 로켓도 모두 추락되어서 흰 구름의 덩어리만 보일 뿐이었다.
파커 장군은 환성을 올리며 벌떡 일어났다.
"대단하다! 굉장하다! 교수님, 정말 굉장합니다!"
그러나 해군 대장은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이 쪽은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함대는 그대로 끄떡도 없잖소! 어떻게 된 겁니까?"
카스텔 국무 장관은 말했다.
"아니, 잘 보시오. 함대의 대포가 엿가래 녹듯이 아래로 굽어져 있잖소."
방안에서는 만세를 부르기도 하고, 악수를 하기도 하여, 대단한 소동이 벌어졌다.
파커 장군이 감격에 찬 소리로 외쳤다.
"이제는 어떠한 적이라도 격퇴시킬 수가 있다. 만세!"
카스텔 국무 장관도 외쳤다.
"만세! 텔레비전을 보고 계실 대통령께선 얼마나 기뻐하실까!"
잠시 동안은 모두가 정신없이 기쁨에 들떠 아우성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될 무렵 카스텔 국무 장관이 말했다.
"아니, 반하우스 교수가 없잖아? 어디 갔을까?"
작전의 대성공에 기뻐하기만 했지 누구 하나 교수의 행방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때마침 호위 병사가 급히 달려왔다.
"교수님이 달아났습니다. 권총을 빼들고 있었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커 장군이 큰 소리로 외쳤다.
"곧 따라가 붙잡아라! 그리고 절대 죽여서는 안 된다. 교수는 귀중한 인간 무기이다."
그러나 병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산 쪽을 가리켰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보였다. 산등성이를 넘어 골짜기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반하우스 교수가 탄 자동차가 분명했다.
병사는 중얼거렸다.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밖에 세워 놓은 자동차라는 자동차는 모두 불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수가 초정신 동력을 사용해서 그렇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곧 무전으로 연락하라!"
파커 장군은 외쳤으나 통신기마저 모두 사용할 수가 없었다. 무전은 통하지 않고 전화선은 모두 끊겨 있었다.
"웬일이냐? 교수가 방해를 놓고 있구나!"
밖으로 달려나온 카스텔 국무 장관은 연필로 빠르게 쓴 메모를 읽어가며 허리를 굽힌 채 들어왔다.
"교수가 이 편지를 문 새에 끼워 놓고 갔다. 이건 정말 큰 일이다. 스코트 군, 소리 내어 읽어보아라."
국무 장관이 말하기에 나는 교수가 남겨 놓고 간 메모를 큰 소리로 읽었다.
 
여러분, 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정신 동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신들의 무기가 되는 것을 거절합니다. 반대로 무기를 모두 없애기 위해 나의 힘을 사용할 것입니다.
반하우스
 
파커 장군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음, 이거 정말 큰일났군! 교수가 생각한 대로한다면 우리 나라는 벌거숭이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든지 잡지 않으면……."
 
교수의 행방
 
그날부터 세계에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 즉,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었다.
진주만의 항공 모함의 엔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파괴되었다.
소련의 로켓 발사기지가 전멸되었다. 소련 정부는 미국의 스파이들의 소행으로 파괴되었다고 생각하고 미국 정부에 항의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실험 중인 원자 폭탄이 폭발되지 않아 그 원인을 조사중이라고도 한다.
어제 저녁 미국의 보잉 제트 폭격기 제조 공장이 파괴되었다.
반하우스 교수가 발견한 초정신 동력을 알지 못하는 세계의 각국은 이 불가사의한 사건을 상대국의 스파이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라고 서로가 욕을 하고 있었다. 참다못해 미국 정부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서 전 세계에 방송했다.
"지금 세계 중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가사의한 사건은 반하우스 교수가 발견한 초정신 동력 때문입니다. 교수는 세계의 무기를 전부 없애려고 하고 있습니다. 교수를 찾아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상금으로 10만 달러를 내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반하우스 교수의 사진을 크게 텔레비전 화면에 보도했다.
겨우 진상을 알게 된 세계 각국에서는 스파이 작전을 쓰기로 하였다. 자기 나라의 군비는 파괴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스파이로 하여금 상대국의 군사기지를 찾아내서 곧 신문에 크게 발표하였다.
그렇게 하면 어디선가 그 신문을 보고 있는 반하우스 교수가 즉시로 파괴시키고 마는 것이었다.
"교수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안데스 산맥의 잉카 제국의 폐허 속에 숨어있다고 하던데......."
"아니야, 파리의 뒷골목에 숨어 있다던데......."
반하우스 교수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에 대해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또 세계의 여러 나라는 교수를 찾아내는 데에 건 상금을 점점 올려 1,000만 달러나 되었다. 그러나 반하우스 교수가 있는 곳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전 세계의 수천만 명이 반하우스 교수를 성원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교수가 잡히지 않고 세계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와 반대로 큰 무기 제조 회사 사장이라든지 일부 군인들은 혈안이 되어서 반하우스 교수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인가는 반하우스 교수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돌았다.
그때마다 그들은 축하의 건배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군사 기지가 파괴되었다는 뉴스가 그들을 실망시켰다.
"교수가 죽을 때까지 과연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이가 많은 나는 살아 있을 동안에는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되었잖아!"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있었다.
"교수의 혈통을 조사해 보니 모두가 40에서 50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나머지 10년만 더 참을 수밖에 없겠지. 더욱이 쫓기며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나 폴 스코트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나도 싸우자
 
그 수수께끼의 편지가 나의 집의 우편함에 들어온 것은 지금부터 3개월 전의 일이었다. 누가 넣었는지 넣은 사람의 이름은 물론 없었다. 지저분한 종이에 10개의 전혀 알 수 없는 말들이 쓰여져 있었다.
"누구의 장난일까?"
그 처음의 아홉 개의 말들은 심리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였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뜻을 알 수가 없었다.
특히 마지막 말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모르겠다."
나는 그 편지를 책상 서랍 속에 던져두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교수가 나에게 준 그 두 개의 주사위를 아무 생각 없이 흔들어 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문득 느낀 것이 있었다.
"혹시 그 편지는 반하우스 교수님이 나에게 보내온 것이 아닐까!"
나는 곧 그 편지를 책상 서랍에서 꺼냈다.
그리고 주사위를 흔들면서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옳지! 이 것이 바로 초정신 동력의 비밀을 쓴 심리학의 공식이다!"
나는 겨우 그때서야 그 편지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주사위를 계속 던졌다. 날이 샐 무렵이었다.
나는 드디어 성공했다. 즉 15회를 계속해서 7을 낼 수가 있게 된 것이었다.
<교수님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힘이 증가된다고 말씀하셨다. 교수님이 죽기 전까지 나는 초정신 동력을 교수님에게 뒤지지 않도록 훈련해 두어야겠다. 교수님은 내가 뒤를 이으리라는 생각을 하시고 편지를 내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이제 겨우 22세다. 아직 젊다. 몇 십 년은 더 살수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교수님의 뜻을 이어 이 세계에서 무기를 없애버려야 하는 것이다.
<무기 없는 세계!>
나는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전쟁의 준비에 낭비하게 될 돈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내가 교수님의 뜻을 좇아 그런 일을 지속해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계 각국 정부가 무기를 새로 만들 것을 당연히 포기하게 될 것이다. 교수님의 죽음만을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느낄 때에 자연히 포기하겠지. 그렇게 되면 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 아닌가!"
나는 나의 수기를 출판사로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을 보낸 다음 반하우스 교수처럼 몸을 감추는 것이다. 다행히 약간의 돈이 준비되어 있으니 세계의 사람들이 나의 일을 알게 될 때에는 나는 이미 어딘가에 깊이 몸을 감춘 다음일 것이다.
주사위를 한 번 더 흔들어 보았다. 역시 7을 계속해서 15회 만들 수가 있었다.
"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작품 해설
공상에서 현실로
 
지금까지 인류가 오랫동안 공상만 해 왔던 우주 여행이 아폴로 11호가 달나라 여행에 성공하자 이젠 꿈이 아닌 현실이 된 것입니다.
우선 달 여행을 생각해 봅시다. 아폴로 11호는 지구에서 달로 직접 갔다 왔지만 좀더 과학이 발달하게 되면 지구에서 우주 스테이션까지 가고, 다음에 달로 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합니다. 돌아올 때는 우주 스테이션에 머무르며 승무원들의 몸을 지구 중력에 맞춰야 할 것입니다.
하여튼 이 소설은 거의 논픽션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이며 중대한 문제점인 중력과 무중력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점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분명히 미래의 공상 과학 소설이 틀림없는데도 현실감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까닭은 작가가 SF만 쓰는 것이 아니라 논픽션도 쓰는 과학 해설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는 1917년 영국에서 태어난 아서 클라크입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룡에 호기심이 굉장해서 그림과 뼈의 화석 등을 모았으나 곧 천문학으로 바꿔졌습니다. 그래서 13세 때에는 마분지로 통을 만들어 렌즈를 끼운 망원경을 만들어 매일 저녁 빠지지 않고 달과 별을 관찰했습니다.
달의 지도도 자신이 직접 그리는가 하면 산과 분화구의 이름을 전부 암기할 정도였습니다.
SF 애독자가 된 것은 10세 때쯤인 1926년, 미국에 처음으로 SF 잡지인 「어메이징 스토리즈」가 출판되었는데 그것을 읽은 다음부터였다고 합니다.
그 후 그는 눈에 띄는 대로 SF 잡지는 모조리 구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의 잡지에 SF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후 영국 항성간 비행 협회와 영국 SF 클럽을 알게 되어 더 한층 천문학과 SF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습니다. 클라크는 1941년에 공군에 무전 기술병으로 입대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의 전파 공부가 도움이 되어 점점 승진하여 중위로 임명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미국에서 개발한 비행기의 지상 유도 착륙 레이더를 전문으로 맡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 후의 클라크를 위하여 대단히 많은 도움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 덕택으로 전자 공학과 로켓 공학 공부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미 학생 시절에 여러 개의 SF 단편을 써서 미국의 SF 잡지에 발표하여 유망한 신인으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태양이 폭발하여 지구 인류가 파멸하려는 사건을 우주인의 눈으로 본 「태양계의 마지막 날」이라는 단편이 좋은 평을 받게 되자 영국의 신인 SF 작가 클라크의 이름은 점점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과학 해설과 SF를 발표했습니다.
1950년에는 「행성간 비행」이라는 우주 비행의 해설서를 발표했는데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과학 해설자로서도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계속하여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좋은 SF 작가 및 과학 평론가와 해설자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2권의 SF와 12권의 논픽션을 발표했습니다.
SF에는 21세기의 화성 개발의 모습을 쓴 「화성의 모래」, 21세기의 달 식민지와 지구 정부와의 전쟁을 주제로 하여 쓴 「지구빛」, 그 때의 해양 개발, 특히 고래를 인공적으로 사육하는 「해저 정찰대」, 또 21세기의 달을 무대로 달의 모래의 바다에 잠긴 월세계 관광선을 그 때의 과학 기술을 총동원하여 구성한 「마른 바다」 등 가능한 가까운 장래의 것을 대단히 이상적으로 쓴 SF와 그 반대로 멀고 먼 미래 인류의 모습과 운명을 취급한 「은하 제국의 붕괴」, 「유년기의 끝」, 「도시와 별」, 「2001년의 우주 여행」 등의 가까운 장래 이야기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 두 종류의 작품들이 모두 대단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우주 스테이션(원제는 Islands in the sky)은 클라크가 특히 어린 독자를 위해 장래에 마련될 우주 스테이션에 대해서 알기 쉽게 소설로 쓴 것인데 물론 전문적 과학 해설서는 아닙니다.
그 시대의 한 소년의 눈을 통해서 우주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생생하게 쓰고 있는 점이 소설로서도 뛰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적인 SF
 
무기 없는 세계를 쓴 커트 보네거트는 미국 현역 SF 작가 중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SF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항상 SF와 보통 소설의 중간 정도 되는 작품을 발표하여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주 스테이션
 
아이디어회관 과학 문고
224p. 19 cm (SF 세계 명작 28)
 
1984 년 8 월 20 일
1984 년 8 월 30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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